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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
제29권 제1호 (통권51호)
사이코드라마에서 정서 활성화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행위자 네트워크 관점을 중심으로* 1) 김주현**・고강호*** 본 연구의 목적은 2025년 2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사이코드라마 교육과정 중 수집된 단일 사례를 대상으로, 2026년 12월 연구 참여 동의를 거쳐 정서의 생성・활성화・조율 과정을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핵심 기제인 ‘번역 과정(Translation process)’을 통해 질적으로 분석하는데 있다. 영 상 녹화본, 전사 자료, 사후 면담 자료를 통합 분석한 결과, 정서 활성화는 개인 내부의 반응을 넘어 인간・비인간 행위자와 매개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관계적 장 내에서 구성되는 과정임이 확인되었다. 정서는 ANT의 번역 4단계(문제화-관심 유도-등록-동원)를 거치며 네트워크 연결 방식에 따라 활 성 및 비활성 경로로 분기되었다. 특히 디렉터와 주인공 간의 공동조율과 이질적 행위자들 사이의 매개 방식이 정서 경험의 지속과 통합을 결정하는 핵심 조건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정서 활성화 를 관계적・과정적 현상으로 재개념화하고, 디렉터의 역할을 네트워크의 ‘공동조율자’로 확장하는 이론적・실천적 근거를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주요어:사이코드라마, 정서활성화, 공동조율,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번역 과정 Ⅰ. 서론 최근 심리치료 및 상담 연구에서는 정서를 단 순한 심리적 반응이나 인지적 산물로 보기보다, 신체와 관계, 그리고 맥락 속에서 구성되고 조 절되는 핵심 과정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확산되 고 있다. 정서는 개인 내부에서 발생하여 외부 로 표현되는 단발적 결과물이 아니라, 경험의 중심에서 개인의 행동과 관계를 조직하는 역동 적・과정적 현상으로 재개념화되고 있으며(김창 대, 2019; Greenberg & Paivio, 1997/2008; Fosha, 2000/2022),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서 활성화 과정에 대한 이해는 상담 및 심리치료의 핵심 주제로 부상하였다. 특히 정서 중심 치료 (EFT)에서 강조하듯, 실질적인 정서적 변화를 위해서는 정서를 단순히 언어화(Talking about) 하는 수준을 넘어, 정서 자체를 현상학적으로 생생하게 경험(Experiencing)하는 과정이 필수 적이기 때문이다. 사이코드라마는 집단 및 디렉 터와의 안전하고 의미 있는 관계적 맥락 위에 서, 장면 속으로 들어가 '몸의 행위화'를 통해 자 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표현함으로써 정화와 역 할 확장의 치유적 경험을 제공하는 대표적 접근 이다(김주현・이지연, 2012a; 2012b; 2014a; *** 본 연구는 2026년 연차학술대회 발표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임. *** 뫔결 사이코드라마 심리상담센터 소장, 수련감독전문가, windself@hanmail.net : 1저자. *** 뫔사랑 사이코드라마 연구원 원장, 수련감독전문가, kkhh1199@hanmail.net : 교신저자. 2 /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제29권 제1호) 2014b). 국내 도입 초기, 사이코드라마는 주로 정신병원이나 수용 시설 등 정신건강 영역에서 적용되기 시작한 비교적 특수한 치료 모델로서, 정신과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김유광・신동균・이병윤, 1987; 박진억 ・김혜남・김유광, 1989). 그러나 한국사이코드 라마・소시오드라마 학회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현재, 사이코드라마는 교육, 사회복지, 군, 보호 기관 등 다양한 실무 현장으로 저변을 넓혔으며, 숙련된 전문가들을 통해 일반 대중의 자기성장 과 교정적 정서 경험을 돕는 보편적인 상담 매 체로 자리 잡았다. 양혜진과 김주현(2025)은 이 러한 확장 국면에서 발생하는 사이코드라마의 대중성과 고유성 간의 충돌 지점을 탐색하였다. 연구 결과, 사이코드라마가 내담자에게 “딱 맞 는 접근”으로 직관되는 강력한 매력을 지님과 동시에, 정서적 노출의 강도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양가적 두 려움이 공존함이 보고되었다. 이는 사이코드라 마 특유의 강력한 정서 활성화의 힘이 임상적 강점인 동시에,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된 조율을 요구하는 핵심 지점임을 시사한다(김주현・이지 연, 2019a, 2019b).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 상담심리학의 전반 적인 연구 동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최근 성격 과 적응을 주제로 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스트레스 관련 연구 중 외상(Trauma) 주제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정주리 외, 2023), 현대 상담 현장에서 정서 조절과 트 라우마 작업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음을 보여준 다. 실제로 정화정과 최승은(2021)은 사이코드 라마의 정서 조절, 자기효능감, 대인관계 개선 효과를 확인하였고, 박수병(2015)의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정서 요인이 가장 높은 효과 크기 를 나타낸 바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의 결과 는 사이코드라마가 성격 및 적응, 대인관계, 트 라우마와 같은 현대적 상담 주제에 매우 효과적 이고 강력한 강점을 지닌 치료적 대안임을 뒷받 침한다. 사이코드라마는 이러한 정서 중심적・경험적 접근을 대표하는 치료 방법으로, 언어적 해석을 넘어 신체, 행동, 관계, 공간을 통합적으로 활용 하여 내담자의 내적 세계를 장면화한다는 특징 을 지닌다. 실제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신체 반응, 디렉터의 언어와 목소리, 보조자와 집단의 상호 작용, 무대 공간과 소품의 배치 등 다양한 요소 들이 동시에 작용하며 정서 경험의 양상과 강도 를 변화시킨다. 이 과정은 내담자가 정서를 인 지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적으로 경험하고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선행연구들 역 시 사이코드라마가 정서 표현, 자기 이해, 관계 인 식, 자아 통합에 효과적임을 보고하는 동시에, 이러한 효과가 디렉터의 숙련도와 긴밀히 연관 됨을 지적해 왔다(김주현・이지연, 2012a; 김주 현・이지연, 2012b; 김주현・이지연, 2019a; 박수 병, 2015; 정화정・최승은, 2021; 허미경, 2011). 그러나 정서를 주로 개인 내부의 심리적・생 물학적 반응으로 설명해 온 일부 전통적 관점은 사이코드라마 장면에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변 화를 충분히 포착하는 데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관점은 정서를 개인의 내적 과정에 초점 을 두어 이해함으로써, 정서가 형성되고 변화하 는 구체적인 장면의 맥락과 신체, 타인, 공간 및 물질적 요소들과의 상호작용을 상대적으로 간 과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상호주관성 관점에서 는 정서를 개인 내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관계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경험으로 보며 (Stolorow et al., 2002),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사이코드라마에서 정서 활성화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행위자 네트워크 관점을 중심으로 / 3 에서는 인간과 비인간 요소들이 얽힌 네트워크 속에서 현상이 구성된다고 본다(Latour, 2005). 