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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녹림도가 오합지졸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당삼곤은 양지 바른 남쪽 벽 아래 앉아서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엄청난 분도 한 분 계시지!" 그는 앞에 모여앉은 아이들과 노인들, 그리고 과거의 졸개들, 도화령 의 도적들을 훑어보며, 스스로의 말이 전달되었다가 돌아오는 그 반향 을 즐기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십대에 이미 고개 하나를 점령하고 나그네를 털었으며, 이십대에는 표행과 공물(貢物)을 터셨지. 그게 더 돈이 되니까." 아이들이 감탄성을 표했다.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확실하고, 전적으 로 수긍이 가는 이유를 듣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표국들과 관가 놈들이 쫓아 다녔지만 안 잡히셨지. 이길 수 없 을 것 같으면 도망가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면 두들겨라. 이게 그분 말씀이셨어. 물론 그렇게 해서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으셨지." "훌륭하다, 훌륭해!" 노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삼곤은 흥이 나서 계속 말했다. "그분이 한번 위기를 맞은 적도 있었지. 간단한 표차가 지나가길래 식후 운동 삼아 털려고 앞을 막았는데, 그게 하남성 표국연합(표局聯合) 의 함정이었던 거지. 당시 하남성에서 난다 긴다 하는 표사놈들이 떼거 지로 덤볐어. 그걸 그분께서는 여유있게 막아내시면서 천천히 산으로 후퇴하셨지. 그 와중에 짬을 내어 두 명이나 때려눕히면서...! 더 감 탄스러운 건 그 다음이야. 그분께선 포위공격하는 표사놈들 얼굴을 하 나하나 노려 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지. '얼굴 다 기억해뒀어. 다음 에 나 만나면 조심들 해야 할 거다.' 이렇게." 참지 못한 어린아이 하나가 물었다. "그래서 나중에 다 보복하셨나요?" 옆에 있던 또래의 아이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눈을 부라렸다. "물론이지! 총표파자님이 어떤 분이신데....!" 당삼곤은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보복하셨지. 집요하고, 악랄하게! 그날 참가한 놈들의 표국에 서 운반하는 거라면 쌀 한 됫박, 콩 한 자루도 그냥 보내지 않으셨어. 거의 일 년 동안 하남성의 표행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디. 재물을 싸 들고 와서 용서를 빌기까지 말이다. 그날 이후로 사대철인 임태풍의 이 름이 녹림도상에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하셨어. 결국 얼마 안 지나서 약 관 삼십에 총표파자가 되셨지. 총표파자님께선 이런 말씀도 하셨지." 당삼곤은 목을 가다듬고 엄숙하게 말했다. 임태풍의 우렁우렁한 목 소리를 흉내내는 것이다. "강도질을 하는 것보다 처자식을 굶기기글 선택하는 자에게 내가 보 여줄 수 있는 것은 경멸밖에 없다!" 둘러선 졸개들은 물론 말을 한 당삼곤 자신도 감복한 모습으로 고개 를 끄덕였다. 먹고 살기 어려워 낫 집어들고 나온 초비(草匪), 토비(土 匪)로 부터 요동 벌판을 휘젓고 다니는 마적(馬賊), 복우산(伏牛山)을 중 심으로 중원 전역 18개 산에 웅거한 녹림십팔채(綠林十八寨)의 무리들 까지 녹림도 총표파자를 존경하지 않는 자는 없었다. 때로 총표라자라 는 자리는 힘으로만도(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일이었 으므로) 차지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번 임태풍의 경우처럼 절대적인 추앙을 받으려면 그 이상의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임태풍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또 그런 말씀도 하셨어. 도둑과 강도, 산적과 마적은 녹림도의 이름 아래 한 형제다라고... 그러므로 녹림도가 싸워야 할 대상은 재물을 내놓지 않는 자와 녹림도를 공격하는 자밖에 없다고 하셨지." 당삼곤은 문득 분노한 일갈을 터뜨렸다. "그런데, 저것들은 아니야!" 그는 본채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난 날 꺾고 채주가 된 도산호에게도 승복할 수 있고, 도산호를 때 려눕히고 산채를 점거하다시피 한 중주사견에게도 유감이 없어. 