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무대로 백수와 만화방처녀만 올리고,
제 똘마니들을 데리고 떠나겠습니다.
흑흑흑..
그래도 영사가 분위기 좋아라고 글을 올렸는데...
몇개는 울까페에도 안올라온 신작들인데..
제게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전 이제 떠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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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와 만화방 아가씨
3부
백수: 예전 만화방 주인 일때는 만화방 대신 봐 주고 그랬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이렇게 줄기차게 다녔는데도 그런 부탁 한 번 안한다.
내가 의심스럽게 보였나?
하기야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백수한테 가게 맡길 사람이 어디껏나?
만화방아가씨: 내일은 내친구 결혼식이다.
삼촌이 요즘 바빠서 만화방을 못 봐 준다고 그랬다.
할 수 없이 내일은 문을 닫아야 하나...
그 백수 녀석이 떠 올랐다.
나쁜녀석 같지는 않다. 아니 착한 것 같다.
그에게 내일 하루만 봐 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
백수: 오늘 그녀가 내일 만화방을 좀 봐달라고 했다.
기뻤다. 날 믿는다는 증거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와 가까워 졌으면 좋겠다.
오늘밤은 그녀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만화방아가씨: 그가 아침 일찍 왔다.
제 시간에 화장을 끝마쳤다. 그에게 열쇠와 오늘 신간 값 치를
3만원을 맡겼다. 그가 어디 가느냐며 물었다.
날 아줌마로 이직 생각하고 있을까봐 선 보러간다고 했다.
내가 아줌마 아닌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줌마 소리는 안 하겠지...
그가 내 얼굴을 이상한 눈길로 쳐다봤다. 화장이 잘 못 되었나?
괜히 신경이 쓰인다.
백수: 아침 일찍 그녀의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뽀얗게 화장한 그녀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용기를 내 어디가냐고 물어 봤다.
선 보러 간다고 했다. 슬펐다. 미웠다.
밝히는 여자니 이 달내로 시집을 가 버릴 것 같은 불안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진하다 싶게 화장한 그녀 얼굴이 꼭 헤픈 술집 여자
같아 보였다.
만화방아가씨: 친구가 예쁜 웨딩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그 둘만의 인생길을 떠났다.
사랑하는 맘에서 꾸밈없이 나오는 행복한 웃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이
맑았고 아름다웠다. 그런 그들 앞에 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축하는 해 주었지만 왠지 내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다.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그 녀석이 내가 늘 앉아 있던 자리에서 졸고 있었다.
내가 졸던 모습도 저랬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가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을 쓱 닦고 날 쳐다봤다.
고마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녀석이 날 보더니
'오늘 선 본 남자가 굉장히 맘에 들었나 보죠? 입이 다물어 지지 않네..'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이 백수녀석은 좀 좋아지려나 하면 꼭 먼저 초를 친다.
기분이 나빴다. 다다음주에 시집 갈 날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가 한참 머뭇거리더니 '그럼.. 으.. 하여간 시집 잘 가쇼..아줌마..!
그리고 오늘 번돈 8만 7천 9백 9십원 하고 아까 신간 값 치르고 남은3천 5백원
여기 서랍에 넣어 뒀소..
그러고선 홱 나가 버렸다. 뭔가 급한 볼 일이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늦게와서
삐진걸까..? 오늘 만화방 봐 준거에 대한 고마움은 다음에 해야겠다.
백수녀석 여전히 속 하나는 좁은것 같다.
백수: 그녀가 선 봤다는게 분했다.
어떤녀석이 만화책 값으로 10원짜리 20개를 냈다.
열 받는데 휘발유를 붓는 것 같았다. 그 중 한 개를 냅다 그녀석 한테 던졌다.
근데 그녀석이 쉽게 피해 버렸다. 괜히 10원만 잃어 버렸다.
그녀 방을 살며시 열어 봤다. 깨끗하게 정돈된 자그만 방이었다.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종일 그녀가 정말 맘에 안드는 놈이 선보는 자리에
나오라고 기도했다. 근데 뭐가 기분이 좋은지 그녀가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절망의 벽을 느꼈다. 열 받으니 말이 술술 나왔다.
흑흑... 그녀가 다다음 주에 시집을 간댄다. 나는 어떡 하라고...
눈물이 앞을 가려 정신없이 뛰쳐 나왔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너무 야속했다.
만화방아가씨: 아침에 만화방 청소하다가 10원짜리 하나를 주웠다.
오늘따라 왠지 그가 기다려 진다. 만화가게 봐 준거 뭘로 보답할까 고민이다.
돈으로 보답할까 그러면 너무 정이 없어 보인다.
곰곰히 생각하다 영화본지도 오래되고 해서 그녀석하고 영화나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에게 전화해 이번주 토요일 저녁에 요즘 잘나가는 영화표 두 장 예매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이 영화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백수: 오늘로 대기발령 6개월 째고 집에서 놀기 시작한지 9개월 째다.
여전히 내 일기장엔 그녀 이름이 꼬박꼬박 적히고 있다.
오늘 놀이터 밴치에 앉아서 담배연기로 그녀얼굴을 그려 봤다.
선 본 남자는어떤 놈일까 생각해 봤다.
백수는 아니겠지... 그녀가 보고 싶지만 나도 자존심이 있는 남자다.
그래서 만화방에 가지 않았다.
몇 일 밤을 그녀가 보고 싶어 꺼이꺼이 울었다.
