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후 이면
24절기중 상강(霜降)!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날이다.
난데없이...
여자가
한(恨)을 품으면
오뉴월(五六月)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스친다.
여인함원(女人含寃)
유월하상(六月下霜)!
When a woman has a grudge,
It frosts in May and June.
여기서,
오뉴월(五六月)은
음력(陰歷)을 의미하므로
양력(陽歷)으로는
7월과 8월 정도 된다.
여자가 얼마나
독한 마음을 품었으면
한 여름에 눈이 오고
서리가 내린다는 말인가?
과거
남존여비(男尊女卑) 시대
여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
누명을 써도
풀 수 있는 길이 없었다.
학대와
멸시도 받으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도 했던 그 시대...
하늘이시여!
이 억울한 제가 죽으면
눈을 내려
저의 시신(屍身)을
덮게 해주시고,
오뉴월에
서리를 내려 주시어
다 굶어
죽게 하여 주소서!
나의 억울함과
나의 한(恨)을 안다면
하늘이시여!
눈과
서리를 내려 주소서!
실제 중국에서는
어느 여인이
이와 같이 탄식하며 죽자
오뉴월에 눈이 내리고
3년간 흉년이 들었다고도 한다.
주성치의 영화
구품지마관(九品芝麻官)에서도
여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자
한 여름에
눈이 내리는 장면이 있으며,
원나라 시대
잡극 두아원(竇娥冤)에도
6월에
서리가 내리는 내용이 있다.
이처럼,
여자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크나 큰
깊은
상처를 주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면서도
자연의 현상인 서리도
여자의 한(恨)도
하나같이
무섭다는 말로 풀이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미움(嫉,Detest)과
증오(憎惡,Execration)는
엄연히 다르다.
미움은
사랑을 기반으로
마음에
가시 하나 돋힌
단순한
소극적 감정이지만,
증오(憎惡)는
분노(憤怒)를 기반으로 하는
죽임과
파괴하고 싶어하는
혐오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흉기(凶器)를 손에 쥔
이 세상에서
같이 살 수 없을 만큼
원한이 깊게 맺힌
원수관계의 감정으로
그 감정이
여자의 기도에 옮기게 되면
문제가
즉각 생긴다는 것이다.
운전중
갑작스런 심장마비가
차량 전복 사고로 이어져
사망하거나,
순간을 위해
책임지지 못한 약속이
불감당이 되어
나락(奈落)으로 떨어져
극단적 선택으로
만들거나
합당하지 못한
궁색한 사랑놀이가
재물, 명예, 건강 등
모두 잃게 되어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된
주변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처럼
생각보다 훨씬 많다.
한마디로,
여자를 함부로 대하다가는
큰일이 난다는 말이다.
그래서,
평소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함은 당연하다.
어쨌거나
서리가 내리게 되면
식물들은 손상되므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채소는
뜨거운 물을 부어 놓은 듯
잎이 시들어 버리고
특히,
차(茶)의 경우
수확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농작물들은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
중부 내륙지방은
첫서리도
남부지방보다
비교적 일찍 내린다.
가을에
내리는 첫서리는
한 해의 농사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한 해의
농사를 끝내고
서리맞은
전답(田畓)을 바라보는
농심(農心)은 어떨까?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暴炎)을 상기하며
다가올 맹추위를 염려한
월동(越冬) 준비와
또 한편으로는,
눈 앞에
펼쳐진 하얀 세상,
첫눈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미 마음은
설레기 시작 안할런지...
이처럼,
추운 겨울의 힘듦 보다
설렘이 먼저 라니
참 아이러니하고
농부의 착한 간사함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또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뿌듯하고
얼마나 당당할까?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한때는
솔가지 나무 위에
눈이 소복이 쌓였던
시절도 있었다.
더운 줄 모르고
추운 줄 모르고 지냈던
새까맣게 잊을 법한
직장 생활이
기억이 쌩쌩하고
참 좋았던 것 같다.
깔끔한 정장에
두툼한 지갑...
넘쳐나는 머리숱
반짝거리는 까만 눈동자...
오후 6시쯤
은행 업무 마치고
재래시장
통닭 한마리 손에 들고서
퇴근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생전 모친께서는
서쪽 하늘이 훤하다며
부산 대신동 달덩이
이라 하셨고
판검사도
안부럽다 하셨는데...
그 분은
벌써 백골(白骨)이 되셨고
나는
똥덩이가 되었으니...
이제는 그렇게
불러 줄 사람도 없고
그런
상황도 아니고...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
푸념만 늘어
꼰대가 된듯 하고...
그때의 모든것이
지금의 농심(農心)과 같았으니...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추래로구(秋來路口)
가을 오는 길목
석양비상(夕陽悲傷)
석양이 섧기도 하여
괴심무한(愧心無限)
부끄러운 마음 끝이 없도다.
甲辰年
十月 第二十天
寓居泗川 灑落堂
律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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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霜降)!
律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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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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