실제 사이코드라마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신체 반응, 디렉터의 언어와 목소리, 집단 구성원의 위치와 시선, 공간의 배치, 소품과 상징물 등이 상호작용하며 정서 경험을 형성하고 변형시키 는 하나의 역동적 장을 이룬다. 따라서 사이코 드라마에서의 정서 변화는 개인 내부의 반응으 로만 환원하기보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구 성하는 장면적・관계적 맥락 속에서 이해될 필요 가 있다. 양혜진(2024)의 연구는 정서가 상호작 용 속에서 활성화되고 안전하게 다뤄지는 과정 을 보여주었으나 분석 초점이 디렉터의 개입에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를 지니며, 소리 현상에 초점을 둔 연구들(고강호, 2022; 김주현, 2024) 역시 비언어적 요소의 중요성을 시사하지만 정 서를 구성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이러한 한계는 정서를 개인 내적 현상이 아니 라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 간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여기서 행위자(actor)란 인간뿐 아니라 특정한 효과를 발생시키며 관계 형성에 참여하는 모든 요소를 의미하며, 비인간 행위자는 공간, 신체, 소품, 상징물, 물리적 배치와 같이 장면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적・환경적 요소들을 포함한 다(Latour, 2005). 모레노(1977)는 디렉터를 제 작자, 치료자, 사회적 탐구자로 규정하며 장면 속에서 정서적 과정이 조직된다고 보았고, 키퍼 (1986)와 켈러만(1992) 역시 디렉터를 정서적・ 관계적 흐름을 조율하는 핵심 존재로 설명하였 다(최헌진, 2003에서 재인용). 이는 디렉터가 단순한 진행자가 아니라 장면을 구성하고 정서 의 흐름을 조율하는 중심 행위자임을 시사한다. 이에 본 연구는 사이코드라마 장면에서 정서가 개인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발생하는 반응이 아 니라, 인간 행위자(주인공, 디렉터, 집단 구성 원)와 비인간 행위자(공간, 신체, 소품, 상징, 배 치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변형되는 과정 에 주목하였다. 이를 탐색하기 위한 이론적 틀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을 채택하였다. ANT는 사회적 현상을 인 간 주체의 의도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가 맺는 관계의 네트워크 속에서 의미와 변화가 생성된다고 본다(Latour, 2005). 이 관점에서 신체, 공간, 사물, 언어, 소리, 상징 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장면의 전개와 경험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능력’을 지닌 요소 로 이해된다. 본 연구의 목적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핵심 개념인 번역 과정(Translation process)을 중심으로, 사이코드라마 장면에서 정서가 어떻 게 생성되고 활성화되며 조율되는지를 질적으 로 탐색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사이코드라마 에서의 정서 활성화를 관계적・과정적 현상으로 재개념화하고, 현장 실천가들이 정서 개입을 보 다 의식적이고 구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이론 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사이코드라마의 장면 구조와 정서 경험의 작동 사이코드라마는 개인의 내적 경험을 언어로 설명하게 하기보다, 실제 삶의 사건과 관계를 무대 위 장면으로 재구성하여 신체・정서・관계 가 동시에 활성화되도록 돕는 경험적 치료 접근 4 /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제29권 제1호) 이다. 이때 장면은 단순한 기억의 재현을 넘어, 주인공이 과거의 관계 속에서 미처 수행하지 못 했던 행동과 표현을 현재 시점에서 재시도하도 록 이끄는 ‘행위의 장(field)’으로 기능한다. 따 라서 사이코드라마에서의 정서 경험은 대화 과 정의 부수적 산물이 아니라, 장면 내 위치 이동, 거리 조정, 시선의 배열, 역할 전환, 신체 반응과 같은 다층적 요소들에 의해 촉발되고 형태를 갖 추는 ‘과정적 사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김주 현・이지연, 2012a; 2012b). 사이코드라마 장면은 흔히 ‘재현(re-enactment)’ 과 ‘행위화(enactment)’의 연속으로 구성된다 (Goldman, 1984; Hollander, 1969; 최헌진, 2003 재인용). 재현이 과거 사건의 맥락과 정서 적 분위기를 현재로 소환하여 관계적 긴장을 가 시화한다면, 정서가 미시적 ‘강도(intensity)’를 획득하고 실질적 전환이 일어나는 지점은 행위 화 과정이다(김주현・이지연, 2014a; 2014b; 양 혜진, 2024). 본 연구는 이러한 행위화를 정서가 인지적 의미화의 수준을 넘어 ‘신체로 경험되고 관계 속에서 조율되는 경험’으로 변환되게 하는 핵심 기제로 간주한다. 특히 김주현과 이지연 (2012a)이 제시한 정화와 행위화의 밀접성을 고 려할 때, 카타르시스는 단순한 감정 표출의 종 결점이 아니라 행위화 과정 속에서 다양한 행위 자 간 관계가 재배열될 때 수반되는 결과적 현 상으로 재개념화될 수 있다. 2. 디렉터의 역할: 정서 활성화의 ‘연출’과 ‘공동조율’ 사이코드라마에서 디렉터는 장면의 흐름을 조율하고 정서 활성화 조건을 구성하는 핵심 행 위자이다(김주현・이지연, 2014a; 2014b). 모레 노(Moreno)는 치료적 변화가 담화적 설득이 아 닌 연극적 장면 속 만남과 행위를 통해 조직된 다고 보았으며, 디렉터를 제작자이자 치료자, 사 회적 탐구자로 규정하였다(최헌진, 2003 재인 용). 이는 정서 활성화가 주인공 내부에서 자율 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디렉터가 장면 을 구성하고 관계적 긴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공동 생성(co-creation)’의 성격을 가 짐을 시사한다(양혜진, 2024; 김주현, 2025). 특히 정서가 강렬하게 활성화되는 국면에서 디렉터는 주인공이 정서에 압도되지 않으면서 도 그 경험이 충분히 지속되도록 돕는 미세 조 율 기술을 수행한다. 디렉터의 언어, 목소리의 톤과 리듬, 신체적 거리, 장면 전환의 타이밍 등 은 정서의 방향을 결정짓는 실질적 매개들이다. 이에 본 연구는 디렉터의 개입을 정서 표현 이 후의 안정화 작업에 국한하지 않고, 정서의 생 성・유지・변형 전 과정에 참여하는 ‘공동조율(co -regulation)’로 정의하여 행위자-네트워크 관 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3.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정서의 관계적・ 과정적 이해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이하 ANT)은 사회적 현상을 인간 주체의 의도 나 심리적 속성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맺는 관계의 연결망 속에서 의미와 변화가 생성된다고 본다(Latour, 2005; 유하양, 2024). 이 관점에서 행위자(actor)란 인 간에 한정되지 않으며, 특정한 차이를 만들어내 고 다른 요소들의 행위를 변화시키는 모든 요소 를 포함한다. 