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위의 비둘기
- 인은주
베란다 난간 위에 겨울비 앉는다
겨울비를 따라온 비둘기가 젖는다
쉼이란 그런 것이다,
알면서도 젖는 것
한 호흡 들이쉬고 검은 눈알 치뜬다
뱉어야 할 울음이 숨을 턱턱 막는다
숨이란 그런 것이다,
알면서도 삼키는 것
날개를 펼치지만 날개가 짐이 되는
난간 위의 비둘기는 난관 위의 비둘기
속박은 그런 것이다,
알면서도 빠져드는 것
겨울비가 흩뿌려져 첫눈이 되는 동안
숨결은 흩뿌려져 울음이 되어 간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알면서도 속는 것
- 《가히》 202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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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발생한 태풍 몇 개의 영향인지 어제는 종일 빗줄기가 오락가락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대문 앞에 주차한 자동차 지붕에만 새똥을 갈겨대는
직박구리와 참새들도 보이지 않더라구요^*^
겨울비는 아니었지만, 가을 장맛비에 새들도 날개를 접었나 봅니다
넋놓고 창밖을 응시하며 구순 장모님께서 '지겹다'고 한숨을 길게 뱉으셨습니다
순간의 쉼을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숨을 쉬는 사위를 보시면서 맞장구쳐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네요
잠시 비그친 시간대에 마트에 가 닭 한 마리를 사와 드시기 좋게 삼계죽을 끓여드렸습니다
나이가 속박이 아닌데 알면서도 젖어야 하고 삼켜야 하고 빠져들어야 하잖아요
8월 마지막 날이니 앞으로 3주 동안은 맏딸 집에서 더 머무셔야 하는데...
삶이 그런 것이니 알면서도 속아주며 서로를 의식하는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