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7篇 秋水篇 第4章(장자 외편 17편 추수편 제4장)
공자孔子가 광匡이라는 땅에 여행했을 때 송宋나라 사람들이 그를 겹겹으로 포위하였는데도 공자는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전혀 그치려 하지 않았다. 자로子路가 들어와 뵙고 공자에게 물었다. “아니 이런 위급한 상황 속에서 선생님께서는 어찌 음악 같은 것을 즐기고만 계십니까.”
공자는 대답했다. “이리 오라. 내 자네에게 말해 주겠노라. 나는 오래 전부터 역경逆境을 피하려 하였지만 피할 수 없었다. 이것도 운명이다. 또 오래 전부터 영달榮達을 추구하여 왔지만 얻지를 못하였다. 이것도 시세時勢라고 하는 것이다. 요堯나 순舜의 시대에는 천하에 곤궁한 사람이 없었으나 그것은 그들의 지혜가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또 걸桀이나 주紂의 시대에는 천하에 통달通達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나 그것은 그들의 지혜가 뒤떨어져서가 아니었다. 시세時勢가 우연히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대저 물 위를 가면서 교룡蛟龍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어부漁父의 용기이고, 육지를 여행하면서 외뿔소나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사냥꾼의 용기이고, 칼날이 눈앞에서 교차하는 전투에 직면하고서도 죽음을 삶처럼 보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열사烈士의 용기이다. 그리고 역경逆境에 운명이 있음을 알고 통달通達에 시세時勢가 있음을 알아서 커다란 위난危難에 임臨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성인聖人의 용기이다.
유由야, 침착하게 그대로 있으라. 내 운명은 이미 정定해진 바가 있는 것이다.”
孔子遊於匡 宋人 圍之數匝 而弦歌不惙 子路入見曰 何夫子之娛也
(공자유어광할새 송인이 위지수잡이어늘 이현가불철한대 자로입현왈 하부자지오야잇고)
공자孔子가 광匡이라는 땅에 여행했을 때 송宋나라 사람들이 그를 겹겹으로 포위하였는데도 공자는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전혀 그치려 하지 않았다. 자로子路가 들어와 뵙고 공자에게 물었다. “아니 이런 위급한 상황 속에서 선생님께서는 어찌 음악 같은 것을 즐기고만 계십니까.”
☞ 공자유어광孔子遊於匡 : 공자가 광匡이라는 땅에 여행했을 때. 광匡은 춘추시대 위衛나라의 지명地名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어지는 아래 문장에 송인宋人(송나라 사람 혹은 송나라 군인들)이라고 있으므로 송宋나라의 읍명邑名으로 보아야 한다는 설도 있다. 위衛의 지명으로 보는 쪽에서는 아래의 송인宋人까지도 위인衛人의 오자誤字로 보아 마땅히 위인衛人이라고 수정하여야 한다고도 하는 등 이설異說이 분분하나 여기서는 원문 그대로 송인宋人이라고 번역하였음. 실제로 춘추시대에는 광匡이라는 땅이 여러 곳에 있었다고도 한다. 어쨌든 공자孔子가 이 광匡 땅에서 재액災厄을 당한 것은 논어論語 자한子罕편과 선진先進편에 “선생님께서 광匡 땅에서 어려움을 겪으셨다.”라고 한 기록과 관련이 있다. 한편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서는 이것이 공자孔子 57세 때, 위衛나라로부터 진陳나라로 향해 가는 도중의 사건으로 되어 있다.
☞ 송인위지수잡宋人圍之數匝(잡) : 잡匝의 뜻은 에워싸다, 두르다는 뜻. 에워싼 한 돌림을 의미하기도 하여 수잡數匝은 여러 돌림으로 에워싸다, 겹겹으로 포위하다의 뜻이 된다.
☞ 현가불철弦歌不惙 : 철惙은 지止, 그침이다.
☞ 자로입현왈子路入見曰 : 자로子路는 공자의 제자. 성姓은 중仲이고 이름은 유由. 자字가 자로子路 또는 계로季路이다.
☞ 하부자지오야何夫子之娛也 : 아니 이런 위급한 상황 속에서 어찌 선생님께서는 한가로이 음악을 즐기고만 계시냐는 뜻.
孔子曰來 吾語女
我諱窮久矣 而不免命也 求通久矣 而不得時也
當堯舜而天下 無窮人 非知得也
當桀紂而天下 無通人 非知失也 時勢適然
(공자왈 내하라 오어여호리라
아휘궁이 구의로대 이불면은 명야라 구통이 구의로대 이부득은 시야니라
당요순이천하에 무궁인하니 비지득야며
당걸주이천하에 무통인하니 비지실야라 시세적연이니라)
공자는 대답했다. “이리 오라. 내 자네에게 말해 주겠노라.
나는 오래 전부터 역경逆境을 피하려 하였지만 피할 수 없었다. 이것도 운명이다. 또 오래 전부터 영달榮達을 추구하여 왔지만 얻지를 못하였다. 이것도 시세時勢라고 하는 것이다.