따라서 신체, 공간, 사물, 언어, 소 리, 상징 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관계를 형 사이코드라마에서 정서 활성화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행위자 네트워크 관점을 중심으로 / 5 성하고 경험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능력 (agency)을 지닌 존재로 이해된다. 특히 ANT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인 ‘번역 (Translation)’은 서로 다른 행위자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연결되어 하나의 안정된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는 동적인 과정을 의미한 다(Callon, 1986; Latour, 2005). 이는 단순한 언어적 해석을 넘어,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 의 목표나 역할을 자신의 방식대로 재정의하고 매개함으로써 새로운 정체성과 관계를 만들어 내는 이동과 변형의 과정을 포괄한다. 따라서 사이코드라마에서의 정서 활성화는 개인 내부 에 고정된 상태가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장면 을 구성하는 인간・비인간 행위자들이 서로를 끌 어들이고 재배치하며 새로운 의미망을 형성하 는 ‘번역 과정’의 산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정 서는 행위자들이 네트워크 속에서 성공적으로 연결되고 매개되어 나타나는 번역의 결과인 것 이다. 이와 같은 관점은 정서 활성화 과정을 특정 기법의 효과로 환원하기보다, 다양한 행위자들 이 상호작용하며 형성하는 관계적・과정적 현상 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한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디렉터의 개입이나 특정 치료 요인에 초점을 두 었던 것과 달리, ANT는 장면 내 행위자들 간의 연결과 재배치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정서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미시적으로 활성화되는지를 드 러낼 수 있는 이론적・방법론적 틀을 제공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사이코드라마 장면 내 정서 활성화 및 조율 과정을 미시적 상호작용 수준에서 탐색하 기 위해 질적 사례연구(Qualitative Case Study) 설계를 채택하였다. 특히 정서를 개인 내부의 반응으로 환원하지 않고 인간・비인간 요소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생성되는 과정적 사건으로 이 해하고자, 분석의 이론적 틀로 행위자-네트워 크 이론(ANT)을 적용하였다. 이에 따라 (1) 정 서가 가시화되는 국면, (2) 변화에 기여하는 행 위자(인간/비인간), (3) 행위자들의 연결 및 재 배치 방식에 따른 정서 경험의 변화를 분석의 핵심 초점으로 설정하였다. 2. 연구 대상 및 자료 수집 1) 분석 대상 및 참여자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은 2025년 2월부터 6월 까지 진행된 사이코드라마 교육과정 중 수집된 단일 사례이다. 해당 사례는 총 2시간 30분 분 량의 사이코드라마 실황 기록을 담고 있으며, 분석의 정교함을 위해 세션의 흐름에 따라 분절 된 총 13개의 장면을 최종 분석 단위로 설정하 였다. 연구 참여자인 주인공은 40대 여성으로, 과거 사이코드라마 경험을 통해 과정에 대한 높 은 기초적 이해를 보유하고 있어 심층적인 정서 역동 구현이 가능하였다. 디렉터인 연구자는 사 이코드라마 수련전문감독가로서 해당 과정의 공동 리더이자 디렉터로 직접 참여함으로써 현 장의 맥락을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분석에 반영하였다. 2) 자료 수집 구성 본 연구는 사이코드라마 장면 내 정서 활성화 과정을 다각도로 포착하기 위해 다중 자료 (Multiple Data)를 수집 및 구성하였다. 첫째, 6 /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제29권 제1호) 세션 영상 녹화본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상세 전 사 자료를 확보하였다. 전사 과정에서는 발화 내용뿐만 아니라 신체 자세, 시선, 침묵 등의 비 언어적 표현과 목소리 톤, 울음, 웃음 등의 준언 어적 단서를 포함하여 미시적 상호작용을 기록 하였다. 둘째, 디렉터의 현장 기록과 수퍼바이저 의 피드백 및 수퍼비전 기록을 활용하여 장면 구성의 의도와 개입에 따른 변화를 파악하였다. 셋째, 2025년 12월 주인공을 대상으로 약 60분 간 실시한 비대면 반구조화 심층 면담 자료를 통해 장면 당시의 주관적 정서 체감과 의미 부 여 과정을 탐색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 전 과 정에서 작성된 연구자 반성 메모를 통해 해석의 전제와 연구자의 위치성이 분석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였다. 3. 자료 분석 절차 자료 분석은 질적 내용 분석과 행위자-네트 워크 이론(ANT) 기반의 분석 기제를 통합하여 단계적으로 수행하였다. 먼저 예비 코딩 단계에 서는 영상과 전사록을 반복 검토하며 정서 변화 가 두드러지는 분기점을 중심으로 핵심 의미 단 위를 도출하였다. 이어지는 행위자 식별 및 범 주화 단계에서는 각 의미 단위 내에서 작동하는 요소를 인간 및 비인간 행위자로 구분하고 각각 의 구체적인 역할을 기술하였다. 셋째, 관계망 분석을 통해 행위자 간 연결의 형성, 차단, 재배 치가 정서 경험의 강도와 방향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였다. 최종적으로 분석 결과를 ANT의 번역 4단계인 문제화, 관심 유도, 등록, 동원 과 정과 대응시켜 정서 활성화 과정 모델을 도출하 였으며, 이를 기존 사이코드라마 이론과 연결하 여 종합적인 해석을 시도하였다. 4. 연구의 엄밀성 및 윤리 1) 연구의 엄밀성 질적 연구로서 해석의 신뢰도와 엄밀성을 확 보하기 위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준 수하였다. 먼저 영상, 전사록, 면담 자료, 반성 메모 등 다양한 자료원을 교차 활용하는 자료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실시하였다. 또한, 분석 과정에서 연구자 외의 사이코드라마 수련 전문감독가와 분석 내용을 공유하고 재검토하 는 동료 검토(Peer Debriefing) 과정을 거쳐 해 석의 객관성을 높였다. 아울러 연구자의 개입자 적 위치가 분석에 미칠 영향을 제어하기 위해 연구 전 기간에 걸쳐 반성 메모를 작성하고, 모 든 해석의 근거를 원자료와 명시적으로 연결하 는 과정을 지속하였다. 2) 연구 윤리 본 연구는 참여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엄격한 윤리적 절차를 준수하였다. 연구 자료로 활용된 영상은 교육 당시 사전에 참여자 전원의 동의를 득하여 기록되었으나, 연구용 표집은 연구자 편 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록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 경과한 2025년 12월에 실시하였다. 이후 2026년 1월, 주인공에게 연구 목적과 절차를 재 설명하고 사례 활용 및 사후 면담에 대한 공식 적인 동의를 확보하였다. 수집된 모든 자료에서 개인 식별 정보는 철저히 비식별화 처리하였으 며, 연구 목적 외의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보안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였다. Ⅲ. 연구 결과 본 연구는 수집된 사이코드라마 사례를 총 13 사이코드라마에서 정서 활성화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행위자 네트워크 관점을 중심으로 / 7 개의 장면으로 구분하였으며, 각 장면에서 나타 나는 정서 활성화 및 조율 과정을 행위자-네트워 크 이론(ANT)의 ‘번역 과정(Translation Process)’ 에 입각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정서는 인 간 및 비인간 행위자들의 다층적 상호작용에 따 라 문제화, 관심 유도, 등록, 동원의 단계를 거치 며 역동적으로 변형・확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면별 주요 행위자들의 연결 방식과 그에 따른 정서적 번역의 특성을 요약하면 <표 1>과 같다. 