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이 머무는 피정 -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녀회 소사 성분도 은혜의 집] 나와 대면하는 시간 - 나를 만나는 휴가 피정
더웠다. 너무 더웠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는 찌는 듯 무더웠다. 한 달 넘게 계속된 불볕더위가 전국을 달구었다. 지난 칠팔월이 그랬다. 연일 최고 온도를 기록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폭염과 열대야를 피해 산과 바다, 계곡으로 휴가를 떠났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을 안고 피정의 집으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도 있다.
나를 만나는 휴가 피정
“직장 · 학교 · 군대 따위의 단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런 겨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휴가에 대한 정의다. 그렇지만 그런 사전적 정의로 휴가의 의미를 모두 표현할 수 있을까?
휴가는 누구나 기다려지고 또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말이다. 그래서 휴가 앞에는 보통 ‘행복한’, ‘신나는’, ‘즐거운’, ‘꿈같은’ 따위의 수식어가 앞선다. 그리고 그 길 끝자락에서 심신을 달래고, 마음의 여유와 평화 속에 다른 사람이 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를 만나는 휴가 피정.’ 지난 7월 15일자 ‘서울 주보’에 실린 제목이 그랬다. ‘나’를 ‘만나는’ ‘휴가’라고, 그런데 그게 피정이라고….
“내가 가진 물건도 내가 만나는 사람도 다 지나가지만, 끝까지 나와 함께 머무는 대상은 나 자신입니다.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며 내가 편안해져야 내가 나에게 또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관계 형성도 잘 할 수 있어요. 나에게 일어나는 갈등과 혼란은 내면에서 비롯하는데 문제를 밖에서 찾으려 하니 해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금 나의 상태를 보면서 나와의 관계 너와 우리와의 원만한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소사 성분도 은혜의 집(이하 소사 은혜의 집) 양선일 폴리나 수녀가 밝힌 피정을 마련하게 된 배경이다. “나 자신과 만나려면 일상을 떠나 휴가를 해야 하고 나와 잘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나를 만나는 휴가 피정’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신자들의 요청으로 시작한 피정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소사 은혜의 집은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옆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사로 320번길 35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에 수녀회 분원이 설립된 것은 1949년 11월 무렵이다. 1979년 수도 생활을 하며 농사를 짓는 수녀들에게 인근 본당의 신자들이 찾아와 기도를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수녀원에서는 함께 기도하고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영적 말씀을 나누기 시작해 1981년 소사 은혜의 집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1990년 5월 나지막한 동산과 잘 가꾸어진 정원으로 둘러싸인 지하 1층, 지상 2층의 아담한 피정 공간이 마련되었다.
수녀원에서 어떤 목적을 갖고 피정을 준비한 게 아니라 지역 신자들의 요구와 지역 사회에 문을 열고 더불어 살아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피정’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요즘에는 위탁 피정을 주로 하며, 단체 피정을 위해 장소를 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해마다 8월에 단 두 차례 ‘나를 만나는 휴가 피정’을 진행한다.
하느님 안에서 나를 보라
지난 8월 4일 열린 올해 첫 ‘나를 만나는 휴가 피정’에는 전국에서 열여덟 명이 참여해 참자기와 대면하는 시간을 가졌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 해답을 얻으려고”, “마음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고”, “투병 중인 남편을 간호하고 지켜보는 게 힘들어서”, “영적으로 충전하려고” … 그렇게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이들이 피정에 참여했다. 혼자나 성당 동료와 같이 오기도 하는데, 제주에서 딸과 함께 피정에 온 어머니도 있다.
“쉬러 오셨지요? 편안하게 쉬러 오셨는데 할 게 많아요. 전해 드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요.” 양 수녀가 첫 만남 시간에 한 말처럼 1박 2일 동안 진행된 피정은 꽤 많은 내용으로 채워졌다. 두 번의 강의와 나눔, 몸풀기와 산책, 그리고 개인 작업 등으로 쉴 틈 없이 진행되었다. 주일 미사를 아침 6시 50분부터 시작할 정도다.
“현재의 나에게 어린 시절의 환경은 무척 중요해요. 내 몸에 지난날이 다 들어있어요. 우리는 지금도 어린 시절의 환경에서 살고 있잖아요. 부모님이 하셨던 것을 지금 내가 답습하고 있다고 봐요. 그게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지요. 피정을 통해 그걸 보게 해 주는 거예요.”
양 수녀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내면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늘 외면에만 머무른다고 한다. 현재에 살지 않고 허상에 살며, 나를 보지 않고 남만 본다. 나는 이미 나인데 다른 사람이 되려 한다. 나를 보는 기준이 너나 세상의 기대치가 되면 나는 늘 초라해지고 불행해진다. 세상의 기대치를 맞추려니 부족하다고 느끼며 현재가 힘들어진다.
