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는 평화로다!(눅2:1-14)
갈등
1. 한밤중, 하늘은 별빛으로 가득합니다. 깜깜한 들판 위로 조용히 흐르는 바람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목자들의 옷깃을 스치며 지나가고, 양들의 조용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목자들이 양 떼를 돌보며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어요. 어느 날 밤, 평범했던 하늘이 갑자기 환해졌습니다. 별들이 빛을 잃을 정도로 찬란한 빛이 하늘에서 쏟아졌습니다. 목자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소리가 났습니다.‘두려워하지 말라.’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했지만 동시에 온 세상을 뒤흔드는 힘이 느껴졌습니다.‘오늘 밤, 다윗의 마을에서 세상을 바꿀 아기가 태어났다. 이 소식은 온 세상에 기쁨이 될 것이다.’
그 빛과 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목자들의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렸습니다. 그들은 졸음과 싸우며 들판의 양 떼를 지키고 있다가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빛이 그들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우리가 그곳으로 가야 해! 구유에 누워 있는 그 아기를 보러!’그들은 달빛에 비친 길을 따라 서둘러 마을로 향했어요. 이것은 단순히 한 아기의 탄생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별빛 아래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어둠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던 우리 모두를 위한 희망의 시작이었습니다. 2024년 성탄절에 우리 모두 하늘을 바라보며 그 별빛을 따라가 봅시다. 그 끝에는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가 있습니다. 그분이 우리의 빛이십니다.
2. 오늘 본문 상황은 1-2절,“그 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 이 호적은 구레뇨가 수리아 총독이 되었을 때에 처음 한 것이라.”가이사는 로마 황제를 일컫는데, 여기서 말하는 이는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입니다. 그가 로마 제국 통치하에 있던 모든 곳에서 호적을 명했어요. 호적을 명한 목적은 인구조사를 통해서 세금징수와 군인들을 징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그리 탐탁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요셉과 마리아도 이를 위해서 고향이었던 유대 땅 베들레헴으로 갔습니다. 마리아는 만삭의 몸으로 갈릴리에서 베들레헴까지 이동했습니다. 험난한 길을 걷던 요셉의 손은 만삭의 마리아를 지탱하며 떨리고 있었다.
먼지가 나뒹구는 돌길에서 그들의 발걸음은 느리고 조심스러웠습니다. 당시 그들이 이동한 거리는 110-120km입니다. 요즘에야 자동차로 2시간이면 족히 갈 거리인데, 당시는 도보로 보통 사람들이 4-5일 마리아와 같이 만삭의 몸으로는 7-10일 정도 걸렸을 것으로 봅니다. 어렵게 원거리에 도착하자 6-7절,“거기 있을 그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첫 아들을 강보에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강보는 신생아를 단단히 감싸는 천으로, 팔과 다리를 몸에 붙인 상태로 고정시켜 아이가 따뜻함을 유지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낡고 희미한 헝겊이지만 사랑으로 감싸진 강보에, 그 구유는 마치 왕좌처럼 보였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이렇게 초라한 곳에서 가장 가난하고 낮은 형편에 나셨습니다. 주님이 이렇게 성탄하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갈등 심화
3. 누가복음의 성탄 기사는 이어서 천사들이 한 광야에 임하는 모습을 전해줍니다. 8-9절,“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 주의 사자가 곁에 서고 주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매 크게 무서워하는 지라.”천사들이 예수님의 성탄하심을 알리러 유대 땅에 임했는데,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밤에 양 떼를 지키던 목자들에게 임했어요. 참 신비로운 일입니다. 심야에 곤한 시간 가운데 목자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하나님이 영광의 빛이 그들에게 임했으니 말입니다. 그들이 얼마나 무서웠겠습니까?
천사는 목자들이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10-11절,“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천사의 찬송 소리는 마치 폭포처럼 목자들의 귀를 울렸습니다. 천사가 실제 임하는 것을 보지 않을 때는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어요. 하지만 영물인 천사가 실제 임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목자들의 경험을 통해서 이것을 알려줘요. 천사들만 온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함께 임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는 그의 거룩하심을 드러냅니다. 목자들의 두려움이 훨씬 더했습니다.
4. 다행히, 목자들에게 천사들이 전해준 소식은 복음이었습니다. 큰 기쁨의 소식이었어요. 어떤 경고나 화를 전한 것이 아니고요. 목자들에게 전해준 복음은 다윗의 동네-베들레헴에 그들을 위한 구주-그리스도가 탄생하셨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천사들은 목자들이 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표적을 알려주었습니다. 너희가 베들레헴에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것이다. 참 신기한 일이 순간 벌어졌습니다. 목자들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더욱 놀라운 일이 이어졌습니다.