장면 번호주요장면내용ANT 번역단계 핵심행위자 (인간/비인간/매개요소) 정서 상태 및 변화 핵심 정서 진행 경로번역의 의미 장면 1 “참고, 감정 표현을 잘 못한다”,“엄마도 못 바꾸는데..” 문제화 (인)주인공, 디렉터 (비)소품, 공간(무대, 거리, 위치), 신체 자세 (매)인터뷰 발화 체념, 거리두기, 인지적 처리 비활성 정서가 감정보 다 인지, 설명 으로 대체됨 장면 2 천으로 가족 상징 배치 문제화 지속 (인)주인공, 디렉터 (비)소품(천), 공간(거리, 위치), 색채, 상징적 대상 (매)전환적 발화, 더블링 발화 관계 긴장, 감정 접촉 회피 비활성정서가 구조적 표상에 머묾 장면 3 가족 카톡방 재현(읽씹, 단절) 문제화 심화 (인)주인공, 디렉터, 보조자(부모, 올케, 아들) (비)역할구조(역할배치), 장면구조(구성된 장면) (매)더블링 발화, 타격과 리듬, 욕설과 외침 분노, 서운함 억제비활성 정서가 관계 단 절 패턴으로 고 착 장면 4 감정에 접촉하면 무너질 것 같다, 원가족 관계에서 아들 지키는 나, 문제화 말기 (인)주인공, 디렉터, 보조자(엄마, 올케, 아들) (비)장면구조, 역할구조 (매)소품, 공간, 타격, 소리, 비언어적 신호, 추 임새, 욕설과 외침, 다중양식적 역할 수행 불안, 과잉 책임비활성 정서가돌봄, 통제로 전환되 어 차단 장면 5 때리고 방치했던 엄마, 어린 나를 “나와”하며 떼어냄. 문제화 전환점 (인)주인공, 디렉터, 보조자(어린나, 엄마) (비)소품(바타카, 이불), 공간, 역할구조, 장 면구조 (매)비언어적 신호, 전환적 발화, 타격, 욕설 과 외침, 다중양식적 역할 수행, 추임새, 신체 접촉 긴장 회피의 신체화 비활성 (균열) 비활성 전략이 신체적으로 드 러남 장면 6 “정신차려야지”, “잘 지냈어” 발화와 달리 침잠하는 몸 문제화 종결 (인)주인공, 디렉터, 보조자(어린나) (비)소품(바타카, 의자), 장면구조 (매)전환적 발화, 비언어적 신호, 추임새, 호 흡, 공간(거리), 신체 자세 감정 차단 유지 비활성 (한계) 통제 전략이 작 동 한계에 도달 장면 7 (핵심) “깜깜하고 무서워”, “아무도 없어” — 혼자 있던 방 관심 유도 (인)주인공, 디렉터, 보조자, 관객 (비)소품(의자, 조명, 바타카), 공간(위치, 거 리), 역할구조, 장면구조 (매)신체 자세, 비언어적 신호, 더블링 발화, 추 임새, 호흡, 욕설과 외침, 타격과 리듬, 소리 공포, 불안, 전경화 전환 (활성 개시) 정서가 장면의 중심으로 진입 장면 8 주인공이 어린 나 곁으로 이동, 접촉 관심 유도 (인)주인공, 디렉터, 보조자(어린나, 엄마) (비)소품, 공간, 장면구조, 역할구조 (매)신체 접촉, 신체자세, 소리와 울음, 추임 새, 호흡, 리듬, 비언어적 신호 침묵 속 정서 밀도 상승 활성 진행 정서가 관계적 장으로 이동 장면 9 “불쌍해…”, “엄마를 찾은 기억도 없네요” 등록 (인)주인공, 디렉터, 보조자(어린나) (비)소품, 공간, 신체 자세, 상징적 대상 (매)비언어적 신호, 전환적 발화, 더블링 발 화, 소리와 올음, 호흡, 추임새, 다중양식 적 역할수행 연민, 슬픔 출연활성정서가 의미를 획득 <표 1> 사이코드라마 장면별 정서 활성화의 번역 과정 분석 요약 8 /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제29권 제1호) 장면 번호 주요장면내용 ANT 번역단계 핵심행위자 (인간/비인간/매개요소) 정서 상태 및 변화 핵심 정서 진행 경로 번역의 의미 장면 10 (애착) 할머니에게 안겨 울고 위로받음 등록 심화 (인)주인공, 디렉터, 보조자(할머니) (비)소품(조명), 공간, 신체자세, 상징적 대상 (매)전환적 발화, 더블링 발화, 신체접촉, 신 체자세, 소리와 울음, 호흡, 추임새, 비언 어적 신호 울음 지속, 안정 활성 (안정화) 애착, 지지로 활 성 유지 가능 장면 11 천・바타카・북으로 분노 행위화 동원 (인)주인공, 디렉터, 보조자(엄마) (비)소품(의자, 바타카, 천), 공간, 역할구조 (매)타격과 리듬, 욕설과 외침, 더블링 발화, 다중양식적 역할수행, 비언어적 신호 분노, 억울함, 외현화 활성 (확장) 붕괴 없이 행위 화 가능 장면 12 “아동학대”, “엄마 자격 없어” 동원 확장 (인)주인공, 디렉터, 보조자(엄마) (비)장면구조, 역할구조, 공간, 소품 (매)전환적 발화, 더블링 발화, 타격과 리듬, 소리, 호흡, 욕설과 외침, 추임새 의미화, 거리 확보 활성 (통합 방향) 개인경험→사 회적 언어 장면 13 “북 치니까 좋다” 통합 (인)주인공, 디렉터 (비)소품(북), 공간 (매)더블링 발화, 리듬, 소리, 호흡, 외침, 추 임새 정서 정돈 활성 (통합) 번역 과정 완주 1. 정서 활성화의 전개 양상: 비활성에서 활성으로의 전환 1) 비활성 경로: 인지화・통제・관계적 차단의 지속(장면 1–6) <표 1>에 제시된 바와 같이, 장면 1부터 장면 6까지 핵심 정서는 비활성 경로를 따라 전개되 었다. 사전 인터뷰(장면 1)에서 주인공은 “엄마도 못 바꾸는데…”, “감정 표현을 잘 못한다”와 같 은 발화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감정 언어가 아 닌 인지적 설명과 체념의 언어로 처리하였다. 이 시기 정서는 핵심 감정에 대한 평가적 감정 이며 핵심 정서에 대한 정서적 접촉은 최소화된 상태였다. 이후 천으로 가족을 상징적으로 배치하는 장 면(장면 2)과 가족 카톡방을 재현하는 장면(장 면 3)에서 핵심 정서는 직접적으로 활성화되기 보다, 구조적 표상과 관계 단절 패턴 속에 머물 렀다. 분노와 서운함은 언급되었으나 억제된 상 태로 유지되었으며, 이는 정서가 관계적 갈등으 로 고착되는 비활성 경로의 특징을 보여준다. ‘아들 지키는 나’ 장면(장면 4)에서는 불안과 과잉 책임이 두드러졌으나, 이는 주인공 내면의 핵심 정서를 아들에 대한 돌봄과 통제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감정 접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어 어린 나를 “나와”라고 말하며 떼 어내는 장면(장면 5)과 “정신차려야지”, “잘 지 냈어”를 반복하는 장면(장면 6)에서는, 핵심 정 시에 접촉과 비접촉을 반복하며 정서가 더 이상 언어로 설명되기보다 신체적 분리 행위와 통제 발화로 자동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국면은 비활성 전략이 신체적으로 전경화되었으나, 동 시에 그 작동 한계에 도달한 지점으로 해석된다. 2) 전환 국면: ‘혼자 무섭게 있던 방’ 장면의 출현(장면 7) 비활성 경로에서 활성 경로로의 전환은 아들 사이코드라마에서 정서 활성화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행위자 네트워크 관점을 중심으로 / 9 을 보호하는 행위화를 통해 어릴 적 보호받지 못했던 ‘어린 나’가 ‘혼자 무섭게 있던 방’의 기 억으로 연결된 장면(장면 7)에서 뚜렷하게 나타 났다. 조명이 조절되고 공간이 재배치되자, 주인 공과 어린 나 보조자아는 “깜깜하고 무서워”, “아무도 없어”와 같은 발화와 목소리, 쪼그려 앉 은 몸을 통해 활성화되었고 두려움과 외로움을 드러냈다. 이 장면에서 정서는 더 이상 인지적 설명이나 통제 전략에 머물지 않고, 장면의 중 심 내용으로 전경화되었다. 즉, 정서가 본격적으 로 번역 과정에 진입하는 관심 유도 단계가 시 작된 것이다. 3) 활성 경로의 진행과 안정화: 접촉과 애착의 형성(장면 8–10) 전환 이후 주인공이 어린 나 곁으로 이동하여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장면(장면 8)에서, 정 서는 명시적 발화 없이도 침묵 속에서 밀도를 높이며 개인 내부를 넘어 관계적 장으로 이동하 였다. 이어 “불쌍해…”, “엄마를 찾은 기억도 없 네요”와 같은 발화가 등장한 장면(장면 9)에서 는 연민과 슬픔이 분화된 감정으로 출현하며, 정서가 의미를 획득하는 등록 단계로 진입하였 다. 그러나 어린 나를 명확하게 끌어안지 못하 는 주인공의 반응에서는, 현재까지 자신을 온전 히 품지 못해 온 자동화된 정서 도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디렉터는 낮고 울먹이는 목소리 로 주인공의 이름을 호명하는 더블링을 통해 정 서 활성화를 촉진하는 공명적 조율을 시도하였 다. 주인공은 그 목소리를 따라 눈물을 흘렸다 가 닦아내고, 자신을 내려다본 뒤 다시 눈물을 닦는 행위를 반복하며, 어린 나를 온전히 품지 못하는 자신의 상태를 행동으로 드러냈다. 