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종도에 와서 사는지 어연 14년째가 됩니다.
고향이 대대로 서울(漢陽)이지만 관세사(關稅士)로 있는 큰아들 따라 영종도에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서울을 가고 싶어도 못 갑니다.
부동산값 즉 아파트값이 서울은 많이 오르고 시골은 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가 엄청납니다. 그러니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영종도에 오래 살다 보니 정(情)이 들었습니다.
어딘들 정들이고 살면 고향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대로 살만합니다.
예전엔 영종도가 불모(不毛)의 땅이었지만, 인천국제공항이 개설된 이후에는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해서 이젠 웬만한 중소도시 못지않습니다.
돈이 없지 여기 영종도에도 돈만 있으면 마트에 가면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물건이
즐비(櫛比)합니다. 글쎄, 운서동 소재 롯데마트 양주코너에 갔더니 병당 170만원
짜리 고급주류가 있더라니까요.
어느새 내 나이 90이 되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집값 격차 때문에 서울에 갈 수도 없겠지만, 갈 수 있다 해도
움직이기 싫습니다.
다만, 지금도 서울 남산도 오르고 싶고 청계천도 걷고 싶습니다.
힘은 좀 들겠지만, 광화문 교보문고 가보기도 하고, 청계천 다시 꼭 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노래 아닌 ‘엄마야 누나야 영종도 살자’ 노래 부르며
살아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