하지 만 지금 꼬여든 작자들에게는 절대로 승복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 놈들 은 녹림도가 아니니까." 당삼곤이 이를 갈며 성토하는 작자들이란 백구말이 달고 돌아온 동 방척과, 다시 그가 사방에서 불러모은 노(老)마두들이었다. 오행마군 동방척은 산채에 도착하기도 전에 몇몇에게 전갈을 보냈 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과거 그와 인연이 있던 노마두들이 산채로 모여든 것이다. 물론 시일이 짧아서 모여든 사람은 몇 되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왕년에는 중원의 마도를 쥐고 흔들었던 마두들이었다. 늙어 꼬부라졌다는 말 그대로 직각의 자세밖에 취할 수 없어서 지팡 이 아니면 바로 앞으로 꼬꾸라질 것 같은 노인은 과거 형초(邢礎) 땅에 서 살인귀로 유명했던 금륜신도(金輪神刀),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의 상 태로 걸어나온 것같이 푸르뎅뎅한 거죽의 노파는 과거 유엽묘(柳葉猫), 즉 버들 고양이라는 날랜 별호를 자랑하던 흑도의 여고수였다. 옛날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은 늙어서 학처럼 가늘어진 목에 머리통은 옛날 그대로 단지처럼 커서 금방이라도 똑 부러질 것 같은 불안한 모습의 늙은이는 모양 그대로 금대괴두(金大壞頭)라는 별호의 마두, 며칠 물 속 에 감가두었다가 꺼낸 만두처럼 부푼 몸매의 마두는 한창때에는 제법 균형을 갖춘 허우대로 철벽나한(鐵壁羅漢)이라는 이름을 자랑했었으며, 강남의 도살자로 유명했던 혈면귀(血面鬼)도 있었다. 이제는 온 얼굴에 검버섯이 피어 알아보기 힘들지만 이 마두는 사실 젊었을 때도 얼굴이 붉진 않았었다. 하지만 일단 싸우기 시작하면 처음 죽인 사람의 피를 자기 얼굴에 바르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 별호를 가진 것이다.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그리고 단지 이름을 들을 때만 무서운, 실제로 보면 우 스운 다섯 마두가 오행마군의 초청에 가장 빨리 달려와 모였다. 하나같 이 제자 수십을 배출하고, 그 제자들이 다시 제자를 두고, 도 그 제자 들이 다시 제자를 둬서 다들 일대의 종사요, 마도의 원로들이라 할 만 한 인물들이었다. 동방척은 다들 그와 동년배이거나 많아봐야 서너 살이 위인 이 마두들이 그와 달리 이렇게 늙어 꼬부라진 것에는 역시 무공의 수위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은근히 기뻤다. 그리고 슬펐다. 하필 초대에 응한 것이 다들 이렇게 서 있기도 힘든 놈들인가. 이들을 데리고 무슨 일을 한단 말이냐. 그는 입맛을 다시며 말을 꺼냈다. "매우 심심들 했던 모양이지?" 금대괴두는 도착했을 때부터 내내 무언가를 오물거리며 씹고 있었는 데 동방척의 말을 듣자 고개를 돌려 바닥에 뱉었다. 누런 가래가 묻은 대추씨가 바닥에(비록 나무바닥이지만) 박혔다. "아!" 동방척은 짧게 경호성을 뱉고는 마두들이 쳐다보자 어색하게 덧붙여 말했다. "급하게 고개를 돌리지 않는게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금대괴두가 고개를 돌리 때마다 가는 목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 이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추씨를 바닥에 뱉어 박는 정도의 무 공은 아직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리 쉽게 부러지지는 않을 모양 이었다. 금대괴두는 품속에서 대추 한 알을 더 꺼내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이는 빠지진 데다가 대추를 씹고 있었서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발음으로 말을 했다. "그러는 자넨 날개 잃은 독수리 꼴이 됐다면서? 이빨 빠진 호랑이라 고도 하지. 팔팔한 수하들 놔두고 우리한테까지 초청장을 보낸 걸 보면 알만 하이." 동방척은 아픈 표정을 지었다. 중주사견의 계획은 그가 접수한 상태 였다. 강호 재출도의 첫 행사로 왕소팔을 턴다는 것은 그럴듯한 일이었 다. 게다가 그 표물이 엄청난 황금이라는 것이 마음에 꼭 들었다. 황금 이 있으면 또 하나의 오행궁을 세울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오행궁을 또 세우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그는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호위무사, 표사 합쳐서 기백은 될 무리를 혼자 힘으로 털 수는 없었다. 