엄마가 취직이 안되어 우는가하고 기운내라며 곰탕을 끓여 주셨다.
곰탕을 먹을때마다 어머니께는 죄송한 마음이든다.
며칠째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만보고 돌아왔다.
그녀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벽에 붙은 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한참 잘나가는 영화다. 재밌을 것 같다.
불현 듯 이 번 주말에 그 선 본 놈하고 그녀가 이 영화를 보러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배 아프고 슬펐다.
만화방아가씨: 백수녀석이 며칠째 안 보인다.
오늘로 5일째다
만화방 봐 준 사례로 주말에 함께 영화 볼려고 예매한 티켓을 보니 마음이
조마조마해 진다. 그녀석이 내일도 안오면 어떡하나..
혹시 이사를 간게 아닐까? 취직이 되어 바쁜거 아닌가?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백수: 저녁 무렵에 또 만화가게를 멀리서 쳐다봤다.
문이 닫혀 있었다. 정말로 그녀석하고 영화를 보러 간 걸까?
진짜 야속한 여자다.
내가 이렇게 가슴아파 하고 있는걸 알까?
만화방아가씨: 오늘도 그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슬프다. 영화티켓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마음도 심난한데
이 영화나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티켓 예매 해준 친구를 불러 함께 봤다.
진한 감동의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다.
근데 자꾸 이 영화주인공 얼굴과 그녀석 얼굴이 교차되어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냥 웃고 말았다.
백수: 3일째 만화가게 문이 닫혀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바쁜가 보다. 야속한 여자다.
그래 잘 살아라. 하기야 백수인 나를 그녀가 관심이나 보였을까?
어머니한테 나도 장가 가게 선 좀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돈도 못 버는게 무슨 장가를 가겠다고 하냐며 딸딸이를 던지셨다.
피할 수도 있었지만 맞았다. 아팠다. 그리고 슬펐다.
만화방아가씨: 저녁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몸살이 온 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 할 만큼 몸이 말을 안들었다.
열 나는 머리를 식히려고 수건에 물을 적셔왔다. 힘들고 서글펐다.
그 다음날은 더 아팠다. 약을 사 오려고 했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다.
저녁에 조금 한기가 가셔서 죽을 쑤어 먹었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그 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약 사오라는 심부름이라도 시킬수 있었을텐데...
아프기 시작 한지 3일 만에 낫는 기미가 보였다.
4일째 되는날 여전히 몸이 안좋았지만 그 백수녀석이 혹시 올까봐
만화가게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오지 않았다.
백수: 그녀를 어떻게 잊을까 생각 중이다. 결혼하면 제발 만화방 때려치우고 딴데로
이사 갔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 한 대로 라면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날 이다.
축하나 해 줄까? 하지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멀리서 만화가게를 쳐다봤다. 근데 만화방이 영업 중이다.
아마 딴 사람이 봐 주고 있는 모양이다.
독한 여자다. 생활력이 강하다고 봐야하나...?
에라 모르겠다. 이 참에 못 본 만화책이나 실컷 보고 와야겠다.
만화방아가씨: 드디어 그가 왔다. 깨재재한 모습으로... 내가 그렇게 아팠는데 단골이라는
녀석이 내가 뭘 했나 걱정도 안 됐을까?
무척 반가웠지만 최대한 원망하는 눈으로 째려봤다.
하지만 왜 그랬을까?
아팠던 것 때문일까. 눈물이 핑 돌았다.
백수: 들어서자 마자 흠칫 놀랬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빗자루로 만화방 바닥을 쓸고 있었다.
왜 그녀가 여기 있지? 결혼식이 내일 인가?
그래도 오늘은 엄청 바쁠텐데... 어제 였나?
어제라면 신혼여행을 갔어야지...
하여간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그토록 그리워한 여인이었기에... 결혼식이 파탄났나?
연기 되었을까? 뭔가 분한게 있는지 나를 째려봤다.
내가 뭘 어쨌다고...
만화방 바닥에 먼지가 많았나 보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걸 봤다.
눈을 불어주고 싶었지만 들고있는 빗자루에 맞으면 상당히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참았다.
아무말도 못 하고 한참 있다가 용기를 내 한 마디 했다.
'결혼식 연기 됐어요? 아줌마...'
만화방아가씨: 이 자식이 여전히 아줌마라고 그런다.
결혼은 또 무슨말이야...? 혹시 그때 내가 결혼한다고 말한걸 진짜로 믿은거 아냐?
어떻게 선 보고 그날 바로 날을 잡을 수 있나. 이거 바보아냐?
이런 바보녀석이 아직 존재하다니...
그러니 백수로 지내고 있지...
누가 결혼한다고 그랬냐며 엄청 쫑을 주었다.
백수: 그녀가 결혼 안한다고 했다. 너무 기뻤다. 껴 안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빗자루를 들고 있다.
내일부터 또 만화방에 줄기차게 나와야 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아줌마 내일 봐요.'하고 인사도 하고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그녀석이 끝까지 아줌마라고 놀리고 나갔다.
하지만 낼 부터 그가 다시 나올 것 같다.
백수: 만화방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날짜가 있는걸 봤다.
무슨일인가...? (음흉한 웃음) 조심해야 겠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긴해도 그녀의 성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통 같은걸
난 안다. 그 날 잘 못 걸렸다간 뭔가 날아 올 것 같은 으시시함을 느꼈다.
만화방아가씨: 며칠 후면 내 생일이다. 이젠 내 생일날을 축하해 줄 사람도 별로 없다.
