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관심이고, 어디까지가 오지랖일까?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내린 정의로는 “너 가방문 열렸어.”, “머리 뒷부분이 뻗쳤어.” 등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관심’. “너 왜 결혼 안 하니?” “연봉이 왜 그렇게 적니?” 등 당장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지적은 ‘오지랖’이라고 했다. 얼마 전 차를 구입한 A군은 새 차에 관한 이러쿵저러쿵 꽤 많은 오지랖 발언들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것을 관심이라 외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회 초년생 A군. 큰맘 먹고 첫차를 구매했다. 몇 달을 심사숙고했고,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겨우 결정한 마이카.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사랑스러운 애장품이 되었다. 퇴근 후 집에서 드러눕기 바빴던 A군은 차를 구매한 후부터는 금이야 옥이야 매일 같이 차를 닦고, 점심시간엔 차량용품 검색에 여념이 없다. 컬러도 무채색 계열은 조금 심심해 보여서 블루 계열로 장만했다. 쉽게 질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잠시, 볼 때마다 마음에 쏙! 드는 컬러에 과감한 결정을 하기를 잘했구나 싶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의 첫차 구매 소식은 친구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기 쉬웠고,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거드는 오지라퍼들 때문에 슬슬 신경이 거슬린다. 심지어 친구인 B군은 보자마자 색 타박에 들어갔다. B군은 나름대로 친구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지만, 자동차는 마트 계산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넣는 껌이나 젤리 따위가 아니다. 몇 달에 걸쳐 고민하고 생각하고 결정한 것인데, 이걸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잘못인가 이제 의심스럽다. A군과 B군의 견해 차이를 들어보자.
“B군에게 차를 사겠다고 얘기하자마자 뱉은 첫마디가 “파란색을 왜 사? 세단은 블랙 아니면 화이트지~”였다. 차를 구매하고 나서도 아주 보는 사람마다 그 질문은 필수로 나오는 탓에 녹음기로 답변을 들려주고 싶은 심정. 차는 블랙과 화이트만 있는 것도 아닌데 중고로 팔 때 불리하다느니, 쉽게 질린다느니 한마디씩 거든다. 난 지금 그게 타고 싶다고! 그것뿐인가 썬루프 옵션은 왜 넣었냐, 박스카는 여자들이 타는 차 아니냐 등등 이토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차에 대한 선입견이 단단히 박혀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디까지나 선택은 나의 몫.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말이 필요하다."
"첫차를 구매한 친구는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고, 아직 서툰 친구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뻔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도와주려고 그런 것. 평생 한 차만 살 것도 아닌데 유색 계열은 중고차로 판매 시 불리하기 때문에 말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평소에 자동차에 관심이 많고, A군보다 자동차 관련 정보 습득에도 빠른 편이기 때문에 잘 모르는 친구에게는 알려주고 싶어서 한 말이었을 뿐, 불쾌하게 하려는 의도도 아니었고, 괜한 오지랖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
실제로 신차를 구매한 사람들이 이런 관심(?) 어린 조언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한 사람이 평생 동안 평균 5회의 자동차를 구매하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한 번 구매하면 5~10년은 그 차를 타기 마련. 1~2년 주기로 바꾼다는 스마트 폰을 구매할 때도 그렇게 망설이는데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자동차는 누군가의 재산 가치 1순위일 수도 있다. 분명 그 어떤 물건보다도 애착이 강할 터. 많은 사람들이 신중한 자기 선택에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는 목소리가 거슬릴 수밖에 없다. 신중하게 고민하다가 구매한 내 차를 보자마자 "야, 그 돈 있으면 다른 차를 사지~" 이런 말을 듣는 순간 기운이 탁하고 빠진다.
그렇다면 새 차를 산 친구에게 조심해야 할 말 뭐가 있을까?
그야말로 TMI다. “어, 이거 내 친구는 어디서 OOO에 샀다던데?” 하는 순간 짜증이 난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재고 개월 수, 카드 할인, 비현금 할인 등 특수한 조건들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의 정보를 미리 검색해볼 수 있지 않은 이상 모를 수도 있다. 일단 구매자 기준에선 가장 저렴하게 구매했을 텐데, 몰라도 되는 정보를 굳이 말해줘서 찝찝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 차라리 사기 전에 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정보겠지만 구매 후 말하는 건 그냥 화를 돋우는 것밖에 안된다.
"빨간 차라니, 너무 튀는 거 아니야?" 유독 유색 차량에 대해서 거부감이 큰 우리나라 특성상, 독특한 색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생각 없는 오지랖 문장. 듣는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을지도 모른다. 중고차로 팔 때 무채색이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것이 있는 것. 너무 따지고 들지 말자. 색상뿐만 아니라 옵션에 대해서도 훈수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약 썬루프가 없는 친구의 차를 보고 "어우 썬루프 있어야 팔 때 돈이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냥 마음 한구석에 고이 접어두자
귀여운 디자인의 박스카, 경차 등을 남자가 타면 의아하게 보는 선입견이 있다. 실제로 경차와 접촉사고가 났을 때 여자일 줄 알고 뒤에서 위협적으로 경적을 울렸는데, 마동석 배우님만한 덩치의 소유자가 내려 급 꼬리를 내렸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경차는 ‘여자’차가 아니다. 특히 단거리 운전이 대부분인 운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차를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반대로 SUV에서 가녀린 여성 운전자가 내렸을 때 멋지다고 생각하거나 의아했던 경험이 있을텐데, 이역시 우리의 선입견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높고 큰 차체 때문에 거칠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그것 때문에 여성 운전자가 선호할 수도 있는 것. 하지만 차는 성능과 가격, 성향 모든 것을 종합하여 선택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우선 순위에 두느냐에 차이지 성별은 기준이 안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잔소리로 느껴질 수 있다. 관심과 오지랖의 경계는 생각보다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선을 한끗 넘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좋은 의도로 출발했던 것이 상대에게는 불쾌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 명심해라, 차량 용품 추천, 바람직한 신차 관리 팁 등 당장 바꿀 수 있는 조언은 관심. 색상에 관한 것, 이미 지난 세일 정보 등은 이제 상황을 바꿀 수 없으므로 오지랖에 해당한다는 것을.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결정을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면 이와 같은 갈등은 줄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