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 [김재환]
저무는 거리 으슥한 골목, 토막 친 낙지처럼 꿈틀거려요
발소리 듣기라도 한 듯
아직 살아서 흘깃 돌아보는 그 눈빛
재빨리 길고양이 하나 삭제된 쪽으로
넝쿨식물처럼 웃자란 굉음이 귓속을 뚫고 매캐한 공중으로 뻗어가요
미세먼지로 배가 부푼 바람이 빌딩 사이로 검은 볼링공처럼 마구 던져져요
작은 스티로폼 알갱이들 겨울왕국처럼 하얗게 흩날리죠
그 속에서 눈알처럼 둥둥 떠다니다 좀비로 죽어갈 우리,
춤출 준비 된 거죠
사고 쓰고 버리고
먹고 싸고 버리고
구석에 방치된 건 분리수거함인가요? 오~ 스몰라이프 당신
드디어 분리수거함도 버렸군요
초특가 신상 1+1 쓰레기들 OK~ 무덤처럼 수북해요
‘조심하세요!’ ‘미끄럽습니다!’,
경고문들 붉은 혓바닥처럼 날름대는
*탐 존스의 노래가사에는 초록이 무성했죠 한 사람이 고향의 기차역에 내렸어요 역으로 그를 마중 나온 가족과 연인들, 그리고 그가 고향의 푸른 잔디를 만졌을 땐 정말 그의 손에 푸른 물이 드는 듯했죠 그런데 어떡하죠 순간 꿈에서 깨고 말았어요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사방이 회색벽으로 둘러싸인 감옥이었어요 그날은 그가 사형장에서 죽음 쪽으로 폐기되는 날이었죠 초록으로 돌아가기엔 모든 게 너무 늦은 거죠 우리의 내일도 버젓이 버리는 버릇이 버팀목이니 끝까지 끝까지 버둥대며 버티고 버티다 꿈에서 깨어날 테죠 그렇게
담벼락 아래
버려질 테죠 버려질 테죠
김재환
2022년 『시산맥』 등단.
시집 「각시붓꽃」. 제1회 문학뉴스 &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