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의 줄거리
동해에 사는(남해 용왕으로 되어 있는 작품도 있음) 용왕이 우연히 병이 들었는데, 어떤 약도 소용이 없었다. 그때, 세 명의 도사가, 왕의 병은 주색(酒色)이 원인이라고 하며, 토끼의 생간을 먹어야 병이 나을 것이라고 처방했다. 용왕은 수궁의 대신들을 모아놓고 육지에 나갈 사자를 고르는데, 서로 다투기만 할 뿐 결정을 하지 못한다. 이 때, 문어와 자라(별주부)가 서로 토끼를 잡아 오겠다고 다툰 끝에 자라가 토끼를 잡아 오기로 한다. 자라가 토끼의 화상(그림)을 가지고 육지로 나와 동물들의 모임에서 토끼를 찾는다. 자라가 토끼를 만나서 육지 생활이 위험하다고 강조하고, 용궁에 가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감언이설로 토끼를 유혹한다. 토끼는 자라의 유혹에 넘어가 자라 등에 업혀서 수궁(水宮)으로 들어간다.
순식간에 수궁에 도달하니, 용왕이 명하여 토끼를 결박해 섬돌 아래로 끌고 간다. 간을 내라는 용왕 앞에서 부질없이 부귀영화를 탐낸 것을 후회한 토끼는 꾀를 내어 간을 청산녹수 맑은 물에 씻어 감추어 두고 왔다고 한다. 용왕은 토끼의 말을 믿고는 자라에게 토끼를 육지에 데려다주라고 한다.
육지에 도달하자 토끼는 간을 빼어놓고 다니는 짐승이 어디 있느냐며 자라를 놀리고는 숲속으로 달아난다. 자라(별주부)는 자신의 충성이 부족하여 토끼에게 속았다고 탄식하며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이후 용왕은 어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수궁에서 겨우 살아온 토끼는 경망스럽게 행동하다가 독수리에게 잡혔으나 또다시 꾀를 내어 위기를 모면한다.
생각해 보기
별주부전은 작자와 연대를 알 수 없는 조선 후기 판소리 계열의 소설로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소설이다. 약 55종이나 되는 이본이 전하는데 수궁가, 별주부전, 토생원전, 토별소수록, 구토지설, 토끼전, 토선생전, 톡기젼, 토별까, 토별산수록, 토생전, 토의간, 토처사전, 별토전, 토끼타령 등 다양하다. '전'이나 '록'으로 된 제목은 소설본이며, '가'나 '타령'으로 된 제목은 판소리 본이나, 그 기본 줄거리는 대동소이하다.
별주부전은 [삼국사기]에 전해 내려오던 구토지설의 줄거리를 얼마만큼 바꾸어 가면서 구전되다가 조선조 후기 소설로 굳어진 것 같다. 이런 내용의 설화는 다른 나라에도 널리 퍼져 있는데, 인도에는 불전설화인 용왕과 원숭이 이야기(용원설화)가 있고, 또는 자라와 원숭이 이야기도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토끼 대신 원숭이를 등장시키고, 용왕이 아닌 용왕의 딸 공주가 병에 걸렸다는 내용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아무튼 우직한 성격의 거북(자라)과 간교한 토끼와의 경쟁을 내용으로 한 이 우화는 근원설화, 지역설화, 판소리, 소설이라는 네 단계를 거친 것이다.
이 작품에는 용왕에 대해 충성을 다하는 별주부와, 이에 대립하는 문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토끼, 무능한 용왕의 모습이 드러나 있는데, 단순한 동물을 등장시킨 소설이 아니라, 집권층의 무능함과 권력계층의 상호 대립, 투쟁, 그리고 지배계층에 대한 비판적인 서민들의 의식이 반영된 우의적 작품이다.
별주부전은 날카로운 풍자와 익살스러운 해학이 잘 나타나 있으며, 이것이 주제의 양면성을 이루고 있다. [삼국사기] 등 짧은 동물우화를 장편의 의인체 풍자소설로 발전시킨 조선 후기 서민들의 예술적 창작력은 다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