이러 한 반복 속에서 디렉터는 버려지고 돌봄받지 못 했으며 손을 내밀지 못한 ‘외로움’이라는 정서 를 명시적으로 공명하였다. 정서 활성화의 핵심 전환점은 이 외로움에서 “할머니 보고 싶다”라 고 툭 내뱉듯 표현된 주인공의 발화였다. 이는 정서가 애착 대상에 대한 욕구로 전환되는 순간 이었으며, 이후 할머니 보조자아에게 안겨 울고 위로받는 애착 장면(장면 10)이 연출되었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은 “할머니, 너무 무서웠어”라 고 말하며 자신의 취약성을 타자에게 직접 전달 하였고, 할머니 보조자아는 포옹과 수용적인 언 어로 정서를 지지하였다. 그 결과 울음은 지속 되었으나 붕괴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정서는 활 성화된 상태를 유지한 채 안정화되었다. 이는 사이코드라마 장면에서 정서 활성화가 단순한 고조나 방출이 아니라, 관계적 접촉과 애착적 지지를 통해 견딜 수 있는 형태로 조율될 때 지 속 가능함을 보여준다. 4) 활성의 확장과 통합: 행위화와 사회적 명명(장면 11–13) 애착 장면을 통해 안정화된 정서는 이후 천・ 바타카・북을 활용한 분노 행위화 장면(장면 11) 에서 확장되었다. 이때의 분노는 학대에 대한 정당한 일차적 분노였으며 분노와 억울함은 소 품과 리듬을 통해 외현화되었으나, 붕괴나 재외 상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어 “아동학대”, “엄 마 자격 없어”라는 발화가 등장한 장면(장면 12)에서는 개인 경험이 사회적 언어로 명명되며 정서의 의미가 재배치되었다. 마지막으로 “북 치니까 좋다”라는 발화가 나 타난 장면(장면 13)은 정서가 과도한 각성에서 벗어나 정돈된 통합 국면으로 이동했음을 보여 준다. 이는 정서 번역 과정이 문제화–관심 유도 10 /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제29권 제1호) <그림 1> 행위자 네트워크 구조 등록–동원의 단계를 거쳐 완주되었음을 시사한다. 2. 행위자 네트워크 구성과 기능: 정서 활성화의 조건과 작동 분석 결과, 사이코드라마에서 정서 활성화는 단일한 개인 내부 변화가 아니라 인간 행위자 비인간 행위자–매개적 요소가 결합한 행위자 네 트워크의 산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1) 인간 행위자: 정서 경험의 주체이자 공명자 인간 행위자는 주인공, 디렉터, 보조자아, 관 객(집단원)으로 구성되었다. 주인공은 정서 경 험의 직접 주체로서 신체 반응과 정서 표현을 수행하였고, 디렉터는 장면 구성과 개입을 통해 정서가 드러나고 유지・변형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였다. 보조자와 집단원은 반응자이자 공 명자로서 주인공의 정서 경험을 반영・확장했으 며, 장면 흐름에 따라 그 역할은 유동적으로 교 차하였다. 특히 본 연구에서 디렉터의 역할은 정서를 해 석하거나 조절하는 단일 주체라기보다, 주인공 과 다른 행위자들이 정서 경험을 감당하고 지속 할 수 있도록 함께 조율하는 ‘공동 조율자(co- regulator)’로 나타났다. 디렉터는 정서가 과도 하게 억제되거나 붕괴로 치닫지 않도록 장면의 리듬과 관계적 거리를 조정하면서, 정서가 표현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동반하였다. 이러한 공동 조율은 디렉터 혼자의 기술이 아니라, 주 인공・보조자・집단 구성원의 반응과 맞물리며 형성되는 상호작용적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클라이막스의 애착/지지 장면에서 ‘할머 니 역할 보조자아’는 정서 활성화 네트워크의 핵심 행위자로 기능하였다. 할머니 보조자아는 주인공의 내적 표상으로서 “아이고 우리 강아 사이코드라마에서 정서 활성화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행위자 네트워크 관점을 중심으로 / 11 지… 할머니가 안아줄게”와 같이 보호・수용의 언어를 사용하며, 주인공이 도움을 요청하고 취 약성을 드러낼 수 있는 관계적 위치를 제공하였 다. 주인공 역시 “할머니 너무 무서웠어”, “할머 니는~~”, “나 치료할 때 울었잖아” 등으로 자신 의 정서 경험을 타자에게 직접 전달하며, 이전 의 ‘혼자 버티기/분리하기’ 전략과 다른 관계적 선택을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디렉터는 주인공과 할머니 보조 자아 사이의 연결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신체적 재배치(안기기)와 장면 유지를 수행하였고, 이 는 정서를 ‘표현하도록 요구하는 개입’이 아니 라 정서를 함께 견디고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공동 조율의 개입으로 기능하였다. 그 결과 주 인공의 울음은 크게 상승하였고(“눈물이 터짐”), 정서는 일시적 방출이 아닌 장면 안에서 지속・ 확장될 수 있었다. 이 국면은 주인공–할머니–디렉터가 각각 독 립적인 기능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안아주기(보 조자)–말하기(주인공)–허용하고 조율하기(디렉 터)’라는 상호보완적 역할 분담을 통해 정서 네 트워크를 재편한 사례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정 서 활성화는 특정 인간 행위자의 개입 결과가 아니라, 공동 조율 관계 속에서 형성된 관계적 성취로 나타났다. 2) 비인간 행위자: 정서를 촉발・억제・전 환하는 조건적 요소 비인간 행위자는 물질/구조 요소와 장면/구 조 요소로 구분되었다. 먼저 물질/구조 요소에 는 공간(무대, 거리, 위치), 소품(천, 바타카, 빈 의자, 이불, 조명 등), 신체 자세(쪼그려 앉기, 벽 에 기대기 등), 색채(상징적 의미를 형성하는 색), 상징적 대상(천으로 표상된 가족 등)이 포 함되며, 이는 관계 조건과 의미 구조를 형성하 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다음으로 장면/구조 요 소에는 장면 구조(구성된 장면), 역할 구조(역할 배치), 상징적 배치 구조가 포함되며, 이는 행위 와 정서를 유도하는 틀로 기능하였다. 이러한 비인간 행위자들은 역할과 장면 구성, 배치와 거리, 소품과 조명, 공간의 사용 방식 등 으로 구체화되었다. 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 라, 정서가 어떤 강도와 방향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지를 규정하는 조건적 요소로 작용하였다. 예컨대 인물 간 거리가 좁혀지거나 신체적 접촉 이 가능해지는 배치가 형성될 때 정서는 증폭되 었으며, 특정 소품이나 상징물은 기억을 환기시 키며 정서 전환의 계기를 제공하였다. 특히 애 착 장면에서는 비인간 행위자의 작동이 보다 두 드러지게 나타났다. ‘안기기’가 가능하도록 형 성된 거리와 자세,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 위 치 관계, 주인공의 몸을 타자에게 기대도록 만 드는 장면 구조 변화는 정서가 안전하게 활성화 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을 구성하였다. 이러한 요소들은 정서를 직접 생성하거나 조율하기보 다는, 정서가 촉발・억제・전환될 수 있는 가능 조건을 형성하는 기반으로 기능하였다. 3) 매개적 요소: 연결을 실제로 작동시키 는 조율 기제 행위자들을 연결하고 변화시키는 작동 요소 로서 매개적 요소가 확인되었으며, 이는 언어적 매개, 신체적 매개, 행위적/리듬적 매개, 수행적 매개로 구분되었다. 첫째, 언어적 매개에는 전환 적 발화, 더블링 발화, 장면 구성을 유도하는 인 터뷰 발화가 포함되었다. 둘째, 신체적 매개에는 공동조율을 촉발하는 신체 접촉, 정서를 촉발하 는 신체 자세, 비언어적 신호가 포함되었다. 셋 12 /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제29권 제1호) 째, 행위적/리듬적 매개에는 타격(바타카, 북), 소리와 울음, 호흡, 욕설과 외침, 추임새가 포함 되었다. 넷째, 수행적 매개는 말, 몸, 행위가 결 합된 다중양식적 역할 수행을 의미한다. 이러한 매개적 요소들은 울음, 목소리의 변화, 욕설과 외침, 효과음, 침묵, 추임새, 신체 움직임(행위 화), 북의 리듬 등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행위자 들 간 연결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기제로 기능하 였다. 