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는 해남 땅 끝자락에서 연육교를 타며 시작됩니다. 완도대교를 넘는 데 왼쪽으로 어디선가 본 듯한 다리가 흉물스럽습니다. 지금은 콘크리트 다리가 오른쪽에 생겨 아무도 사용하는 이가 없는 모양인데 한국전쟁 당시 유명한 사진 한 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폭파로 흉물스럽게 떨어져 내리고 기울어진 다리 난간 위로 피난민이 꽉 들어찬 바로 그 장면. 짐작하셨을지 모르겠는데 한강철교 고철을 뜯어다 여기에 재활용했다는 군요. 생김새까지 비슷합니다. 분단의 유산이 완도에 와 우두거니 서 있는 것이지요.
4차선 국도가 완공되면 지금 사용하는 시멘트 다리보도 훨씬 높고 넓은 다리가 들어설 테니 한강철교를 재활용한 완도대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옛 것을 다시 뜯어내려면 또 서글프겠죠? 좋든 싫든. 피와 땀, 그리고 애환이 서렸으니까요.
남은 이들의 터전도 이젠 상처투성입니다. 백운봉·상황봉을 중심으로 타원형으로 생긴 완도(본섬). 빙 두른 끝자락에 섬주민이 사는 데, 육지를 향한 4차선 고속국도와 섬 일주도 확장공사로 곳곳이 개발의 삽날에 허물어지고 파였습니다.
완도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펜션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풍광에 감탄이 절로 날 지경인데, 가슴이 아려옵니다. 항구 뒷산 높은 곳에 자리한 걸 보니 분명 산자락을 파헤쳐 세웠겠죠? 건축 전문가들도 “힘 좀 썼겠다”고 할 정도였으니.
고소한 냄새가 시장기를 더해 마당으로 내려오니 눈이 휘둥그레질 정돕니다. 맛난 음식이 가득 쌓였습니다. 손님을 맞은 이들, 그리고 아내들까지 노력 동원한 모양입니다. 전복 회·구이, 토종돼지 구이·바베큐, 소라·해삼·멍게, 젓갈 양념으로 곰삭은 김치까지...
“팍팍한 섬살이 고단함 짐작케”
오늘 밤은 왠지 성치 않을 성 싶습니다. 먹고 또 먹고, 마시고 또 마시고. 포기해야겠죠. 모든 상념을 걷어내는 덴 취기가 최고니까요. 식도락에 맡기는 것 말고 도리가 없습니다. ‘주지육림’이 좀 과하다면, ‘상다리가 부러진다’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 [기사 계속보시려면 아래 클릭]
첫댓글 사진속에서 보는 고향 넘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