중주사견 따위는 믿을 것도 못되 는 것은 물론이고, 옛 수하들, 즉 오행궁의 수하들에게 손을 빌릴 수도 없었다. 거기에는 그냥 그가 은회한 그대로라고 믿게 하는 게 편했다. 사실은 지금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창피했다. 한 건 크게 한 다음에 나 타나는 편이 모양이 좋을 것이다. "자네는 예나 지금이나 예리하군. 몸도 괜찮은 듯하고....." 사실 그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머리 회전은 여전한 듯하니 정말 반갑군." 이건 진짜로 그랬다. 원래 금대괴두는 무공보다는 지략과 정보력, 그 큰 머리통에서 나오는 악독, 잔인무비한 흉계들로 유명한 인물이었 다. 그 머리가 옛날처럼 움직여 준다면 이번 일은 성공할 수 있다고 기 대해도 좋을 것이다. "왕소팔을 턴다고?" 금대괴두는 다시 말하고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덧붙였다. "우리만으로는 안 돼. 너무 적어. 하지만 사람이 많아도 안 돼. 입이 많아지면 말도 많아지고, 그러면 실패할 확률도 높아지지." "현천상인을 비롯해서 몇몇 더 올 것이다. 한 십여 명....!" 금대괴두를 비롯해서 모여앉은 마두들이 일제히 실소를 흘렸다. "현천상인 따위가 무어 도움이 되리? 지금 필요한 건 강력한 지도력 이야. 그 아래 수족처럼 움직여 주는 고수들이 있어야지. 그게 필요 해." 동방척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나로는 부족하다는 말인가?" 유엽묘가 꼬챙이처럼 마른 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허연 비듬이 우수 수 떨어졌다. 손톱 아래 낀 그것들을 불어 떨어뜨리고는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가 의미 하는 것, 그리고 다섯 마두가 생각하는 것을 철벽나한이 말했다. "위세는 자네 졸개들 앞에서나 부리게." 금괴대두가 덧붙였다. "자네 명성이나 능력이 우리보다 한수 위라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지금 우린 두 수 위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야." 동방척은 아까보다 더욱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난 두 수 위라고 생각하는데?" 금대괴두는 귀를 후볐다. 그리고 유엽묘처럼 훅 불어서 귀지를 날려 보낸 다음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난 두 수 위라고 생각한다고! 난 네놈들보다 두 수 위란 말이다. 사 실은 세 수 위라고 하고 싶었지만 체면 생각해서 깎아 말한 건 줄이나 알아!" 혈면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륜신도도 같이 일어났다. "얘기 끝났지? 잘 놀다 가네." "잠깐!" 동방척은 손을 들어 막 나가려는 두 사람과 이제 막 일어서려는 세 사람을 제지했다. "내가 두 수 위라는 이유를 말해 주지!" 다섯 사람은 다시 나가려 했고 동방척은 소리를 질렀다. "말 좀 끝까지 듣고 가라! 그땐 안 말릴 테니! 젠장 늙은이들이 성 질은.....!" 그는 잠시 투덜대더니 목소리를 깔고 말을 시작했다. "과거의 마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들 있나? 전설은 많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걸세. 교주를 마왕(魔王)이라 부르고, 그 아래는 전부 마두(魔頭) 아니면 마졸(魔卒)이라는 건 알고 있나? 마교 에는 그 세 계급뿐이었지. 또 그건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 마교라고 하 나로 불려도 실제로는 열여덟 개의 단체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 말일세. 바로 일궁이전오문십가(一宮二殿五門十家)였지." 금대괴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본 적 있군. 하지만 그 정확한 이름까지 다 아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을 텐데?" 동방척은 묘한 미소를 흘렸다. "나는 알고 있네. 일궁(一宮)은 마황과 마후(魔后), 그리고 차대의 마 왕이 될 후계자와 마왕 직속의 친위대로 구성된 그야말로 마교의 본가 일세. 천마궁(天魔宮)이 그 이름이지. 이전(二殿)은 독왕전(毒王殿)과 유 명전(幽冥殿)이고 오문(五門)은 오행의 이름을 딴 다섯 문파, 그리고 십 가(十家)는 십왕(十王)을 상징으로 하는 열 개의 가문이었네." "설마......!" 금대괴두가 입을 벌렸다. "자네가 만든 오행마궁이 그 마교오문의 후신(後身)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나. 