슬프다. 달력에다 큰 동그라미를 쳐 놓고 나를 달래 봤다.
혹 그 백수가 이 표시를 보고 내 생일인걸 알 수 있을까?
괜한 기대는 하지 말자.
그 녀석은 인간의 탈을 쓴 바보다. 저길봐 가스통에 맞은 것 처럼 으시되잖아...
백수: 그녀를 보러 만화방으로 갔다. 오늘은 이름과 나이를 꼭 알아 내야겠다.
'에..아줌마...아줌마 노처녀 맞죠?'
얼떨결에 이렇게 말해 버렸다.
만화방아가씨: 이 백수가 아줌마도 모자라서 이제는 노처녀라고 놀린다.
열 받아서 25살도 노처녀야? 하고 따졌다.
백수: 25살? 생각보다 훨씬 어리네...
그럼 나하고 3살차이니까...음 ..딱 좋네...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다.
만화방아가씨: 그 녀석이 내가 만으로 25살인걸 눈치 챈 것 같은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7살이라고 말해 버릴까? 이 녀석 나이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 쪽은 몇살 먹은 백순데요?'
하고 물었다.
백수: 역시 그때 내가 백수라고 말 한걸 들었구나 흑...
28살이나 돼가지고... 백수라 그럴까봐 아줌마보다 한 살 많아요 라고 말했다.
만화방아가씨: 뭐야 연하잖어...! 연하도 괜찮을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저녀석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라고...
다음에 기회봐서 말을 놓아야겠다.
백수: 만화방에 오늘은 조금 늦게 갔다.
안에는 그때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있었다.
그래서 만화책만 뒤적이다 그냥 집으로 갔다.
가다가 생각하니 오늘이 그 날이다. 조심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껏 그녀를 좋아만했지
뭐 하나 해 준게 없다.
편지도 한 번 안보냈으니...
호주머니에는 딱 만원짜리 하나가 있다.
뭘 사줄까? 아무래도 먹는게 남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대. 족발. 양념통닭. 붕어빵. 닭똥집...비암. 아무리 떠올려도
그녀가 좋아할만한게 없다.
근처에 제과점이 있었다. 그래 저기 한 번 가보자.
케이크를 샀다. 무지 비쌌다. 만원으론 제일 작은 것 밖에 살수 없었다.
그래도 포장해 놓으니 순대. 족발 보단 멋있어 보인다.
아직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나보다.
아저씨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저자린 아마 졸리게 만드는 무슨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다.
그 아저씨한테 케이크를 주며 어떤 잘생긴 단골이 줬다 라고만 전해달라고 했다.
쓱-나를 째려봤다. 저 눈빛. 그래서 한 마디 더 했다.
'이거 먹지 마요.' 아저씨가 왠지 그녈 안주고 먹어버릴 것 같아 불안했다.
그래도 오늘 뭔가 내 마음을 표시한 것 같아 기분이 괜찮았다.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내 생일이다.
아빠 엄마한테서 연락온것 말고는 아무도 내 생일을 기억하며
전화해준 사람이 없다. 초라한 느낌이 든다.
오후에 친구를 만나 술이나 한 잔하고 자축해야겠다.
그러던 차에 삼촌이 오셨다. 오늘 내 생일인걸 아셨나보다.
내가 만화방 봐 줄테니 오늘 하루라도 맘껏 놀다 오라 그러신다.
겉모습과 달리 참 자상하신 삼촌이시다.
같이 늙어가는 친구 불러서 놀았다.
그냥 조용하게 케잌에 초꽂아 노래 부르고 저녁엔 그때 그 영화를 또 봤다.
친구가 딴거보자고 그랬는데 그냥 그 영화가 보고 싶었다.
만화방에 가니 삼촌이 뭘 준다.
좀 덜떨어지는 녀석이 와서 놓고 갔다고 한다.
케잌이다. 누굴까? 그 백술까?
좀 덜떨어지는 놈이라면...그런 것 같다.
근데 그에겐 그럴만한 센스가 있을리 없는데...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그녀석일까? 감히 백수 연하 주제에...
그래도 그가 선물한 것이면 좋겠다.
백수: 그녀 이름을 아직 모르고 있다.
오늘은 과감히 만화책을 빌리자. 자연스럽게 내 이름도 가르쳐주고
기회를 봐서 그녀 이름도 물어봐야겠다.
그 케잌은 잘 먹었을까?
만화방아가씨: 그녀석이 오늘 무슨 결심을 하고 온 것 같다.
역시 그 케잌은 그가 준 것이... 내게 혹시 고백이라도...?
그런데 약간이나마 기대를 한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들어올 때 날 쳐다보지도 않고 만화책 몇권 뽑아서 경색된 얼굴로
'이거 빌려 가겠습니다.' 라고 그랬다.
난 또... 좀 아쉽다.
그러고 보니 오늘 처음 빌려가는 것 같다.
이녀석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 절호의 찬스다.
나보다 한 살 어린걸 알고 있는터라...나도모르게 반말을 했다.
'이름이 뭐야? 주소하고 전화번호 불러봐요.'
백수: 뭐야... 지금 나한테 반말을 한건가? 한 살이나 많은 나한테
반말을 한다. 옛날에 잘 나가던 여자같다.
그래도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맘은 변함 없다.
만화방아가씨: 이름은 김진수. 전화번호가... 흠...
심심하면 장난전화나 걸어야겠다.
