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힘
아들 생일날 아침
전날 밤 늦도록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잔뜩 만들어서
보냉 백에 가득 담아서 들고
아침 일찍 아들네 집으로 향했다.
전철을 타고 미사 역에 내려서
에스컬레이트에 올라 두어 칸 올라갔는데
문득, 손이 허전하다. 내려다 보니 빈손이다.
" 엄마야~!! 가방 놓고 내렸네"
순간 머리가 핑~ 돈다. "이런 낭패가?? "
생일음식이 든 보냉가방을 전철에 두고 내렸다.
정신이 하나 없이 두칸 세칸 날아서
미사역 안내사무실로 가서 급히 신고를 했더니
불행중 다행하게도 종착역 세 정거장 전이라
종착역에 도착하면
기관사가 내가 앉았던 6-1 좌석을 가보고
6~7분 뒤에 금방 알려주겠다고 했다.
사색이 된 나를 본 여자 역무원이
당황하는 노인네가 안쓰러웠는지 자리까지 권하며
요즘은 거의 다 둔 자리에 그대로 있더라며 안심을 시킨다.
세상에서 가장 긴 6~7분이 흐른 뒤 온 답변은
기관사가 둘러보니
내가 앉았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더란다.
그 단새 누가 가지고 내린 모양 이다.
세상에~ 요새도
겁없이 남의 물건을 주워 가져가는 사람이 있었네 .
가져가 봤자 열어보면 음식인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기도 찝찝하지 않을까? 난 못 먹을것 같은데....
뭔지도 모르고 덥석 가져간 사람이
이해가 안되고 야속했고 원망에 괘씸하기까지 하다.
그냥 그 자리에 있던 데로 건드리지 말고 두었더라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것을 .... 속이 너무 상했다.
" 똥 뀐 놈이 성을 낸다"고
애초에 잘못은 내가 저질어서 생긴 일이지만
짜증이 있는 데로 밀려온다.
눈 깜작할 사이 저질러져 버린
이 황당한 현실에 거의 울상이 돠어
빈손으로 터들터들 아들 집 쪽으로 걸어가는데
" 내가 지금 아들집을 왜 가는거지?"
목적과 의미까지도
순식간에 다 뺏긴듯한 지독한 허탈감에
정신도 마음도 텅 빈채로
몸만 걸어가고 있었다.
미리 전화로 상황을 알고 있었던 아들이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 안에 다른 중요한 물건이 없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엄마는 올 때마다 늘 생일처럼 음식 해오잔아
잘~ 먹은 거로 하자 우리 , 응,"
아이 달래듯 내 등을 두드리며 하는 아들의 그 말에
눈물이 왈칵 난다.
" 내가 무슨 짓을 저질은 거야? "
심한 자책으로 무안도 하고 민망도 하고 아깝고 속 상하고
그때 마음은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더라구.
" 그래도 엄마가 속상해 하니까 내가 알아 볼께" 하더니
거쳐간 역마다 전화를 해서 확인하고
혹시 나중이라도 이런 가방이 들어오면
연락 부탁한다고 연락처를 알려 주며 부탁을 했다.
그곳에서도 친절하게
이후라도 꼭 찾을래면
지하철 수사대에 양식 절차를 밟아서 신고를 해야
접수가 되어 정식으로 조사를 하는데
좀 복잡하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찾을 수는 있다고 ,
남의 물건을 주워간 사람은
" 점유물 이탈 횡령 죄"에 걸려
처벌받게 된다고 하더란다.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아들 말을 듣다 보니
희안 하게도 화가 가라앉고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는 거 있지
아들은 또 " 엄마가 하고 싶은 데로 하세요"
그러면 자기가 엄마대신 알아서 찾아 봐 주겠다고....