“땅에 필요한 것을 얻으려는 노력, 몸을 위해 갖춰야 할 ‘스펙’을 쌓기보다 하늘에 있어야 할 것들을 얻으려는 노력, 마음과 영혼을 위해 갖춰야 할 ‘스펙’을 쌓는 일이 훨씬 더 소중하다.”는 말이다.결국 지금 나에게 나타나는 많은 문제는 바로 나 자신에게서 온다. 그러니 자신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지금 여기 나 자신을 보는 것이 해결책이다. 하느님 안에서 나를 보고 세상의 기대치와 다른 사람의 기대치만 내려놓아도 많은 것이 해결될 수 있다.
하느님 안에서, 자기 안에서 논다
휴가 피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하느님 안에서, 자기 안에서 노는’ 것이다. 내가 하느님 안에서 사는 신앙인이라는 강의를 시작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그렇다. 내 안의 결핍된 것과 채워야 하는데 채우지 못한 것을 보게 하고 지금 내가 어떤지 점검하게 한 뒤 나누기를 한다. 자신을 이야기하는 시간과 자신의 아픔을 털어 내는 시간이 꽤 길게 이어진다. 모두 함께 나누기 때문에 피정의 인원은 스무 명 안으로 제한한다.
“몸은 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 생각해요. 지금의 나의 몸을 존중해야 해요. 음악에 몸을 맡겨 나를 풀어 보고, 어색하지 않게 내 몸으로 뭐든지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몸동작으로 나를 자유롭게 하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나를 존중하고 칭찬하고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시간도 있다.
현재의 나를 보고자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자라온 환경과 부모에 대해 살펴보기도 하고, 예수님의 삶 안에서 우리를 보려고 예수님의 일생을 돌아보기도 한다.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는 분별을 키우는 작업도 한다. 그리고 결론은 이렇다. ‘무엇이 되려고 하지 말라. 이미 나는 내가 되어 있다.’
“나의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나와 미래로 나가려는 내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을 알고 받아들이면 나를 총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날과 오늘, 그리고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도 있다.
아무런 주제 없이 수녀원의 숲을 30분 정도 그냥 걷는 산책도 한다. 숲속의 산책으로 마음에 여유가 스며들고, 무심코 걷다 보면 정신도 맑아진다.
나 자신도 찾고 하느님도 만나는 피정
휴가 피정에 참여한 이들에게 물었다. “어떤 나를 만났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쉬고 싶은 마음으로 왔어요. 직장과 자녀에게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이었어요. 직장에서 짊어진 십자가가 너무 크고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피정을 마치며 내 십자가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깨달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지난날을 돌아보며 보고 싶지 않은 내 약한 부분, 외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힘든 일이 참 많았는데 하느님께서 옹기장이처럼 그런 시련을 통해 나를 빚어주신 것 같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돼요. 하느님께서 용기를 내서 다시 도전해 보라고 힘을 주시는 것 같아요.”
“제목만 보고 무작정 신청했어요. 나를 둘러싼 상황들이 절망적이었거든요. 이 피정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오늘 이후 다시는 지난날의 상처를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해요. 앞으로는 내 인생을 살 겁니다.”
“모태 신앙으로 성당 안에 있는 게 익숙하고 좋아요. 나를 성당에서 살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려요. 피정하면서 하느님과의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투병 중이라 힘든 상황인데 하루 휴가를 주자는 기분으로 왔어요.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무념무상으로 숲길을 산책하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답답하고 어두컴컴한 터널을 혼자 걷고 있다가 시원한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었어요. 한층 편해진 내가 된 것 같아요.”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시간에 쫓기듯 산다. 늘 사회적 지위, 소명, 상황으로 말미암아 ‘나’를 잊고 산다. 이런 때 사람들은 휴가라는 이름으로 자신에게 자유를 선물한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음식을 양껏 먹고, 걱정을 잠시 멈춘다. 휴가는 그런 것이다.
삶이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 휴가로 에너지를 재충전하듯 피정도 마찬가지다. 잠시 쉬고, 기도하면서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어갈 수 있다. 그게 나 자신도 찾고 하느님도 만나는 피정, 내면으로의 여정을 떠나는 피정이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를 만나는 휴가 피정’처럼.
[마음이 머무는 피정 - 마리아의딸수도회 서울 마리아니스트 영성 센터] 예수님의 덕행 안에서 성장하기, ‘참행복의 길’ 피정
“막 구운 따끈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는 것, 오후의 햇빛이 나뭇잎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무라카미 하루키는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이런 게 바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고 평범한 행복이라 했다. 이 행복을 주제로 하는 피정이 있다. 서울 마리아니스트 영성 센터에서 실시하는 ‘참행복의 길’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중앙본로30가길 20, 도심 속 조용한 주택가에 마리아의 딸 수도회(마리아니스트)본원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보물처럼 서울 마리아니스트 영성 센터(이하 영성 센터)가 자리한다. 검소한 성당과 제대, 그 안의 평온한 고요는 시끄러운 세상 속에 머물던 그리스도인에게 분주한 일상과 고민을 내려놓고 하느님 사랑에 흠뻑 젖어 들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새 기운을 북돋아 주는 치유의 공간이자 쉼터가 된다.
