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공급사 중에서 브로드컴은 5G 수혜주로 꼽힌다. 주력 제품은 RF Front-End Module (FEM), Wi-Fi 칩, 데이 터센터 및 인공지능 네트워크용 400/800G PAM-4 PHY (Physical layer) 솔루션이다. 12/11 목요일,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시간 외 주가는 2% 이상 하락했다. 엔터프라이즈 수요가 약세라는 점과 서플라이 체인의 공급 부족이 이어진다는점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CA Technologies, Symantec의 보안 사업부, Brocade Communication Systems를 인수하며 Infrastructure software 사업부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썼다. 반도체 매출 비중은 75%까지 감소하고 Infrastructure software 사업부 매출 비중은 25%까지 늘어났다.
엔터프라이즈 수요의 둔화는 Infrastructure Software 사업부에 주로 영향을 끼친다. 반도체 사업부 중에서 Server Storage Connectivity 부문도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엔터프라이즈 수요 약세 영향으로 다음 분기 (FQ1) Infrastructure Software 사업부 매출의 가이던스는 보수적이다. 전년 동기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낮은 한 자릿수 성장한다. 실적 발표 다음 날, 정규장 주가는 전일 대비 1.03% 하락했다. 브로드컴의 주가는 405.82달러, Forward PER은 16.02배, 시가총액은 $165.9B이다.
전사 기준 실적은 양호했다. FQ4 매출과 GAAP EPS는 각각 $6.47B (+12% Y/Y), 2.9달러로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주력 사업부의 매출이 고르게 성장했다. Infrastructure Software 매출은 1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엔터프라이즈 수요가 약하지만 Symantec의 엔터프라이즈 보안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 비유기적 성장 (inorganic growth)을 이끌었다.
Semiconductor solutions (반도체) 매출은 4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났다. Networking 및 Broadband 수요가 탄탄했고, Wireless 부문의 아이폰 출시 수혜를 입었다. 반도체 사업부에서 부문별 매출 기여도는 Networking 35%, Broadband 14%, Wireless 31%, Server storage connectivity 14%이다.
다음 분기 (FQ1) 전사 기준 매출 가이던스는 66억 달러 (+13% Y/Y)로 컨센서스 65억 달러를 소폭 상회한다. 기업 인수합병 효과는 FQ4에 마무리되었고 이제부터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으로 매출이 증가한다.
실적 발표 이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뉴스는 분기 배당금을 주당 3.6달러로 상향한다는 것과 임원진의 세대교체다. Charlie Kawwas와 Kirsten Spears가 각각 COO, CFO로 부임했다. 신임 COO Charlie Kawwas는 원래 CSO (Chief Sales Officer)였다. 신임 CFO Kirsten Spears는 회계 및 재무 관리를 담당하다가 승진했다. 동종업종의 Microchip과 On Semiconductor에서도 C-레벨 직군의 세대교체가 있었는데, 투자자들은 이를 환영했다.
브로드컴이 언급한 내용 중 주목해야 할 것은 서플라이 체인의 공급 부족이다. 수급 측면에서, 전방산업의 수요는 견조하다. 엔터프라이즈 수요 약세를 제외하고 나머지 분야의 수요가 견조해 수주 잔고는 빠르게 늘어났다. 수주 잔고 4분기 초 120억달러에서 4분기 말 14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늘었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언급된 분야는 Wafer, Substrate (패키징 기판), 차량용 레거시 반도체, 전공정 파운드리, 후공정 (와이어 본딩) 등이다.
브로드컴보다 1주일 전에 실적을 발표했던 반도체 공급사 Marvell도 서플라이 체인의 공급 부족을 언급했다. 브로드컴은 공급 부족을 Tight하다고 표현했고, Marvell은 Constraint라고 표현했다. Marvell이 언급했던 공급 부족 분야는 Certain process node bottlenecks (병목 현상), 5G용 및 프로세서용 Substrates (패키징 기판)이다.
결론적으로 2021년 반도체 업종에서 주목해야 할 테마는 [공급 부족]과 [인플레이션]으로 판단한다. 국내 기업을 살펴보면 원화 강세 영향으로 달러 기준 제품 가격의 상승이 매출에 바로 반영되지 않고 있지만, 환율에 의한 부정적 영향이 완화된 이후에 반도체 공급 부족이 각 사의 매출과 마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
하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