아들 말을 듣고 나서 가만히 생각 헤 보니
복잡한 절차를 밟아 나중에 찾은들
이미 음식들은 먹을 수도 없게 되었을거고
괜히 바쁜 아들만 시간 뺏기고 힘들게 할 꺼 같아
그냥 포기하겠다고 했더니만
아들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 그렇치? 잘 생각했어 엄마~
내 생일 음식은 다른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고 생각하고
속상한 마음 푸세요
음식 만드느라 고생했고 잃어버리느라 놀랐으니까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께. "
그제사 제정신이 좀 돌아온 난
" 나의 오늘 실수를 아빠와 니 마누라에게 말하지 말라 "
그 와중에도 입 단속을 시켰으니
이는 나의 이미지 관리 차원인기라 ㅎㅎㅎ
" 그 말 하는거 보니까 마음이 좀 편해진거 같은데..ㅎㅎ"
아들은 알았다며 막 웃는다.
그 웃음의 의미가 뭔지 찝찝하지만 아들을 믿어야지.뭐,
지 엄마의 속상한 마음을 공감해 주고
이곳저곳 알아봐가며 엄마마음 풀어주려 애 써준
따듯하고 속 깊은 아들 덕에
가져간 사람을 원망하며 괘씸해 했던 마음이
신기할 정도로 풀어지는 거 보면
역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공감과 위로의 힘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런 아들의 지헤로운 대처 방법을
이제 부터라도 나도 좀 배워야지 마음을 먹긴 했는데
배운다고 되는건 아닌가 같어 ㅋ
물건을 잃으면 잃어버린 사람이 더 죄를 짓는다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원망하고 속 태웠던 잠깐이 지옥 같았는데
아들 말 데로 생일 음식 나눠 먹었다고 생각을 바꾸니
그제사 마음에 평안이 오데 그려 ㅎㅎ
이렇게 아들 생일날 아침
잘 차린 생일 음식은 엉뚱한 남을 주고
"비비고 즉석 미역국"으로 단촐한 생일 상을 대신했으나
아들의 따뜻한 마음과 효도를 듬뿍 받았으니
이것으로 된 거지 뭐~ㅎㅎ
집에 와서 문득 떠오른 옛일 하나!
옛날 아들 초등 2학년 때 ,
거금 주고 사 준 가죽 점퍼를 며칠 입어보지도 않았는데
놀이터에서 벗어 놓고 놀다가
잃어버리고 집에 들어온 일이 있었다.
그때 잃어버리고 풀 죽어 들어온 아들에게
"왜 그랬냐"며 혼을 냈던 것이
수 십 년이 지난 오늘, 문득 떠올라 어찌나 미안 했든지 ..
난 그때 지금의 아들처럼
잃어버린 아들의 마음을 공감하기는 커녕
내가 더 속상해 하며 화내고 야단 치고 아까와 하고
ㅋㅋ 어른답지 못 했음이
지금에야 왜 부끄러움으로 밀려오는지...ㅠㅠ
아들은 그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
젊어 한 때 짧은 생각으로 내 감정에만 충실했었던
까마득한 옛일을 떠올리며 뒤늦게 잠을 설쳤다네
올해도 또 이렇게 10월이 가고
어느새 연말이 다가오는데
한 해가 참~ 빠르게 흘러갔음에 새삼 놀란다.
앞으로 더 나이 먹고 늙어지면
크고 작은 실수가 더 많아 질 테지만
그래도 또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 지겠지? 뭐~
이게 다 나이가 먹어가며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그냥 당당하게 살아 갈라고,,
나이 먹은 핑계를 대면서 ㅎㅎㅎ
속상했지만 흐뭇도 했던 날
첫댓글 음식을 옆자리 또는 열차 바닥에 놓았던가보다,
그렇지 않고는 놔두고 내렸을 리가 없는데,
그런데,
나같으면 그게 전화기가 아니라,
음식이었던게 얼마나 큰 다행인가,
참으로 불행중 다행이 아닌가,
요즘은 대중교통 승객들이 놓고 내린 물건들이
90%이상 그자리에 있다고들 하던데,
아마도 그 음식보따리도
발견한 사람이 내리면서 역무원에게 신고를 해서
분실/습득물 센터에 가있지 싶다.