이 영성 센터는 수도회의 두 창립자(복자 윌리암 요셉 샤미나드 신부와 복녀 아델 드 바츠 드 트랑퀠레옹 수녀)의 영성을 기초로 신자들의 내적 쇄신과 영적 성숙을 도모하고자 주로 올바른 성모 신심 교육과 그리스도인 덕성 교육, 영성 교육(마리아의 영성, 성경 등)등의 강좌와 피정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특별 강좌로는 ‘성경 속의 마리아’, ‘성모 마리아의 일생과 행복’,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 기도」’, ‘창세기(1-3장) 안에서 바라보는 마리아’, ‘마리아니스트 영성’ 등이 있다.
정기 피정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참행복의 길’ 피정이라는 제목으로 5월부터 11월까지 매월 첫 일요일에 열린다. 이 프로그램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하느님 현존 피정’의 후속 프로그램이다.
참행복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다
담당자 송 아가타 수녀는 이 피정의 명칭과 프로그램이 생겨난 경위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피정은 마리아니스트 영성과 시대적 요구가 어우러져 생겨난 것입니다. 복자 샤미나드 신부님에 관한 영성 서적 가운데 퀸틴 하켄워즈 신부님의 「예수 그리스도의 덕행 안에서 성장하기」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한국에서는 「참행복의 길 - 예수 그리스도의 덕행 안에서 성장하기」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지요. 이 제목이 저에게 와 닿아서 피정의 이름을 ‘참행복의 길’이라고 지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항에서 우리가 창조된 이유를 ‘행복’이라고 했다. 그리고 책의 끄트머리에서는 진복팔단에 나오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거룩함’이라는 말로 바꾸어 놓았는데, ‘행복’은 곧 ‘거룩함’이기 때문이다. 교황의 바람은 ‘거룩함’, 곧 ‘성덕’의 소명이 다시 한번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시대는 공동 운명체로서의 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안팎에서 한계 상황을 체험하면서 사람들은 혼자서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임을 더욱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참행복’, 그리고 ‘참행복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죠. 그리스도인의 목적, 소명은 ‘예수 그리스도의 행복에 참여하는 것’, 곧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고 닮아 가는 것’입니다. ‘참행복의 길’ 피정의 목적은 바로 이것입니다, ‘예수님의 덕행 안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게 하는 침묵
지난 9월 2일 첫 일요일 영성 센터를 찾았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내 안의 평화를 찾고자’, ‘나를 더 깊이 알려고’ 찾아온 이들 28명이 모였다. 성체 조배로 시작한 ‘참행복의 길’ 피정은 강의, 묵상 기도, 미사, 나눔 그리고 봉헌의 편지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강의, 식사, 그리고 짧은 휴식 시간 모두가 기도의 시간입니다. 모든 순간을 기도로 엮어 가시기 바랍니다.” 아가타 수녀의 안내에 따라 이내 깊은 고요의 세계로 들어간다. 모든 기도가 성령과 성모 마리아의 도움으로 시작되어 하느님 현존 안으로 들어간다.
피정 내내 침묵이다. “침묵은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도록 우리 안에 모든 경솔한 소리를 잠잠케 하려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침묵은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그리스도의 덕행 안에서 성장해 가는 길
“‘참행복의 길’ 피정은 ‘영성의 기초 단계’로 시작된다. 이 단계에서는 하느님과 나 자신(인간), 피조물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 관계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참행복과 덕행에 대한 올바른 인식, 믿음의 기도, 마리아론의 기초 등을 다룬다.
그런 다음 ‘성모 마리아의 덕행’을 습득하는 단계로 들어간다. 피정자들은 성모 마리아의 덕행을 바라보며, 배우고 묵상하면서, 자신의 모습과 삶을 성찰하고 변화시켜 나가게 된다.
“이 ‘참행복의 길’에서 우리는 ‘성경 속의 마리아’를 만나게 됩니다. ‘성경 속의 마리아’는 우리에게 예수님의 강생에서부터 그분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아드님과 온전히 결합하신 분으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성모님의 덕행들을 따라 한 발자국씩 걸어 나가는 이 여정 안에서 성모님을 닮아 가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더욱더 일치된 삶을 살아가게 되리라 희망합니다.
‘예수님의 덕행 안에서 성장해 나가는’ 이 피정의 여정을 피정자들은 언제나 성모 마리아와 함께 걸어가게 된다. 성모 마리아는 ‘덕행의 가장 탁월한 모범’으로서, 또한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영적 모성과 중재자의 역할을 통해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참행복을 가장 먼저, 가장 충만하게 체험한 선구자로서 이 길을 동반하고 도와주신다. 이것이 마리아니스트의 영성이라고 한다.
복자 샤미나드 신부는 이러한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께 봉헌되어 충실히 사는 이의 행복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오, 하느님의 어머니께 특별한 방법으로 속해 있는 그 행복을 내가 당신에게 깨닫게 해 줄 수만 있다면….”
