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달력을 흉내 내어
1월, 은현리에 봄까치꽃 맨 처음 피는 달
2월, 철새 까마귀 떼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달
3월, 엄나무 단단한 가시 가시 물올라 스스로 붉어지는 달
4월, 벚나무 아래 앉아 연필로 밑줄 치며 그리운 시집을 읽는 달
5월, 내 꽃밭으로 백모란 찾아오시는 달
6월, 새벽에 감꽃 주워 그대 목걸이를 만드는 달
7월, 밤마다 은현리 개구리 합창단이 공연하는 달
8월, 대운산 넘어 동해 바다로 마구 달려가고 싶은 달
9월, 맨발로 무제치늪 걸어보는 달
10월, 은현리 산길 들길에서 쑥부쟁이 꽃 만나는 달
11월, 늙으신 어머니 곁에서 함께 자는 달
12월, 얼음 어는 밤 잠들지 못하며 그 사람 생각하는 달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문학과지성사, 2009.
첫댓글 은현리 계실 때 고운 시들을 많이 쓰신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