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해 봄
이솝 우화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새로 대장으로 뽑힌 늑대는
모든 늑대의 이익을 위하여
새로운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늑대가 사냥이 끝난 뒤에
한 곳에 모여 그날 사냥하지 못한 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어서 배고픈 늑대가
한 마리도 없도록 남은 것은
똑같이 나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지나다가 이 말을 들은 나귀가
박수를 치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지금 당신이 만든 법이
이제까지 늑대의 대장들이 만든 법률
중에서 제일 좋은 것 같아!
하지만 그렇다면 당신이 어제 사냥하여
굴속에 숨겨놓은 토끼부터 나눠야겠네’
이 말에 늑대왕은 새로운 법률을
집어치우고 말았답니다.
자신은 절대로 손해 보지 않으면서
공평과 정의와 분배와 준법을
강조하는 사회를 향한 충고입니다.
손해 보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손해 봄이 어색한 시대를 삽니다.
개인주의 시대이다 보니까
더욱더 손해 봄을 모릅니다.
3천1백68t의 쓰레기를 실은 바지선
'모브로 4000호'가 뉴욕 근교의 작은 동네인
아이슬립을 출발한 것은 1987년 3월이었습니다.
아이슬립에서 배출된 쓰레기였지만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자
받아줄 곳을 찾아 무작정 항해에 나선 것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 미국 남부 6개주를 전전했으나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중남미로 방향을 틀어 멕시코와 벨리즈.
바하마까지 갔지만 거기서도 모두
'노 생큐' 였습니다.
결국 쓰레기는 6개월 동안 6개주,
3개국을 떠도는 6천마일의 목적지 없는
항해 끝에 다시 아이슬립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님비(nimby) 라는 말이 미국에서
그 때 생겼습니다.
'우리 뒷마당에는 안된다'는 의미를 가진
'Not in my back yard'의 각 단어 첫 글자를 이어
만든 신조어입니다.
쓰레기 소각장 필요한지는 알지만
우리 동네는 안 됩니다.
분뇨처리장 꼭 필요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안 됩니다.
화장터 꼭 필요하고 화장에 대한
공감대는 날로 높아지지만
우리 곁에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배타성을 가진 님비 현상의 반대말은
핌피(pimfy) 현상입니다.
핌피 신드롬은 자기 동네에 이득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너도나도
발 벗고 뛰는 현상입니다.
'제발 우리 집 앞마당에
(Please in my front yard)'
지어달라며 운동을 벌이는 현상입니다.
고급 아파트 단지, 일류 대학과
명문 고등학교, 종합병원, 대규모 공원.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님비와 핌피의 마음이 있습니다.
손해는 보고 싶지 않고,
이익은 꼭 얻고 싶은 마음입니다.
죄는 아담이 지었습니다.
죄는 하와가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죄 값을 치루어 주시며
짐승을 잡아 피를 흘려 주신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죄는 사람이 짓고 손해는
하나님이 보셨습니다.
죄는 사람이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죄를 지우기 위해
피를 흘리신 분은 사람이 아니고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셨습니다.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사람이 물어내야 하고,
사람이 벌 받아야 하고,
사람이 피 흘려야 하고
사람이 죽어야 하는데,
오히려 하나님이 손해를 보시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참혹한
십자가의 형벌을 대신 받으심으로
우리를 살리셨습니다.
내가 못 박혀야 했던
그 십자가에 주님이 달리심으로
내가 살고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는
엄청난 손해를 보셨습니다.
여기에 복음이 있고,
여기에 성경의 진리가 있습니다.
사랑 때문에 기쁨으로
손해볼 수 있는 사람들!
은혜를 갚아야 함이 당연하기에
기쁨으로 손해볼 수 있는 사람들!
추석 명절에 서로 음식을
장만하지 않으려고 하는 뉴스를 봅니다
벌초 때문에 형제지간에
큰 싸움이 난 기사도 읽었습니다.
가족끼리도 서로 손해 보려고 하지 않는데
모르는 사람 사이에
무슨 양보나 배려를 기대합니까?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양보하며
살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임을 알기에
예수님을 닮아 손해 봄이 익숙하고
기쁜 사람이길 기도합니다.
금산교회 김화준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