‘참행복의 길’ 피정은 결국, “성모님을 더 잘 알고, 사랑하고 본받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덕행 안에서 성장해 나가는 길”이다.
영적 에너지의 저장소, 나의 아지트 같은 곳
피정이 끝난 뒤 피정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마음이 복잡할 때 참여한 첫 피정은 무척 힘들었어요. 그런데 수녀님의 강의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답이 그 안에 다 있었지요. 그 뒤로 여러 차례 피정에 참석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편안했어요. 소풍 가는 아이처럼 피정이 기다려져요.
참행복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 자신까지도 주님께 맡겨 두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피정은 영적 에너지의 저장소라고 생각해요”(이향순 효임 골룸바)
“5월 피정에 처음 참여했습니다. 가까운 시내에 이런 조용한 피정 시설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바쁜 일상을 잠시 접고 몇 시간 만이라도 성경 말씀에 몰입하는 일정이 참으로 가슴에 다가왔습니다. 다시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피정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참행복의 길’ 피정은 삶에 지친 이들이 걸림돌을 정리하고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주님과 만날 수 있는 평화의 시간과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김성하 요셉).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때 주보를 보게 되었고 바로 신청했어요. 기도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고민이 해결되었어요. 침묵 피정이 마음에 들었고, 분위기도 좋았어요.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참행복의 길인 것 같아요. 오로지 주님만 보고 조금씩 실천하며 살아갈 거예요”(신옥례 클라라).
어떤 피정자가 말했다, 서울 마리아니스트 영성 센터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아지트 같다.”고. 또 그이는 “정신적으로 방황할 때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곳, 마음이 우울하거나 내적 어두움 속에서 빛을 찾고자 할 때 떠오르는 곳”이라고도 했다.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편히 기댈 수 있는 주님의 존재는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성모님을 사랑하고 본받는 삶, 예수 그리스도의 덕행 안에 성장하는 삶, 그 참행복으로 가는 길이 가까이에 있다.
[마음이 머무는 피정 -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연화리 피정의 집] 음악과 말씀으로 위안을 - 음악 힐링 피정
좋은 음악은 악기나 목소리를 통하여 인간의 마음에 감동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기쁘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우리 삶을 다시 살게 하는 부활의 힘도 있다. 음악을 치유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음악 힐링 피정’도 한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칠곡대로 2143. 거기 6,000여 평에 달하는 정원과 산책로, 등산로 등을 갖춘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연화리 피정의 집이 있다. 열한 그루의 느티나무 오솔길, 푸른 나무와 꽃, 나무 그네와 등나무 아래 쉼터, 곳곳에 놓인 탁자와 의자가 마음을 포근하게 하고 편히 머물면서 기도하며 하느님을 만나게 하는 장이다. 사각거리는 나뭇잎 소리, 지저귀는 산새 소리, 거기에 맑은 공기는 덤이다.
연화리 피정의 집은 본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결핵 요양원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1982년 이를 인수한 수녀회에서는 산속에 위치한 아름답고 고요한 이곳을 누구나 와서 머물면서 기도하는 장소가 되기를 원했다.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영육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고요하게 하느님 안에서 쉬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1992년 ‘기도의 집’으로 시작해 2년 뒤 이름을 바꾸어 오늘까지 이어진다. 연화리 피정의 집에서는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맞이하라.’는 정신에 따라 환대를 실천하며,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피정, 초등부 옹달샘 피정, 중고등부 1318 말씀 사랑 피정, 그리고 청년 · 가족 · 복사단 · 성가대 피정 등 나이와 성격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 힐링 프로그램에는 ‘대림절 기다림의 영성 음악 힐링’, ‘예수 성심 음악 힐링’ 그리고 매주 1회 8주 코스의 ‘힐링을 위한 테마 음악 여행’ 등이 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
미국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살인과 마약 등으로 잡혀 온 1급 죄수들로 가득한 삭막한 교도소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이중창이 울려 퍼진다. 그러자 ‘희망’이라고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을 것 같은 죄수들은 물론 교도관들마저 온몸이 마비된 듯 모두 꼼짝 않고 음악에 빠져 든다. 이 순간 음악은 모두가 갈망하는 인간다움, 자유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음악은 절망적인 상황과 공간 속에서도 자유와 희망을 꿈꾸게 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연화리 피정의 집의 음악 힐링 피정은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과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안정을 찾는 피정이다. 1급 음악 치료사 홍정란 펠릭스 수녀가 진행한다. 정신 지체, 정서 장애자 특수학교에서 음악 힐링과 가톨릭 신앙의 이념으로 인성 교육을 했던 홍 펠릭스 수녀는 음악이 학생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놀라운 체험을 바탕으로 피정을 시도하게 되었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서서히 스트레스와 만성 피로가 쌓입니다. 그러면 정서가 불안해지고 분노가 쉽게 일어나며 마음이 허전해집니다. 이럴 때 마음 한편에서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 ‘맑은 행복의 순간’을 찾고 싶은 갈망이 생깁니다.
