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지금 단정지을 수 있는 결론은 한가지. 저 녀석의 말대로 나는 지금까지 샤피드라는 이 검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었다. 샤피드가 피를 원할때면 내가 직접 살인을 행하여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타락해갔다. 나도 모르게… 알면서도 계속 행해온 나는 도대체 뭐지? 그리고 왜 이런때에 후회감이 드는 걸까.
" 검의 귀기에 침식당하기 싫다면 당장 버리는게 좋을거다. 혼이 빠져나간 폐인이 되기 싫다면 말이야. "
그러고 싶지만 지금의 내 몸은 샤피드의 이성이 지배하고 있다. 마음먹은데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지금 내 몸을 움직이고 있는 샤피드의 이성이 원하는 건 단 한가지.
" 죽인다. "
" 후… 이거, 심한 모양이군. 좋아. 그렇다면, 그 검! 내가 가져가주겠다. "
윽, 또다시 피를 원하고 있는건가… 살기가 점점 온 몸을 뒤덮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검은 불이 이글거리는 장검을 앞세워 달려오는 적의 공격을 몸을 굴려 피한다. 아까의 동작을 되풀이한다. 왼발을 뻗는다. 연이어 오른발을 뻗음과 동시에 뛰어오른다.
" 큭! 평범한 인간따위가! "
-화륵
적이 만들어낸 검은 불꽃의 화살이 창공의 나를 노리며 비상한다. 피할 수 없는 공격에 당황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내뻗은 샤피드가 검은 불꽃의 화살을 흡수해버린다.
" 읏! 뭐지. 그 귀검, 마력을 흡수할 수 있다 이거냐? "
" …… "
대답하기 귀찮다. 솔직하게는 나도 알 수 없다.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기에… 매일 이런식이었지. 이런식으로 내 몸을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매번 이용해버린 샤피드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저 여자는 나의 손에 죽겠지.
내가 아닌 샤피드의 인격이 검은 불꽃을 흡수한 샤피드를 휘두른다. 그와 동시에 샤피드가 흡수한 검은 불꽃이 떨쳐내어지며 지면을 향해 흩뿌려진다.
“ 생각보다 귀기가 엄청나군. 하지만! "
자신에게로 날아가는 검은 불꽃의 소용돌이를 보고도 여자는 당황하지 않는다. 여자가 기합과 함께 검을 들지 않은 왼손을 뻗는다. 동시에 푸른색의 방어막이 둘러지며 막 검은 불꽃과 충돌하여 사라져버린다.
“ 나의 배리어를 뚫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멸하는 힘을 가진 청마법 뿐이다. 귀검의 이성만을 믿고 덤비는 너 같은 녀석은 내 상대가 못된다! "
" 과연 그럴까. “
-파박
착지하자마자 땅을 박차는 힘으로 가속을 더해 질주한다. 나의 의식은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의 나는 샤피드 그 자신일 뿐. 상대를 죽이는 거 외에는 그 어떤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어느정도 접근하였다. 몸을 오른쪽으로 회전한다. 최대한 빠르게 여자의 뒤쪽으로 이동한다. 이 동작을 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단 3초. 이제야 여자는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푸른 방어막을 두른다. 상관없다. 샤피드를 던진다.
-휙
“ 가소롭군. 귀검이라 해도 그런 단검으로는 내 배리어를 뚫을 수… ”
-서걱
“ 크하아아! "
샤피드는 여자의 방어막을 관통하여 정확히 어깻죽지를 파고 들었다. 여자가 짧으면서도 긴 비명을 지른다. 피가 튀는 것은 그 다음이다. 하지만 이 정도 공격으로 죽을만한 상대가 아니다. 재빨리 오른발을 박차고 날아들어 떨어진 샤피드를 주워든다. 피로 인해 옷의 대부분이 붉게 물들어버린 여자가 상처 부위를 손으로 감싸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다. 나도 드디어 미쳐버린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의 몸은 고통에 일그러진 여자를 향해 샤피드를 던지려 하고 있다. 이번에 노릴 곳은 여자의 심장.
“ 크…크흐흐흐. 크흐하하하하! ”
“ ……? ”
이 여자는 진정 미친 것인가? 어깻죽지에서 아직 피가 분수처럼 흐르고 있는데도 미친 사람처럼 웃어댄다. 아까 비명이라고 생각했던 소리도 웃음소리였다는 말인가? …이런 상대를 단숨에 죽이기에는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최대한 고통을 주어서… 웃음소리가 아닌 비명소리를 낼 때까지 고통을 주어서…
심장에 조준했던 샤피드를 다시 오른쪽 어깻죽지로 조준한다. 던진다.
-서걱
“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으으아아아아아아! "
“ 으… "
왼쪽과 오른쪽의 어깻죽지가 모두 파여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고 있는데도 여자는 웃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표정을 본다. 즐거워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인간이 존재할 수가 있는거지? 자신의 고통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 같다.
“ 이 고통, 모두 기억했다. ”
난데없이 무슨 소리지?
