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마두금
울음소리를 본 적 있다 메말랐다 가래가 끓는 듯하기도 하고 아주 먼 누군가를 부르는 성싶기도 했다 면발처럼 갈라진 듯도 하나 차진 수제비처럼 똑똑 끊어지는, 그냥 즘생 같은 노래를 본 적 있다
내 울음을 내가 본 적 있다 내가 보면서도 멈추어지지 않던 울음이었다 불가한 일이지만 어미말이 새끼를 마다할 적이 있다고 한다 하물며 아들은 저와 살겠다는 어미를 두고 빈젖의 나와 살겠다고 말했다 초원장제(草原長堤)의 세상에 수컷으로 사는 밑바닥 고독을 체득한 나는 그러마 했다 새끼를 물리치는 어미말 앞에서 마두금을 타는 초로의 남자가 눈시울에 밟혔다 뜻을 몰라도 울림을 보아내는 나는 또 울었다
열다섯 살, 옥빛 다마스 안에서 경기[驚氣]로 자빠진 아들을 안고 나는 나도 모르는 언어로 반 시간 가량을 울었다 울면서 다 알았다 더 환해 더 징한 슬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이 울었다 갓난새끼의 양수를 혀로 핥아 먹듯 몸을 주무르면서, 몸이 울었다 새끼를 저어하는 어미말을 두고 마두금을 타는 그 사내처럼 몸이 울었다
노래를 마친 사내는 마두금을 어미말의 안장에 걸어두고 갔다 마두금은 초원의 바람과 습기와 호양나무이파리의 떨림, 별자리의 운행 속에서 몸으로 울었다 나는 수컷의 고독을 알았으므로 새끼의 젖은 털을 핥듯 아들의 갈기를 쥐었고 목덜미를 쓰다듬었고 안반짝 같은 엉덩이를 토닥였다 나의 노래는 손이었다 뜨지 못하는 아들의 그 눈을 내 안의 마두금에 넣었다 아들한테서 말똥 냄새가 났다 마두금의 울음은 잦추 내 안에서 흘러나왔다 아들서껀 나는 말과 안장 같았다
노래하던 사내는 마두금을 탄다기보다 제 몸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비 듣는 날이면 내 안에 모래바람이 서걱이는 마두금을 탔다 한사코 어미를 물리는 아들과 여적지 아들 곁을 맴도는 어미, 콩나물을 건지면서 더러는 무를 깍둑썰면서 마두관음(馬頭觀音)을 향해 노래를 읊조렸다 하마하마 읊는 나의 노래는 내 안의 마두금을 타고 주방 쪽문 눈꼽재기창쪽으로
#시와반시 #시와반시여름호 #윤관영 #윤관영시인 #부자부대찌개 #마두금 #내안의마두금 #윤관영최고의시
첫댓글 아들서껀,
아들이랑 함께.
무슨 말인가 한참 고민했네요. ㅎ
ㅎ
반갑고 고마우신 주페님^^
좋은 6월 되세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