음악 힐링 피정은 일상을 잠시 떠나 편히 머물면서 쉬는 쉼터라 할 수 있습니다. 싱그러운 녹색의 숲 안에서 하느님께서 태초에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듯이 말씀(logos)명상으로 자신을 재창조하고, 음파의 소리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회복하며 아름다운 자아를 찾는 마음 여행입니다.”
홍 수녀의 말에 따르면 음악 힐링 피정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소리 치유 영성을 위한 음악 힐링 프로그램이다. 그레고리오 성가 솔페지오(Solfeggio)음계의 주파수 파장과 모음 소리 파장을 통하여 영혼을 각성하고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소리 울림의 힐링이다. 둘째, 하느님 말씀으로 신앙을 깊게 하며, 셋째, 즉흥 앙상블 연주를 통하여 스트레스를 날리고 즐거움을 회복하는 것이다.
“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음악’입니다. 노래는 누구나 좋아하고 목소리의 음파가 주는 자연스러운 치유 효과 같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휴식이나 기도하기에 음악은 좋은 방법입니다.”
악기 연주와 말씀 찬미 기도
음악 힐링 피정은 아름다운 숲속 오솔길 끝 언덕 위에 있는 아담하고 소박한 ‘음악 힐링 방’에서 이루어진다. 본관과 떨어져 온갖 나무와 꽃들에 둘러싸인 별채는 혼자서 기도와 영적 독서를 하면서 고요함과 고독을 체험하는 데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그래서 마음 놓고 한껏 악기를 두드리며 큰 소리로 노래 부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피정은 ‘노래하는 종’(singing bell)을 연주하는 비움의 명상으로 시작한다. 참가자들은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고 정좌한 채 마음을 내려놓는다. 돌, 조개껍데기, 풍경, 그리고 방짜 놋쇠로 된 다양한 명상 좌종들이 자아내는 소리가 맑고 청아하다.
“소리를 듣고 음파를 들으며 소리의 끝을 따라가 보세요. 그 순간 뇌파가 알파파로 내려가 마음이 정화되고 영혼은 아름다움으로 순화되어 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피정은 음악가와 음악 이론, 음악의 영성과 효과, 음악이 인간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 소리 치유 곧 음악 힐링의 단계로 나아간다. “왜 음악이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가?” “음악은 나에게 무엇인가?” 이런 질문 속에 신비한 영음(靈音)인 솔페지오 주파수 선율로 말씀(Logos)을 찬미하고 떼제 성가도 부른다. 또 레인 스틱, 우드 블록, 카바사, 마라카스, 카론, 차임벨, 심벌, 콩가, 젬베 등 리듬 타악기와 공명 실로폰을 함께 연주하기도 한다. 서로 한마음으로 하모니를 이루다 보면 금세 신나고 즐거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소리는 원초적입니다. 그 파장은 인간을 가장 빠르게 순수함으로 이끌어 몸의 질서를 조절하고 균형을 이루게 해 자연 치유력을 높여 줍니다. 솔페지오의 특별한 음색으로 조화롭게 노래할 때 영적인 축복을 받게 되고, 여럿이 함께 연주하면 뇌파가 안정되고 집중력도 향상됩니다.”
피정 중에는 왜관수도원의 미사에도 참례하고, 마지막은 즉흥적으로 난타 앙상블 연주를 한다. 이렇게 기도와 음악, 이야기가 있는 작은 공연 현장에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 피정이 끝난다.
소리 파동의 울림이 있는 치유의 피정
서툰 노래에 웃고 악기를 연주하며 나를 만나고, 하느님을 만나는 체험을 한 참가자들은 1박 2일 동안 음악을 통해 충분히 위안을 얻었노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피정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평화로워졌고, 새삼 신앙생활에 활력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음악과 기도 속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었고 제 믿음을 더 굳세게 다지는 기회가 되었으며 안식과 위안을 많이 얻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평소에는 대중가요나 선호하는 음악만 들었는데, 피정을 하면서 다양한 악기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연주하며 웃고 즐기다 보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1년 만에 음악 피정을 했는데, 그때의 흥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취하지 않아도 마음 편히 흥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내 안의 자연스러운 흥을 되살려 세상 속에서 살아갈 또 하나의 에너지를 얻어가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악기를 신나게 연주하면서 즐거움과 함께 몸과 마음의 피로를 덜어낸 피정이 었습니다. 힘을 얻어 갑니다.”
디지털 문화가 사로잡고 있는 세상, 오로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집중하여 이웃과 소통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정서가 피폐하고 불안해진다. 그럴수록 우리는 풍요로운 정신세계의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힘을 얻는다. 그 과정에 음악만큼 효과적인 것은 드물다.
