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지금은 재가불자의 참선수련 도량으로 바뀌었지만 당시 해인사 원당암은 고시생들이 많기로 유명
하였습니다. 원당암에서 공부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이 10여 년 동안 50명도 넘었기 때문입니다.
자연 방을 얻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자, "돈을 2배, 3배 주겠으니 있게 해달라."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원당암 스님들이 누구입니까? 오히려 네 가지 규칙을 정하여 그 규칙을 준수하겠다는
사람들만 받아들였습니다.
첫째, 새벽예불에 참석해야 한다.
둘째, 술과 담배를 먹지 못한다.
셋째, 여자친구의 방문을 사절한다.
넷째, 주지스님 허락없이는 바깥 출입을 금한다.
처음 이렇게 다짐하고 원당암에 있게 된 고시생 중, 3명의 학생이 몰래 해인사 관광촌으로 내려와서
술을 한잔 마시다가 주지스님께 들키고 말았습니다.
"이놈들! 당장 원당암에서 나가거라."
책보따리를 절 마당에 들어내 놓고 몽둥이를 잡은 채 호령하는 주지의 서슬에 놀라 그들은 암자 밖
으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러나 집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노릇, 세 사람은 궁리 끝에 나를 찾아왔습니다.
"저 위의 지족암 큰스님께 찾아가 보자. 혹시 거기 있으라고 할지도 모르잖아."
그러나 방이 없는 지족암에 '있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잠시 그들과 이야기만 나누었습니다.
"너희들, 사법고시에 꼭 합격하고 싶지?"
"예!"
"그런데, 공부는 잘되지 않고?"
"예, 공부하기가 통 싫습니다."
"내가 공부하고 싶도록 해줄까? 공부 잘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어떻게요?"
"너희 마음대로 안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부처님의 법 아닌가?
내가 시키는 방법대로 해볼테냐?"
"예, 공부만 잘된다면 하겠습니다."
"첫째, 너희들이 절에 와 있으니까 부처님께 절을 해야 한다. 새벽예불 목탁소리가 나거든 무조건
법당으로 달려가서 절 108배를 해라. 절 108배를 하면 아침에 국민체조 하는 것보다 더 좋다.
몸이 아주 건강해진다.
손가락·발가락까지도 운동이 다 되고 목운동·허리운동 ·발목운동까지 온 전신운동이 다 되는 것
이니까. 운동 가운데 절하는 것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다.
할 수 있겠느냐."
"예."
"그리고 부처님께 108배를 드리면서 '부처님, 공부가 재미있게 해주십시오. 공부가 재미있게 해주십
시오. 시험에 꼭 붙게 해주십시오‥‥‥' 하면서 간절히 기원해야 한다.
두번째는 잠들기 직전에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자는 것이다. 먼저 코로 심호홉을 세번 또는 일곱번
하고, 관세음보살을 아주 빨리 108번을 불러라.
처음에는 3~40번밖에 못 부를 것이지만, 일단 한 숨 동안 부르고 나서 '관세음보살!' 꼭 시험에
붙게 해주십시오. 공부가 잘됩니다. 공부하는 재미가 좋습니다.' 이렇게 세번 기원을 해라.
그렇게 한 숨 염불을 세 차례 또는 일곱 차례 정도 하여야 한다."
"스님, 왜 관세음보살을 그렇게 빨리 불러야 합니까?"
"관세음보살을 천천히 부르면 생각이 서울 갔다가 대전 갔다가 부산 갔다가, 왔다갔다 하게 된다.
그럼 효과가 없어. 관세음보살을 아주 빨리 부르면, 부르기도 급한데 생각이 어디 갈 여가나 있나?
생각이 도망칠 틈이 없게 되고 마음이 하나로 모이니까 틀림없이 힘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가 정신이 흐릿해지거나 마음이 풀어질 때에도 이렇게 관세음보살을 불러 보아라.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아주 좋아하면서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하였고, 나는 그들을 데리고 원당암으로 가서
주지스님에게 부탁하였습니다.
"학생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니 한번만 용서하시오."
그날부터 시험치기 전까지 약 백일 동안 세 학생은 기도와 공부를 부지런히 하였고, 마침내 세 사람
모두 사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기쁨에 넘친 그들은 법관교육을 받기 위해 사법연수원으로 가기직전,
커다란 케익을 사들고 나에게 찾아와서 시험장에서 있었던 무용담을 늘어놓았습니다.
"스님, 시험장에 앉아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가 백짓장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을 가진 사람은 저희들뿐인듯했습니다. 저희들은 시험지가 나오기까지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불렀습니다.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님, 막상 시험문제를 받고 보니 거기에 기적이 있었습니다. 원당암 앞길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아차! 그 문제 한번 더 보아야겠다'고 하여 꼼꼼이 다시 살펴 본 문제, 부처님께 절하다가
생각이 나서 한번 더 찾아본 문제 등, 일부러 기억하고 거듭거듭 따져 봤던 문제들만 출제되어
있었습니다. 어찌 저희들이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있었겠습니까? 스님, 감사합니다.
모두가 스님 덕입니다."
"나도 너희들 덕에 법문할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생겼구나. 너희들에게 감사한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이 산승은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현재 일상의 기도를 하지 않고 있는 불자라면 이 기회에
꼭 실천해 보라는 것을!
아침에 일어나서는 108배, 저녁에 자기 전에는 108번 염불!
이것을 생활화하면 마음이 점차 모이고 맑아져서 언젠가는 삼매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불보살의 은근한 가피를 얻어 재난은 스스로 피해 가고 집안은 두루 편안해지며,
기쁨과 행복이 충만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기한은 스스로의 형편에 맞게 정하십시오. 평생토록 하면 가장 좋겠지만, 우선은 백일을
하나의 기한으로 삼아도 좋고, 49일을 기한으로 삼아도 좋습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삼칠일(21일), 삼칠일도 어렵다면 일주일, 아니 단 3일이라도 좋습니다.
꼭 한번 해보십시오.
틀림없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건강도 좋아질 것이며, 소원도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뒷날로 미루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한마음으로 기도하여, 신심(信心)을 이루고 뜻을 성취
하기 바랍니다.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