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씨 성분 '아미그달린' 대체의학에서 항암제로
송봉근교수의 한방클리닉 ‘살구’
발췌 일요주간 2014년 05월 30일 (금)
살구 씨앗은 개의 독을 없앤다(殺狗毒)
그래서 중국에서는 살구꽃 핀 마을은 술집을 흔히 가리키고 오늘날도 술집으로 유명한 곳이 많다고 한다. 중국의 4대 명주 중의 하나라고 하는 분주(汾酒)나 죽엽청주도 살구꽃 핀 마을이라는 행화촌(杏花村)이라는 곳에서 생산된다.
아마도 살구꽃이 아름답게 핀 마을은 물도 좋고 산수도 좋고 기후도 좋아 술을 빚거나 술의 원료를 생산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살구가 가지는 의학적 효능이 가미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살구나무는 원래 아르메니아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살구나무를 가리키는 학명(Prunus armeniaca)에도 아르메니아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 등의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자생하였고 후에 아르메니아로 전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유럽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유럽 정벌을 하면서 아르메니아로부터 유럽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자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살구(殺狗)는 한자로 개를 죽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살구나무에 개를 오래도록 묶어두면 개가 죽는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도 살구씨에는 아미그달린이라고 하는 청산가리 성분이 들어 있는데 개가 살구에 들어 있는 이 성분을 많이 먹게 되면 바로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불렸다고 한다.
실제 동의보감과 같은 옛 의서에 보면 살구에 들어 있는 씨앗은 개의 독을 없앤다(殺狗毒)고 설명하고 있다. 개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흔히 민간에서 살구씨를 달여 먹으면 낫는 다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효능 때문이라 하겠다.
사실 살구 특히 살구씨는 한의학에서 행인(杏仁)으로 불리는데 예로부터 매우 요긴한 한약재로 활용된다. 옛날 중국 유비와 조조와 손권이 패권을 놓고 힘을 겨루던 삼국시대 오나라에 동봉(蕫奉)이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는 도인으로부터 의술을 이어받은 아주 훌륭한 의술을 가진 고명한 의사였다. 그는 환자들을 많이 치료하였는데 심한 병이 들어 다 죽게 된 사람을 치료한 경우에는 치료비 대신 살구나무 다섯 그루를 받았고, 비교적 가벼운 질환으로 치료한 사람은 살구나무 한 그루를 치료비로 받았다고 한다.
아마도 살구씨가 요긴하게 사용되는 약재이기에 치료비 대신 약재의 원료가 되는 살구나무를 심도록 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나게 되자 살구나무는 10만 여 그루가 될 정도로 많아졌고 숲을 이루다시피 하게 되었다.
여기서 연유하여 사람들은 한의학 또는 한의사들을 살구나무 숲이라는 의미의 행림(杏林)으로 부르게 되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아주 훌륭한 의술을 가진 명의를 지칭할 때 행림고수(杏林高手)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무튼 동의보감에서는 살구씨가 약간 독이 있긴 하지만 기침이 자주 나오는 것을 막고 근육을 이완시키고 땀을 내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살구씨는 개의 독을 없애는데 일부 특히 씨앗이 두 개 들어 있는 것은 사람도 죽게 하고 개에게도 치명적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살구씨는 날 것과 익은 것을 모두 사용하는데 반쯤 익은 것은 사람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살구씨의 독을 없애기 위해서 끓는 물에 담갔다가 껍질을 벗겨 사용하거나 밀기울과 함께 볶아서 사용하고 또는 어린아이의 오줌에 3일 정도 담근 뒤 꺼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살구를 많이 먹으면 시력 상실 차단!
민간에서는 살구에는 살구나무의 껍질이나 뿌리를 달여 마시면 중독 증상을 없앨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살구 열매도 갈증을 멈추어주고 몸의 진액을 많게 하며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고 기침을 없애는 효능이 있는 반면 독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많이 먹게 되면 정신이 손상되고 뼈와 근육을 상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살구에는 섬유소가 매우 많다. 그래서 말린 살구는 변비를 치료하거나 설사를 유도하는데 사용되었다. 또 섬유소가 많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도 나타나게 된다.
살구는 매우 강력한 항산화성분을 여러 종류 가지고 있다. 배당체 및 폴리페놀 등의 항산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퀘르세틴이나 카테킨, 안토시아닌, 마늘산, 카페인산, 쿠마린 및 페룰산 등의 항산화성분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살구는 심장병 등을 예방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타민 A와 C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눈의 시력을 개선시키는 성분인 카로테노이드나 크산토필 및 루테인이라는 성분도 풍부하다.