요堯나 순舜의 시대에는 천하에 곤궁한 사람이 없었으나 그것은 그들의 지혜가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또 걸桀이나 주紂의 시대에는 천하에 통달通達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나 그것은 그들의 지혜가 뒤떨어져서가 아니었다. 시세時勢가 우연히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 我諱窮久矣 而不免 命也 : 휘諱는 “꺼리다, 거부하다.”, “피하다.”, “휘諱는 기忌이고 기忌는 증오憎惡함이다.”. 궁窮은 “꽉 막혀 통하지 않음.”, 여기서는 역경逆境(또는 불우不遇)이라 번역하였음. 불면不免은 면하지 못함, 피하지 못하였다는 뜻이고 명命은 운명運命.
☞ 구통구의求通久矣 이부득시야而不得時也 : 통通은 “크게 영달함이다.” 영달榮達, 순경順境, 뜻대로 이루어짐의 뜻. 궁窮과 통通은 곤궁困窮과 영달榮達(통달通達)로 대응이 된다.
☞ 당요순當堯舜 : ‘요堯나 순舜의 시대에는’의 뜻.
☞ 비지득야非知得也 : 그것은 그들의 지혜가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 비지실야非知失也 : 그것은 그들의 지혜가 뒤떨어져서가 아니었다.
☞ 시세적연時勢適然 : 적適은 ‘때마침’ ‘우연히’의 뜻.
夫水行 不避蛟龍者 漁父之勇也
陸行 不避兕虎者 獵夫之勇也
白刃交於前 視死若生者 烈士之勇也
知窮之有命 知通之有時 臨大難而不懼者 聖人之勇也
(부수행에 불피교룡자는 어부지용야오
육행에 불피시호자는 엽부지용야오
백인이 교어전이어든 시사약생자는 열사지용야오
지궁지유명하며 지통지유시하야 임대란이불요자는 성인지용야니라)
대저 물 위를 가면서 교룡蛟龍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어부漁父의 용기이고,
육지를 여행하면서 외뿔소나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사냥꾼의 용기이고,
칼날이 눈앞에서 교차하는 전투에 직면하고서도 죽음을 삶처럼 보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열사烈士의 용기이다.
그리고 역경逆境에 운명이 있음을 알고 통달通達에 시세時勢가 있음을 알아서 커다란 위난危難에 임臨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성인聖人의 용기이다.
☞ 불피교룡不避蛟龍 : 교룡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 교룡蛟龍은 용龍의 일종으로, 뿔은 없고 모양이 뱀 같으며 길이가 한 길이 넘는다는 상상적인 동물. 큰 홍수를 일으킨다고 한다.
由處矣 吾命 有所制矣
無幾何 將甲者進辭 曰以爲陽虎也 故圍之 今非也 請辭而退
(유아 처의어다 오명이 유소재의러라
무기하오 장갑자진사하야 왈 이위양호야라하야 고로 위지하도소니 금에 비야실새 청사이퇴하노이다)
유由야, 침착하게 그대로 있으라. 내 운명은 이미 정定해진 바가 있는 것이다.”
얼마 안 있어 무장 병사들의 지휘자가 찾아와 사과하며 말했다. “당신을 양호陽虎로 생각하여 그 까닭에 포위하였습니다만 이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용서를 빌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유처의由處矣 : 유由는 자로子路의 이름. 처處는 편안하게 쉼, 또는 멈춤.
☞ 오명유소재의吾命有所制矣 : 운명은 내가 定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연히〉 마음 쓸 것이 없다.
☞ 무기하無幾何 장갑자진사왈將甲者進辭曰 : 기하幾何는 얼마 동안, 무無는 얼마 안 있다의 뜻. 장將은 거느린다, 인솔한다는 뜻이고 갑甲은 갑옷 또는 갑옷 입은 병사, 무장한 군인들을 말한다. 진進은 ‘나아간다’인데 여기서는 ‘찾아왔다’는 뜻이고, 사왈辭曰의 ‘사辭’는 ‘사과한다’는 뜻.
☞ 이위양호야以爲陽虎也 : 광匡 땅에서 공자가 양호陽虎로 오인誤認되어 재난災難을 당한 이야기는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보인다. 논어論語 양화陽貨편 제1장의 주자朱子 주注에는 “양화陽貨는 계씨季氏의 가신家臣이니 이름은 호虎이다.”라고 있다. 일찍이 광匡 땅에서 남폭亂暴한 일을 저질렀는데 공자孔子가 양호陽虎와 용모가 닮았기 때문에 광匡 땅을 지나다가 오인誤認되어 재난災難을 당하게 된 것이다.
☞ 청사이퇴請辭而退 : 청사請辭의 ‘사辭’는 위 글에 보이는 사왈辭曰의 ‘사辭’와 같은 뜻. 청사請辭는 곧 사과함, 용서를 청함, 용서를 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