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은 천년 전에 예정된 것이었다!
‘천년’과 ‘환생’이라는 문화코드를 일으킨 양귀자의 연애소설 『천년의 사랑』. 1995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기존의 상ㆍ하권을 한 권으로 합본하여 소장하기 쉽게 만들었다. 천년 전에 이루지 못했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천년 후 다시 이어지는 과정을 기와 환생, 운명론을 가져와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등단 이후 사회적 갈등과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온 작가가 처음으로 쓴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천년에 걸쳐서라도 만나야만 했던 절대적인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금기로 여겼던 기공과 도술의 여러 개념을 소설의 중요 요소로 설정하는 파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런 그대를 사랑함이 왜 의혹이고 환상이겠는가. 사랑의 시작이 정녕 섬광 같은 아찔함이었듯, 사랑의 진행 역시도 이미 내 의지는 아니었다. 나를 초월한 그 무엇이 쉴 새 없이 강풍을 일으켜 나를 그녀에게 밀어붙이던 그 놀라움.
내 짧은 사랑은 하나의 경이요, 필연이었다.
오늘은 그만 씁니다. 만약 이 편지를 읽었다면, 다음 편지까지는 이렇게 해주십시오. 하루 중에 몇 분씩 서너 번만, 그 이상도 좋지만 현재의 ‘나’라는 존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무거운 사색도 아니어도 좋습니다.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그냥 따라가십시오. 그러다 보면 반드시 막히는 부분이 나올 것입니다. 벽이 나왔다 싶으면 되돌아가면 됩니다. 다시 벽이 나오면 또 되돌아가고 그러면 막바지에 이르러 단 하나의 질문과 마주서게 될 것입니다.
정녕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그 질문이 절실해질 무렵에 다시 편지를 쓰겠습니다. 세상일들이 당신을 조금만 할퀴기를 간절히 빌면서.
“혜영아, 내 동화는 끝이 났지만, 그래도 아직 네 이야기는 쓰이지 않았잖아. 난 이제 네 동화를 꿈꾸며 살면 돼.”
내가 왜 그랬을까. 언제 어디서부터 그에게 사랑을 느꼈을까.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이 사람을 피할 수 있었을까. 아니야. 그를 비난만 할 수는 없어. 그 사람, 김진우는 꼭 자기 그릇만큼만 나를 사랑했어. 누구나 자기 그릇만큼만 담을 수 있지. 넘치면, 흘러넘치면 당황하는 법이야.
당신과 헤어져 돌아오면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스쳐가는 차창 밖의 풍경은 눈물에 가리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뿌연 눈물 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당신의 얼굴뿐이었습니다. 당신이 보여준 웃음, 당신의 나지막한 목소리, 당신의 옷깃에서 풍기는 옅은 비누냄새, 이런 것들을 떠올릴 때마다 내 눈물은 홍수처럼 범람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제발 한 번의 숨 쉬는 시간만큼만 나를 기억해주십시오. 그리하여 내 단 하나의 당신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너무좋다
책샀어 고마워
와 꼭 읽어봐야지 너무 좋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