그래서 살구를 많이 먹으면 시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많아지고 실제 연구에 의하면 살구를 많이 먹은 사람은 시력을 잃게 되는 확률이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녹차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잘 알려진 것이 카테킨이다. 그런데 이 성분은 살구에도 풍부하다. 보통 살구 한 알에 카테킨이 4-5그람 정도 들어 있다고 한다. 이 성분은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염증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혈관의 노화에 의한 손상을 막기도 하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카테킨이 발휘하는 효능이다.
아무래도 의학적 효능과 관련된 부분은 살구씨라 하겠다. 살구씨에는 우선 시안생성글리코사이드인 아미그달린 함유되어 있다. 한마디로 자연 속에 함유된 청산가리이다. 자연에서 식물도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독소를 가지게 되는데 바로 복숭아씨나 살구씨와 같은 단단한 돌처럼 생긴 씨를 가지고 있는 과일과 사과씨 등에 포함된 독소가 바로 아미그달린이다.
이 성분은 암치료의 효능이 있다. 레트릴이라고 하는 항암제가 바로 살구씨 성분인 아미그달린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레트릴은 한때 암세포의 사멸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 판매해야 하는 세계적인 제약사들의 공세 등으로 사용금지 되었고 최근에는 아쉽게도 대체의학을 위주로 치료하는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살구씨로 종양을 치료한 경험은 이미 서기 500년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17세기 영국에서도 살구씨 기름을 가지고 종양이나 부종이나 궤양을 치료하였다.
섹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희곡에서 사랑을 나누기 위하여 살구를 주라고 말하듯 유럽에서는 살구씨가 정력을 높인다고 믿기도 하였고 아이의 출산을 쉽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한의학에서는 주로 살구씨를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혀주는 용도로 활용한다. 오래 전부터 가래 기침 해소 천식 등의 증상에 사용되어 온 용각산이라는 약은 살구씨와 감초와 도라지로 이루어져있다.
바로 살구씨에 들어 있는 아주 적은 양의 청산가리 성분이 호흡중추를 안정시켜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가 덜 생기도록 하기 때문이다. 찬바람과 추위로 인하여 열이 나고 땀과 기침이 나면서 가래가 심할 때 사용하는 행소탕이라는 처방도 살구씨가 주성분이다.
기침 가래에 사용하는 정천탕이나 마황탕, 대청룡탕, 마행석감탕 등의 주약도 살구씨이다. 이렇듯 기침을 주증상으로 하는 환자에 처방에는 거의 대부분 살구씨가 같이 처방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정도이다.
살구씨가 가지는 또 다른 효능으로는 소화기능을 돕는 작용이 있다는 점이다. 살구씨는 장점막의 윤활작용을 높여서 변의 배출을 쉽게 하도록 도와주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변비에 한의사가 사용하는 처방중의 하나로 다섯 종류의 씨앗으로 만들어진 오인환에는 바로 살구씨가 함유되어 있다.
여기에 살구씨는 미백효과가 있다. 살구씨에 들어 있는 지방유는 피부각질층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찍이 궁중에서는 궁녀들이 피부를 하얗고 촉촉하게 하기 위하여 살구씨를 이용하여 피부를 가꾸었다고 한다. 요즘에도 살구씨를 갈아서 만든 팩이나 비누를 이용하여 주근깨나 기미 등을 없애려는 노력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살구씨는 혈당을 낮추고 혈중 지질도 낮춘다. 염증을 없애고 통증을 줄이는 효능이 있어서 흔히 민간에서는 코 안이 헐거나 눈에 다래끼가 생기거나 귀속에 종기가 있거나 치질 등이 있을 때에도 살구씨를 갈아서 가루를 상처 부위에 넣거나 달인 물을 마시거나 상처에 바르게 되면 증상이 호전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겉모양은 번드르 한데도 속은 별로 인 경우를 일컬어 흔히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한다. 달콤한 살구와는 달리 떫은맛이 나서 먹기 힘들기 때문에 그런 말이 붙여졌을 것이다.
요즘과 같은 원칙이 바로 서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 시대에는 겉모양은 같지만 아무 쓸모 짝 없는 개살구처럼 살려 하지 말고 여러 가지 다양한 효능과 이로움을 가지고 있는 살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요즘 겪고 있는 아픔도 살구보다는 개살구가 세상을 더 판치기 때문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고향집 어린 유년시절 맛보던 살구의 새콤달콤한 맛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