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나무의 발성 [박완호]</p><p> </p><p> </p><p> </p><p> </p><p>씨앗이라고, 조그맣게 입을 오므리고</p><p>뿌리 쪽으로 가는 숨통을 가만히 연다.</p><p>새순이라고 줄기라고 천천히</p><p>좁은 구멍으로 숨을 불어 넣는다.</p><p>길어지는 팔다리를 쭉쭉 내뻗으며</p><p>  돋아나는 가지들을 허공 쪽으로</p><p>흔들어 본다. 흐릿해지는 하늘 빈자리</p><p>연두에서 초록으로 난 길을 트이며</p><p>이파리가 돋고 꽃송이들이 폭죽처럼 터지는 순간을 위해</p><p>아직은 나비와 새들을 불러들이지 않기로 한다.</p><p>다람쥐가 어깨를 밟고 가는 것도</p><p>  몰래 뱃속에 숨겨둔 도토리 개수가</p><p>몇 개인지 모르는 척 넘어가기로 한다.</p><p>하늘의 빈틈이 다 메워질 때쯤</p><p>무성한 가지들을 잘라내고 더는</p><p>빈 곳을 채워 나갈 의미를 찾지 못할 만큼</p><p>한 생애가 무르익었을 무렵</p><p>가지를 줄기를 밑동까지를 하나씩 비워가며</p><p>  기둥을 세우고 집을 만들고 울타리를 두르고</p><p>아무나 앉을 수 있는 의자와 </p><p>몇 권의 책 빈 술병을 올려둘 자리를 준비한다.</p><p>그리고는 어느 한순간 잿더미로 남는 </p><p>황홀한 꿈을 꾸기 시작하는 것이다.</p><p>더는 아무것도 발음할 필요가 없는</p><p>바로 그 찰나, 나무는 비로소</p><p>한 그루 온전한 나무가 되는 것.</p><p> </p><p>나-無라고.,</p><p>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천천히 발음해 본다.</p><p> </p><p> </p><p>                    - 웹진 《님 Nim》 2023년 2월호</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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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 그루 온전한 나무가 되는 것 또한 무수한 풍파가 있겠지요.
인간의 한 생애처럼요.
나무처럼 잘 견디어 봅니다^^
데네브들의 오십문오십답에서 다시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날까요,라는 질문에
나무로 태어나겠다는 데네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무의 삶은 멋있어 보였을까요?
나,無, 가 되기 위해선 존재를 위한 최선이 필요하겠지요,
나무처럼....
뿌리 깊은 나무가 된다는 건 그만큼의 노력과 애쓰는 마음이 있어야겠지요. 또 그만큼의 상채기도 나고 말입니다.
오래된 나무를 보면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