즉, 이들은 정서를 단순히 표현하는 수단 이 아니라, 정서의 흐름과 방향, 지속과 조율 방 식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였다. 특히 애착 및 지지 장면에서는 매개적 요소들 이 상호 결합적으로 작동하였다. 예를 들어, “할 머니 보고 싶다”와 같은 주인공의 전환적 발화 는 장면의 초점을 전환하며 핵심 정서를 드러내 는 계기를 형성하였고, 보조자(할머니)의 “우리 강아지”와 같은 수용적 발화와 디렉터의 더블링 발화(예: “무서웠구나”)는 정서를 명료화하고 표현을 촉진하며 정서 흐름을 지속시키는 역할 을 하였다. 이러한 반복적이고 상호작용적인 발 화는 정서 표현이 유지될 수 있는 정서적 리듬 을 형성하였다. 또한 촉각적 지지와 같은 신체 적 매개는 주인공이 정서를 억제하거나 차단하 지 않고 감정 경험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조 율 기제로 기능하였다. 즉, 신체 접촉과 자세, 거 리의 조정은 정서가 활성화된 상태를 안정적으 로 유지하는 조건을 제공하였다. 이 과정에서 소리는 정서 조율의 중요한 매개로 작동하였다. 북소리, 추임새, 외침과 같은 소리 요소와 이에 공명하는 더블링 발화, 보조자아의 상호작용적 언어는 행위자 간 반응을 촉발하며 정서의 강도 와 지속을 조절하였다. 이러한 소리의 공명은 단순한 언어적 해석을 넘어 신체 접촉과 지지받 는 감각과 결합되면서, 정서를 활성화된 상태에 서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이처 럼 말, 더블링, 촉각적 지지, 소리의 공명은 행위 자 간 연결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구체적 매개로 서, 정서 활성화가 지속되고 붕괴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핵심 기제로 기능하였다. 3. 정서 활성화의 번역 과정: 문제화-관심 유도-등록-동원의 구조와 사례 종합 분석 결과, 사이코드라마 장면에서의 정 서 활성화 과정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번 역 단계인 문제화(problematisation), 관심 유도 (interessement), 등록(enrolment), 동원(mobil- isation)의 흐름과 상응하는 구조를 보였다. 특 히 본 연구에서는 동일한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작동하느냐에 따라 정서 활성화가 서 로 다른 경로로 전개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림 2> 참조). <그림 2>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정동감각에 서 출발하여 장면화, 내적 세계 및 표상 관계의 행위 경험, 정서 경험, 조율 시도로 이어지는 과 정은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이 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로 분 기된다. 첫째, 활성 경로에서는 각 요소들이 공명적이 고 상호작용적으로 연결되며, 정서 경험이 확장 되고 조율 과정을 거쳐 통합, 창조, 조절로 이어 진다. 이때 행위자 간 상호작용은 양방향적이고 유연하게 이루어지며, 정서 경험은 유지・심화되 면서 새로운 의미 형성과 변화로 확장된다. 둘째, 비활성 경로에서는 동일한 요소들이 존 재함에도 불구하고, 행위자 간 상호작용이 비접 촉, 단절, 일방향적 작용으로 나타나면서 정서 경험이 충분히 확장되지 못한다. 이 경우 정서 사이코드라마에서 정서 활성화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행위자 네트워크 관점을 중심으로 / 13 <그림 2> 정서 활성화 경로 는 고착되거나 반복되며, 재외상화 또는 탈의식 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타난다. 이는 정서가 생성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연결 방식이 제한되면서 정서 경험이 경직된 형태로 유지되는 상태로 이해될 수 있다. 본 사례에서는 총 13개의 장면이 분석되었으 며, 각 장면은 외로움과 분노라는 핵심 정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각 장면은 정서가 점진적 으로 상승하여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고 이후 안 정화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으며, 이러한 과정 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핵심 정서에 이르기 위 한 단계적 구성으로 나타났다. 특히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는 행위의 멈춤, 비접촉, 단절과 같은 현상이 반복 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주인공이 경험하고 있 는 반복 패턴, 부적응적 행동, 기존의 정서 도식 이 드러나는 지점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순간은 단순한 저항이나 실패가 아니라, 정서 활성화 과정에서 네트워크 연결이 일시적으로 약화된 상태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후 전환을 위한 중 요한 경계 지점으로 기능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비활성’의 관점에서 기술하였으 나, 이는 정서가 부재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차 정서, 도구적 정서, 반복 패턴 등이 체현되는 전이적 단계로 이해된다. 즉, 비활성 상태 역시 정서 활성화 과정의 일부로서, 핵심 정서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작용한다. 각 장면에서는 인간 행위자, 비인간 행위자, 14 /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제29권 제1호) 그리고 매개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정서 활성화 과정을 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호작용이 끊 기는 순간은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며, 행위자 간 관계에서 비접촉, 단절, 일방향적 작용이 발생하 는 지점이 곧 멈춤과 저항의 순간으로 기능하였 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렉터는 장면을 재워밍업 (warming-up)하여 네트워크를 회복시키고, 행 위자 간 상호작용과 관계의 연결망을 재구성하 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즉, 디렉터의 개입은 ‘지 금-여기’의 네트워크를 재조직하여 상호작용을 활성화시키고, 장면이 클라이맥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조율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1) 문제화: ‘떼어내기’로 나타나는 통제 전략과 정동감각의 전경화 클라이막스 초반, 주인공은 엄마에게 붙어 “데려가 달라”는 어린 나(보조자)를 물리적으로 떼어내며 “나와, 나와, 나와”를 반복하였다. 디 렉터는 더블링을 통해 “붙어있는 꼴을 못 보겠 다. 특히 엄마한테”라고 명명하며, 주인공이 사 용해 온 조절 전략이 ‘분리/차단’임을 드러냈다. 이 단계에서 정서는 아직 분화된 감정으로 말해 지기보다, 반복적 분리 행동과 신체 표지(예: “아고 머리아파라”), 주저앉음 등으로 전경화되 었다. 즉 정서는 정동감각+자동화된 통제의 형 태로 먼저 문제화되었다. 2) 관심 유도: 더블링・호명・접촉으로 정서가 장면 속 행위자로 진입 디렉터는 “다른 방법 해봐요”라고 개입하며, 어린 나가 직접 발화하도록 장면을 재구성했다. 그 결과 어린 나는 “나 혼자 두지마… 너무 무서 워”를 반복적으로 외쳤고, 이 반복 발화는 장면 내에서 정서의 중심 내용을 고정시키는 강력한 매개가 되었다. 