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2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장은 올해의 활동이 탁월한 영화인들이 상을 받는 영광의 자리인지, 국회의원 시절 뇌물을 받고 죗값을 치르는 동료 영화배우 구명을 위한 기도장인지 헷갈렸다.
제 27회 청룡영화상 관객 동원상 부분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윤정희 씨는 후배들에게 격려는커녕 "수상전에 드릴 말씀이 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여러분들께 기도를 부탁드릴 일이 있다. 나와 함께 수많은 영화를 찍은 배우 신성일씨가 대구를 거쳐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중이다.”며 “그분이 내년 결혼 50주년 고희를 맞는다. 영화인들은 내년 신성일 회고전을 준비 중이다. 그 자리에 신성일이 함께 하길 바란다. 많이 기도해달라"며 오열을 터뜨렸다.
신성일 씨가 한국 영화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고, 결혼 50주년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자식과 손자뻘인 후배들 앞이고 국민이 보고 있으니 자중을 해야지 가석방을 호소하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형평성 차원에서 억울한 생각이 드니까 그런 모션을 취한 모양인데, ‘스타 신성일’을 경험하지 못한 2-30대 후배 연예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자못 궁금하다.
윤정희 씨는 동지애와 감정에만 치우치지 말고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옥외광고물 업자 2명으로부터 광고물 수의계약 등의 대가로 1억8,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복역 중인 신성실씨 역시 남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할 전직 국회의원이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성일의 젊은 날을 기억하는 필자는 그가 뇌물죄로 구속됐다는 뉴스를 처음 대했을 때 황당했으며, 초췌한 몰골로 구치소를 향하는 모습이 TV화면에 비치는 것을 보며 비애를 느꼈다. 건들기만 해도 야당탄압이라고 고함지르던 한나라당에서 팽당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말이다.
전 현직 대통령 측근들도 1-2천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죄로 구속되어 만기출소를 하는 세상이니 변호사 선임 비용을 모금하는 식으로 구명운동을 조용히 했더라면 훗날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어쨌든 원로배우 대우를 받고 있는 윤정희 씨의 이번 발언은 영화인들의 축제에서 동료 배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도 꼴사나웠고 누리꾼들의 평가 역시 냉정했다.
해서 게시판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댓글을 간추려보았다.
아이디 'kastrup'는 "개인적 친분으로 한 말 같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는 분에게 무슨 선처냐"며 “독립투사도 아니고, 뇌물 받고 그 혐의로 교도소에 있는 것인데 왜 눈물을 흘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이디 'tobogo'는 “관객이 있기에 한국영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 나라에 문화를 이끈다는 사람이 죄를 짓고 죄 값을 치루고 있는 사람을 위해 영화인이라는 이름으로 기도 하자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한탄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죄를 졌으니 죄 값을 치루는 게 당연한데 눈물까지 보여가며 마치 억울한 옥살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정말 민망할 정도였다”고 하는가 하면
“뇌물수수로 복역 중인 죄인을 꺼내달라니 배우가 무슨 특권층이라도 되는 양 여론몰이를 위해 공적인 자리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윤정희 씨 참 어이가 없다”며 “시청자들을 뭘로 보는 것이냐, 굉장히 불쾌하다”고 비판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영화제 시상식장에서 존경을 받아야 할 선배 연예인이 후배들 앞에서 뇌물죄로 형을 살고 있는 동료배우의 선처를 호소하는 등의 추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부동산투기 문제로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워진 시청자들 앞에서 자신은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거들먹거리는 사회자 정준호의 자기 자랑은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이었다.
첫댓글 지그 아버지가 들어갔으면 아마도 창피해서 말못 했을것을 . 동엽자 정신 발휘해서 한 말 같은데. 지금 6~70년대 영화촬영 ..한토막 대사로 착각 하는지??
윤정희도 늙었구나..세월을 유수하고 ..........
사랑한국님 아이디('kastrup)를 도용해서 죄송합니다...^^ 사춘기시절 가숨을 콩닥거리게 했던 윤정희..지금 62살이랍니다..글고, 박정희와 전두환은 사람을 많이 죽이고 남의 재물을 도둑질 했으니 남의 나이도 훔쳐갔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
저도 그 방송 보면서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말을 보며 참 추하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신성일씨가 영화계에 끼친 공로가 적지 않겠지만서도, 적어도 정치권에서 독립투사나 민주투사도 아니고 참 넌센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