내가 바로 마교오문(魔敎五門)의 유일한 후계자고, 오 행마궁이 바로 내가 세운 마교오문의 후신일세." 방안이 조용해졌다. 그들이 몇십 년을 강호에서 굴러먹은 노마두들 이라 온갖 이상한 일들을 경험했지만 마교라는 이름은 아직도 위압적 이었다. 비록 그 마교가 그들이 젊었을 때, 그러니 벌써 몇십 년 전에 사라진 것이라 해도 그랬다. 그랬다. 그때 그들은 젊었고, 마교라는 이 름, 그 단체는 너무나 신비한 것이었기 때문에 왜 그것이 사라졌는지, 그 정확한 정체와 힘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 일단이 동방척의 입으로 드러난 것이다. "풍문에 의하면.....!" 묵시적으로 다섯 마두의 대변인 격이 된 금대괴두가 천천히 말했다. "마교는 자체의 분란 때문에 괴멸됐다고 하던데..., 정확한 내막이 뭔가?" 동방척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이 때로는 정확할 때가 있지. 자네 말이 맞네. 당년에 마 교는 자체의 내분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졌지. 마교 내부에선 이런 말이 있었네. 일궁은 이전, 이전은 오문, 오문은 십가라고....! 즉 각 단체 의 힘이 일궁과 이전, 오문과 십가가 거의 비슷하다는 뜻일세. 마왕만 빼면. 마왕에겐 전 마교문도를 제압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이 있었네. 천 마불사공(天魔不死功), 혹은 천마심공(天魔心功)이라 불리는 교주만의 기공이 그걸 가능하게 한다고 했지. 하지만 마왕을 뺀다면 일궁이나 이 전, 오문과 십가의 힘이 비슷비슷했다는 이야기지. 그 일이 벌었졌다 네. 어느 날 갑자기 마왕이 실종됐지. 마교의 삼대보물을 가지고 사라 져 버렸어. 처음에는 마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곧 마료의 세 력자들은 그 사실을 알게 됐네. 즉 마교내의 거대한 힘의 공백이 생겼 다는 것이지. 비슷비슷한 힘을 지닌 네 개의 세력으로 재구성되는 데에 는 오래 걸리지 않았어. 그리고 그 네 개가 서로 부딪혀서 산산이 부서 지는 데에도 오래 걸리지 않았지." 금대괴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 엄청난 세력이 비록 내분 때문이라고는 해도 그렇게 흔적도 없 이 사라진다는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엄청난 세력이라고들 하지... 실제로 엄청난 세력이었지. 하지만 실제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네. 마왕, 마두, 마졸까지 몇 명이나 됐을 것 같은가?" 동방척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말했다. "오백 명 약간 넘었네. 최전성기의 숫자였지. 그 오백여 명이 혹은 암살되고 혹은 싸움 중에 죽었네. 살아남은 몇몇은 마교의 보물을 가지 고 뿔뿔이 흩어져 버렸지." "그 중 하나가 자네고?" "또 하나가 혈련소산(赫連小山)이지." "혁련소산! 유명사군(幽冥邪君) 혁련소산?" "그놈말고 누가 있겠나. 나는 마교오문을 이어 오행마군을 세웠지. 그놈을 유명전을 계승해서 유명교를 세웠다네. 또 하나, 이건 추측이지 만 생사판(生死判)도 마교의 후예일 걸세. 아니면 후예의 후예거나. 그 놈이 천마불사공을 주었다고 사기를 치지만 사실은 독을 사용하는 걸 세. 죽은 사람도 살릴 정도의 독은 독왕전에서밖에는 안 나오지." "오행진독신공을 익혔다는 말이 있던데?" 동방척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엉터리일세. 왜냐하면....마교오문의 비전신공은 오행마공이 라 하는데, 그놈이 익혔다는 오행진독신공은 독으로 그 비슷한 효과 를 만들어 내는 걸세. 당연히 불완전한 흉내에 불과한 것이지." 그러나 사실 이말에는 약간의 흑막이 있었다. 그가 익힌 오행마공도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마교의 붕괴 때 그가 들고 나온 비급은 일부가 누락된 불완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지 금 이들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섯 마두는 다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속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중 혈면귀가 투덜거렸다. "젠장, 강호 삼군 중에 둘, 사이 중에 하나가 마교의 잔당(殘黨)이었 단 말이지! 우린 뭐야? 마교 자체도 아니고 그 잔당들에게 여태 눌려 살았단 말인가?" "잔당은 혁련소산과 생사판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야." 