주인공은 어린 나에게 다가가 엎드린 어린 나의 등에 손을 얹으며 신체 접촉 을 형성했고, 디렉터는 “○○아~”의 반복 호명, 낮고 길게 이어지는 소리, 추임새를 통해 정서 적 공명을 확장했다. 이 국면에서 정서는 개인 내부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장면 속에서 다루어지는 대상으로 들어왔다(관심 유도). 3) 등록: ‘불쌍해’의 출현과 정서의 관계 의미 결속 관심 유도 이후 주인공의 울음이 시작되었고, “엄마를 찾은 기억도 없네요”와 같은 기억의 공 백이 언어화되었다. 이어 주인공은 어린 나를 내려다보며 “불쌍해… 불쌍해”라고 반복했다. 이는 이전까지 차단되던 정서 대상(어린 나)이 연민과 보호의 대상으로 재등록되었음을 의미 한다. 디렉터의 더블링과 신체적 지지(등을 쓸 어주기)는 주인공이 감정을 ‘말할 수 있는 형태’ 로 잡아주는 매개로 작동했고, 주인공은 “무섭 고, 외롭고, 외면당하고”와 같이 정서를 삼중으 로 명명하며 의미화를 진전시켰다. 정서의 등록은 ‘불쌍해’라는 명명에서 멈추지 않고, 지지적 타자와의 애착 장면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의미 결속으로 확장되었다. 디렉터가 할머니 보조자아를 호출한 뒤, 할머니는 “할머 니가 안아줄게”라고 말하며 주인공에게 신체 적・정서적 지지를 제공했다. 디렉터가 주인공을 할머니에게 안기게 하자 주인공의 울음은 크게 상승했고, 주인공은 “할머니 너무 무서웠어”라 고 말하며 자신의 핵심 정서를 타자에게 직접 전달하였다. 이는 정서가 단지 ‘연민의 대상(어 린 나)’으로 재등록되는 수준을 넘어, ‘위로받을 수 있는 나/도움 요청이 가능한 나’로 관계적 위 치가 재등록되는 국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이코드라마에서 정서 활성화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행위자 네트워크 관점을 중심으로 / 15 4) 동원: 지지 행위자・물질적 매개・집단 리듬을 통한 조율과 ‘사회적 선언’으로 의 이행 등록된 정서는 할머니 보조자의 투입과 불끄 기, 안기기와 같은 장면 조작을 통해 안정적으 로 유지되면서 확장되었다. 이후 빈의자, 바타 카, 천, 이불, 북(리듬) 등 물질적 매개가 동원되 며 분노・억울함의 행위화가 촉진되었다. 주인공 은 “지금은 아동학대야…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다 걸려”라고 말하며 개인 경험을 사회적 범주로 명명했고, “응축해서 하나로”라며 욕설 을 집단 리듬(북)과 결합해 마침표를 찍었다. 이 과정은 정서가 방출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재배 치(학대의 언어), 관계 권력의 재조정, 집단적 공명을 통해 동원되는 국면으로 나타났다. 특히 할머니에게 안겨 울고 지지받은 경험은 이후 공 격적 행위화(소품, 욕설, 북 리듬)가 단순 방출 로 흩어지지 않도록 정서적 기반을 제공하였다. 즉 애착/지지 장면에서 형성된 공동조율이 있었 기에, 주인공은 강한 분노 표현을 수행하면서도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언어로 경험을 재배치 하고 “응축해서 하나로” 통합하는 동원 단계로 이동할 수 있었다. 5) 활성화와 비활성화의 분기 조건 이 클라이막스 장면은 활성화–비활성화의 분 기 또한 보여준다. 초반 ‘떼어내기’ 반복은 핵심 정서가 장면화되기 전에 차단・자동화되는 비활 성화 경로의 특징을 드러내지만, 디렉터의 개입 이후 접촉・호명・더블링・지지 행위자・물질적 매 개・집단 리듬이 결합하면서 핵심 정서는 활성화 경로로 전환되었다. 즉 정서 활성화는 감정의 강도 자체보다, 행위자 네트워크가 번역 과정 전반에서 어떻게 재배치되고 매개가 작동하는 가에 의해 좌우되었다. 특히 비활성화 경로(분 리/차단)가 지속되던 장면이 활성화로 전환된 핵심 조건 중 하나는, 할머니 보조자아의 투입 과 안기기・쓰다듬기 등 지지적 접촉이 결합하며 정서가 ‘견딜 수 있는 형태’로 재조직되었다는 점이다. <표 1>에 제시된 바와 같이, 본 사례에서 정 서 활성화는 초기 장면들에서 비활성 경로(인지 화, 통제, 관계적 차단)로 유지되다가, ‘혼자 무 섭게 있던 방’ 장면을 기점으로 활성 경로로 전 환되었다. 이후 애착・지지 장면은 활성 상태를 안정화시키는 핵심 조건으로 작동하였으며, 이 를 토대로 분노의 행위화와 사회적 명명이 통합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사이코드라마 장면에서의 정서 활 성화를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번역 과 정(Translation Process)에 입각하여 분석함으 로써, 정서를 개인 내부의 폐쇄적인 심리 반응 이 아닌 신체・관계・물질적 조건과 뇌의 반응이 공명하는 역동적 네트워크 과정으로 조명하였 다. 연구 결과는 정서 활성화의 성패가 감정의 단순한 표출 여부가 아니라, 어떤 행위자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재배치되는가에 의해 결정됨 을 경험적으로 입증하였다. 이는 최근 심리치료 및 신경과학 분야에서 강조하는 통합적 정서 이 해와 궤를 같이한다. 1. 체화된 정서 활성화: 신체-뇌-장면의 상호주관적 공명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정서는 신체 감각(Inter- 16 /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제29권 제1호) oception), 자율신경계 반응, 뇌의 정서 회로가 동시에 작동하는 통합 과정이다(Craig, 2009; Damasio, 1999). 본 연구에서 관찰된 초기 ‘떼 어내기’ 행위의 반복은 정서가 언어적 명명 이전 에 신체 기반의 정동감각(Affective Sensation) 수준에서 먼저 ‘문제화(Problematisation)’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조자아의 반복 발화, 주인공 의 신체 접촉, 디렉터의 공명적 목소리는 자율 신경계의 조절과 정서 회로의 동조를 촉진하는 핵심 행위자로 작동하였다. 이는 정서 활성화가 인지적 통찰보다 신체적 리듬과 감각 조율을 통 해 선행 발생한다는 Schore(2012)의 우뇌 기반 정서 조절 이론을 실천적 현장에서 재확인한 결 과라 할 수 있다. 2. 공동 조율: 신경생리적 안정화를 돕는 관계적 네트워크 최근 애착 신경과학은 정서 조절을 개인의 내 적 역량을 넘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 어지는 ‘공동 조율(Co-regulation)’ 과정으로 규정한다. 다미주신경 이론(Polyvagal Theory) 에 따르면 안전 신호는 언어 이전에 목소리의 억양, 표정, 리듬을 통해 전달된다(Porges, 2011). 본 연구의 클라이막스에서 나타난 할머 니 보조자아의 포옹과 디렉터의 정서적 공명은 주인공의 각성을 억제하기보다 ‘견딜 수 있는 형태’로 유지하며 자율신경계의 안정화를 유도 하였다. 3. 번역 과정으로서의 정서 활성화와 비인간 행위자의 역할 본 연구는 정서 활성화가 인간 간 상호작용뿐 아니라 공간, 소품, 소리 등 비인간 행위자가 형 성하는 네트워크에 의해 구조화됨을 밝혔다. 북 의 리듬, 조명의 명암, 바타카를 통한 행위화는 정서 경험의 강도와 방향을 매개하는 행위 능력 을 발휘하였다. 이는 감정이 뇌-신체-환경의 얽 힘 속에서 발생한다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관점과 연결된다(Barsalou, 2008; Lakoff & Johnson, 1999). 결론적으로, 정서 활 성화의 치료적 가치는 번역의 단계(문제화–관심 유도–등록–동원)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완주하 여, 파편화된 감각을 사회적・관계적 언어로 통 합했는가에 달려 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사이코드라마 장면에서 나타나는 정 서 활성화 과정을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 의 번역(translation) 개념을 적용하여 분석함으 로써, 정서를 개인 내부의 심리 반응이 아닌 신 체・관계・물질적 조건과 뇌의 반응이 공명하며 구성되는 관계적・과정적 현상으로 규명하였다. 