때로는 울게 하고, 때로는 웃게 하며 또 때로는 행복에 차고 넘치도록 가슴 부풀게 하는 힘, 그것이 음악의 힘이며 음악이 가진 본성이다. 음악을 가까이 하는 것은 날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피정은 나를 사랑으로 창조하신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다. 타성이 되어 버린 나를 정화하고 주님 안에서 새롭게 되어 신앙의 참행복을 재충전하는 기회다.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 안에 쉬는 것보다 더 좋은 재충전이 있을까? 거기에 음악으로 힐링마저 된다면….
[마음이 머무는 피정 - 가르멜수도회 영성문화센터] 힘들지? 잠시 쉬었다 가! 청년 신앙 피정
‘청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창 힘이 넘치는 때에 있는 젊은 사람”을 말한다. 그 젊음을 특권으로 누려야 할 ‘청년의 삶’이건만 사회적, 경제적 현실은 청년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치열한 경쟁과 생존으로 내모는 분위기 속에 바쁘게 살며 힘든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에게 잠시 쉬어 가라고 손짓하는 피정이 있다. 가르멜 영성문화센터의 ‘청년 신앙 피정’이다.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26길 8-8, 젊은이들의 기가 충만한 ‘대학로’ 가까이 가르멜 영성문화센터(이하 가르멜센터)가 있다. 가르멜센터는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십자가의 요한 성인으로 대표되는 가르멜 영성을 나누며, 신자들의 영성 생활을 돕고자 2015년 문을 열었다.
가르멜센터에서는 가르멜 영성을 배우며 하느님과 깊은 친교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르멜 영성 코스’, 순회강연 등의 영성 강좌와 초 공예반, 서예반, 숲 해설, 여름 청소년 도보 순례, ‘공부하며 순례를 준비하는 이들의 모임’(공순모) 등의 문화 강좌, 그리고 가르멜 성시간(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과 첫 토요 성모 신심 미사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다달이 첫 토요일 오후에 청년 신앙 피정(이하 청년 피정)이 열린다.
한 걸음 쉬어 가는 피정
청년 피정은 2015년 6월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청년들의 신앙을 심화시킬 수 있는 재교육 중심의 피정으로 기초 신앙 교리, 전례 영성, 고해성사 등이 주를 이루었다. 지난해 3월부터 청년 피정의 방향을 바꾼 이유를 박정오 프란치스코 신부가 설명한다.
“지친 청년들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려는 의도였어요. 늘 성공과 안정을 바라며 긴장과 경쟁 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틀 속에서 힘들게 살고 있어요. 그들에게 하느님 안에서 쉴 수 있는 내적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12월에는 서울 북한산 자락에 있는 봉쇄 수녀원인 서울가르멜여자수도원(수유동) 외부 쉼터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청년 피정을 진행했다. 수녀원의 기도 시간에 함께하고 고해성사와 미사로 끝나는 단순한(?) 일정이지만 청년들은 위로와 쉼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힌다. 청년들은 “힘들지?”라는 한마디에 눈물을 글썽였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눈빛과 말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눈물을 쏟아냈다.
“기도를 잘하려면 삶과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꽉 짜인 봉쇄 수녀들의 기도 시간을 따르지만 기도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강의와 친교, 산책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일찍 가거나, 좀 더 머무를 수도 있어요. 저는 프로그램의 줄기만 잡고 있을 뿐, 청년들이 원하는 대로 쉬거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청년 피정은 서울가르멜수녀원 외부 쉼터에서 주로 진행해오고 있으며, 가르멜센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1월과 8월에는 피정이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 피정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자기 자신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혼자 남겨질까 봐, 마음에 드는 직업을 찾지 못할까 봐, 꿈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프란치스코 교황, 제33차 세계 젊은이의 날 교황 담화).
학업과 시험에 전념하면서도 취업용 ‘스펙 쌓기’와 아르바이트에 한정된 시간을 쪼개야 하는 청년들, 취직한다 해도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 가는 현실에 마음은 지쳐 간다. 그래서 청년 피정의 핵심 주제는 ‘내적인 쉼’이다.
“청년들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잠시 쉬는 ‘휴게소’처럼 쉼 없이 달리는 일상을 떠나 부담 없이 들러 쉴 수 있는 조용한 시간과 공간이 되어 주고자 합니다. 청년들이 주님의 품에서 조금이나마 편히 쉬다가 다시 그 길을 힘차게 달려갈 수 있도록 해 주려는 것이죠.” 그래서 가르멜센터의 청년 피정은 ‘고속도로 휴게소 피정’이라 불리기도 한다.
박 신부의 말처럼 청년 피정의 안내 글에는 “힘들지? 쉬었다 가!”, “고속도로를 달리다 힘들면 여기 와서 잠시 쉬었다 가요~”, “어디로 가고 있나요? 주님 품에서 잠시 쉬었다 가세요.” 등의 글귀가 등장한다.
