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28사단 초석대대 ‘모범 군 급식’ 현장에 가다
김철환 기사입력 2021. 07. 15 17:20 최종수정 2021. 07. 15 17:22
‘군침’ 도는 맛의 비결… ‘소통+실력+정성’ 담았다
5단계 걸쳐 장병 급식 선호도 파악
자율운영부식비 활용 추가 메뉴 구성
식기·도구 열탕 소독 등 위생에 만전
민간요리 대회 참가 등 꾸준한 노력
“좋은 급식 우리 부대 매력” 자부심
조리병 이승한 일병이 갓 지은 밥을 식히기 위해 주걱으로 휘젓고 있다.
육군28사단 초석대대 병사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급식 만족도 게시판’에 의견을 남기고 있다.
초석대대에서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인원들이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요리 대회’에서 받은 상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뒷줄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진봉 상사, 지준영 상병, 하홍규 상병, 김숙영 조리원, 전은지 하사, 이승한 일병, 박대광 일병, 장진우 일병.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4일 부대는 더위에 입맛을 잃은 장병들을 위해 컵밥과 수박 화채를 준비했다.
성공적인 군 급식의 비결은 ‘소통’에 있었다. 육군28보병사단 예하 부대 가운데 ‘병영 맛집’으로 소문난 초석대대는 병영식당을 이용하는 장병들의 원하는 바를 파악하기 위해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초석대대 조리병들은 지난 6월 열린 ‘2021년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요리 대회’에 출전해 단체 부분 금상을 받는 등 급식 만족도 향상의 기본인 ‘요리실력’도 철저히 갈고닦고 있다. 장병들이 입맛을 잃을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14일 28사단 초석대대의 점심 급식 준비 현장을 찾았다. 글=김철환/사진=조용학 기자
“날이 더워서 입맛이 없습니다. 지난번 먹었던 수박 화채가 먹고 싶습니다.”
육군28보병사단 초석대대 병영식당 입구의 ‘급식 만족도 게시판’에 붙어 있던 병사의 소박한 소망은 14일 점심에 현실이 됐다.
이날 부대의 점심 메뉴는 ‘달걀 프라이와 햄구이를 곁들인 컵밥’ ‘오리 불고기’ ‘수박 화채’로, 모두 급식 만족도 게시판에 올라온 병사들의 요구를 발 빠르게 반영해 구성됐다.
모든 병사가 급식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게시판에는 ‘김자반을 더 많이 달라’거나 ‘삼겹살 말고 수육이 먹고 싶다’ ‘스파게티를 해달라’ ‘지난번 먹은 갈비찜 한 번 더 먹고 싶다’ 등 아들이 어머니에게 말할 법한, 급식에 대한 희망 사항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박진봉(상사) 군수담당관은 장병들이 써 놓은 메모의 양이 일주일에 30~40건가량이며, 이 가운데 70%는 칭찬 글, 30%는 직접적인 건의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메뉴가 먹고 싶다는 건의는 물론, 단순히 ‘오늘 먹은 뭐가 맛있었다’라는 칭찬 글도 병사들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데 아주 중요한 정보가 되고 있습니다.”
빈틈없는 급식 선호도 파악
초석대대는 5단계에 걸쳐 그물망같이 촘촘한 장병 급식 선호도 파악 방법을 갖추고 있다.
1단계는 초석대대장부터 군수담당관과 급양관리관, 조리분대장, 대표 병사 등이 참여하는 ‘병영식당 운영위원회’다. 매주 열리는 위원회 회의에서 다음 주 급식 메뉴(안)가 공개되면, 대표 병사들이 이를 검토한 후 기후나 훈련 여부에 따른 메뉴 변경이나, 식재료별 선호도를 고려해 달걀 프라이 등 자율운영부식비를 활용한 추가 메뉴 등을 요청한다. 28사단은 기존까지 격주로 운영되던 병영식당 운영위원회를 지난 6월부터 매주 개최하는 것으로 개선한 결과 초석대대 역시 좀 더 자주 병사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됐다.
2단계는 끼니마다 장병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급식 만족도 게시판’이다.
이어지는 3단계는 병영식당 배식대 벽에 설치된 ‘헬프벨’이다. 헬프벨은 자율 배식 중 특정 반찬이 부족하거나, 장병들이 급식에 대해 직접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누를 수 있다.
헬프벨을 누르면 군수담당관이나 급양관리관, 조리병이 바로 달려 나와 급식과 관련한 장병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해결해주는 제도다.
4단계는 조리분대장의 장병 의견 청취. 초석부대를 찾은 날도 하홍규(상병) 조리분대장이 배식대에 나와 장병들에게 양은 충분한지 메뉴는 괜찮은지를 묻고 있었다. 하 분대장은 또 식당 내를 순회하며 맛과 개선점에 대한 의견도 청취했다.
“급식을 준비할 때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불이 워낙 많고, 준비해야 하는 음식도 많다 보니 한여름에는 취사장 온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이러한 힘든 여건 속에서도 병사들이 맛있게, 기분 좋게 먹었다는 피드백을 주는 날이면 보람이 넘칩니다.”
마지막 5단계는 잔반 확인이다. 잔반의 적고 많음이 그날 메뉴에 대한 장병들의 선호도를 말해준다고.
튀김도 다 같은 튀김이 아니다
14일 점심 메뉴인 ‘컵밥’이 먹기는 간편하지만 만들기도 간편한 것은 아니다. 일단 평소에 먹던 일반적인 메뉴와 밥부터 다르다.
