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가 저 세상으로 떠나면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방세와 공과금까지 챙겨 놓았습니다.
삼일절 아침입니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여든다섯 살 할아버지가 손을 떱니다.
할아버지는 신포시장 근처에서 노숙을 합니다. 주민등록증이 없습니다. 대신 미국 영주권이 있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미국에서 산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께 영주권을 포기하고 다시 대한민국 주민등록을 하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될 수 있다고 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고 합니다. 받을 돈만 받을 수 있다면 미국 가족 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답니다.
하루에 두 번 민들레국수집에서 떨리는 손으로 식사를 하시면서 하루를 살아가십니다.
오늘은 삼일절입니다. 노숙하는 분들에게는 참으로 배가 고픈 날이기도 합니다.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법정 공휴일이기 때문입니다.
민들레국수집만 오늘 문을 열었습니다. 어르신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이 오십니다. 끼니를 드시기 어려운 어르신들만 VIP 손님들과 같이 식사하실 수 있게 해 드립니다.
오늘은 돼지불고기, 배추김치, 깍두기, 봄동겉절이, 멸치볶음, 무나물, 상추, 쌈장입니다. 국은 감자 된장국입니다. 후식은 없습니다.
젊어서는 엘리베이터 회사에서 노동을 했습니다.
15년 정도 일했습니다. 무거운 것을 많이 들게되니 허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그래서 그만두고 막노동을 했습니다. 직영팀에서 일했습니다. 일이 많을 때는 한 달에 스무 날도 넘게 일했습니다. 저녁에 소주 몇 병 마시면서 피곤한 몸을 달랬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쓰러져서 병원에 갔습니다. 그 동안 조금 모아뒀던 돈은 병원비에도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이번에도 병원에 있다가 나온지 사흘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흘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인력사무소에 갔습니다. 힘이 없어보인다고 일거리를 주질 않습니다. 배가 고파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처음이라 창피해서 밖에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들어오셔서 식사하라고 했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에 이야기를 하고 싶답니다.
인천 서구 작전동에서 살았고, 엘리베이터 만드는 곳에서 15년이나 일했고, 허리가 아파서 막노동을 하면서 살았고, 지금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있다가 나왔는데 돈도 없고 배는 고프고 일거리를 찾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답니다.
노숙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밤 열 시까지는 도사관에서 지낼 수 있으니 화도진 도서관에서 지내다가 병원 로비에서 지내다가 12시에 경비가 나가라고 하면 지하상가 중앙통로에서 지내다가 아침 열 시에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밥을 먹고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가서 씻고 빨래하고 독후감 발표를 해서 삼천 원을 받고, 저녁 먹고 도서관이나 병원 로비에서 지내다가 PC 방에는 12시 넘어서 들어가면 밤을 새울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노숙을 하면서 건강을 회복한 다음에 무엇을 해도 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조심할 것은 노숙하다보면 술을 한 잔 사주겠다는 사람과 어울리지 말고, 터무니없게 친절한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명의를 빌려주면 얼마를 주겠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노숙하는 사람이 처음 노숙할 때 나쁜 놈들에게 당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남의 불행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숙이 힘들다고 쉽게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담배 한 갑 드렸습니다.
첫댓글 마음이 씁슬합니다..
우리의 삶은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듯 합니다.
가장 아픈상처도 사람이 남기고 가며, 가장 큰 기쁨도 사람으로부터 오는것 같습니다.
부디 민들레 안에서 희망 잃지 않으시길 기도하며, 민들레 안에서 큰것을 배워나갑니다.
가슴아픈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가슴아픈 사연이 한두분의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민들레 국수집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아픈 사람들입니다.
천천히 부드럽게 그분들의 상처를 보듬어주시는 서영남 대표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주변을 살필 필요가 있는데 모두 바쁘답니다.
민들레 국수집 축복받으시길빕니다.
