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성촌을 찾아서32] "영남거류" 단산 김상우 배출한 집안 울주군 웅촌면 검단리(고령김씨)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검단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의 환호유적지가 발견돼 널리 알려진 동네이기도 하다.
구릉 중심부에 세워진 마을 전체가 방어용 도랑으로 둘러싸인 청동기시대의 집단 마을터다.
그래서 김규식(60)씨는 검단리를 "유서깊은 마을"이라고 설명했다.
또 "옛부터 검단(檢丹)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는 사찰터"라고도 덧붙였다.
웅촌면 소재지에서 춘해대학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주)국일 간판과 함께 검단 버스정류장이 보이는 작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조금만 따라올라가면 마을 입구에 삼층석탑이 보인다.
은진송씨, 밀양박씨와 함께 고령김씨(高靈金氏) 등 세 성씨가 모여서 살고 있는 검단(檢丹)마을이다. 검단마을에는 현재 주민 150여 가구가 살고 있어 웅촌면 단일마을 가운데는 가장 큰 마을이기도 하다.
경순왕의 11세손 김석의 장손인 김남득(金南得)을 시조로 하는 고령김씨가 검단마을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약 210년 전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송호(松湖) 김연(金演)이 임진왜란 직후 청량면 진곡으로 피난 온 뒤 그의 후손인 도련(1777~1841)이 모친 청주한씨와 함께 검단마을로 옮겨와 살게 됐다.
한 때는 30~40여가구에 이르던 고령김씨가 지금은 열다섯집 정도 남아있다.
신라시대 절로 추정되는 검단사(檢丹寺)가 있었던 곳이어서 검단이라 불리는 이 마을에는 큰 산 이외에 작은 숲이 여러곳 있다.
옛부터 마을의 정기가 사방으로 빠져나간다고 해서 이를 막기 위해 세 곳에는 서나무, 동네입구인 남쪽 탑거리에는 탑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 입구에 있던 기존의 석탑은 지난 1989년 3월 도굴꾼에게 도난당했다.
통일신라 중엽의 탑으로 추정되는 단아한 탑은 울산읍지(1934년)에 "범오층(凡五層)"이라 기록돼 있다.
현재의 탑은 1990년 5월에 복원한 석탑이다. 정월대보름에는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검단마을 당수나무인 소나무와 마을 서쪽의 서나무에서 동제를 지낸다.
고령김씨 종손인 김관(70)씨는 "옛부터 동제를 아무렇게나 지내면 마을에 안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서 찬물에 목욕재계하고 정성스레 동제를 지내왔다"며 "마을입구 탑을 도난당했을 때는 성씨를 불문하고 외지에 나가있는 동네 사람들까지 모두 허전함을 느껴서 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90년 당시 750만원이라는 큰 돈을 모아 탑을 다시 세웠다"고 말했다.
유난히 민간신앙이 두터운 이 마을 사람들은 또 음력 9월9일이면 마을 뒤 사또봉에서 활연습을 하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는 제를 지내기도 한다.
검단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령김씨 후손들은 매년 입춘, 동지, 설, 추석, 기일, 묘사 등 1년에 여섯차례 마을회관 앞에 있는 옥오정(玉五停) 뒤편 가묘(사당)에서 제를 지낸다.
옥오정은 김연의 9대손인 유학자 김양호(金養浩, 1857~1898)의 정자로 팔각형식의 골기와 지붕, 정면 3칸의 목조건물이다.
김양호의 아들인 단산(丹山) 김상우(金相宇, 1888~1962)는 한시에 능해 영남거류라 불렸다.
당대 석학으로 칭송받았던 그의 시판(詩板)이 언양 작천정에 현존하고 있고 작천적 반석에는 그의 〈작천정중수기〉 글이 남아있기도 하다.
그가 1920~1945년에 운영해 온 서당인 단산정사가 검단리 690번지에 현존하고 있다.
지금은 많이 허물어져 이 마을 김씨들이 수리를 계획하고 있다.
김상우의 손자인 김규식씨는 "문집으로 발간된 응제집은 전국 대학 도서관에 있을 정도로 상우 할아버지는 영남 최고의 선비로 불렸다"며 "옛부터 이 마을에는 선비가 끊이지 않아 "검단가서 글(文)자랑 말라"는 말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학자와 문인의 후손으로 김창현 현 울산지방법원 판사를 내기도 했다.
공군 대령으로 예편한 김형도씨는 현재 외국으로 이민을 갔고 웅촌면 농협조합장과 울산향교 전교를 역임한 김위도(80)씨가 아직 검단마을에 살고 있다.
서울 (주)해동산업 회장으로 있는 김이도씨도 이 마을 출신이다. 고 김두열 전 합천군수와 김규인 울산시 건축설계협회장도 검단에서 자랐다.
김규식씨는 전 성균관 청년유도회 울산광역시 본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