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며 (2) - 올해 당신의 행복지수는?
늘푸른언덕
능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 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작아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어졌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지혜는 모자란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적게 책을 읽고, 텔레비전은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하며
거짓말은 너무 자주 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가치있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계를 정복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자유는 더 늘어났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더 나빠졌다.
세계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 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
더 빨라진 고속철도,
더 편리한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 제프 딕슨의 <우리 시대의 역설> - 중에서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평소 학교에서 따돌리고 놀림을 받던 두 명의 학생이 히틀러의 생일에 맞춰 총기를 들고 찾아와 12명의 학생들과 2명의 교사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끔찍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직접 목격한 호주 콴타스 항공의 최고 경영자 제프 딕슨이 <우리 시대의 역설>이란 제목으로 글 하나를 인터넷에 올렸고, 사람들이 그 위에 한 줄씩 댓글을 덧붙여 지금의 긴 시가 되었습니다.
이 시는 전대미문의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합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
지난 12월 8일에는 지난 달 11월 16일에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채점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전국에서 올해 수능에 응시한 44만 7669명 중 단 3명이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수능에서 1등급을 받는 것도 꽤나 어려운 일일 텐데 전 과목에서 하나도 틀리지 않고 만점을 받는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만점을 받는 학생들의 면면을 보면 타고난 학문적인 재능 위에 보이지 않는 남다른 그들의 수고와 수능 당일의 컨디션 등과 같은 최고의 여건 조합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께 축하의 뜻을 표합니다.
한편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 우선 통과해야 할 중요한 관문인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하여 지난 3년이란 시간을 줄곧 준비해왔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학교라는 제도권 교육이 시작되는 나이에 접어들면서부터 이 수능을 통한 입시 경쟁을 위해 줄기차게 달려왔을 것입니다. 이번 수능 결과에서 어떤 성적을 얻었든지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열심히 달려 온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응원합니다.
수험생들은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대학을 선택했고 기왕이면 더 좋은 대학을 진학하기 위하여 열심히 준비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받은 수능 성적이 장차 그들이 누릴 삶의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물론 수능 만점자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도 또한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받은 수능 점수가 그들의 꿈을 이루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결코 부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해지기 위한 목적 그 자체도 아님을 오랜 시간이 걸려 귀중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 글에 인용한 <우리 시대의 역설>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행복 방정식의 해법을 역설적으로 제시하며 다소 충격적인 파문을 일으키기까지 합니다.
수능 수험생들이 적어도 3년이란 기간을 준비하면서 노력한 결과에 대한 수능 성적을 그 결실로 받은 것처럼 2022년도 12월에 접어들면서 올해 한 해 내 삶의 평가표에 매겨질 점수를 생각해 봅니다. 다양한 각도로 한 해의 결실을 평가할 수 있겠지만 오늘 <우리 시대의 역설>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행복지수에 대해서는 선뜻 그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 이유는 저 역시 행복을 추구하며 삶을 살아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어진 하루하루의 시간 속에서 충실했을 뿐 이 치열하고 성실했던 삶이 나의 행복과는 오히려 무관했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평가지를 손에 들게 됩니다. 한 해를 열심히 달려왔지만 그 가운데 자신 스스로에게 나는 지금 행복한지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의 행복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자문하는데 인색했던 것 같습니다.
한편 올해 평가할 행복 성적표 중에서 신앙 생활의 영적 행복지수에 대하여 생각을 확장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요즘의 신앙생활에 대한 제 영적 행복지수는 최고의 상태입니다.
그 마음의 상태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설렘’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을 제가 섬기는 교회의 새 담임목사님을 청빙하는 일에 집중하고 몰두했습니다. 온 교회 성도들이 합심하여 드린 중보기도 속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담임목사의 청빙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순조롭게 이루어졌습니다. 저희 청빙위원회에서 심혈을 기울여 추천한 목회자를 전 교인들 대부분이 찬성 표에 손을 들어주셨습니다. 그 청빙 과정을 거쳐 부임한 영적 리더이신 새 담임목사님의 처음 행보와 목회 철학이 자연스럽게 교회 공동체 안에 녹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변화의 목회 현장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영적 즐거움이 생깁니다.
그 동안 수고하신 전임자의 영적 터전 위에 신바람 나는 즐거운 목회 비전이 수놓아지면서 조만간 불어닥칠 성령의 바람이 기대됩니다. 행복한 신앙공동체가 소망되는 가운데 교회에서 주어진 사역이 즐거운 놀이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사역이 즐거운 놀이가 될 때 그 공동체는 살아있는 영적 유기체가 됩니다.
이런 신바람 나는 영적 신앙의 원리가 우리의 삶은 물론 우리가 속한 사회 공동체와 더 나아가 국가 공동체까지 전염시키고 변화시키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길 저물어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오늘 화두로 인용한 <우리 시대의 역설>을 돌아보며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이제 남은 한 해의 시간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어떻게 새해를 맞이 할 것인가?
더 나아가 어떻게 남은 삶을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한 번 주어진 삶에서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런 생각에 이르자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설렘과 희망으로 다시 마음이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다소 늦은 질문들이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깨달음을 더 늦지 않은 나이에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만일 죽음을 앞에 두고 이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그 때까지 살아온 삶이 더없이 안타깝고 아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내 앞에 주어진 삶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 시간이라도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은 한해를 정리하면서 나름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시편 1편 1절~2절
첫댓글 12월을 맞아 한해를 마무리하며
돌아보는 2022년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심히 살아온
삶의 성적표를 집어들고 과연 나는
그 가운데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올해 여러분의 행복지수는?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