백수: 우쒸... 내 이름만 가르쳐 주고 그녀 이름을 못 물어봤다.
만화책 안갖다 주면 집에 전화가 오겠지...
그때 기회를 잡자.
만화방아가씨: 그 백수가 며칠째 안온다. 그동안 장난전화한걸 눈치 챈건아닐까?
내일도 안오면 만화책 가져 오라고 전화 해야겠다.
손님은 많은데 그 녀석이 없으니 뭔가 허전하다.
근데 그녀석 전화받는태도는 고쳐야겠다.
나보고 사오정 귀파는 소리하지말고 썩 꺼져라고 했다. 나쁜놈...
백수: 만화책을 사흘 동안이나 안 갖다 줬는데도 전화가 없다.
요 며칠동안 어떤 이상한 여자가 자꾸 장난전화를 했다.
동물원이냐? 사자한테 밥은줬냐? 심지어 '아우웅 아우웅'하며 별 이상한 소리까지 냈다.
난 좋은 말로 타일러 담 부터 이런짓 하지 말라고했다.
내일도 전화가 안오면 그냥 갖다 줘야겠다.
지금 그녀가 너무나 보고 싶다.
3부끝
4부
백수: 그녀의 전화가 오늘도 안올 것 같아 아침일찍 만화책을 들고 만화방으로 향했다.
설렌다. 오랜만에 그녀의 모습을 본다는 기대에 만화책을 들고 하늘을 날 듯이
뛰어갔다.
만화방아가씨: 오늘도 그녀석이 안오면 어쩌지.
모처럼 화장을 하고 아침일찍 녀석 집에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그가 숨을 헐떡이며 들이 닥쳤다.
백수: 백수는 뭘들고는 함부로 뛰어서는 안 된다는걸 새삼 느꼈다.
만화가게에 들어오기도 전에 탈진해 죽는줄 알았다.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얼굴엔 화장을 하고 어디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새 딴 놈하고 선 본건 아닐까?
만화방아가씨: 녀석이 숨을 헐떨이며 못 마땅한 듯 날 쳐다본다.
아무래도 내가 장난전화 한걸 녀석이 눈치 챈 것 같다.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니, 난 줄 알면서도 그딴 소릴 나 한테 했단 말이지...
괜시리 화가났다. 그래서 '그래 내가 사오정이다.'라고 말했다.
백수: 갑자기 왠 사오정!? 그녀 이름이 오정 이었나?
내가 그녀 이름을 알고 싶어 했다는걸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그녀도 나한테 관심이 있는건 아닐까?
그런데 이름이 이상하다.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이름이 오정 이었어요? 여기 만화책 가져 왔는데요...'
'이름이 참 예쁘군요 성도 특이하고...'
내 딴에는 엄청 길게 또박또박 말했다. 나도 할 수 있다. 아자!
만화방아가씨: 뭐야? 내가 장난전화한걸 모르는 건가?
내 이름이 사오정 이라고, 확실이 덜떨어지는 놈임에 틀림없다.
할수 없다. 저녀석 성격에 아줌마. 노처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오정이라고 부를게 틀림없다. 성까지 붙여서 말이다.
'제 이름은 효정이예요. 임효정. 누가 오정이라고 그랬어요?'
'하여간 진수씨 연체료 물어야 겠네요?'
백수: 야 너무하다 단골인데... 하루 늦었다고 연체료 라니...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 난 그녀한테 그런말할 용기가 없으니까...
아깐 왜 사오정이라 그랬을까? 연체료 물고나니 만화책 볼 돈이 없다.
할 수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
그녀 이름이 임효정 이랜다. 임효정 햐~ 이름 한 번 이쁘다.
그리고 그녀가 오늘 내 이름을 불러줬다.
내 마음은 그녀가 그려져 있는 아침하늘을 날고 있다.
만화방아가씨: 괜히 연체료 물었나? 바보같은 짜식. 그렇다고 삐져서
집에 가버리다니. 화장까지 했는데...
한 살 이라도 많은 내가 참자.
백수: 만화방을 가다가 아직도 붙어있는 그때 그 영화포스터를 보았다.
순간 이 영화를 그녀와 보고 싶다는 충동이일었다.
이번주가 이 영화 마지막 상영인 것 같다.
그녀가 나와 함께 이 영화를 봐 줄것 같은 느낌은 별로 안들었지만
바로 영화표를 예매하러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녀와 영화를 같이 본다는 상상은 너무나 황홀하다.
만화방아가씨: 만화방 바닥을 쓴 먼지를 밖에 버리러 나가다 멀리서
달려오는 백수를 봤다.
어찌보면 상당히 귀엽다. 내가 밖에 나와있으면 녀석이 자길 기다린줄
알겠다. 안으로 얼른 들어왔다.
얼마 안있어 그가 들이 닥치리라 숨을 헐떡이며...
한참이 지났는데도 녀석이 안 들어온다.
왜 안들어 오는 걸까? 먼지도 없는 쓰레받기를 다시 들고 밖으로 나가봤다.
백수: 드디어 영화표를 샀다. 내일 아침일찍 만화방 가서 멋있게 보러가자고 말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이녀석이 어디 간걸까? 녀석이 종일 나타나지 않았다.
백수: 늦잠을 잤다. 만화방에 가니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그녀에게 말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와 오늘따라 눈이 자주 마주친다.
내일은 진짜로 일찍 와서 말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저 녀석이 날 좋아는 하는 것 같은데...
