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 단 한번도 전쟁을 겪어 보지 않은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이념이 어떻고 체제가 어떻고 하는 말은 사치스러운
논리에 불과할 것이다
학교와 사회 그리고 여러 가지 간접 경헙 혹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논쟁을 통한 짧은 지식으로 바로 앞에서 사람이 죽어 가고 피빛으로 세상이
물드는 잔혹한 현장에 있어 보지 않은 내가 어떻게 그들의 아픔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동막골"
아이 처럼 막 살아라 라는 뜻으로 지어졌다는 그 곳은 잠시 꿈을 꾸고
나온 곳일 뿐 ... 아니면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아이 시절
내 또래의 친구 들과 어울리던 그 시절과 비슷한 곳일 뿐
영원히 존재 하지 않는 유토피아 일 뿐이다
인민군 리수아가 촌장에게 물었던 ... 정확한 대사는 생각 나지 않지만
큰 소리 한번 안내고 주민들을 잘 이끌 수 있는 영도력의 비결이 뭐냐고 묻자
촌장은 말한다
"뭘 많이 먹여야지"
정말 인간에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만 있다면 전쟁은 일어 나지 않을까?
전투용 비행기 마저 하늘 하늘 하늘을 나는 나비로 보이는 "미친년" 의 웃음은
마치 인간 (그녀도 인간이지만) 을 비웃는 것 같다
어쩌면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평화의 전령사일까?
두번이나 이 영화를 본 나는 도대체 무엇이 그리 슬프고 무엇에
그리 감동을 받았을까?
감동을 받았다면 그것은 내가 겪어 보지 않은 아픔을 동정이라도 하듯 결국
제 3자의 입장에서 조금은 여유를 두고 느끼는 감정일 것임에 분명하다
미치지 않고는 세상을 아름답게 볼래야 볼 수 없는 세상의 한가운데 어정쩡하게 서서
그저 말로만 평화를 외치고 말로만 전쟁이 없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초라한 나 자신 밖에 발견 할 수 없다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동막골" 같은 곳이 있다면 미치광이 강대국과
자국의 이익에 따라 이리 붙고 저리 붙고 하는 미친 나라들은 그 곳만은 건들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일 뿐...
이 바램 조차 나에게는 아직은 배부른 감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