동방척이 힘주어 말했다. "나는 잔당이 아니라 본당(本黨)이지. 마교의 힘을 고스란히 이어받 은 정통 후계자라고 불러주게." "잔당이든 본당이든 간에......!" 금대괴두가 말했다. "그게 우리보다 자네가 두 수 위라는 근거인가? 마교의 후예니 어쨌 다는 거야. 이젠 유명교, 생사교, 오행마궁만 있을 뿐, 마교는 없지 않 은가. 사라진 이름으로 우리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사라지지 않았어. 내가 다시 세울 테니까!" 금괴대두는 웃었다. "왕소팔의 돈을 왜 탐내나 했더니 그것 때문이었군. 그 재물로 마교 를 다시 세우겠다는 속셈이란 말이지. 물론 건물은 세울 수 있겠지. 하 지만 궁궐 하나 지어놓고 현판에 마교라고 써붙이면 그게 마교가 되 나? 자네 말대로 마왕은 누가 하고, 마두는 또 누가 할 건가?" "마왕은 물론 나지." 동방척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마두는 자네들이 하게." 금대괴두가 다시 웃었다. "마왕은 뭐 이마에 마왕이라고 써붙이면 마왕인가? 능력이 있어야 마왕이지. 다시 자네 말을 인용해서 말하자면, 마왕에게는 마교의 모든 자를 위압하는 힘이 있어야겠지. 그게 천마불가공이 됐건, 천마심공이 됐건." "왜 내게 그게 없다고 생각하나?" 다섯 마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방척을 보았다. 동방척은 여유만 만하게 웃었다. 길고 지루한 말싸움이 이제 여기서 끝나는 것이다. 이 한 방으로. "천마불사공을 찾았네. 이젠 그것도 내 것이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동방척은 다섯 마두의 늙은 머리통에서 아마도 호두처럼 말랐을 뇌가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손해득실을 계산 하고 있으리라. 그들처럼 강호에서 오래 굴러먹은 자들에게 마교 내의 일정지분을 보장한다는 말까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제공되 는 것이니까. 그들은 그보다도 새로 탄생하는 마교의 초석에 자기들의 이름을 박아넣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마교의 이름은 백도에는 언제나 공포와 거부감을, 흑도에는 끝없는 외경과 찬탄의 마 음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 마교의 역사에 자기 이름이 들어가는 것 을 거부할 흑도인은 없었다. 그것이 동방척의 믿음이었다. 금대괴두가 천천히 말했다. "자네가 우리보다 두 수 위라는 걸 인정하지." 모든 것이 그 말 한 마디로 결정되었다. 동방척은 기쁘게 방을 나가 고, 다섯 마두만 남았다. 유엽묘가 금대괴두를 향해 이빨 빠진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금 대가(大哥:오빠)는 저놈 말을 믿는 거요?" 나머지 세 마두가 금대괴두를 주시했다. 그들도 마찬가지 심경인 것 이다. 금대괴두는 피식 웃었다. "아마 마교에 관련되어 있었던 건 맞겠지. 졸개나 뭐 그런 걸로. 오 행진독신공을 익혔다는 것도 맞을 거야. 아마 혼란 통에 훔치거나 줍거 나 그랬겠지. 천마불사신공을 찾았다는 것도 맞는 것 같군. 은밀한 소 문에 중주사견이 어찌어찌 그걸 찾아서 익힌 것 같다던데.. , 찾아서 물어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관뒀더니 공방척이 주워 익힌 모양이군. 하 지만 전설에 내려오는 그런 위력은 없다던 것을....! 그냥 죽지만 않 는데."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 아닌가요?" 금대괴두는 유엽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과거 자넨 정말 예뻤지. 흑도 제일미녀로 소문이 나서 나와 여기 이 친구들도 한참 자네 공무니만 따라다녔었지. 그런데 지금은 뭔가. 자네는 할망구, 우린 꼬부랑 늙은이가 됐지. 힘도 예전만 못하고, 의욕 은 더구나 없어. 그런데 자넨 아직도 더 살고 싶은가?" 다섯 마두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흘흘거리고 웃기 시작했다. 혈면귀 가 말했다. "그런데 왜 저놈 말에 찬성한 거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금대괴두의 대답은 간단했다. "욕심은 없지만 심심한 건 못 참겠더군. 죽기전에 한바탕 더 놀아 보고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다섯 마두는 다시 웃었다. 여태 한 마디도 않고 있던 금륜신도가 중 얼거렸다. "근데 동방척은 아직 젊군. 아직도 그런 황당한 꿈을 꾸는 걸 보면......!" 동방척은 젊었다. 육체적으로도 그랬다. 