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을 가진 새들이 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새의 깃털은 종마다 전혀 다르다.
새의 깃털 비행은 날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고 환경 적응에 성공토록 한 걸작품으로서, 펭귄이 물속을 헤엄치고, 독수리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며, 벌새가 꽃 속의 꿀을 빨기 위해 정지 비행하는 것을 돕는다.
깃털이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공통적인 핵심 설계를 공유하고 있다. 말하자면 일체형 모델이지만 특화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것이다.
대만의 푸른 까치(blue magpie)가 날개를 펴고 날고 있는 모습. ⓒ Shao Huan Lang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연구팀이 이끄는 국제협동연구팀은 새로운 연구를 통해 새의 깃털이 어떻게 발달해 마침내 조류가 전 세계로 퍼지는 데 도움을 주게 되었는가를 밝혀냈다.
생명과학저널 ‘셀’(Cell) 27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 결과는 전 세계 21개 조류 종 깃털의 물리적 구조와 세포 구성 및 진화에 대한 비교 분석을 바탕으로, 깃털의 형태와 기능을 심층적으로 보여주었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이런 단순성과 유연성은 드론과 풍력 터빈, 의료용 임플란트 및 기타 고급 재료를 만들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있는 엔지니어들에게 영감을 던져준다.
‘셀’지에 발표된 연구 논문 요약과 도해. ⓒ Cell Press
21종의 조류를 다학제적으로 분석
이번 연구를 이끈 USC의대 병리학과 발달생물학자인 쳉-밍 추옹(Cheng-Ming Chuong) 교수는 “우리는 새가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날 수 있는지를 궁금하게 여겨오던 끝에 비행 스타일의 차이가 대부분 비행 깃털의 특성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 깃털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따라서 그 특성을 더욱 잘 이해해 이런 생물학적 구성 원리가 어떻게 현대 기술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비행 깃털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위해 추옹 교수는 대만 중국의대 통합줄기세포센터 생물물리학자인 웬 타우 주안(Wen Tau Juan) 박사와 다분야 국제협동연구팀을 구성했다.
연구 작업에는 줄기세포, 분자생물학, 해부학, 물리학, 생물-영상(bio-imaging), 엔지니어링, 재료과학, 생물정보학 및 동물학 전문가가 참여했다.
연구 대상 조류 종류로는 타조와 참새, 독수리, 닭, 오리, 제비, 올빼미, 펭귄, 공작, 왜가리와 벌새 등이 포함됐다.
다양한 모습의 새 깃털. ⓒ Wikimedia / Adolphe Millot
깃털 축과 날개판 심층 연구
연구팀은 화석과 줄기세포 및 새들의 비행 특성을 활용해 깃털을 비교했다.
이들은 먼저 깃털의 주 뼈대(shaft) 혹은 깃털 축(羽軸)에 초점을 맞췄다. 이 깃털 축은 마치 배의 돛을 매단 마스트처럼 깃털을 지지해 바람과 날개 사이의 압력을 버티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깃털이 펄럭일 수 있도록 하는 샤프트 양쪽의 날개판(vane, 羽板)에도 주목했다. 그리고 어떻게 진화를 통해 깃털이 형태를 갖추고 인접 깃털들이 서로 달라붙는 벨크로처럼 잠겨져 날개를 형성하도록 하는 미늘(barbs)과 융기부(ridges)와 돌기(hooks)가 형성됐는지를 조사했다.
목표는 공룡에 있던 단순한 솜털 깃가지 같은 부속기관이 어떻게 다른 기능을 가진 3단계 분지 구조로 변형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깃털의 각 부위 명칭. 1. Vane 2. Rachis 3.Barb 4.Afterfeather 5.Hollow shaft, calamus ⓒ Wikimedia
나는 새와 날지 못하는 새는 깃털 축에 차이
연구팀은 서로 다른 양태로 비행하는 오리나 독수리, 참새 같은 새들과 닭같이 땅에 사는 새들을 비교했을 때 깃털 축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외형적으로 단단한 깃털 축은 피질이 얇고 무게가 가벼운 반면 축 내부는 뽁뽁이같이 작은 공기주머니가 있는 다공성 세포로 채워져 있었다. 또 여러 방향의 띠로 정렬돼 있으며, 작은 측면 빔처럼 작동하는 융기부들로 강화돼 있었다. 이와 함께 비행이 가능하도록 가볍고 속이 빈 부력 구조를 형성했다.
