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클리 발간자료 (12/14)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공급 부족과 인플레이션이 2021 년 반도체 업종의 주요 투자 아이디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RAMeXchange 에서는 NAND Flash Controller IC (이하 컨트롤러)의 공급 부족이 일부 NAND 완제품 가격 상승을 촉진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컨트롤러가 최근에 한국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계기는 SK 하이닉스의 영업 양수이다. SK 하이닉스가 인텔에서 양수하는 사업은 Optane 사업부를 제외한 NAND 사업 부문 전체다. 여기에 컨트롤러도 포함되어 있다. NAND 공급사가 고성능, 넘사벽 수준의 SSD 를 제조, 판매하려면 SSD 를 구성하는 NAND Flash, DRAM (캐시 메모리), 컨트롤러 (CPU 와 유사한 역할)와 같은 하드웨어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NAND Flash 와 컨트롤러를 살펴봤을 때, 공급 부족 신호가 가장 강하게 감지되는 분야는 eMMC 이다. eMMC (임베디드 멀티미디어 카드, Embedded Multi-Media Card)는 TV 나 크롬북에서 32GB 또는 64GB 용량 저장 장치로 선호되는 제품이다. 전방산업에서 집콕 수혜를 입고 있다. 아울러 공급 부족을 촉발하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NAND Flash 공급사가 eMMC 의 구조를 평면형 (2D) NAND 에서 수직형 (3D) 64 단 NAND 로 바꾸고 있다.
정리해보면, eMMC 의 공급 부족은 저장 장치에 대한 수요 증가, 구조 변경에서 기인하는데 여기에 저장 장치를 CPU 처럼 관리하는 eMMC 컨트롤러에서도 공급 부족이 감지된다. 파운드리의 공급 부족, 패키징용 기판 (IC Substrate)의 재고 부족 때문이다. eMMC 용 컨트롤러를 공급하는 대만의 Phison 과 Silicon Motion 은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양사 중에 Silicon Motion ADR 주가는 12 월 15 일에 전일 대비 3.6% 상승했다. eMMC 컨트롤러 공급 부족에 대한 뉴스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eMMC 용 컨트롤러의 공급이 부족하다면, NAND 시장에서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SSD 용 컨트롤러는 어떨까? 아쉽게도 SSD 공급사들은 컨트롤러 소요량의 85~97%를 내재화하고 있다. 아웃소싱 비중은 3~15%로 낮아 SSD 컨트롤러의 시장 가격을 전망하기는 곤란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사기관 DRAMeXchange 에서는 NAND 완제품 중에서 eMMC 에 대한 가격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1Q21 가격 전망은 원래 5~10% Q/Q 하락하는 것이었다. 어제 (12/14)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eMMC 제품 중에서 인하우스 컨트롤러를 탑재한 제품의 가격 전망은 여전히 5~10% Q/Q 하락한다. 그러나 아웃소싱 컨트롤러를 탑재한 eMMC 가격은 0~5% Q/Q 상승한다. 아쉽지만, 다른 완제품 (SSD)에 대한 1Q21 가격 전망은 종전과 동일한 10~15% Q/Q 하락이다. SSD 에서 공급 과잉이 해결될 만한 시그널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지금의 상황은 마치 연말에 프러포즈를 앞두고 꽃다발 가격을 알아보니 장미꽃 몇 송이의 가격이 조금 더 오를 것 같은 분위기와 마찬가지다. 컨트롤러 공급 부족이 결국 SSD 를 비롯한 NAND 완제품의 가격 상승을 촉발할까? 그렇게 된다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 (Wag the Dog)이나 마찬가지인데, 반도체 업종의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반가운 현상이다. 웩더독이 언제부터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발생하는 경우에 최대 수혜주는 SK 하이닉스이다. NAND 부문의 영업손실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DRAMeXchange 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SK 하이닉스의 NAND 영업마진은 1Q -26%, 2Q -9%, 3Q -19%였다.
하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