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6일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25-33 그때에 25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26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7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8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 29 그러지 않으면 기초만 놓은 채 마치지 못하여, 보는 이마다 그를 비웃기 시작하며, 30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 놓고 마치지는 못하였군.’ 할 것이다. 31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 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 32 맞설 수 없겠으면, 그 임금이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평화 협정을 청할 것이다. 33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용서의 계절입니다.
예수님은 전혀 예상 못한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그렇게 당신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는 어리석은 제자를 무엇 하려고 하겠습니까? 제자들이 말귀를 못 알아들을 때 정말 답답합니다. 내가 학생일 때, 나를 지도하신 교수님들은 정말 답답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의 그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완벽한 스승도 없고, 완전한 제자도 찾기 힘이 듭니다. 그 안에서 융통성도 있고, 서로 잘못한 것을 용서해주기도 하고, 잘못한 것을 바로잡아 주기도 해야 하며, 자식과 같이 사랑하고, 부모와 같이 존경하며, 모든 조건을 초월해야 합니다. 정말 사랑해야 합니다. 또한, 가진 것을 모두 나누어 주어야 참된 스승과 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사제지간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과 좋은 제자를 만나는 일은 아주 중요하기도 하지만 아주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자신이 체험했던 것을 사례로 들어가면서 올바른 길을 아주 쉽게 가르쳐 주십니다. 스승이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험하지 않은 것을 말로만 전한다면 그 체험을 자기의 지식이나 지혜로 만들어 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체험과 가르침은 항상 같은 수준으로 이루어집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모든 것을 다 겪어보시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계신 분이십니다. 십자가의 체험은 정말 어려운 체험입니다. 그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고, 성령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당신의 십자가는 서로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며 서로 사랑하는데 모든 조건을 초월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든 조건들은 성령으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 가고자 하는 준비와 각오와 마음가짐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되는 그 길이 험난하고 어렵고 힘들지라도 걸어야 하는 길입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을 통해서 타인을 용서한다는 그 의미는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자 된 자들의 직분은 바로 하느님을 옹호하고 권력과 부정과 부패에서 새롭게 변신한 사랑을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과정입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를 지고 사는 길입니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나 혼자만으로 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 예수님의 문하생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제자가 되어 스승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그런 모든 일의 순서에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일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그 일도 또한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최선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용서의 계절
이해인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 시간을 알뜰하고 성실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쓸데없이 허비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함께 사는 이들에게 바쁜 것을 핑계 삼아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못하고 듣는 일에 소홀하며 건성으로 지나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내가 어쩌다 도움을 청했을 때 냉정하게 거절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에게 남의 흉을 보고 때로는 부풀려서 말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전달하고 그것도 부족해 계속 못마땅한 눈길을 보낸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감사보다는 불평을 더 많이 하고 나의 탓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말을 교묘하게 되풀이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사소한 일로 한숨 쉬고 실망하며 밝음 웃음보다는 우울을 전염시킨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