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어두웠다.
대기는 잿빛 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뿌옇고, 가슴과 기도는 쓰리듯 답답했다.
하늘은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지 않았다.
얼마 전 스모그 현상 때의 경험이다.
하지만 인간인 우리가 어찌 하늘 없이 또 하늘을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거기 해와 달과 별과 우리 영원한 본향의 표상인 푸른 하늘이 빛나고 있는데.
어린 시절 내 머리 위의 하늘은 수정처럼 빛나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그런데 그 하늘이 광채를 잃고 탁하게 된 것은
하늘이 인간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청아한 하늘의 얼굴에 어두운 수건을 덮어씌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늘을 보아야 살 수 있다.
바쁘다고, 신경 쓸 것이 많다고, 관심이 없다고 인간은 한 걸음 안쪽에서 버둥거리며 그 안의 것들에 매몰되고,
한 걸음 너머 저 건너에, 한 걸음 너머 저 높은 곳에 시선을 두지 않는다.
이 세대에선 한 걸음 후퇴해서 세상을 보고, 이 세상 물건들을 접할 땐 한 걸음 밖에서 바라보고,
사람을 대할 땐 한 걸음 물러나서 살피고, 자신을 반성할 땐 한 걸음 뒤에서 헤아리라.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회고할 땐 한 걸음 떨어져서 반추하고,
하나님을 추구할 땐 이 세상보다 한 걸음 위의 하늘을 향하라.
여기 열거된 한 걸음 너머의 세계는 성경이요 성령이요 신앙이다.
한 걸음 안쪽의 하늘은 인간이 토해낸 먼지로 오염시킬 수 있지만,
한 걸음 너머 생명의 공간인 저 높은 하늘은 인간의 손이 닿지 못한다.
지금 세상은 과학과 문화와 기술과 철학과 사상으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이런 현상을 통찰하지 못하고 광분하는 인간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상살이는 더욱 치열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게 만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치와 철학과 과학의 옷으로 둔갑한 거대한 영적 전쟁이 모든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사악한 사상과 거짓 철학으로 무장한 가라지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활보 중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한 뼘도 안 되는 생애 안에서 꿈틀거리는 입김들로서
잠시 후 그 모든 것들과 함께 그들은 모두 심판의 회오리바람에 사라질 것이다(잠10:25).
이런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한 걸음 너머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 시대 우리가 한 걸음 너머의 기술을 모른다면 소용돌이치는 기계에 빨려 들어가듯
우리의 인생관, 세계관, 감정, 안정, 마음의 평화와 함께
우리 자체도 시대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 분쇄될 것이다.
우리에겐 은혜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이 세상의 힘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이 세상 불신앙의 날카로운 칼날보다 강한 믿음의 방패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우리의 연약함으로 말미암아 적의 송곳니에 물린 상처에 바를 향유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이 세상의 악의적인 얼굴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운을 소멸시킬 주님의 형상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위로가 필요하다.
이 모두는 이 세상보다 한 걸음 저 너머에서, 나 자신보다 한 걸음 안쪽 보좌에서 나오는 것이다.
2024. 9. 13
이 호 혁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