이날 250인분의 밥을 지은 이승한 일병은 컵밥의 경우 가다랑어포 등 밥 자체의 맛을 내기 위한 다른 재료들과 섞기 위해 물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밥을 먹는 인원들은 매일 같은 ‘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날그날 메뉴에 따라 밥 짓는 법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컵밥은 밥이 부재료와 잘 섞이고 식감이 꼬들꼬들하도록 일반 밥보다 물을 적게 넣고 있습니다.”
박진봉 군수담당관에 따르면 밥뿐만 아니라 튀김 역시 재료는 물론 기후까지 고려해 튀김옷을 다 달리 만든다고.
“고소한 맛이 더 필요한 튀김은 튀김옷에 들깻가루를 더 넣습니다. 또 여름같이 습도가 높을 때는 튀김이 쉽게 눅눅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바삭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분의 비율을 높이곤 합니다.”
달걀 프라이가 개개인에게 주어질 수 있도록 부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하홍규 조리분대장이 다 익은 달걀을 옮기기 위해 프라이팬을 들어 올리자 불판이 녹아내릴 듯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달걀 프라이가 요리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250~300인분을 하려면 한 시간 반 정도 계속해서 부쳐야 합니다.”
가스레인지 앞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는 곳은 ‘튀김실’이다. 성인 남성이 탕 목욕을 할 수 있을 것 같이 거대한 가스자동개폐솥 4개가 비치된 튀김실에서는 이날 오리 불고기 조리가 진행됐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놔도 튀김실의 온도는 겨우 30도가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은색으로 빛나는 조리 삽을 들고 솥 앞에 선 장진우 일병은 고기와 양념을 한 삽씩 퍼넣으며 최근 부대 인기 메뉴로 떠오른 오리불고기를 달달 볶았다. 오리불고기는 일단 한번 푹 삶은 후에 볶음이 진행되는데, 방금까지 펄펄 끓던 삶은 물을 버리자마자 연기가 피어오르는 솥 안쪽을 수세미로 구석구석 닦는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엄청나게 뜨거워 보이는데도 바로바로 식기를 닦고 정리하는 이유를 묻자 장 일병은 ‘위생’ 때문이라고 답했다.
“내 전우가 먹을 음식이잖아요. 틈날 때마다 조리 도구를 닦아 두면 전우의 건강을 더 잘 지킬 수 있으니까 열심히 닦고 있습니다.”
식중독 예방은 초석대대뿐만 아니라 28사단 전체가 추구하는 급식의 기본 중 기본이다. 28사단은 식기의 위생을 유지하기 위해 예하 부대에 식기세척기 보급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식기세척기가 없는 부대는 조리 도구의 경우 주 3회 열탕 소독, 식기는 끼니마다 열탕 소독을 하고 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이날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병영식당을 나서던 심준혁 일병은 조리병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부대에서는 급식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300일 정도 군 생활이 남았는데, 저의 식사 900끼를 책임져줄 조리병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미리 전하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이들을 알아달라
최근의 군 급식 논란에 대해 가장 큰 서운함을 드러낸 것은 하홍규 조리분대장이었다.
“취사장에서 매일 매 끼니 전우들에게 좋은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이 많은데, 모두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 마음이 안 좋습니다. 잘하고 있는 부대, 만족도가 높은 부대들이 더 많다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초석대대는 민간요리대회에 참가하는 등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19년도에는 ‘한국국제요리 경연대회’ 군인 요리 경연 창작 요리 부문 금상, ‘2019 코리아 월드 푸드 챔피언십’ 은상, ‘2019 찾아라 군 급식 왕’ 국방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회가 없었지만, 올해는 마스터셰프 한국협회가 주최한 ‘2021년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요리 대회’에 출전해 단체 부문 금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는 박진봉 군수담당관의 급식개선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함께 부대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조리병들의 진취적인 자세로 얻은 결과다.
박 군수담당관은 올해 대회에 출품한 메뉴들도 단지 대회만을 위해 급조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리 조리병들이 일과를 마치고 나면 휴식시간에 모여 토의하며 ‘연구노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 출품한 작품들도 ‘대량조리’와 ‘맛’을 모두 고려해 평소 조리병들이 해보고 싶었던 요리를 내놓아 좋은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박 군수담당관은 또 기본에 충실한 요리가 장병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율운영부식비로 신기하고 특이하고 비싼 재료를 사서 이벤트성으로 장병들에게 요리를 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한 번만 좋은 요리가 나간다면 지속적으로 만족을 줄 수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같은 국을 끓여도 깊은 맛을 내기 위한 재료를 추가하거나 볶음을 해도 병사들이 좋아하는 떡 사리를 더 넣어주고, 채소에는 보급되지 않는 맛있는 소스로 샐러드를 해주곤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해주자고 노력하면 당장 그날 잔반이 적게 나오는 것으로 증명이 됩니다.”
조리병들의 대회 참가부터 급식 활동 전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유효동(중령) 초석대대장은 좋은 급식이야말로 28사단에서 강조하는 ‘유연하고 활력 넘치며 매력 있고 스마트한 부대 육성’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병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부대의 매력 중 큰 요소가 바로 ‘급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급식을 통해 장병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끼고, 열심히 임무에 임할 수 있는 부대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김철환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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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방일보 (dema.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