마냥 내 생각인가? 그녀석과 눈이 자주 마주친다. 녀석이 지금 날 보고
뭘 생각할까? 궁금하다. 너무 말이 없다.
백수: 아침일찍 왔더니 만화책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잘 됐다. 꼭 말해야지. 근데 막상 영화표를 꺼내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안났다. 그녀가 날 눈을 껌벅껌벅 거리며 쳐다본다.
만화방아가씨: 녀석이 오랜만에 아침일찍 문 열자마자 왔다.
날 바라보는 녀석의 눈이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 같다.
혹시나 싶어 그때 케잌 혹시 자기가 준거냐고 물어봤다.
백수: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저기요, 혹시 케잌 그쪽이 준거예요?'
라고 내게 물었다.
그럼 내가 준건지도 모르고 받았단 말이야!
'아...예'라고만 말했다.
만화방아가씨: 햐... 녀석이 준거 맞구나...
그런 센스는 전혀 없어 보이는데 놀라웠다.
그리고 그 답이 너무 반가웠다. 내가 기다린 그 대답.
백수: 그녀가 말 붙인게 용기가 됐을까?
그래서 영화표를 꺼내며
'영화표 제가 예매 했는데요..거시기...이 번 주말에 시간 되시면 보러 안갈래요? 제가
요... 그러니까 꼴깍 (침 넘어가는소리) 그래도 단골 이잖아요.'
만화방아가씨: 호호 녀석이 영화를 보러 가잰다.
영화표를 보니 내가 그때 자기랑 보러가려고 했던 그 영화다.
그리고 나서도 또 한 번 더 본 영화.
아마 녀석집엔 뒷북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심심할 때 마다 치는 것 같다. 그냥 웃음이 자꾸 나왔다.
백수: 왜 자꾸 웃는거야... 보기 싫으면 안 본다면 되지.
사람 쪽팔리게... 다시 용기를 내
'만화방 때문에 그러면 제가 대신 봐 줄 수 있는데... 같이 보러 안 가실래요?'
나 지금 떨고 있니?
만화방아가씨: ??? 녀석의 지금 정신 상태가 상당히 불안하다.
'만화방 진수씨가 봐주면 영화는 저 혼자 볼까요?'
백수: 이 여자 정말 예리한 여자다. 내가 말 실수한걸 눈치 채다니...
아이씨, 보러갈건지 안갈건지 빨랑 대답이나 해주면 좋겠다.
숨이 막힌다.
만화방아가씨: 보러갈까? 말까? 녀석 가지고 노는게 재밌다.
어린 것이 귀엽기도 하지...
'아직 주말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리 단골이래도 그렇지... 다 큰 처
녀가 아무하고나 영화를 보러가요?'
녀석의 얼굴이 불그락 불그락 거린다. 아유... 재밌어...
백수: 역시 그녀가 나하고 영화보러 가기 싫어하는구나.
딱짤라 거절인가 보다. 내일 부터 쪽팔려서 어떻게 만화방에 나오지.
괜히 영화보러 가자고 그랬다. 이 바보야 그냥 만화책이나 보며
그녀 얼굴이나 쳐다보는건데...
만화방아가씨: '진수씨, 이 영화표 나줘요. 제가 가지고 있다가 주말에 시간 낼 수 있다 싶으면
전화 할께요. 여기 그때 적어둔 전화번호 맞죠? 그리고 가게되면 딸랑 영화만 보는건 아니
겠죠? 전 스테이크를 좋아하거든요.'
백수: 야~ 이건 거절한거 아니지...
'아 예 스테키...그거 아버지 지갑을 삥쳐서라도 사드리죠...하하하 그럼 안녕히 그리고
전화 하는거 잊지말고요. 야호!'
기쁜 나머지 정신없이 나오다 달려오던 자전거와 부딪혀 넘어졌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깔깔 웃는다. 괜찮다고 꼬마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너무 아프다. 그래도 이게 대수야... 주말이 기다려진다. 푸하하하!
만화방아가씨: 이제 이 영화 대사 까지 외우게 생겼다.
주말엔 가게 문 닫고 미용실이나 다녀와야겠다.
그녀석 나가고 나서 '뻑' 하는 소리가 났다.
뭔 소린가 싶어 나가보니 어떤 꼬마가 자전거를 세우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녀석은 날듯이 저기 뛰어가고 있었다. 너무 귀엽다.
백수: 이틀 동안 전화기를 붙잡고 그녀의 목소릴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이런말을 하신다.
'저녀석 취직 못 하더니 드디어 실성 했구나'
끌끌 혀를 차신다.
아직 동정의 눈빛이 남아 있는걸로 봐서 내가 아버지 비상금 훔쳐낸걸 아직
모르시는 것 같다.
만화방아가씨: 녀석이 이틀 동안 얼씬도 않는다. 좀 얘기 오래 했다 싶으면 그 다음날은
꼭 안나온다. 내일은 전화를 해야겠다.
주말이 자꾸 기다려 진다.
백수: 아침부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전화기 근처만 배회하고 있다.
자꾸 아버지 어머니 찾는 전화만온다.
난 딱 잘라 그런 사람 안산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나쁜놈이다.
드디어 저녁쯤에 왠지 그녀 음성 같지 않은 사람이 날 찾았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 인디요.'라 했더니 '저 효정인데요.저..아시죠'하는 것이다.
앗 그녀다. 그런데 전화 목소리가 왠지 그녀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
예전에 장난 전화한 그 여자 같다.
