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몇 개의 단수에 국한되지 않고 기어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CVT는 30년대 GM이 쌓은 기술적 토대에 네덜란드 반도른의 노력이 더해져 지금과 같이 가동식 풀리와 금속 벨트를 쓰는 구조로 정착했다. 기본적으로 벨트 방식이기 때문에 고출력 엔진에 쓸 수 없지만 최근 아우디와 닛산이 각각 체인식과 트로이덜형을 선보여 사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수진 편집장(sujin@carvision.co.kr)
연속 가변 트랜스미션’(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이라는 뜻의 CVT는 세미 AT와 함께 최근 자동차용 변속기로 주목받고 있다. 제한된 엔진 회전수와 출력, 토크 안에서 원하는 차의 속도와 운전 상황에 알맞은 엔진 회전수를 얻기 위해 개발된 것이 변속기. 기어비가 다양할수록 좀더 세밀한 제어가 가능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5단이 보편화되어 있고 6~7단도 서서히 보급되고 있지만 한 쌍의 맞물린 기어를 사용하는 수동 변속기(MT)나 플라내터리 기어를 쓰는 자동 변속기(AT)는 단수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무단 변속기(CVT). 일정 범위 안에서 기어비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CVT는 100년 이전에 개발이 시작되었지만 요즘에야 기술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역사
변속 과정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자동 변속기다. 그 역사는 예상외로 길어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896년, 최초의 영국산 휘발유 자동차를 만들었던 란체스터 3형제 중 프레드릭 윌리엄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술자였다. 그는 복합 유성기어를 이용한 3단 AT를 개발해 ‘프리 셀렉터’라 이름 붙였다. 원하는 기어 단수를 선택한 뒤 클러치를 넣는 것만으로 변속 작업이 끝나는 새로운 메커니즘은 1900년 발표된 10마력형에 얹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동차 역사 초기에는 프리 셀렉터 외에도 수많은 방식의 자동변속 장치들이 개발되고 사라져갔다. 무단 변속기 역시 다양한 AT의 한 방식으로 등장했다. 마찰 드라이브식 무단 변속기가 첫선을 보인 것이 1900년. 미국의 루이즈사는 2개의 원판을 서로 직각으로 맞닿게 배치한 뒤 피구동 원판의 축을 좌우로 이동시킴으로써 구동 원판 중심까지의 거리 변화에 따라 기어비가 변하는 구조를 선보였다
5년 뒤 미국 데비스 기어리스사에서도 비슷한 원리의 제품을 선보였지만 실제 가장 성공을 거둔 것은 1910년 등장한 영국의 GWK였다. 하지만 이 방식은 두 원판 사이의 작은 접촉면만으로 동력을 전하기 때문에 대형차에 쓰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한편 19세기 후반 증기 터빈이 보급되고 선박용 엔진으로 일반화되면서 고속으로 회전하는 터빈의 감속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고 그 해결법으로 모터를 조합한 무단 변속기가 개발되었다. 이 새로운 메커니즘은 1914년 미국 오웬 마그네틱사(후에 크라운 마그네틱)에 의해 자동차에 최초로 얹혀 ‘1천단 변속 자동차’라는 광고문구를 달고 선보였지만 너무 비싼 데다 무거워 판매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금과 같은 벨트 구동식 CVT가 등장한 것은 1930년대의 일이다. 당시 GM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AT(하이드라매틱)와 CVT 연구를 병행하고 있었다. 개발팀의 L.E. 페린은 V 단면 벨트와 풀리를 조합한 CVT로 1933년 특허를 얻었고 44년까지 의욕적으로 연구를 이어갔지만 하이드라매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기술은 사장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질 뻔했던 CVT는 네덜란드의 후벨타스 반도른(Hub van Doorne)에 의해 빛을 보게 된다. 독자적으로 연구를 계속한 결과 1958년 네덜란드 DAF 자동차에 ‘바리오매틱’이라는 이름으로 얹는 데 성공했다. 바리오매틱은 리어 액슬에 풀리 2개를 설치하고 2개의 벨트로 동력을 전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너무 무거운 데다 소형차에 쓰기에는 덩치가 크고 비쌌다. DAF가 볼보에 흡수된 뒤에도 반도른은 연구를 계속해 ‘트랜스매틱’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시켰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CVT용 금속 벨트는 모두 반도른사에서 생산되고 있을 만큼 절대적인 기술을 자랑한다.
