아침부터 몸이 무겁게 반응하는 걸 보면 모처럼 장맛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근 3개월을 방콕 하려니 온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집을 나서려 하니
오늘도 나 혼자?
공연한 심술로 친구들을 전화로 꼬드겼다.
요즘은 웬지 모르게 친구들에게 외출을 하자는 전화를 하기도 망설여지지만, 전화를 하면 당장 와이프 들로
부터 태클이 들어 온다. 유인씨는 혼자 있으니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대로 여행을 떠나시지만 우리는
손주들이 있어서 안 된다는 투다.
서너 명에게 거절을 당하고 여주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다행히 반색을 하며 11:40분까지 강남터미날로
오라고 한다.
약속된 시간에 정확하게 고속버스는 도착을 했고, 티맵을 켜니 전혀 생소한 길로 안내를 해주는데,
늘 이용을 하던 코스인, 88고속도로에서 경인고속도로 달리다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부천-인천 지방도로에서
월곶 인터체인지로 진입하는 코스 대신에
사당 터널로 가도록 안내를 해 준다.
오래전부터 여자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숨소리 빼는 전부 거짓말이라고 믿으며 살아왔지만 그래도 티맵에서
안내하는 여자의 소리는 믿어야 됐기에 따르기로 하고
사당 터널로 진입하니 20여 분쯤 달려 제2 경인고속도로가 연결되고,
부천- 월곶 인터체인지에 도착, 시화방조제 길을 달려가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입구에서 좌회전을 하니
영흥도 안내표가 나오고,
선재도를 거쳐 10여 분쯤 달려 영흥대교 위를 지나, 진두 부둣가를 끼고 우회전해서 5분쯤 달려서 첫 번째
목적지인 십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십리포 해수욕장? 왜 이곳을 십리포라 명명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고,
이런 의문은 태안 시에 있는 만리포 해수욕장이나 천리포 해수욕장을 가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모래 해안이 십 리, 천 리. 만 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에서 이리 지었으리란 생각은 들지만,
확실하지는 않아서 세 곳의 안내인들에게 물어보았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모두 다 모르겠다는
소리였다.
십리포 해수욕장은, 모래사장 안쪽에 방풍 목으로 가꾸어 놓은 "소사 나무"가 유명하다.
같이 온 친구는 영흥도 방문이 처음이었던지? 모래사장에서부터 불어오는 해풍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73세란
나이가 무색하게 환성을 지른다.
fantastic(환타스틱!~ 환타스틱!~~ 환타스틱!~~~)
모래성을 지나 바닷가 근처 편의점에서 산 새우깡을 집어던지니 갈매기들이 모여든다.
개뿔, 갈매기들도 운집해서 살아가는데 인간은 뭐야?
주변을 보면 혼자 사는 사람들은 많은데, 내 친구등 중에는 혼자 사는 놈들이 한 놈도 없다.
배가 아파올 무렵
2번째 방문지인 장경리 해수욕장을 가기 위해 십리포 해수욕장 끝에서 오프 로드 길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니,
도로 양쪽 사이로 산림이 무성했다.
장경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유명한 도자기펜션은 눈팅만 하고 해수욕장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후
국사봉을 오르기 위한 등산로로 진입해서 20여 분쯤 오르니, 영흥도에 단 한 곳뿐인 통일사란 절에 도착했고,
시원한 약수 한 잔에 목을 취하고, 다시 20여 분쯤 올라 국사봉 정상에 있는 정자에 도착했으나,
지금까지 참아주었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뷰~ 포인트로 널리 알려진 장소에서 망원경으로
바다 건너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과 무의도를 찾아보았으나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여행자의 무료함을 달래주려는지? 짙은 안개와 함께 해맑은 언어들이 정자 지붕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같이 산들거리며 그리움을 전해 준다.
무심코 지나치지만 그리움이란 애틋해서, 우리 나이만큼 나이를 먹어가는지?
나날이 쌓여만 가는 그리움을 모른 채, 바보같이 외면을 한 세월만 보낼 뿐이다.
을씨년스럽게 비가 내리는 오후, 계속 산 위에 있으려니 추위가 몰려와 미끄러운 하산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해수욕장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영흥도 화력발전소에서 화력발전을 홍보하기 위해 지어놓은 "에너지 파크"에 들려 태양열, 지열, 풍력 발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3개의 풍력발전기를 보는 것으로 발전소를 뒤로하고,
영흥남로를 달려 수산청 양식장에 도착을 하니, 평소 출입을 통제하던 정문에 근무자가 없었다.
이곳(영흥도의 서쪽 끝)의 경치는 지금까지 둘러본 곳 중에 제일 멋이 있는 장소로 여느 서해 바다와 다르게
물이 맑았고,
새파란 바닷물 속 작은 자갈밭을 마음껏 뛰어노는 물고기들의 유영을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렇듯 아름다운 장소는 어느 곳이든 통제를 하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30분을 머물렀다. 해가 있는 날이라면 돗자리를 펴고 누웠을걸, 아쉬웠지만 발길을 돌려
용담해수욕장을 거쳐 붉은노리를 지나서, 주민인 어부가 직접 잡아와 요리를 해주는 장성호 횟집에 들려
꽃게탕을 주문하려고 하니,
살아있는 자연산 꽃게는 kg당 58,000원이기 때문에 10만 원이고, 냉동은 65.000원이지만 오늘은 날씨가
흐려 배가 출항을 못했기에 산 꽃게는 없으니, 냉동으로 먹으라고 한다.
