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
感氣, 아무렴, 난 감잡고 있지,
이 삶에 대해, 감잡고 있지,
뭔가 삐걱거리는 것을,
잘 안 맞아 돌아가는 것을,
감기, 내 삶에 대한 내 삶 전체의
징후, 내 기질이 내 삶에 대해 가지는 관계,
안에서 어긋나는,
조심조심, 잠재우듯이,
우리는 우리의 성마른 기질을 향해서
달래며 말했다, 그래 얘,
살아 남은 게 어디니,
기침을 하며, 안에서 우리의 삶을
밀어내며 가까스로
우리는 말했다,
그게 어디니.
그러나 밤에 기침은 심해졌다. 홀로 있을 때
內省의 반짝이는 칼이
우리의 삶을 사정없이 우리의 바깥으로
내몰았다.
[다시 시작하는 나비],문학과지성사, 2000(1989)
첫댓글 독한 감기에 걸려 기침으로 고생하는 제게 너무 어울리는 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