이에 비해 다른 종류 새들의 깃털 축 단면은 내부 코어와 바깥 피질이 고도로 특화된 모양과 배향성(orientations)을 보여주었다.
추옹 교수는 “비행 깃털은 적응성 높은 구성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볍고 강한 재질로 된 두 개의 구성 모듈로 만들어져 있다”고 밝혔다.
깃털 진화 단계를 보여주는 도해(요약 Xu & Gou 2009). 1.Single filament 2.Multiple filaments 3.oined at their base 4.Multiple filaments joined at their base to a central filament 5.Multiple filaments along the length of a central filament 6.Multiple filaments arising from the edge of a membranous structure 7.Pennaceous feather with vane of barbs and barbules and central rachis Pennaceous feather with an asymmetrical rachis 8. Undifferentiated vane with central rachis ⓒ Wikimedia / Matt Martyniuk
깃털 성장 유도 메커니즘
연구팀은 깃털 성장을 유도하는 두 가지 다른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피질 두께는 조직 성장을 위한 분자 신호인 뼈 형태 형성 단백질에 의해 좌우됐다.
이에 비해 다공성 깃털 내부 혹은 모수(medulla, 毛髓)는 형질전환 성장인자 베타(TGF-b)로 알려진 다른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성분 모두 조류 피부에 있는 줄기세포로부터 탄생된다.
반면 날지 못하는 새들의 깃털은 더 단순하게 견고하고 단단한 밀도 높은 피질로 구성돼 있고, 날아다니는 새들에게서 볼 수 있는 내부 버팀대와 세포들은 적었다. 이 같은 특징들은 특히 날개를 물속에서 노처럼 사용하는 펭귄에서 두드러졌다.
후기 쥐라기 때 독일 지역에 살았던 시조새(Archaeopteryx lithographica)가 작은 공룡(compsognathid)을 쫓는 모습을 그린 상상화. ⓒ Wikimedia / Durbed
1억 년 전 시조새 분석
연구팀은 연구의 일환으로 미얀마의 호박(amber) 속에 박혀 있는 약 1억 년 전의 깃털을 조사했다. 이 화석들은 초기 깃털에는 현대의 조류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 하나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화석 깃털이 어떻게 갈고리가 아니면서도 겹쳐서 깃털 날개를 형성하는 미늘 가지와 작은 깃가지들을 갖게 되었는지를 보고했다.
솜털 같은 깃털을 고성능 비행을 위한 타이트한 평면 비행용으로 바꾸는, 걸쇠처럼 작용하는 갈고리는 나중에 진화했다.
연구팀은 또 다른 성장인자인 WNT2B가 갈고리 형성을 조절하는 작용제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갈고리도 표피 줄기세포로부터 생겨났다.
작은 깃가지가 서로 물려서 연결되는 모습을 나타낸 미세 그림. ⓒ Wikimedia / W R Ogilvie Grant
“풍력 터빈과 드론 등 미래 기술에 활용”
이 발견들을 종합해 보면 깃털 달린 공룡들과 초기 조류들이 비록 공기역학적으로 무거운 짐을 운반하기에 적합지 않았으나, 어떻게 작은 깃가지 판들을 겹쳐서 원시적 날개를 형성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날개에 더 많은 복잡한 특성들이 생겨나면서 더 무거워지자 깃털 축은 더 강해지면서 무게는 가벼워졌다. 이는 더 강한 깃털과 튼튼한 날개로 진화해 조류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는 강력한 비행을 가능하게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깃털 축과 날개의 진화 추세가 개별 조류에게는 최고의 비행 성능을 위한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한편, 종 분화의 선택적 기반의 일부가 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여기서 연구한 기능적 구성(아키텍처) 원리는 풍력 터빈과 인공 조직, 비행 드론을 포함해 다양한 규모의 아키텍처를 위한 생체-영감 설계와 미래의 복합 재료 제작에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