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홍루몽을 다시 읽는 중인데 읽을 때 도움이 되는 팁을 남깁니다.
1) 번역본 선택
제가 홍루몽 자체를 접한 시기는 2008년 말이고 당시 도서관에서 접한 번역본은 청계출판사 판이었습니다. 이후 나남출판사 번역본을 2011년경에 구입했고 몇 년 후에는 솔출판사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됐는데 솔출판사 역본은 집 주변 도서관에 있는 곳이 없어서 아직 읽어 보진 못했습니다. 작은도서관에 1권만 있어서 읽어 봤는데 번역 질은 무난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다 읽은 역본을 기준으로 잡으면, 우선 청계출판사 역본은 중국 삽화가가 그린 삽화를 표지와 페이지 여러 곳마다 넣어서 보는 눈은 즐겁습니다. 번역 질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딱 평균 수준이고 10회당 1권씩 해서 12권입니다. 나남은 20회당 1권씩이라 6권이며 해설집인 붉은 누각의 꿈이 세트 구입 시 포함됩니다.
(올재에도 번역본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본 적이 없어서 설명 생략, 한경 연재분도 찾다보면 있지만 이건 올라온 시기가 오래됐고 원작 개변이 19금쪽으로 된 물건이라 비추)
학습만화 버전이나 한 권짜리 버전도 있긴 한데 전체 구조를 파악하려면 요약본보다는 완역본으로 미리 숙제를 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2) 읽는 방법
분량이 120회로 많지만 이건 삼국연의나 수호전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삼국연의 기준으로 입문 시 다른 점을 찾자면 연의는 시작과 동시에 간략한 설명후 도원결의 및 황건적과의 싸움, 반동탁연합 등으로 호흡이 빠릅니다. 번역본과 인지도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감이 적죠. 반면 홍루몽은 1회에서 5회까지는 기본 설정을 푸는 기간이고 6회에서 16회까지는 예열 구간이라 재미가 붙는 기간은 주인공 일행의 대관원 입주 시점인 23회부터기 때문에 이 구간이 경험상 고비였습니다. 질린다면 그 구간은 나중에 정독하는 셈치고 훑어본 뒤 진도를 빼는 게 낫습니다. 다 읽은 뒤에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서 재탕하면 됩니다.
(+원신이랑 소녀전선 2를 하면서 중국 사람들은 설정을 거창하게 잡는 게 취향인가 싶었는데, 얼마 전에 홍루몽을 재탕하면서 예전부터 그랬던가 싶었습니다)
23회부터 98회까지가 핵심 구간인 이유는 연의로 치면 제갈량을 다루는 구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제갈량은 36회에서 수경선생과 서서에 의해 언급될 때 등장해서 104회 때 오장원에서 죽음).
즉 무리해서 한 회씩 다 읽고 넘어가기보다, 핵심 내용만 훑어보고 1회 정주행 후 남은 부분을 재탕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과거 모택동은 2차 국공내전 때 병력 수는 밀렸고 초반에 동북지방으로 밀려났지만, 병력을 피해 없이 보존해서 요녕성에서 벌인 한타싸움에서 이긴 뒤 점과 선에 갇힌 국부군을 각개격파하면서 역전에 성공했음)
제 경우 예전에 나남 번역본에 해설집이 포함된 걸 보고 그걸 한 질 사서 시간 될 때마다 재탕하니까 내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물 파악은 주인공 주변과 측근(거의 다 하녀) 이름 그리고 가족 이름만 외우시면 됩니다.
3) 언어 문제
중국어를 읽을 수 있다면 중국 웹에서 원문을 찾아서 번역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번역기로도 보는 거 자체는 가능한데 그거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전 고등학교 때 중국어를 선택과목으로 배웠지만 딱 그 수준까지라 한계가 오더군요. 좀 더 깊게 파려면 중국어를 최소한 읽을 수는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