원리와 특징
자동차 초창기에 다양한 방식의 CVT가 연구되었지만 자동차용으로 정착된 것은 벨트식과 트로이덜(마찰식) 두 가지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것은 바로 벨트식. 네덜란드 반도른에 의해 발전된 벨트식 CVT는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소형차에 제격이다. 기본 구조는 풀리 2개(입력, 출력)와 이들을 연결하는 벨트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개의 풀리 사이에 벨트를 걸어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기어비를 조절한다. 차체가 가벼운 모터사이클에서는 안에 섬유가 들어 있는 고무벨트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가벼워도 500kg 이상 가는 자동차의 경우에는 튼튼한 스틸 벨트가 아니면 안 된다. 가동식 풀리는 양쪽면 사이의 거리를 유압으로 조절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양쪽을 좁히면 벨트가 풀리 바깥쪽에 걸리기 때문에 풀리 직경을 키우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양쪽 사이를 띄우면 벨트가 안쪽으로 걸려 마치 풀리 직경이 작아지는 것과 비슷해진다. 입력과 출력측 풀리를 서로 반대로 제어하면 벨트가 걸리는 모양이 달라지면서 기어비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벨트를 입력 풀리 바깥쪽에 걸면 큰 감속비로 로기어가 되고 안쪽으로 걸면 반대로 오버드라이브가 된다. CVT의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러운 변속감과 연비 향상이다. 변속감이 부드러운 것은 클러치 작동 없이 연속적으로 기어비를 변화시키기 때문. 클러치는 출발 때만 쓴다. 한편 CVT 자체는 일반적인 MT와 AT에 비해 전달효율이 나쁘지만 기어비를 광범위하게 정밀제어할 수 있어 연비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의 변속기가 5단 이상이지만 차의 속도와 부하, 액셀 조작에 따라 엔진 회전수에 최소한의 변화가 따른다. 하지만 CVT는 기어비 제어가 세밀한 만큼 차의 상태에 가장 적절한 엔진 회전수를 유지한다. 차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엔진 회전수를 바꾸거나 반대로 엔진을 최적의 회전수에 고정한 채로 차 속도만 바꿀 수도 있다. 공식적으로 ‘무단 변속기’라는 명칭을 쓰기는 하지만 CVT에 단수 구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속 벨트는 항상 인장력에 견디면서 회전하기 때문에 여러 개의 기어비를 미리 정해놓고 제어한다. 다만 일반 MT나 AT에 비해 단수가 훨씬 많아 ‘무단’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스틸 벨트는 현재 세계적으로 반도른에서만 생산되고, 풀리 면과의 접촉면적을 최대한 키우기 위해 삼각형 형태의 금속조각(코마)을 끼워 금속 파이프 같은 모양으로 만든다. 하지만 벨트는 기본적으로 견딜 수 있는 토크에 한계가 있어 주로 2.0X 이하의 소형차에 쓰인다. 풀리에 둥글게 걸쳐야 하는 벨트는 유연성과 인장 강도, 내구성을 동시에 갖춰야 하기 때문에 두껍게 만들 수가 없다. 아우디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벨트 대신 폭이 넓은 금속 체인을 사용한 ‘멀티트로닉’을 개발한 A4에 얹었다. 체인은 벨트에 비해 큰 힘에 견딜 수 있어 중형차 이상에 어울리지만 소음이 큰 것이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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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과 자트코가 함께 개발한 익스트로이드 CVT. 마주보는 2개의 마찰판과 회전축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파워롤러를 조합해 기어비를 자유자재로 제어한다
요즘 눈길을 끄는 또 한가지 변속기가 바로 닛산 ‘엑스트로이드 CVT’다. 닛산과 자트코가 함께 개발한 트로이덜(troidal) 구조로 고출력 엔진에 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마주보고 있는 2개의 마찰판 사이에 회전 디스크(파워 롤러)를 배치하고 그 회전축 각도에 따라 기어비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금속끼리 직접 마찰하면 발열과 내구성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약간의 틈을 두었다. 동력전달의 비밀은 윤활유 속에 든 작은 입자 알갱이에 숨어 있다. 윤활유와 함께 디스크의 작은 틈에 낀 입자가 순간적으로 동력을 전달하면서 빠져 나오는 원리. 세드릭/글로리아 3.0X 엔진(280마력)에 옵션으로 준비되어 있다.