영흥도까지 와서 냉동꽃게탕이라? 노량진 수산물시장에서도 냉동은 45,000원 뿐이 안 하는데,
산지가 오히려 요금이 더 비쌋지만 서울에서 한 시간 반을 달려서 섬을 세 곳이나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흥도는 멋있고 매력 있는 곳이었다.
비가 내려서 아름다운 섬 일몰을 볼 수가 없었지만, 전등불에 비추어진 영흥대교는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충분했다.
우리나라 연육교 중 3위 안에 들어간다는 영흥대교는, 비가와도 안개가 끼었는데도 고고한 자태로 나의 눈을
眩惑(현옥)시켜 물속으로 뛰어내리라며 유혹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향기가 난다.
꽃에서 나는 향기는 아닌데 어딜까?
안다고 다 말을 해서도 안 되고, 듣고 보았다고 다 믿어서도 안 되겠지만 영흥도는 충분히 예찬을 받을 만 했다.
(선재도에서 바라 본 영흥대교의 모습).
첫댓글 듣고 보았다고 다 믿어서도 안되지만
영흥도는 예찬 받을만 하다는 말씀과
올려주신 사진 절묘합니다.
비오는 날이라서 더 멋진풍경이
연출된건 아닌지 아주 몽환적이네요.
그런데 유인님~
여자들을 왜 못 믿으시는지 살짝
기분 나쁠뻔 했어요.ㅎㅎ
농담입니다 뭔가 사연이 있으시겠지요.
이제는 함께 보다는
혼자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엊그제 단체 사진보니
괜히 눈물이 나더군요.
다시 그런 날이 올까 싶어서요.
여행을 벗 삼아 사시는 유인님
늘 행복하시길요.
숨소리만
빼고 다 믿지말라는 말 ㅎㅎ
돌아보며
남자가 더 착하긴 하더란말이죠
@윤슬하여 다 밎지 말라고는 안 했습니다.
여자의 소리와 어머님의 밥상뺴고는 안 믿는다 했습니다.
윤슬하여님!
장맛비와 고운 선율이 어우러져 흐르는 아침입니다.
고무신을 꺼꾸러 신으신 적이 있으시다면
오늘 하루쯤은 마음껏 웃으셔도 됩니다.
멋진 하루 되십시요.
@유인
ㅎㅎ고무신 꺼꾸로 신어봤는데
한 걸음도 걸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짝짝이로 ㅎ
영흥도 몇개월 직장생활하였던곳.
경관이 수려하고
해수욕장도 좋아요.
아~ 선생님이나 공무원을 하셨군요......
전에는 배를 타고 태안까지 다녔었는데
화력발전소가 생기면서 가까워진 곳이죠.
다만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영흥도의 아름다움이 망가지는 것 같은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멋진 하루 되십시요.
@유인 공무원했어요.
@신미주 영흥면사무소에 근무를 하셨군요~ 지금은 옹진군청에 근무하시겠구요.
참, 이참에 건의사항 한가지 말씀드려봅니다.
타도시민의 주중 섬나들이 50% 활인 예약이 잘 안됩니다.
멋진 서비스 기대합니다.
@유인 40년전 이야기입니다.
면이 아니고 농민상담소였답니다.
긴 글도 좋지만
이렇게 한 장의 사진으로
사람 마음을 홀릴 수 있는
저 사진 예술입니다ㆍ
영흥도 여행기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ㆍ
시간이 나면 돌아다니는 체질이지만 글로 표현해 낼 수 없을 때는 증명할만 한
사진이 필요한데 불행하게도 저는 사진을 못 찍습니다.
마음이 삐뚤어진 탓인지
구도와 공간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예술적, 미적 감성을 가진분을 좋아합니다.
멋진 하루 되십시요.
여행이 생활화 되어있는 유인님,
영흥도 예찬 잘 보았습니다.
어느님의 글에서,
고인이 되신 노을 이야기님께서 댓글에
미안하지만, 여자의 말을 못믿는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미안할 필요 없습니다.
여자 역시 남자의 말을 못믿어요. ㅎ
믿을 건 믿고,
못믿을 건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카페생활의 철칙입니다.
설마, 저보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시지요.ㅎㅎ
늘 선배님의 꼿꼿한 성품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들어가면
보고 싶은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넓어지는 마음보다
꽁한 마믐만 늘어가니 안타까울 뿐이죠......
선배님의 대쪽같은 성품은
멋진 강점입니다.
멋진 하루 되십시요~~
@유인
유인님께서 수필방에 오고나서
수필방이 길을 잡습니다.