마침내 웃음소리를 끝마친 여자가 아직까지 쥐고 있는 장검을 내던지고 두 손으로 알 수없는 수인을 맺는다. 무언가 알 수없는 음산한 기운이 느껴진다. 수인을 맺는 것이 끝난 여자가 두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기대되는군. ”
“ 무슨 소리냐… ”
“ 죽어랏. 페인(Pain)! "
-우웅
“ 크,크아아악! "
뭐지! 여자의 외침과 함께 엄습해오는 이 고통은…
순식간에 어깻죽지의 상처가 말끔히 사라져버린 여자. 그와 반대로 점점 나에게는 무언가에 관통당한 것 같은 극심한 상처가 전해져온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분명히 나의 몸 그 어딘가에도 상처는 없는데! 이 고통은 뭐란 말인가?
“ 크아악! 무,무슨 짓을 한거냐! ”
“ 고통(Pain). 내가 받은 고통을 상대에게 그대로 되돌려주는 나의 기초적인 흑마법. 그와 동시에 나의 상처는 사라진다. 상대방에게 상처는 하나도 없지만 고통만은 똑같이 돌아가지. 기초적인 흑마법인만큼 고통을 견뎌낸다면 무사할 수 있지만 지금의 너로서는 불가능한 모양이군. 버텨내지 못하면 정신이 파괴되어 버리겠지. ”
“ 크아아악! "
그,그렇다면 지금 이 고통은 내가 여자에게 입힌 어깻죽지의 상처… 바로 그 것이란 말인가? 점점 고통의 강도가 강해져온다. 예상대로, 왼쪽과 오른쪽의 어깻죽지가 찢어질 듯 아프다. 제,제길… 이 정도의 능력자였단 말인가? 견뎌낸다면 무사할 수 있다는 말에 최대한 참아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갈 뿐이다.
“ 차라리 그 상태에서 정신이 파괴되어버리는 쪽이 나을 것이다. 그 고통을 벼텨낸다면 그 두배 이상의 고통을 선사해주지. ”
“ 크아아! ”
결국은 그 어떤 방법을 택해도 나를 살려두지 않겠다는 말인가.
…좋다. 차라리 여기서 죽어버리자. 어짜피 샤피드의 진짜 목적을 알았고, 샤피드에 완전히 먹혀버린 이 몸과 함께 샤피드의 인격까지 죽여버릴 수 있다면, 이 자리에서 죽는 편이 낫겠지. 단념한다. 온 몸에 힘을 푼다. 점점 정신이 망가져가는 것을 느낀다.
“ …그래. 죽어라. ”
눈을 감는다.
-스릉
그런데, 갑자기 떨어진 장검을 주워드는 여자.
“ 뭐,뭐냐?"
“ 어짜피 죽으리라는 생각을 해버린 녀석에게 가짜 고통으로 안식을 주는 일 따위, 나는 하지 않는다. 나의 귀검 티르빙으로 단숨에 죽여주마! ”
“ …고맙군. ”
“ 큭, 내 평생 너 같이 지독한 녀석은 본 적이 없다. 자, 죽어라! ”
여자가 장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손목의 스냅만으로 휘둘러도 나는 즉사.
…자, 마음 속으로 카운터를 센다.
3,
2,
1…
-쾅
!!!
“ 윽! 누구냐! ”
무슨 일이지? 급히 눈을 뜬다. 매서운 연기와 함께, 여자의 장검에 무언가가 날아와 폭발한 듯 장검이 언덕의 잔디밭에 떨어져버렸다. 당황한 여자에게 누군가가 다가온다. 한명이 아니다. 둘,셋,넷… 네명이다. 그 넷중 한명이 나에게 뛰어온다.
“ 스,스이스케! ”
…이 목소리는, 은별이!
모든 힘을 쥐어짜 오른손에 들린 샤피드를 던져버린다.
순간 정신을 차린다. 샤피드의 인격으로부터 몸이 해방된 것이다. 여자의 흑마법도 풀린 듯 고통이 사라져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는 나를 부축해주는 은별이. 그리고, 여자와 서로 노려보며 서 있는 웬지 낮설지가 않은 세명의 여자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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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가 틀렸더군요. 원래 지금이 24화인데 이전에 24화라고 제목에 써버렸으니 원... 수정합니다.
첫댓글 화륵, 파박, 휙, 스릉... 저런 식으로 너무 자주 쓰면 대본체화 될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묘사하는 것으로 연습해보세요. <스르릉하는 섬뜻한 소리와 함께 검이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건필하시어요!
오카이. 버릇이 되버려서리..
잘 봤습니다.'ㅁ'; 처음부터 안 봐서 내용을 통 모르겠네요'ㅁ';; 처음부터 보자니 귀차니즘이-_-;
여러가지 키보드 오타가 간간히 보입니다아.. 밑에부터 지적하자면 낮설지가->낯설지가 / 어짜피->어차피 / 벼텨낸다면->버텨낸다면/ 등등;ㅅ;.. 도중에 겹치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