삶과 기도가 균형을 맞춘 피정
지난 7월 7일 가르멜센터에서 열린 피정에 함께했다. 많은 홍보를 하지 않지만 언제부턴가 피정 참석자가 20명을 넘기곤 한다더니 이날도 24명이나 참가했다. 피정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되지만, 오후 1시가 넘자 창경궁 앞에 도착했다는 ‘카톡’ 알림이 계속 울린다. 일찍 온 이들은 1시간 정도 고즈넉한 창경궁 산책을 함께했다.
산책을 마친 청년들은 센터로 돌아와 편안하게 차를 나누며 눈인사를 했다. 청년 피정에서는 자기소개 시간을 따로 갖지 않는다.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기를 바라면서도 혼자 있기를 원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읽은 것이리라.
소성당으로 옮겨 자리를 잡은 청년들에게 박 신부가 묵상 기도 하는 법을 안내한다. “묵상 기도가 어렵다고 하는 친구가 있어요. 친한 친구나 부모님을 찾아가듯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편안하게 내가 믿는 그분을 만나세요.”
성체 현시와 묵상 기도가 이루어지는 동안 면담과 고해성사가 이어졌다. 열린 마음으로 오가는 대화 속에 영적 위로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오후 6시 미사를 끝으로 청년들은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자주 찾게 되는 피정
“청년 신앙 피정으로 무언가 큰 깨달음을 준다거나 많은 정보를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저 주님 품이 편안하니, 와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박 신부의 이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피정에 온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감동적인 피정이었다고 말한다.
“세 번째 참석했어요. 마음도 편하고 혼자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는 피정이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는 사람이 없으니 저에게 더 깊이 집중할 수도 있고요”(심정보 토마스).
“냉담을 풀면서 한 첫 피정이었어요. 다섯 번 참석했고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왔어요. 혼자서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이 피정의 좋은 점이에요. 바쁘게 살다가 힘들 때 쉬어 가는 느낌이랄까요. 집에 돌아오면 피정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요. 미사와는 다른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참석할 거예요”(권은혜 아녜스).
“주님과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고광용 보니파시오).
“달마다 피정에 참석하면서 기도의 맛, 중요성을 배워 나가고 있어요. 가르멜 영성과 가르멜 성인들의 삶을 본받다 보면 물질적 정신적 소란함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 힘을 얻어 갈 거라 생각해요”(조현 가브리엘).
가르멜 영성문화센터의 청년 신앙 피정은 세상 속에서 하느님을 갈망하면서도 길을 찾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보화 같은 존재다. 각박한 사회생활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심리적 위안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함께하심을 알면서도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세상에서 청년 신앙인들은 힘들 때면 자꾸 되묻는다. “하느님,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계시나요?” “너무 힘들어요. 제 곁에 계시지요?”
이런 질문에 주님께서는 오늘도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것은 가르멜센터의 소명이기도 하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마음이 머무는 피정 -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도시 피정’] 도시민에게 쉼의 시간을
피정이란 세상을 피해[避] 고요한[靜] 곳에 머문다는 말이다. 그래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려는 사람들은 소란스럽지 않은 장소를 찾아 도심을 떠난다. 그런데 여기 큰 도심,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지역에서 열리는 피정이 있다. 지친 도시민들을 위해 명동대성당에서 여는 ‘도시 피정’이 바로 그것이다.
명동대성당 축성 120주년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 지구’, ‘대한민국 최대의 번화가이자 서울의 다운타운’, ‘한국 쇼핑과 문화의 메카’, ‘서울의 중심이자 가장 바쁜 도시’ …. 모두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명동은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명소이며, 대한민국 도심 가운데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곳에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대규모 고딕 양식의 성당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본당인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이 있다.
성당이 자리한 이 지역에 처음 신앙 공동체가 형성된 것은 1784년 명례방 종교집회였다. 그리고 대성당을 축성, 봉헌한 것이 1898년 5월 29일이다. 1900년부터 순교자들의 유해 일부를 모시게 되었고, 1942년에는 최초의 한국인 주임 신부가 부임하였으며, 최초의 한국인 주교의 서품식도 거행되었다.
성당의 이름을 종현대성당에서 명동대성당으로 바꾼 것은 광복을 맞던 해인 1945년. 그리고 1970,80년대 근현대사의 격동기에 명동대성당은 한국 사회의 인권신장과 민주화의 성지로서 그 구실을 톡톡히 했다. 오늘날에는 기도하고 선교하는 공동체로서 세상을 향하고 있다(명동대성당 안내문 참조).
그리고 요즘 명동대성당은 ‘문화가 있는 명동’을 표방하며 모든 이에게 열린 사색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상업과 관광의 대표 도시’에서 ‘정신적인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도시민들에게 치유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해인 수녀가 진행한 도시 피정
불이 꺼진 성당, 성가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의자에 정좌한 채 침묵에 잠긴다. 성당 밖 세상의 일상도 도심의 소음도 모두 잊은 채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지 않은가?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할 말을 잃은 저희에게 영적인 지혜를 밝혀 주시고 타는 목마름을 적셔 주소서.”