13-14절,“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여 이르되, 지극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천사와 천군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천사들은 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메신저로 등장하고요, 천군은 하늘의 군대로 하나님의 권능과 우주적 영광을 찬양하며 하나님의 왕국을 확립하는 상징적 역할을 합니다. 천군의 등장과 찬양은 예수님의 탄생이 단순한 인간 역사 속 사건이 아니라, 온 우주의 하나님의 계획임을 나타냅니다. 참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놀라운 사실을 왜 하나님께서는 낮고 천한 목자들에게 나타나 전해주셨을까요?
실마리
5. 하나님의 아들이신 독생자 예수님의 성탄 기사는 참 독특합니다. 사도 바울은 이 비밀을 알았습니다. 빌2:6-8,“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제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바울의 이 말을 보면 그는 대단한 신학자였어요. 그 지혜가 얼마나 탁월했는지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본체-실제 하나님이시다, 삼위일체 아들이신 하나님.
그런데, 예수님은 자기를 비우고 낮추시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하나님이신 주님이 종으로,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가 이렇게 오심은 세상에서 군림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고 섬기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섬김이 아니라, 자기를 낮추시고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러 오셨어요. 이렇게 해서 죄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러 오셨습니다. 성탄의 주님은 본래 하나님-세상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시지만,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6. 초림-세상에 처음에 오신 예수님은 이렇게 겸손하게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다시 오실 주님을 정확하게 전해주었어요. 빌2:9-11,“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대역전극이 이뤄질 것입니다. 초림의 주님과 전혀 다른 재림의 주님이십니다.
예수님이 성탄하실 때, 그의 탄생을 알고 경배하러 온 이들은 두 그룹이었습니다. 하나는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목자들이었고(유대인 대표단), 또 한 그룹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었어요.(이방인 대표단) 주님이 낮고 천한 모습으로 오신 것도 신비인데, 주님의 성탄을 축하하기 위해 달려온 이들도 독특합니다. 왜 하나님은 다른 이들은 배제하고 이 사람들이 주의 탄생을 축하하도록 인도하셨을까요? 하나님은 가장 낮은 자, 가장 보잘것없는 자들을 먼저 택하셔서 메시야의 탄생을 축하하게 하셨습니다.
7. 이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의 가치, 곧 낮은 자가 높은 자가 되는 역전의 원리를 상징합니다. 마20:16,“이와 같이 나중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성경을 통독하면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고 아는 자가 복이 있어요. 오늘 본문이 이것을 배우고 알 수 있는 귀한 말씀 가운데 하나입니다.
복음 제시
8. 성탄과 천사와 천군들의 찬양 가사 가운데 놀라운 복음이 발견됩니다. 예수님의 성탄은,“지극히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주님이 이 땅에 오심은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평화는 화목을 의미해요. 하나님과 인류는 주님의 성탄 이전까지 참 오랫동안 화목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죄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죄가 없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죄가 없는 사람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그가 예수님이십니다. 고후5:21,“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성탄의 주님은 죄를 알지도 못하신 분이십니다. 그가 우리를 대신하여 죄를 담당하셨습니다. 그의 십자가로 우리가 하나님의 의-하나님께서 의롭다고 선언하시게 되었습니다.(칭의)
기대
9. 성탄 축하예배를 드리며 2000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과 유대 광야에 다녀왔습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든, 그 밤의 목자들처럼 하나님의 평화를 기다리는 자들에게 빛이 임합니다. 성탄의 빛은 그 구유에서 지금 우리의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서 성탄의 주님이 어떻게 오셨고, 누구에게 축하를 받으셨는지 나눴어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았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성탄의 주님이 본을 보이신 바를 따라서 우리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주님은 성탄 때만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항상 겸손하셨고, 섬기는 삶을 사셨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에는 군림하고 누리려고 하는 자가 득세합니다. 대통령 부부부터, 총리도, 정치인들이나 심지어 종교인들 중에도 섬기고자 하는 이들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옛 선지자들과 같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대한민국 시민들이 진리를 알고 좌우를 분별하게 해주는 목화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은퇴 생활이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하려는 이들뿐입니다. 성탄의 주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10. 오늘 우리는 정치적 갈등과 분열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탄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하나님은 평화를 위해 오셨습니다. 그 평화는 화려한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낮은 곳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삶도 그 빛을 닮아야 합니다. 이 시간 기도합니다. 하늘의 빛은 단순히 그 밤의 목자들에게만 비친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 속 어둠을 밝히기 위해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가 오셨습니다. 그분이 우리의 빛입니다. 이 성탄절에 우리는 빛을 따라갈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까? 평화를 전하러 오신 주님을 본받아,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평화의 시작이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