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이 탐사된 것은, 미국의 탐사기 매리너 10호가 1974년부터 다음 해에 걸쳐서 수성
부근을 통과했을 때 실시한 3번뿐이다. 더욱이 그 때 찍힌 영역은 반구분(半球分)에
불과하다. 지구나 달, 화성 등 많은 행성이나 위성이 반구 정도에 이르는 비대칭성을
가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수성의 전체 모습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크레이터투성이의 세계
수성의 표면은 얼핏 보면 달과 아주 비슷하다. 이것은 달과 마찬가지로 수성이
형성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지각이 생기고 그 뒤에 심한 운석의 충돌이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발견된 크레이터 중에서 최대는 ‘칼로리스 분지’라고
불리는 동심원 구조를 가지는 다중(多重) 크레이터이다. 그 지름은 수성 지름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약 1300km나 된다.
칼로리스 분지는 지름 100km 정도의 소행성이 충돌하여 형성되었다. 이 대충돌에
의하여 생긴 충격파는 수성 내부를 전파하여, 뒤쪽에 복잡한 요철 지형을 만들었다.
거대 크레이터 뒤쪽의 복잡한 지형은, 목성과 토성의 위성 등이나 달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아마 내부 구조의 성질에 따라 뒤쪽에 충격파가 집중되면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수성의 비교적 새로운 크레이터의 내부나 천체의 충돌에 의하여 파헤쳐진 분출물과,
그 주변 지역의 물질의 조직이 다르다는 것이 반사 스펙트럼의 관측을 통하여
밝혀졌다. 적어도 수성의 표면은 물질적으로 균질이 아니라, 층상 구조를 가지도록
진화해 온 것 같다.
왜 거대한 핵을 가지는가?
수성의 반지름은 약 2440km로 달과 화성의 중간,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와 거의 같은
크기이다. 그러나 평균 밀도는 1㎥당 5430kg으로 행성 중에서는 지구 다음으로 높다.
단 지구는 수성보다 중력이 커서 중력에 의하여 물질이 압축되는 효과가 크다. 그것에
비하여 중력이 작은 수성은 압축 효과가 작기 때문에 평균 밀도는 행성 중에서
최대이다. 이것은 수성이 고밀도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수성을 포함하는 지구형 행성의 내부는 밀도가 높은 금속 철질(철·니켈 합금)의 핵과,
밀도가 낮은 암석질(규산염)의 맨틀이나 지각이 양파 모양의 층구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평균 밀도가 높다는 점에서 수성의 핵은 반지름의 3분의
2에서 4분의 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큰 핵은 어떻게 하여 생긴
것일까?
행성의 재료가 되는 물질은 운석의 조성과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따라서 수성은 형성되는 과정에서 운석의 주성분 중에서도 비중이 큰 철이 선택적으로
모였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로 몇 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지각이나 맨틀의 암석층과 철의 핵으로 구성된 원시 수성이 된 후에, 다른 원시 행성과
충돌하고 표층의 암석층이 떨어져 나갔다는 ‘거대 충돌설’이다.
지구와 수성, 그리고 가니메데의 공통점
매리너 10호의 자기장 관측에서 수성 표면에는 지구 자기장의 1% 정도의 세기를 지닌
고유 자기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수성 고유 자기장의 생성 원인으로 다음의 세
가지가 생각되고 있다.
첫째는 지구 자기장과 마찬가지로 액체 금속핵에 의한 다이너모 작용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둘째는 예전에 수성에 다이너모 작용이 있었고, 그 당시의 자기장을 지각의
암석이 거둬들인 잔류 자기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끝으로는 수성 내부의 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다른 물질이 온도 센서의 열전기쌍처럼 접함으로써 기전력이 생기고, 그것에
의하여 자기장이 생겼다는 생각이다.
만일 다이너모 작용에 의한 고유 자기장이라면, 액체의 핵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성의
크기에서는 이미 핵은 냉각 고결되었다고 생각된다. 이처럼 고유 자기장의 생성 원인은
아직 해명되어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지구 이외의 태양계 천체에서는 고유 자기장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최근, 갈릴레오 탐사기에 의하여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
에서도 고유 자기장이 발견되었다. 고유 자기장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도 쉽게
발생하는지도 모른다.
영구 그림자에 얼음이 존재하는가?
수성의 북극과 남극에는 얼음의 층이 있다고 한다. 지구에서 수성을 향하여 전파를
발사하고 그 에코를 관측한 결과, 지름 100km가 넘는 규모의 얼음층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신호가 수신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루너 프로스펙터의 관측으로, 달의 극에도
마찬가지로 얼음층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얼음층은 영구
그림자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에 가까운 수성의 적도 지방은 태양이 강렬히 비쳐 낮 동안은 최고 430°C의
고온이 된다. 그러나 극지방에서는 태양 광선이 지평선과 거의 스칠 정도의 각도로
입사되므로, 크레이터와 같은 움팬 곳의 바닥은 일년 내내 일광이 들지 않는 ‘영구
그림자’가 된다. 영구 그림자의 표면 온도는 -210°C로 계산되고 있으며, 얼음은
거기에 몇십억 년이나 계속 존재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얼음이 있어도 그늘이라서
촬영할 수 없다. 실제로 그 곳에 가서 확인할 때까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