우리 이웃들을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따뜻함으로 물들이시는 수사님과 베로니카님 덕분에 필리핀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민들레 꽃이 활짝 피었나 봅니다. 감동입니다!
민들레 가족분들 모두 무탈하시고 평화롭기를!!!
저도 마음의 평화를 열심히 찾겠습니다.
민들레 모든분들 부디 건강하세요^^
어둠을 밝힌, 아름다운 민들레 공동체 불빛들이 저에게까지 희망메시지를 전해주네요~
누가 뭐라고 해도 민들레 국수집은 세계에서 최고로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힘든 이웃들에게까지 꿈과 희망, 행복을 선물하는 서영남 대표님과 베로니카님이 자랑스럽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어딨나요! 뭐든지 다 '돈'인데...
민들레 국수집은 그냥 마구 나누어주기만 하네요...
힘든 이웃들이 일어설 때까지 끝까지 믿고 도와주는 민들레 국수집은 마법같은 곳입니다.
인간적인 냄새가 솔솔 피어나는 민들레공동체!
어려운 이웃들 옆에서 꾸준히 사랑나눔을 실천하시는 서영남선생님!
스스로가 천천히 변화할때까지 기다려주는 당신의 이름은 천사 입니다.
노숙시작......
가슴 한편에서 무언가 '찌르르'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마음을 쓸 때,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
그것은 참으로 살아 있는 기도이며 희망임을 서영남대표님께 배우고,
꽁꽁 얼어있던 제 마음에도 작은 홀씨가 피어나길 빌어봅니다. 감사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만으로 누구나 다 똑같이 고귀함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시는 서영남 대표님, 사랑합니다.
이제는 제법 느낄 수 있는 봄의 싱그러움에 기분이 좋아지는 요즘입니다. 따뜻하지만 조금은 차가운 봄날, 건강 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절대로 귀한 인생 포기하지 않으려는 민들레 VIP손님들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했습니다.
더불어 민들레 수사님이 정말 엄청난 일을 하고 계시는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희망이꽃피는 민들레공동체,
민들레수사님이 풀어 놓으신 이야기 보따리에서
우리는 참 인간의 길, 사랑의 길, 행복의 길을 찾았습니다.
민들레마을 가족분들 건강하세요..
모두 안녕하시죠?
4년넘게 민들레 일기를 보면서 지면에 글을 쓰는 건 처음이네요.
이웃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쓰여있어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 국수집 일상이 저를 착하게 살게 만드네용 >_<
아낌없이 모든걸 주는 그런 모습은 성인의 모습인데
그것을 민들레수사님과 베로니카님의 삶에서 보게 됩니다. ...
작은것부터 나누시는 두분의 모습에 제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민들레 일기가 더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배고픈 이웃들, 절망인 이웃들, 힘든 이웃들 모두 민들레 국수집안에서 다시 태어납니다.
기분좋은 일상이야기에 환하게 웃어봅니다. 화이팅!!
행복한 사람이란 나눌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민들레소식을 접하며 느껴요..
아침, 저녁으로는 약간 쌀쌀했는데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를 읽고나면 따뜻한 기운이 돌기 시작합니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이웃사랑을 느끼고,
안 보이던 내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까지 보입니다.
사실 일주일 중에 가장 많이 웃는 날이 <민들레 국수집> 칼럼을 읽는 날이예요~
감동해서 웃고, 이제는 가족 같은 수사님을 만나서 반가워 웃고,
VIP손님들과 공통분모를 나누다보니 또 웃지요 *^^*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기를~~~~~
그렇게 티없고 흠없는 사람이 되어 가난한 이웃들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년 365일을 가난하고 힘든 이웃들을 위해 투신하는 민들레 수사님께 많이 배웁니다.
민들레수사님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언제나 건강하셔서 중심이 되어주세요..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매일 고민하게 하는 곳!!!
나의 천국 민들레 국수집입니다. 지상에서 천국처럼!
그 아름다운 나눔의 밥집에서 뛰어놀고 싶어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