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죽인 죄

[순진댕이]

영조 11년에 황해도 황주에 사는 김자근년이는

이웃 마을에 사는 김취흥이라는 사나이와 혼담이

 이루어졌다

한데,이 예비신랑에게 전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미 페백까지 받아놓은 이후였다

노발대발한 자근년이의 아버지는 폐백을 돌려

주고 파혼을 하였다

이에 앙심을 품은 김취흥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

며 자근년이 는 자신과 동침,처녀 가 아니라고

 말하고 다녔다

자근년이의 아버지는 이 소문으로 훼손된 가문의

명예를 감당할 길이 없었다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딸을 동파루의 벼랑

위로 끌고가 치마 에 돌덩어리를 안기어 벼랑밑

 깊은 소에 떠밀어 죽였던 것이다

이처럼 가문의 명예나 삼강오륜을 범한 딸을

아버지가 죽음으로 응징하는 사례는 비일비재

하다

이렇게 강상을 지키고자 자녀를 죽인 부모의

범행은 비록 비정 이긴 하나 살인죄 가 성립

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법전인(대전회통)에 보면 양반의 부녀

자는 사죄를 범하지 않은 한 그의 아버지 나

지 아비가 대신 죄를 받게끔 돼 있다

곧 법적으로 반인간이었으며 대신 그 가장에

게 다스릴 권한이 이양 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 부모로서 그 자녀를 살해했을경우 강상을

바로 잡거나 정절 에 겨워 과실치사했을 경우는

 처벌에서 제외한다는 것을 명문 화해 놓고도 있다

이처럼 우리 한국의 전통적 법사상은 인륜을

법문에 선행시켰 던 것이다

이를테면 인조는 인조반정의 일등공신인 부원

군 이서와 관서  최명길 두 중신을 파면 하고

있는데,그 이유는 남편의 죄를 아내로 하여금

입증시킴으로써 부부간의 윤상을 깨뜨린데

대한 응징이었다

또 관은을 훔친 협의자를 추궁하는 데 열 두살난

 아들을 잡아 더 족쳐 아버지의 죄를 입증 시킨

일이 들통나자,벽을 뚫고 은을 훔친 일은 지극히

 작은 일이요,인륜을 패상 시킨 일은 지극히 큰일

이다

하고 포도대장과 형조판서를 파면,벌을 주고

있다

죄에 얽힌 인륜,인간적 상황은 복잡다단하다

이 상황을 감안않고 법조문만으로 재판을 한다

면 컴퓨터로 재판하는 것이 한결 합리 적일 것이다

한데도 재판은 사람이 해야하는 뜻은 피가 법보

다 무겁기 때문 인 것이다

딸을 훈계하다가 자칫 잘못하여 치사케한 아버지

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있는데 피를 법 에 선행

시킨 관례가 아닐수 없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법을 내세운 샤일록이 피

를 내세운 포샤에 게 패배를 당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