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詞) 한 수] 봄앓이
三月暮(삼월모), 3월 끝자락(저물어),
花落更情濃(하락경정농). 꽃잎 떨어지니 마음은 한결 싱숭생숭(다시 정은 짙어가고).
人去鞦韆閑掛月(인거추천한봉괘월), 님은 가고 없는데 달빛 아래 한가로이 걸린 그네,
馬停楊柳捲嘶風(마정양류권시풍). 버들에 매인 말의 게으른 울음소리 바람결에 들리고,
提畔畵船空(제반화선공). 제방 옆(방죽가)에는 텅 빈 꽃(그림)배 하나.
懨懨醉(염염취), 취한 듯 나른해진 몸(편안함),
盡日小簾櫳(진일소렴롱). 온종일 작은 휘장(발 걸린 창)에 머문다.
宿燕夜歸銀燭外(숙염야귀은촉외), 잠자려 날아든 제비는 은촛대 불빛 밖을 맴돌고,
流鶯聲在綠陰中(류앵성재녹음중). 녹음 우거진 숲에는 꾀꼬리 소리.
無處覓殘紅(무처멱잔홍). 지고 남은 붉은 꽃마저 이젠 찾을 데가 없네.
―‘망강남(望江南: 강남을 바라보며)’ 오문영(吳文英·약 1200∼1260)
음력 3월의 끝자락이면 봄도 다 저물 시기. 꽃다운 세월을 함께했던 이도 떠나고 꽃잎마저 사그라졌으니 춘삼월 호시절이 다했다는 아쉬움에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연인이 떠난 자리에 휑하니 남겨진 건 주인 잃은 그네와 꽃배. 바람결에 들려오는 말 울음조차 활기를 잃었다. 무기력해진 채 휘장 안에 갇혀 지내는 힘겨운 하루하루. 호된 봄앓이가 시작된 듯하다. 잠자리를 찾은 제비가 놀라 달아나는 건 주인공이 지금 불면의 밤을 견디느라 촛불을 환하게 밝혀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우거진 녹음과 꾀꼬리 소리는 연인을 그리는 헛헛한 마음 탓에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주인공의 심란한 심정과 대조적으로 시 속의 강남 풍광은 차분하고 또 아름답다. 자질자질 잦아드는 꽃자리를 대신한 싱그러운 녹음, 경쾌한 꾀꼬리 소리는 시인의 심미안이 놓치지 않은 뜻밖의 경이이다. ‘망강남’은 곡조명.
✵ 오문영(吳文英·약 1200∼1260) 시인은 남송 시대의 사인(詞人). 字는 군특(君特). 호 몽창(夢窗)·각옹(覺翁). 본성 옹(翁)씨. 저장성[浙江省] 출신이다. 오씨 집안에 양자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 가곡의 작사(作詞)에 뛰어났으며, 형 옹응룡(翁應龍) 및 동생 옹원룡(翁元龍)과 함께 시와 사의 작가로서 유명하다. 30세 무렵인 1233년 쑤저우[蘇州]의 창사(倉司:쌀창고의 관리관)가 되었으나, 1243년 사직하고 항저우[杭州]로 옮겼으며, 이후 항저우와 쑤저우에서 권력자의 식객으로 어렵게 지내다가 죽었다. 스스로 작곡도 하였는데, 그의 사곡은 음률면에서 밝으며 작풍은 정교하고 전면(纏綿)하여 남송의 아름다운 사풍(詞風)의 대표적 작가로서, 북송의 주방언(周邦彦)과 비교된다. 또 같은 시대의 주밀(周密:호는 草窗)과 함께 ‘이창(二窗)’이라 불렸다. 그의 사집(詞集)은 《몽창갑을병정고(夢窗甲乙丙丁稿)》 또는 《몽창사(夢窗詞)》라 불린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首(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4년 04월 26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