어쨌든 제발 다음말은 내일 시간이 되니 보러가자고 그랬음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다고 그런다. 흐흑 이 매정한여자.
그 말을 듣고 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괴러움에 난 괴성을 질렀다.
'으으으악~' 아버지 어머니가 밥 먹다 말고 달려왔다.
좀 미안해서 아무것도 아니라 그랬는데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잰다. 아 괴롭다.
만화방아가씨: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녀석이 시큰둥하게 전화를 받더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끊어 버린다. 뭐 이런기 다 있노!
내일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 딸깍. 하지만 특별히 아주 단골이라 시간을 내 보겠다라고
그럴려고 했는데... 우쒸 다시 전화를 했다.
무슨 개 울음소릴 내더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만한다.
내일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근데 눈이 자꾸 거울로 간다.
백수: 그녀의 전화가 다시 왔다. 갑자기 전화 왜 끊었냐고 그런다.
순간 정신이 버쩍 들어 그녀의 말을 한자 한자 똑똑히 들었다.
'내일 극장 앞에서 봐요.'
우우우~(감격의 울음을 애써 참는소리)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야호! 야호! 푸하하하...'
엄마가 다시 오시더니 당장 병원 가자고 한다.
백수: 해 뜨자마자 눈을 떴다. 산뜻하게 개인 아침하늘 그 영롱함은 내 맘을 더욱 들뜨게했다.
그녀에게 잘 보이기위해 난 목욕탕으로 간다. 지나는 모든 사람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만화방아가씨: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지금 만화방을 열자니 너무 일찍다.
그래 오늘은 아예 문열지 말자. 몸도 나른한데 목욕이나 가야겠다.
백수: 목욕탕엔 모든 사람이 발가벗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이렇게 다 똑 같은 사람인걸...용기가 생긴다.
'열심히 삽시다 여러분!' 괜히 소리쳤나?
저기 어떤 꼬마가 '아빠 저 아저씨 백순 가봐.' 그런다.
그래도 사랑으로 들뜬 내 기분을 가라앉히진 못했다. 꼬마가 오히려 귀엽게 보인다.
만화방아가씨: 목욕을 하러 가는데 남탕 쪽 에서 녀석이 나왔다. 얼근 전봇대 뒤로 숨었다.
다행히 녀석이 반대 방향으로 갔다.
저 녀석 자기가 깨재재 하다는 걸 이제사 느꼈나보다. 목욕을 하는 동안 녀석 생각이나
자꾸 웃음이 나왔다. 옆에 있던 할머니가
'새댁, 남편이 잘해주는가 보구려... 좋을 때지.'그런다.
할머니까지 날 아줌마로 보다니 괜히 웃었다가 할머니 등만 밀어 줬다.
백수: 그녀가 극장앞 영화 시작하기 한 시간전에 만나자고 그랬었다.
그런데 그런데... 4회표인지는 알겠는데 몇신지는 모르겠다. 그녀가 표를 가지고 있으니.
에라! 모르겠다. 뭐 좀 일찍 서두르자. 힘겹게 잡은 약속인데 늦을 수야 없지.
만화방아가씨: 오전엔 만화방을 청소했다.
그리고 오후엔 시간이 많이 남았다싶어 미장원에 갔다.
머리 손질도 좀 하고, 코팅도 좀 해야겠다. 기분 좋은 토요일. 여유로움 속에 나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백수: 영화관 앞에 사람들이 디따 많다.
이 영화 종영일이 이번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들뜬 기분일까?
극장앞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무지 큰 배 침몰하다' 3회 입장객들은 지금 입장해 주세요.
에게? 이제 3회 시작하는 가벼. 할 수 없이 근처 앉을 곳을 찾았다.
영화관 구석진 곳에 앉기 좋은 곳을 찾아가 앉았다.
그녀가 조금 있으면 올텐데...
이거쯤 못 기다리랴... 근데 시간이 넘 안간다.
그녀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에.. 생각하니 별로 없다.
긴장되던 맘도 시간의 여유로움 때문이었을까? 슬~잠이 온다.
만화방아가씨: 미장원에 손님이 꽤 있다. 내 차례를 기다렸다.
좀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내 차례가 되어 머리 손질을 받고 코팅젤을
발랐는데... 이게 왜 이리 안마를까?... 점점 약속 시간이 다가온다.
내 마음이 자꾸 조급해 겼다. 집에 와 나갈 준비를 하고 문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벌써 약속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그나마 영화시작 전까지
도착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그녀석 속이 엄청 좁은걸 안다.
도착해서 뭔 소릴 들을 것 같다. 이그 화상아 조금 일찍 서두르지...
백수: 그녀가 저기 멀리서 달려온다. 그리고 내 품에 안긴다.
그녀의 맑은 눈에 내 모습이 잠겨 있다.
이리와 효정!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아이 바보 음~(입 내미는 소리)'근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쳤다.
'rager(라거)'파는 놈이면 주겨 버릴껴...
그래서 엄청 짜증을 내며 쳐다보았다.
만화방아가씨: 다행히 영화 시작전에는 도착했다.
그렇지만 약속한 시간에서 한 시간 가량 늦었다.
그가 뭐라 그럴지 모르겠다.
그녀석을 찾았는데 없다.
이 속좁은 녀석이 그냥 가 버린거 아녀?
근데 저기 어디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킥킥'웃는다.
그래서 나도 가봤다. 그녀석이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으면 팔짱을 낀채
피사의 탑처럼 앉아 자고 있다.