신문이나 잡지의 gossip에 나오는 글을
가지고 자신의 글인양,
남의 블로그, 여기저기에서 따 온 글을
이어 붙이기를 해놓고 자기 글이라고 우기지를 않나,
여하튼, 유인님에게는 항상 고맙습니다.
언제 한 번, 갚을 날 있겠지요.ㅎ
@콩꽃 건강하시지요. 저도 유인님이 다시 글을 올리시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약간 까칠하시어 ㅎ
댓글로 한말씀 하시니 수필방에 어울리지 않는
글들이 조용해졌습니다.속으로 얼마나 시원한지.ㅎ
항상 건강하세요.
@한스 ㅎㅎㅎ
한스님도 건강하시구요.
@콩꽃 위에달린 댓글이며 답글들의 주인공들이 오래전 부터 알던분들의 멘트군요.
오랫만에 반갑습니다.
수필수상방에 쓰시는 글이 삶의 방 글과는 다르네요.역시 수필이라 그런가 봅니다.
장맛비에 영종대교 사진이 글과 참 어울립니다.
글을 읽으며 영흥도 용담해수욕장 옆에서 바지락을 캤다가 몸땽 다 뻇겨버린 기억을
떠올려 봤습니다. 동네분둘이 바지락을 기르는 양식장인줄 모르고 들어가서 캤던거죠.
나중 유치장을 안 보낸것 만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애기를 듣고
잘못한 것임을 알게 되었죠. 그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낸 영흥도였습니다.
수필이니 삶의방의 글과는 다르게 써야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로운 형식의 수필이라도
그 형식과 담아야 할 내용은 달라랴 되겠죠.
용담해수욕장에서의 바지락 사건
큰 낭패를 볼뻔한 사례 였지만
무놀님께서 도적질할 사람으로는 안보였겠죠.
혹시라도 안가보셨다면 양식장을 꼭 한번 가보십시요.
정말 멋진 곳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유인님의 여행기를 읽고 나니
저도 서해의 섬들을 돌아보고 온
느낌입니다.
여행을 좋아 하셔서 늘 어딘가로 떠나시는 님의 행보에 부러움과 함께 갈채를
보냅니다.
무슨 책에선가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합니다만
''죽더라도 여행을 하다가 죽는것은 괜찮다'' 는 듯한 뉴앙스의 내용을 느끼며, 저같은 사람은 참 이해 하기가 매우 어려웠었는데..
본인이 좋아서 하는일 이라면 그럴수
있겠단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수필방에 와서
글도 써 보고 이렇게 댓글도
달아 보니 참 좋습니다.
님의 여행길에 늘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
선배님의 근황을 글로 대신했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움인지 질척거리던 장맛비도 물러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후입니다.
지금 저는 갈매기를 벗하며 페리호를 타고 달려와 덕적도에 도착했습니다.
굴업도를 가려는 제 일정에 비가 계속 내려 차질이 생길까 걱정했는데
반가움때문인지 다행히 비는 멎는다고 하네요.
비를 몰고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를 멈춰주는 사람도 있으니 선배님의 배례인가 합니다.
고운 글 자주 읽게 해 주시고
늘 건강하시고 미소를 잃지 않는 선배님으로 남아주시길요~~
언젠가 서해고속도로를 달린 적이 있습니다.
여로 중 ,영흥도 대부도 근처는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익히 들어본 지역이라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볼거리도 없는것 같아
지나치고 행담 휴계소 던가?에서 첫 휴식 후 다시 남행했지요.
한 번 들려볼만한 곳이라는 정보 고맙습니다.여행담 계속 건필 부탁드리며..
지난겨울(12.15~20.1.20)까지
베트남 (푸꾸옥. 하티엔) 캄보디아(프놈펜, 캄봇, 켑, 시아우크 빌) 태국(꼬창섬) 라오스(팍세, 씨판돈) 미얀마(보카라이)
태국(치앙마이,_빠이,_매홍선) 여행하고 왔습니다.
전에 다녀올 때 빠트렸던 곳을 다시 찾았던 여행이었는데, 그냥 별로였습니다. 비하여
우리나라 서해안 섬들을 찾아다니며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덕적도 굴업도 영흥도 이작도 자월도 승봉도 등 등
이중 굴업도는
동양의 갈라파고스라고 명명될 만큼 멋지구요~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요.
참 한스님이 보기에도 제가 까칠한가요?(상식에서 벗어난다 싶으면 조금 그러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지금은 성질도 다죽고 그냥 물입니다.
연일 비내리는 덕분에 시원한 여름날을 보냅니다
장마가 늦게까지 머무네요
비 아니면 복잡할 서해의 해수욕장 풍경 잘 보았습니다
오래전에 장경리에서 한나절 물놀이한적 있는데
오랫만에 대리만족 반갑네요
어이쿠~ 화가님께서 댓글을 주셨네요. 저는 돌아다닐줄만 알지 그림과 음악을 전혀 모릅니다.
한마디로 교양있는 식견을 못 갖췄기에 이젤님이 부러웠습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기 좋은 명승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바로 굴업도 개머리언덕입니다.
민박집이 10여곳 있지만, 저는 백패킹(1인용 텐트)을 합니다.
멋지게 다녀오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