희망으로 가득한 미완의 대기 기술적 노하우가 많은 MT나 AT에 비해 CVT는 아직 개발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 분야. 90년대 몇몇 일본 소형차를 중심으로 쓰였지만 성능 면에서 문제가 많아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것은 CVT 자체의 기술적 문제와 함께 생소한 운전감각도 크게 작용했다. 당시의 CVT 모델은 액셀을 밟으면 가속은 거의 안 되면서 엔진 rpm만 치솟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반대로 엔진 회전수는 거의 변하지 않고 속도만 올라가는 경우에도 가속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는 전기차를 모는 것처럼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CVT는 하드웨어적으로는 물론 제어 소프트웨어 면에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국내에는 현대 EF 쏘나타와 기아 리갈, GM대우 마티즈Ⅱ에 CVT가 준비되어 있고 수입차 중에서는 미니 쿠퍼와 아우디 A4가 눈에 띈다. 이 중에서 미니 CVT와 A4의 멀티트로닉을 테스트해 보았다. 미니의 경우 시프트는 P-R-N-D 순서로 D에서 오른쪽으로 옮긴 뒤 밀고 당겨 시퀀셜 변속하는 방식. 기어비는 1.95~1.05 사이에서 제어된다. 미니 쿠퍼가 날랜 달리기 성능을 자랑하기는 하지만 여기에 얹은 벨트식 CVT는 소형차라는 태생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비교적 짧게 변속을 이어가야 하는 저단에서는 너무 긴 변속시간 때문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단수가 높아질수록 이런 느낌은 줄어들고 탄탄한 주행성능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미니 쿠퍼의 벨트식 CVT는 저단 기어에서 굼뜬 변속동작으로 마음을 조급하게 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안정감이 살아난다
한편 아우디 A4 카브리올레를 통해 확인한 멀티트로닉 CVT의 성능은 인상적이었다. 시프트레버나 게이트 디자인은 팁트로닉에 다름 아니지만 보네트 안에는 체인식 CVT가 세로로 배치되어 있다. 큰 토크에 견디기 위해 개발된 체인식답게 V6 2.4X 엔진의 170마력 파워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한다. D 모드(2.70~0.43)에서는 변속감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매끄럽고 6단으로 제어되는 수동 모드 역시 재빠르다. 액셀 페달을 꾹 밟으면 엔진 rpm과 함께 속도가 꾸준히 오르기 때문에 감각적으로도 지금까지의 AT와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엔진 rpm만 널을 뛰던 예전 CVT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첫댓글 원래 sm7원조인 티아나 350에 적용된 미션이 닛산의 cvt였는데 sm7로들어오면서 아이신 5단으로 바꾸었는데...^^ 뭐,,,저마다 일장일단이 있을수 잇겠지만..궁극적으로는 무단변속쪽으로 변화되길바랍니다. 높은 토크를 받아낼수잇도록 내구성이 좋아지길바래요...^^
cvt는 약간 장난감 타는 기분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비추이고요...폭스바겐이나 아우디의 dsg는 변속타이밍도 절묘하게 빠르고 변속감도 약간있고 젤로 맘에들더군요.허나 이것도 높은 마력이나 토크를 지탱 못한다는것이 단점이지요.ㅡㅡ;
음~ CVT...제가 알기론 국내에서 마티즈에 장착되었다가 낭패를 보고 신형마티즈에서 일반 자동변속기로 변화되었으며, EF소나타에도 잠깐 장착되었다가 역시 실패....-_-;; ㄷㄷ 하지만 궁극적으론 이런쪽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