지난 5월 7일 올해 두 번째 도시 피정이 열렸다. 명동대성당 성전 축성 1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하나이기도 한 이번 피정의 주제는 5월 성모 성월을 맞아 ‘다시 불러 보는 초록빛 이름, 어머니’로, ‘이해인 수녀님과 함께하는 도시 피정’이었다.
이날 피정은 이전의 도시 피정과는 달리 수도 서원 50주년과 시인 등단 40년, 투병 생활 10년째인 이해인 수녀가 자신의 시 열여덟 편을 홀로 또는 참가자들과 함께 낭송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로사리오 앙상블이 연주를 들려주었고, 생활 성가 가수 김정식 씨와 테너 송봉섭 요한 씨가 이 수녀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불렀다.
인도 캘커타의 시끄러운 도심 속에서 어떻게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며 사느냐는 물음에 사랑의 선교회 마더 데레사 수녀는 “세상이 시끄러운 것과 네 마음이 무슨 상관이냐? 네 마음이 조용하면 되었지.”라고 답했다며, “우리가 서로 세상에서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작은 위로 천사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이해인 수녀는 당부했다.
90여 분 동안 음악을 듣고 시를 함께 읽었을 뿐인데 어느 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지친 도시민들에게 쉼의 공간을
명동대성당은 해마다 5월 한 달 동안 ‘문화가 있는 명동’ 행사를 진행하는데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명동을 찾는 신자들과 일반인들에게 도심 속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도시 피정은 명동대성당의 ‘문화 명동’ 프로그램의 하나로 2016년 5월 처음 시도되었다. 그해 주제는 ‘나에게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힘, 마음 쉼’이었다. 가장 번잡한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음악과 시, 그림을 통로 삼아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고요해지는 시간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경쟁과 소음에 지친 도시 사람들에게 쉼의 공간과 시간을 주려고 도시 피정을 마련했습니다. 조용한 공간과 침묵의 시간을 마련해 드리고, 그 안에 우리 삶에 필요한 묵상 주제들을 제시해 드렸습니다. 피정 때마다 명상의 방법과 자세를 가르치고, 좋은 음악과 시, 그림으로 묵상을 도와드렸습니다.” 명동대성당 주임 고찬근 루카 신부의 말이다.
도시 피정은 90여 분 동안 세 개의 소주제를 침묵 가운데 묵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묵상 때는 시와 음악, 때로는 그림(성화)이 활용된다. 주제에 따라 즐거웠던 기억, 보람되었던 기억, 잘 쉬었던 기억을 살펴보기도 하고, 지난 시간과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날들을 그려 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도시 피정은 2017년에 다섯 번, 그리고 올해 두 번 열렸다. 피정에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물론 비신자들까지 적게는 100명, 많게는 300명이 함께한다.
도시 피정의 핵심은 침묵과 쉼
번잡한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는 때때로 ‘고요함’이 절실하다. 예수님께서도 가끔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곳으로 가서 기도하셨다. “예수께서는 때때로 한적한 곳으로 올라가셔서 기도를 드리셨다”(루카 5,16).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좀 쉬자 하고 말씀하셨다”(마르 6,31).
“영적으로 얼마나 피곤하십니까? 잘 오셨습니다. 지금은 진정으로 나 자신을 만나고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경쟁 사회에서 무장하고 살아가며,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고 마음에 힘을 주는 이들이 침묵을 훈련하고 배우길 바랍니다.”
고 루카 신부는 피정 때마다 여는 말씀을 통해 그날의 묵상거리를 설명한다.
“침묵은 말을 참는 것만이 아니라 말을 하지 않고 잊어버리는 것,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도시 피정을 통해서 생각도 못했던 소리가 내면에서 들려오셨는지요? 여러분 내면의 존재와의 만남이 침묵이고, 그분이 예수님, 하느님 또는 진정한 나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삶 속에서 여러분의 길을 더 잘 살려고 침묵 훈련을 하는 것이 도시 피정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고 신부에 따르면 침묵은 말하지 않는 것, 소리를 내지 않는 것, 생각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내가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교만함, 육체의 욕구, 명예의 욕구가 없어지고, 나를 없애면 남는 것은 하느님뿐이다. 피정을 통해 침묵으로 깊이 들어가는 훈련을 하면 언젠가 큰 깨달음, 하느님과의 만남을 얻을 수 있다.
“온 몸에서 힘을 빼고 바르게 앉아 봅니다. 호흡에 집중하면 잡념이 사라집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제시하는 주제에 집중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 생각이 없는 내가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내가 있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나까지도 없어지는 침묵의 시간을 가져 보십시오.”
명동대성당의 도시 피정은 가장 번잡하고 번화한 거리에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긴 시간 내어 피정에 참가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잠시나마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잡다한 생각을 단순화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시간이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그분에게 가는 것만으로도 그분 안에서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다시 힘을 내어 살아볼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고요한 가운데 휴식하고, 자기 삶을 돌아보며 마음속 응어리를 좀 덜어 내면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고 좀 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