정서 활성화는 감정 인식이나 표현의 결과로 발 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및 비인간 행위자들이 상호작용하는 장(field) 안에서 단계적으로 번역 되며 생성・전환・조율되는 과정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 연구는 정서 활성화가 감정의 강도나 방출 여부에 의해 설명되기보다, 어떤 행위자들 이 어떻게 연결되고 재배치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동 조율(co-regulation)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경험적으 로 보여주었다.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확인된 애 착・지지 경험은 이후의 강렬한 정서 행위화가 붕괴나 재외상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핵심 전환점으로 기능하였으며, 이는 정서 활성화의 사이코드라마에서 정서 활성화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행위자 네트워크 관점을 중심으로 / 17 치료적 효과가 관계적 안전 기반 위에서 형성됨 을 시사한다. 1. 연구의 이론적・실천적 함의 이러한 결과는 정서를 개인의 내적 자원이나 조절 능력으로 환원해 온 기존 상담・치료 이론 에 중요한 이론적 확장을 제공한다. 본 연구는 정서를 몸–정서–뇌가 관계적 장 안에서 공명하 는 과정으로 개념화함으로써, 정서 경험을 신경 생리적・관계적・환경적 요소가 교차하는 현상으 로 이해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는 정서 연구 와 체험적 심리치료 이론을 연결하는 통합적 관 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론적 의의를 갖는다. 실천적 측면에서 본 연구는 사이코드라마에 서 디렉터의 역할을 정서 유발자나 해석자로 한 정하기보다, 정서 공명이 유지될 수 있는 관계 적・물질적 조건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공동 조율 자로 재개념화할 근거를 제공한다. 이는 디렉터 의 개입이 기법의 선택이나 해석의 정확성보다, 장면의 리듬・거리・접촉・매개물의 사용 등 정서 네트워크의 조건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2. 연구의 제한점 본 연구는 단일 사례를 중심으로 한 질적 분 석이라는 점에서, 연구 결과를 모든 사이코드라 마 장면이나 집단에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연구자가 디렉터이자 연구자로서 장 면에 직접 참여하였기 때문에, 해석의 위치성으 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본 연구에 서는 사후 표집, 반성 메모, 다중 자료 분석을 통 해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하였으나, 여전 히 해석에는 연구자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아울러 본 연구는 정서 활성화가 비교적 성공적 으로 전환된 장면을 중심으로 분석하였기 때문 에, 정서가 활성화되지 못하거나 비활성화 경로 로 고착되는 사례에 대한 비교 분석은 제한적으 로 이루어졌다. 3. 후속 연구 제언 후속 연구에서는 여러 사례를 비교 분석함으 로써 정서 번역 과정의 공통 요소와 변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구조화・ 비구조화 사이코드라마, 치료 장면과 교육 장면 등 맥락에 따른 정서 번역 양상의 차이를 분석 하는 연구도 의미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디렉 터의 공동 조율 개입을 세분화하여, 어떤 조율 전략이 정서 활성화의 전환점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미시적 분석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정서 번역 과정이 장기적인 변화 (정서 조절 방식, 관계 패턴, 자기 인식)에 어떠 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종단적 연구는 사이 코드라마의 치료적 효과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 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참 고 문 헌 고강호(2020). 사이코드라마에서 소리의 의미 와 치료적 활용.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 25(1), 19-31. 김유광・신동균・이병윤(1987). 정신과 입원환자 에 대한 정신치료극의 치료적 효과. 고려대 의대 잡지, 24(1), 397-410. 김주현(2024). 사이코드라마에서 주인공의 경 험한 소리 연구.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 18 /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제29권 제1호) 27(2), 1-19. 김주현・이지연(2012a). 주인공이 지각하는 사 이코드라마 치료 요인에 대한 개념도 연구.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 15(1), 17-45. 김주현・이지연(2012b). 디렉터가 지각하는 사 이코드라마 치료 요인에 대한 개념도 연구.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 15(2), 31-50. 김주현・이지연(2014a). 주인공의 사이코드라마 경험 과정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 예술심리 치료연구, 10(2), 287-309. 김주현・이지연(2014b). 디렉터가 경험한 주인 공의 사이코드라마 과정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 17(2), 31 -50. 김주현・이지연(2019a). 사이코드라마 전문가 발달 유형에 관한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1(3), 871–897. 김주현・이지연(2019b). 사이코드라마 수퍼바이 지의 수퍼비전 요구분석. 한국사이코드라 마학회지, 22(2), 15-46. 김창대(2019). 신경학적 관점의 정서조절 연구 동향-상담 및 심리치료에 제공하는 시사 점. 상담학연구, 20(3), 1–51. 박수병(2014). 사이코드라마 프로그램 효과성 연구에 관한 동향 분석. 한국사이코드라마 학회지, 17(1), 65-78. 박진억・김혜남・김유광(1989). 입원한 청소년 정신분열병 환자에 적용된 정신치료극의 효과. 신경정신의학, 28(1), 106-113. 양혜진・김주현(2025). 사이코드라마 교육 경험 을 통한 실천적 의미와 확장 가능성 탐색.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 28(1), 17–35. 유금복・이종혁・이선경(2022). 행위자-네트워 크 이론으로 본 과학적 실행의 현상 생성 사례. 교과교육학연구, 26(2), 179-190. 유하양(2024).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음 악 창작 수업 실행에 관한 질적 사례 연구: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에 기반하여. 음악교 육연구, 53(2), 69-96. 정주리・김민정・이지연・정지선・양승민・양은주 (2023). 상담심리학 연구 동향과 도전과제: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게재 논문(2025-2022) 분석.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5(4), 1687-1716. 정화정・최승은(2021). 사이코드라마 연구에 관 한 동향 분석-2011년~2020년 학술논문을 중심으로. 인문과학연구, 68, 499-525. 최지원(2025). 중년 부부의 관계 변형을 위한 정서 조율 과정: 뇌신경과학 치료단계에 따 른 사례 분석. 가족과 문화, 37(3), 34-66. 최헌진(2003). 사이코드라마 이론과 실제. 학 지사. 허미경(2011). 사이코드라마 치료요인 척도 개 발 및 타당화.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지, 14(2), 163-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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