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 독고탁 따뜻한 난로옆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여유조차 갖기 힘든 게 현 실이지만, 앉고 나면 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갑작스레 찾아온 뜨거운 커피 한잔의 여유는 재미있는 만화책이나 몇 권 읽었으면 하는 욕심으로 이어진다.
그러던 중 까치와 독고탁이 생각났다. 불 같은 강속구를 던지던 까치와 변화 무쌍한 변화구를 던지던 독고탁말이다. 그러면서 만화 속 그 야구 스타를 현실로 옮겨놓고 싶어졌다.
까치와 박찬호 언뜻 보면 이들에게서 공통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외인구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까치 오혜성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 활약하는 메이저리거 박찬호와는 너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찬호와 공포의 외인구단의 까치에게는 틀림없이 공통점이 있다. 불 같은 강속구의 야생마 우선 까치와 박찬호는 모두 불 같은 강속구를 가졌다. 박찬호는 미국에 진출할 때 최고 165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졌고, 까치역시 최고의 주무기는 불 같은 강속구였다.
또한, 둘은 강한 승부근성으로 똘똘 뭉친 야생마의 이미지를 지녔다. 싱싱한 어깨에도 불구하고 왼쪽다리를 높이 드는 투구폼으로 컨트롤이 없었던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의 야생마였다.
최고의 투수로 성장하고 있 다고는 하지만 박찬호는 조금 더 다듬어져야 할 투수,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투수로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야생마 박찬호는 이제 카리스마를 지닌 최고의 메이저리그 투수로 도 약하려 하고 있다. 이 또한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보던 바로 그 카리스 마 넘치는 까치의 모습이다. 지옥훈련으로 거듭나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지옥훈련 장면으로 기억된다.
영 화로도 제작된 외인구단에서 강렬한 주제가와 함께 지금까지 팬들의 뇌 리에 남아있는 것도 바로 지옥훈련 장면이다. 지옥훈련이라…어쩌면, 박찬호와 너무나 부조화로운 단어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찬호도 틀림없이 지옥훈련을 견뎌내고 스스로 성장한 투수였다.
그것은 바로 마이너리그 생활… 박찬호가 처음 미국으로 진출하던 시기를 생각해보라. 외국인 선수들 과 부딪히며 경쟁하고 언어적 장벽 등을 뛰어넘기 위하여 겪었을 문화 적 충격은 견뎌내기 힘든 지옥훈련과 같은 처절한 생존의 장이었다. “경기에 지는 날이면 경기장에서 집까지 뛰어오곤 했었다.” 박찬호가 한 유명한 말이다.
모래 주머니를 차고 경기장으로 향하던 외 인구단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극복과 의지의 표출 모습으로서 까치와 박찬호의 공통점을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박찬호는 이렇듯 마이너리그의 현장에서 처절한 승부의 세계를 배웠고 이를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이것은 지옥훈련을 극복하고 거듭 난 까치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새로운 시장에의 도전과 개척 까치와 박찬호는 새로운 시장을 활짝 열어 젖힌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까치가 주인공이 된 공포의 외인구단은 한국 만화 산업에 틀림없는 기념 비적인 성과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까지 아이들만의 것으로 인식되던 만화를 어른들의 것, 즉 온 국민의 것으로 만든 주인공이 바로 까치였 다.
그런데, 박찬호 역시 메이저리그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한 주인공이다. 프로야구가 인기를 얻고 폭 넓은 팬들을 확보하긴 했어도 야구팬들만의 야구를 온 국민의 야구로 만든 것은 틀림없는 박찬호의 힘이었다.
독고탁과 김병현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구질의 공을 던지던 독고탁이었지만 그가 던 지는 공 하나하나에 주먹을 불끈 쥐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정겹다. 그런데, 이러한 독고탁의 모습을 김병현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으니 너 무나 기쁘다.
작은 키와 귀여운 웃음 우선 둘은 작은 키를 가졌다. 독고탁은 삼등신에 귀엽고 순진한 웃음을 가졌고, 팀 막내 김병현도 작은 키에 순수하고 착한 웃음을 가졌다. 또한, 이 둘 모두 거대한 덩치의 포수들에게 공을 던진다.
덩치 큰 데미안 밀러에게 투구하는 김병현의 모습을 보면서 작은 키의 독고탁이 봉구 에게 투구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는 재미는 항상 즐거움이었다.
[태양을 향해 던져라]와 [내 이름은 독고탁]의 한 장면이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며 그야말로 정겨운 야구장이며 추억의 야구장이 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김병현에게서 십 여년 전 은퇴한 만화 속 야구스타 독고탁을 볼 수 있다.
월드시리즈 7차전이 끝난 이 후 고참 선수들에게 안겨 밝고 환한 웃음 을 짓는 김병현의 모습에서 독고탁의 모습이 아닌 카리스마 넘치는 까치 의 모습을 보았다면 틀림없이 그 날의 감동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변화무쌍한 변화구 김병현의 변화구는 닌텐도 게임에서나 볼 수 있다고도 했고, 올스타 후 보에 올랐을 때 팀동료들은 저런 마구를 던지는 투수는 절대로 올스타전 에 나가면 안 된다고 하면서 역설적으로 그의 구질을 치켜 올려줬었다.
이것이야말로 독고탁이 던지던 바로 드라이브볼이며 더스트볼이다. 오른 쪽 타자의 등뒤에서 마구 잡이로 휘어져 들어오는 독고탁의 드라이 브볼…내노라는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이 김병현의 슬라이더를 상대한 후 변화 무쌍한 구질에 혀를 내둘렀다고 하니 독고탁의 드라이브볼이 바로 이런 구질이 아니었을까!!!
또한, 작은 키에 아래에서 위로 공을 솟구치게 던지는 업슛도 김병현의 무기이다. 타자의 눈 앞에서 갑자기 솟구치는 공이 눈에서 벗어날 것이 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김병현의 업슛에 타자들이 헛스윙을 할 때마다 예전에 두 주먹 불끈 쥐게 하던 독고탁의 더스트볼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렇게 김병현에게서 독고탁의 모습을 본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닮은 두 스타에게도 다른 점이 생길 것 같다. 외톨이 독고탁... 그는 늘 봉구의 여동생을 짝사랑했었다. 그런 독고탁 과 달리 김병현은 이제 많은 여성팬들의 사랑 한가운데에 있다.
가장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장 안기고 싶은 남자 1위 - 박찬호 가장 연애하고 싶은 남자/가장 안아주고 싶은 남자 1위 - 김병현 박찬호와 김병현은 역시 대단한 스타! 따뜻한 난로(Stove)가 그리운 계절이다.
하지만, 야구의 열기는 아직 식 지 않았다. 스토브리그(Stove League)의 열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텍사스냐 보스턴이냐 등을 놓고 한창 줄다리기 중이고, 김병현 은 월드시리즈의 여파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경기는 끝났지만 야구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시각이 반드시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보여줬고 가능성과 희망이라는 단어를 국민들의 가슴 속에 심어주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아끼고 사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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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30일 스포츠서울 기사예요.
김병현선수에게 다시 한번 우승의 반지를..
박찬호선수의 내년시즌 부활을 바라면서..^^
첫댓글 정말 쮸님은 짱이야요!ㅋㅋ
잘 봤습니다. 쮸님. 원조 까치는 현역 최고령 투수 김정수였지요 ^^ 김병현선수를 독고탁에 비유한 딴지일보 기사도 소식방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 기사에서 '퀵서비스 하이바만한 대갈통'이란 구절에서 뒤집어 졌었죠. ㅋㅋ
이런 기사가 있었을 줄이야...흠...멋진 기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