칠십이 훨씬 넘은 나이에 아직 정사(情事)가 가능하다는 것, 그 이전에 옥련을 보고 음심(음심)이 동하고 양물(陽物)이 섰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아주 젊지는 않 았다. 하룻밤을 지내고 나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옥련은 그를 용서해 주지 않았다. 그녀의 손길에는 이상한 마력이 있고, 입에는 그보다 더한 마력이 있었다. 잠시 꼼지락거리는가 싶더니 동방척의 양물이 주인의 의지를 배반하고 다시 고개를 들기 시 작했다. 동방척은 낯빛이 파래져서 생각했다. 이러다가 죽을 지도 몰라. 다 늙어서 복상사가 왠 말이냐. 게다가 그에게는 마교 재건이라는 큰 일이 남아있지 않은가.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들어 옥련을 밀어냈다. "이년아, 이러다 늙은이 죽겠다! 좀 쉬어가며 하자!" 옥련은 발길질에 밀려 침상 끝까지 가서 뒹굴더니 그대로 조용히 울 기 시작했다. 여자의 눈물이 아무리 강한 무기라지만 노마두의 심장까 지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동방척에게는 그녀늘 달랠 이유가 있었다. 사실 이번에 음심이 동한 것은 마지막 발기로부터 근 십여 년이나 지난 후의 일이었다. 십 년 만에 사는 즐거움을 다시 맛보게 해준 보배 가 옥련인 것이다. 그녀가 없다면 다시 십 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 다. 아니 이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는 애써 일어나서 옥련의 등을 쓰 다듬어 주었다. "음..., 밀어낸 건 미안하구나. 그 벌로 뭐든 네가 원하는 걸 주마. 보석? 비단 옷? 산해진미? 뭐든 말만 해라. 내가 다 해주마." 옥련은 눈물을 거두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것도 좋지만 그보다......" "뭔데?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보렴. 천하의 오행마군이 못해줄 일은 없다는 걸 알게 될 거다." 잠시 후, 반구대가 침상 앞에 무릎 꿇려졌다. 물론 옥련의 소원에 의 한 것이었다. 도산호가 채찍을 들고 그 뒤에 섯다. 물론 이것도 옥련의 소원에 의한 것이었다. 반구대는 이제야 도산호의 입가에 떠올랐던 그 묘한 표정이 무엇이 었던가를 알게 되었지만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다. 그는 얼굴의 점까지 도 파리해지도록 떨었다. 매일 밤 도산호를 패도록 했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가 매일 밤 맞게 생긴 것이다. 동방척이 명령했다. "사정 두지 말고 쳐라!" '다짐하지 않아도 될 텐데.....!" 첫 번째 채찍질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는 그런 한가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살가죽을 뚫고 뼈마디에 맺힐 정도로 강렬한 고통 에 비명을 지르면서 그는 또 생각했다. '이 놈 매우 힘이 좋구나! 그렇게 매일 맞았는데 어찌 이렇게 힘이 좋은가.' 두 번째 채찍이 등허리를 감았다가 떨어졌다. 그는 자기도 알아듣지 못하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또 생각했다. '내가 바보다.' 지금 그가 지르는 것과 유사한 비명을 지르는 도산호를 보면서 그는 단 한 점의 동정심도 보여주지 않았었다. 옥련과 같은 여인이 한때나마 살을 섞고 지냈던 남자에게 매일 밤 매질을 가할 때에야 얼마나 원한 이 맺혔으면 ..... 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난 멍청이야!' 문제는 남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에게 있는 것이었다는 걸 이 제야 깨달았다. 원한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옥련은 그저 자 기를 탔던 남자, 한때 자기를 소유했던 남자가 맞는 것을 보는 게 즐거 웠을 뿐인 것이다. 채찍이 날아왔다. 옥련의 소원대로 반구대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도산호의 기운도 그랬다. 옥련은 오늘밤 매우 즐거울 것이다. |
첫댓글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밨어요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ㅈㄷㄱ~~~~~```````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보고 있습니다
잼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