쪽 팔림이 느껴져 온다.
그래도 한 편으론 그녀석이 많이 귀여워 보였다.
살며시 다가가 그를 깨웠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럴려고 했는데
우쒸~ 그러면서 짜증을 냈다.
아마도 내가 늦은게 짜증이 났나보다.
백수: 그렇게 꿀려고 해도 나타나주지 않던 효정씨가 꿈에 나타났는데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날 깨우는 겨?
고개를 들었다. 눈이 확 뜨였다. 효정씨가 내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따라 더욱 더 화사하고 이쁘다.
근데 그녀가 왜 내 눈 앞에 있는거지? 주위도 너무 낯설다.
'효정씨 여기 왠 일이에요?'
만화방아가씨: '여기 왠 일이에요?' 한 시간 늦은 걸루 몹시도 심하게 삐졌나부다.
빈짜 상당히 속이 좁은 놈이다. 그래도 내가 잘 못 한거니 할 수 없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래야 겠다.
백수: 아...맞다. 그녀와 영화 보기로 했지. 그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깊이 잠들었나보다.
지금이 몇시여? 시계를 봤다. 맙소사 내가 3시간이나 잤단 말여?
그녀를 보니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날 많이 찾아 헤맨거 같다.
좀 찾기 쉬운데 앉아 있을걸...
이걸 어쩌나? 빨리 사과를 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이제는 시계까지 쳐다본다.
'니가 도대체 얼마나 늦은건지 알어?'
그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저런 녀석한테 잘 보일려고 내가 미장원까지 가서
그 고생을 한 걸까? 짜증이 날려고 한다.
늦어서 마안하다는 말이 목젖까지 나오다 말았다.
근데... 녀석이 대뜸 조금 더듬거리면서
여기서 졸고 있는 날 찾느라고 많이 헤매지 않았냐며 미안해 한다.
그리고 그냥 가 버리지 않고 찾아 주어서 고맙다고 까지 한다.
나 참... 바보라고 해야하나. 착하다고 해야하나...
백수: 이거 첫 만남인데 ... 왜 이러냐 화상아...
처음부터 이런 백수 이미지를 줘 버리다니... 싹싹 빌며 사과를 했다.
다행히 그녀의 화가 풀린 것 같다.
그녀가 씨익 미소를 지어보여 주었다.
휴~ 그녀는 생각한 것 처럼 성격이 가스통 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가버리지 않고 날 끝까지 찾다니...
다행히 영화 시작 전에 찾았구나. 다시 한 번 그녀가 사랑스럽다.
만화방아가씨: 조금 황당하다. 녀석이 사과 하다니...
혹시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녀석이 머쩍해하는 얼굴을 보니
너무 순진해 보인다. 일부러 그러는거는 아닌듯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녀석이 왠지 사랑스러워 보였다. 웃음도 나구...
계속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괜찮은니까 앞으로 그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자고 그랬다. 좀 마음이 찔린다.
백수: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맘씨도 착하구나... 하하.
그녀가 날 위해 팝콘 하고 환타도 사왔다. 음...기분 최고다.
만화방아가씨: 뻔히 다음 장면이 뭐 나올지 아는 영화가 기대 되는건
녀석이 지금 내 옆에 앉아 있기 때문일까? 녀석이 팝콘을 혼자서만 먹고 있다.
광고 보면서 저렇게 껄걸 거리다니...
결국 영화 예고편도 시작하기전에 그 많은 팝콘을 다 먹어 치웠다.
분위기도 없는 녀석...
영화를 보면 팝콘 먹다가 손이 겹치는 애틋한 장면도 연출 되는데
먹어보라는 말 한 마디 안했다. 독한 녀석. 이럴줄 알았으면 두 봉지 사는건데
그랬다.
백수: 그녀가 지금 내 옆에 앉아있다.
뭔 말은 하고 싶은데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팝콘만 주섬주섬 주워 먹었다. 이거 디게 맛없네...
이런걸 2천원이나 받아먹는단 말여...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웃는다. 머쩍어서 따라 웃었다.
만화방아가씨: 이 다음 장면이 찡한 장면인데 녀석 표정은 과연 어떨까?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하하... 사내자식이 징징짤려고 한다.
씩~ 녀석이 날 쳐다봤다. 이런 장면에서 내가 웃으니까 이상하다는 듯
갸우뚱 거린다. 좀 머쓱하구먼...
백수: 너무 찡하다. 눈물이 날려고 한다. 흑흑... 그녀도 지금 눈물을 흘리려고 할까?
한 번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쿡쿡 거리다가 흠칫 놀라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징징거린게 저 찡한 장면을 완전히 압도해 웃겼나 보다.
쪽 팔려라... 사나인 우는게 아닌가 보다.
만화방아가씨: 녀석 그때도 느꼈지만 여린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눈시울지었던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징징거릴려고 했다.
나올때 손수건을 말 없이 건냈다. 근데 눈물 닦으라고 준 건데...
녀석이 자기 뒷주머니에다 넣어 버린다.
체면에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비싼건데...
하지만 별로 아깝지 않다.
백수: 그녀가 이쁜 손수건을 내게 줬다.
무슨 의미일까? 비싸 보인다.
고이 간직하겠다고 속으로 말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에 더 좋은걸로 사다가 선물 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녀석이 스테이크 먹으러 가잰다. 돈도 없는데...
시간도 10시가 거의 다 되어간다.
