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간다는 마음으로 설레임 가득안고 제주를 떠나는 태균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뻔히 어디를 가는지 알기에 용인숙소에 들려 하룻밤 자러 갈 때는 낙지볶음 먹을 생각에 입맛이 저절로 도는 듯 합니다. 완도에 오전 10시반쯤 내려서 잠깐잠깐 졸음쉼터에서만 볼 일보고 내처달려 왔는데도 경기도 안성을 지나자 서울로 몰려드는 속수무책 차량들의 행렬은 숨을 턱턱 막히게 합니다.
준이집 예정도착 시간이 오후 5시였음에도 분당톨게이트 빠져나오는데만 1시간 넘게 소요되었으니 무려 1시간 반이나 더 지체되어 도착한 시간이 6시반. 준이집 근처에서 기다렸던 완이부모님은 긴 기다림 끝에 완이랑 상봉, 무사히 잘 돌아갔습니다. 작년과 달리 완이돌봄과 교육에 전담체제로 꼬박 7, 8월을 보냈으니 완이의 몇 가지 기행들은 이번에 유독 트라우마에 가까운 정신적 흔적들을 남긴 듯 합니다.
사실 완이야 예전부터 그랬으니 다 알고있던 사항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나 그 와중에 더 성장하고 상황인지가 좀 나아지니 정말 더이상 아니다 싶은 행동에 대해서 고쳐놓고싶은 조급함이 커졌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벽 배를 타보니 과거의 쭈뼛대며 한참 애를 먹인 후에 실내진입하던 모습은 거의 사라졌고 오히려 호기심까지 보이는 듯 합니다.
기행奇行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연령에 따른 신체적 성장과 인지 정신적 성장의 갭이 크면 클수록 기행은 불가피합니다. 기행의 근본은 감각추구 욕구의 채워지지 않은 다급함에서 옵니다. 이 다급함은 다른 정상적이고 사회적인 행동습득을 방해하고 왜곡하며 항상 자신세계만의 동물적 생태를 내세우게 하기에 상식선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기행들이 속출하게 됩니다.
소근육이 안되면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어야 하고, 촉각방어가 해소되지 않으면 자꾸 홀딱 벗으려하거나 변을 만지려하고, 촉각자극을 위해 담요나 옷 등을 빨아대고 집착하게 되며, 편도체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먹지말아야 할 것들을 자꾸 입으로 가져가게 되고, 전두엽을 가동시키기 위해 냄새자극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이런 뇌적 기행행동들은 우리 아이들은 너무 많이 하지만 일반사람들에게는 한 가지만 해도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게 됩니다.
두어달만에 엄마와 단 둘이 있게 되었으니 하고싶은 일도 많은 태균이... 자꾸 '인천국제공항'을 써대는데 처음에는 웃음으로 넘어갔지만 영흥도집에 와서도 자꾸 써대는 통에 아빠한테 한 소리 들었습니다. 아빠는 엄마와 달리 호락한 것들이 별로 없으니 태균이 엄마에게만 집착하곤 합니다.
용인에 도착한 금요일은 신나는 낙지볶음, 하루 더 용인에 있으며 내부정리하려던 계획과 달리 태균이의 성화에 못이겨 나선 영흥도 길에서는 오래간만에 들른 유가네칼국수, 간만의 외식이 모자를 즐겁게 합니다. 태균이 점점 갈수록 입맛이 엄마 그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토요일에는 오래 전 발달학교를 꾸준히 다녔었고 여전히 저의 이론을 실천하는 발달학교 근무했던 특수체육쌤이 운영하는 센터에서 교육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웅이맘의 소개로 한 엄마를 만났습니다. 만나기 전에 잠시 나누었던 카톡상담을 통해 제주도 1년살이 한번 해보라 했더니 놀랍게도... 바로 결정하는 실행력!
제가 토요일 상담을 위해 집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주거할 지역까지 결정해놓은 것을 보고 이 아이도 많이 좋아지겠다싶습니다. 엄마가 적극적이고 뭐든 마다하지 않으니 이제 아이의 근본문제 원인만 잘 이해하고 대처해가면 결과가 달라질 수 밖에 없겠지요. 오랜 인연을 이어온 웅이맘과의 수다를 곁들인 상담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아이를 위해 헌신한 지성맘들이 항상 제 이론은 옳다는 것을 손수 증명해주니 저도 기쁠 수 밖에 없습니다. 웅이는 잘 자랐고 이제 미래 직업대책까지도 교육받는 정도이니, 완이랑 겨우 1살 차이인데도 여전히 천방지축 점점 기행의 강도가 세지고있는 완이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영흥도집에 오니 정말 폐가수준의 잡초들 투성이에다, 한 여름 여러 차례 물세례 후유증 습기들이 집안 곳곳 모든 물건들은 곰팡이에 점령당했습니다. 벽들에 시커멓게 들러붙은 곰팡이자욱들은 너무 흉해서 집을 통째로 드러내고 싶을 정도입니다. 피곤한 몸으로 곰팡이부터 닦아내보지만 이 끝없는 일들에 종지부를 잘 찍어가보아야 합니다.
다 비워내는 것! 이제는 뭐든 비워내야하는 시기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첫댓글 간만에 오른 글, 넘 반갑습니다. 휴식도 취하시길 바랍니다. 한가위도 또 명절 이후도 즐거운 날 되시길요. 낙지 볶음은 저도 무지 좋인하는데 태균씨 반갑습니다. 외국 여행이 그립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