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홍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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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흘러 이런저런 꽃나무 정원과 감나무 모과나무가 있는 오래된 옛날집, ,
해마다 자식들 감따서 홍시로도 먹고 곶감도 해서먹고, ,
이제 그도 한 두해 언제 까지일지?
동안 잘 먹었다 홍시야!
이제 장인어른도 아니 계시고, ,
가을 하늘을 등에 업고 푸른 감잎과 빠알간 감 파란하늘은
명화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 이었습니다.
그렇지요,
가을엔 감이었지요.
꽃처럼 어여쁜 감홍시가 세상의 먼지를
제 색깔로
모양으로
마음으로
닦아내고 있네요.
늦가을 하늘과 더불어, ,
24.11.8.금.
붉은 홍시를 위해/유진택
멀리서보면 붉은 홍시는 한 점 불빛이었다
깊어 가는 밤을 넘기고
홀로 새벽을 맞는 감나무들이 물안개로 축축하다
가로등은 이미 꺼진지 오래되었고
짱 하고 터진 새벽 햇살에도
붉은 홍시는 떨어질 줄 몰랐다
자세히 보니 애틋한 그리움이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
흠집 없는 살결로 흔들거렸다
그때 붉은 홍시를 위해
감나무는 스스럼없이 옷을 벗으며
땅 위에 포근히 낙엽을 깔았다
까치의 등쌀에 홍시가 떨어지면
상처 없이 온전히 받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붉은 홍시 더 빛나 보였다
어두운 새벽을 홀로 밝히는 불빛처럼
가을이 깊어가도 떨어질 줄 몰랐다
할머니 뱃살 같은 주름살로 말라가고 있었다
매일 아침 울던 까치는 간 곳 없고
대신 축축한 물안개만 차 올라
세월에 더렵혀진 붉은 홍시의 살결을
씻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