이 시간에 무슨 스테이크 하는데가 있다고...
근처에 그럴싸한 찻집이 있었다.
다음에 스테이크 사라고 그러고 정 아쉽다면 차나 한 잔 하자고 했다.
백수: 그녀 스테이크 사 줄려고 아버지가 숨겨논 10만원 공진거 그냥 갖다 넣어두게 생겼다.
차나 한 잔 하자구 그랬다.
흠 그것도 좋지.
영화 끝나자마자 집에간다고 그럴까봐 가슴 졸였는데... 조용한 찻집에서 그녀와의
대화. 드디어 그녀와 나와의 공유된 기억을 갖게 되는 건가?
만화방아가씨: 찻집 안에서 별말 없이 아늑한 시간이 간다.
무슨 말을 할까?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분위기는 좋은데 아직 녀석과 나는 어색한가 보다.
만화방 올 때 잘해줄걸 그랬나?
백수: 뭔 말을 해야하나?
하지만 이렇게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도 너무 기분이 좋다.
주위에 연인들이 하나도 안 부러운 건 그녀가 내 앞에 있기 때문이지.
조명등 하나 하나가 그녀를 위해 나리는 별빛 같다.
자꾸 가슴이 떨려오는 것도 내 앞에 그녀가 날 위해 앉아있기 때문이지.
잔잔히 흐르는 음악 한음한음이 그녀를 위해 떨리는 내 마음조각 같다.
만화방아가씨: 저 녀석이 왠지 분위기를 잡는 것 같다.
녀석 내가 자기보다 한 살 많은걸 알고 있을까?
그래서 혹시 연상의 여인 좋아해 본적 있냐고 물어봤다.
백수: 왠 흥을 깨는 소리.. 나 연상에 대해서는 이성의 감정이 전혀 안든다고 딱
잘라 말했다. 솔직히 어릴 적에는 옆집 누나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시련이 너무 컸다. 그 뒤 부터는 하루만 연상인 여자도 이상하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만화방아가씨: 뭐야 이 녀석 기껏 만나줬더니 연상은 안 된다고?
내가 자기보다 한 살 많다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일부터 만화방 안 나오는건 아닐까?
빽을 뒤져 다이어리를 집어 테이블 위에 놓았다.
백수: 다이어리를 꺼내 놓는다.
무슨 의미일까?
저 속에 그녀의 일상이 기억되어 담겨 있을까?
보고 싶다. 좀 봐도 되냐고 울어볼까?
만화방아가씨: 다이어리보고 침은 왜 삼켜?
보여 달래면 보여주께... 반응이 없다.
그래서 다이어리 안에 면허증 끼워놓은 곳을 펼치며 '사진이 맘에 안드네.'
녀석 들으라고 혼잣말을 했다.
백수: 앗! 그녀 사진이다. 기회다.
면허증 최근에 땄냐고 물어봤다.
나는 딴지 오래 되었다며 어떻게 바꿨는지 한 번 봐도 되냐고 물어 봤다.
만화방아가씨: 역시 녀석은 내 의도 대로 잘 "다라 온단 말이야.
보여줄 목적으로 펼친 건데...
'싫어요'
백수: 하기야 내가 무슨 애인이냐?
근데 싫다면서 면허증을 뽑아서 주는 건 무슨 의미일까?
1종 보통! 사진 잘 나왔네 뭐... 이쁘기만 하다.
한참동안 그녀의 사진만 뚫어지게 보았다.
만화방아가씨: 녀석 반응이 신통찮다.
뭔가 기대되지 않는 말이 나올꺼 같다.
백수: 주민등록번호가 720***-2****** 뭐야 진짜 한 살 차이 잖아?
가만 72년생이면 27살 아니냐고 물어봤다.
만화방아가씨: 그거 눈치 채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냐?
실망한 눈빛이다. 만으로는 25살 이에요. 참 생일이 지났으니까 지금은 26살이네요...
히히 아마 제가 연상인거 같죠...?
백수: 연상? 아까 그래서 연상 뭐라 그랬나...?
그게 무슨상관이냐 그녀는 단지 그녀일 뿐이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음 멋진 말이군.
한 살 차이라... 한 살 차이면 좋지...
울아부지하구 울엄마두 한 살 차인디...
미소가 스민다. 내가 암말않고 가만히 있자 그녀가 나 한테도 면허증있냐고 물어봤다.
참내 난 그린카드다. 지갑을 뒤져 보여줬다.
5년전 사진이라 제법 핸섬 했다.
만화방아가씨: 2종 보통 93년*월*일... 쿠 5년전이랑 하나도 변한게 없네...
711201-1****** 어머! 진짜 나보다 한 살 많네...
저 녀석 내가 생각하는거 보다 상당히 내 의도를 파악 하고 있는거 같다.
백수: 잠자리에 들었다. 과연 오늘 잠이 올까?
효정씨를 만화방에 데려다 주었을 때, 힘내세요 진수씨라고 내게 말해 줬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이 핑 돌았다.
오늘 영화에 나온 여주인공보다 휠 이쁘다.
우리 효정씨가... 잘 자요. 효정씨 낼 봐요~
만화방아가씨: 녀석이 나보다 한 살 많다.
완전한 백순 줄 알았는데... 보이는 것처럼 시간만 죽이는 녀석은 아닌가 보다.
고민이 많았다.
흠... 지금 녀석을 생각하며 일기를 적고 있다.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그가 만화방으로 달려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