또 한가지 ---- 감과 변비-----------
상주에 사는 내 막내동생이 그러는데,
감, 특히 홍시는 감꼭지에 달려있는
실타레처럼 하얗게 1/2cm 나온 부분만 안먹으면
변비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
내가 이걸 여기다 쓰는 이유는
한번 지나간 글은 다시는 읽지 않는것 같아서..........
노인석 옆자리에 놓았는데
아무도 없었어 종점 세정거장 전이라
거쳐간역 세군데 전화확인 했고
분실습득물쎈터에도 전화 해 놨지
들어오면 연락준다고 했는데
그날 저녁때까진 없었데여
음식물이라
날짜 지나 찾아봤자 소용도 없었지만
밤늦도록 정성들여 만든게 억울해서
꼭 찾고싶었는데 아마도
10%에 해당된 모양 ㅠㅠ
차라리 발밑에 놓았으면 일어서면
발에 부딪치니까 두고나올일 없을텐디
앞으로는
쇼핑백이든 가방이든 따로 들고가는건
끈으로 손목에다 묶어 놓을라고
ㅎㅎㅎ
감 변비 걱정없이 먹는법
잘 알았어 참고할께^^
저도 한 + 종점까지 가는 승객중엔 금단산 (배)가고픈 돌싱 어르신이 타셨는데~~
다 와서 눈 뜨보니...왠 보따리가? 뭔가? 음식이네! 효자가 따로 없네. 지하철이 내 아들이네~~~ㅎㅎ
그 어르신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그리면서 보시 하셨다.
추억하시면 내일부터 늘 마음 편하실 수도 있다고,답글 올리며~~
+ 평화를 빕니다!!
돌싱 어르신 !
독거 노인보다는 있어보이네 ㅎㅎㅎ
그래요 아들집에서 나설때
벌써 마음은 돌렸지요
이젠 손에 뭐 들고 가는게 무서워요
두세번 겪은거라서 ㅎㅎㅎ
바이버님 글 읽고나니
이젠 완전
생각도 안날것 같이 개운하네요
감사 감사
감 정보도 감사합니데이 ~~~^^
연락처 남겨 두었으면 찾을 수 있을텐데 의도적으로 아예 꿀꺽했나?
혹 환승할 때 두고 내린 건 아닐까?
코로나라 먹는 거는 더욱 손 안댈텐데 이상하네
작년엔가 영애배낭도 경찰서에서 찾았잖아
이제 임자없는 물건은 경찰서에 갖다줄 것도 없이 제자리에 가만 두는 게 최상인듯~~
나도 손에 보따리 든 날은 다리 사이에 두고 가는 내내 신경을 쓰게 돼
재현이와 대화에서 느끼는 건 재현이 어찌 그리 속이 깊은지!!!
아들 잘 키웠네
아들 마음만으로도 속상하고 아깝고 아쉬운 맘 다 보상 받았겠지만 나는 그 음식이 너무 아깝다
일단 남의 물건엔 손대지 말고
가만두는게 제일좋아
전철에서 두고온 건 누가 집어가지 않으면 찾을수 있다고 역무원도 그랬거든
보냉백이 주황색인데
겉모양이 핸드백처럼생겨서 이뻐여
내가 아끼는거라
그 백이 탐나서 가져간거 같어ㅠㅠ
밤늦게 까지 아들 좋아하는 것만
했는데,,, 아들집 빈손으로 들어가는데
속상해서 죽을뻔 했네
만약 아들이 나보고 왜 그랬냐고 했더라면 삐쳐서 집으로 돌아왔을꺼야
일단 아들덕에 풀렸어
근데 비비고 미역국 참 맛있어
추천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