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태권도를 보신분은 많은것 같은데, 기초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것같아서 오해를 풀기위해서 몇자 끄적여보겠습니다.
1.발펜싱이냐?
-글쎄요. 저는 어제 결승전이 왜 발펜싱이라는 비아냥을 듣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김소희는 7점을 오로지 타격만으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재미없다고 하는 3라운드에서도 막판 30초 전까진 뒤돌려차기를 시도하는 등 꽤나 화려하고 스킬풀한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상대방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하드웨어를 이용해 단순한 기술일변도였다면 김소희는 밀기,뒤돌려차기,찍기 등 화려한 기술들을 사용해 상대방을 공격했습니다.
막판 30초내외만 봤다면 발펜싱임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전략적 선택입니다.
아래의 제도를 최대한 활용한 전략이죠.
2.왜 태권도에는 유도의 지도같은 경고제도가 없냐?
-없긴요. 당연히 있습니다.
태권도의 경고제도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경고', 하나는 '감점'
경고는 두번 할 경우 상대에게 1점을 주고,
감점은 한번만 해도 상대에게 1점을 줍니다.
이렇게 상대에게 5점을 줄 경우 자동 실격패가 됩니다.
직접 실점을 한다는 점에서 지도의 '유도'보다 훨씬 엄격한 제도입니다.
경고는 상대방이 '소극적'으로 공격을 하거나, 넘어질 경우, 두 선수가 엉겨붙을경우 동시에 주어집니다.
기스게에도 두번이나 올라온 움짤이 있죠.
두 선수가 달라붙어 파닥파닥 거리는 장면.
당연히 이 두 선수에게 경고가 주어졌습니다.
(태권도 현재 상황, 또는 요약'이라 하여 조롱성으로 돌아다는 움짤입니다.)
위 움짤에서 최초에 두 선수가 타격을 하자마자 나타나는 심판이 '갈려'를 선언해 이후의 플레이는 무효입니다.
복싱에서 클린치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시면 되는데, 복싱의 클린치보다 훨씬 엄격하고 짧게 허용됩니다.
두 선수가 엉겨붙은 상황에서 심판은 최대한 빠르게 갈려선언을 하고,
이때 다소 이상한 방법으로 득점을 시도했다면 최대 '감점'까지 선언됩니다.
그리고 발차기를 주로 하는 종목에서 '넘어졌다'라는 이유만으로 '경고'를 줍니다.
종료 되는 시점에 김소희선수가 넘어지는 듯 보였고, 그걸보며 세르비아선수는 환호를 지르며
세르비아 벤치에선 비디오판독을 신청합니다.
왜냐? 넘어지기만 해도 경고가 되고, 경고가 인정되면 김소희는 자동 실격패가 되니까요.
이 보다 경고를 엄격하게 사용하는 투기종목이 있던가요?
3.김소희는 침대태권도를 한건가?
-뭐 개념만 따지면 그렇다치지요. 김소희는 분명 리드한 상황에서 소극적인 공격진행을 했고 솔직한말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전략을 짰던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건 '침대축구'처럼 단순한 시간보내기가 아닙니다.
김소희는 이런 전략을 하면서 한가지를 포기해야합니다. '경고'와 '실점'말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경고'는 최대 10회를 소진할경우 실격패를 하게 됩니다.
3라운드 15초 남기상황에 김소희는 3점차로 리드를 했고 경고는 5회소진한 상황입니다.
당연히 상대는 한번에 역전하기 위해 머리 또는 회전차기를 시도할것이 자명했고, 김소희는 그에따라 최대한 방어전략을 짠겁니다.
경고는 5개가 남은 상황에서 김소희는 15초간의 시간동안 경고를 최대 4개사용할수 있고, 이렇게 하면 2점을 주더라도 1점차이로 승리하게 됩니다.
상대방의 큰 공격에 맞써싸우며 3점을 실점할 리스크를 감수하느냐?
아니면 남은 시간 최대한 경고를 활용하여 2점만을 실점하며 승리하느냐?
둘다 틀린 전략은 아니나,
결승전같은 큰무대, 단판 승부, 고작 15여초남은 짦은시간을 감안했을땐
승리를 위해 후자의 선택을 하는건 당연히 납득가는 전략입니다.
불과 15분동안 방어적인 전략을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침대태권도'라는 조롱을 들어야할까요?
공격적인 플레이로 타격만으로 7점을 올린 선수에게요.?
거의 모든 스포츠와 선수들은 이와같은 전략을 쓸겁니다.
4. 태권도가 그래서 재미가 없다? 퇴출될것이다?
-이것도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본인들의 취향은 당연히 존재하나 국외적인 여론은 그렇지 않은게 분명합니다.
지난 런던올림픽에선 국외 언론들, 관람객들에게 상당히 호평을 받았던 사실이 있고, WTF의 주도권이 유럽쪽으로 넘어가며 꽤나 선진화된 협회관리와 선구적인 기술과 룰을 도입해가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태권도가 이렇게 커지기 전에 제3세계로 태권도를 전파하며 소위 말하는 약소국들도 충분히 메달권에 들어올수 있을정도로 세계적으로 평준화된 스포츠로 거듭났죠. 스포츠를 통해 지구인을 하나로 묶겠다는 IOC정신과도 일치하는 스포츠가 됐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올림픽에서 열리는 종목, 또 우리나라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종목들 중
우리 삶과 밀접한 생활스포츠이며 전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 몇개나 될까요?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가 나타나기전까지, 겨우 스포츠뉴스에서 미셸콴의 이름정도나 단신으로 나올정도로 비인기스포츠였지만
한명의 수퍼스타가 나타나 뜬금없이 금메달을 따버리니 전국민적인 스포츠가 됩니다. 물론 국내대회 관중석은 텅텅비구요.
한국인이 출전하는 올림픽 결승전을 언제부터 '재미' 위주로 봤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나,
그래도 상관은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태권도는 올림픽에서 퇴출될 가능성없으며, 그네들이 혹평하는것처럼 노잼스포츠는 아니니까요.
첫댓글 저는 김태훈 선수 경기는 재미 없었는데 김소희 선수 경기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그리고 방금 이대훈 선수 경기 봤는데 역시 재밌네요.
오전에 제가 쓴 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고작 한 경기갖고 생각이 너무 앞섰죠.
댓글들을 통해 님의 의견을 봤는데 글로 보니 더 이해가 잘가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올림픽에 있는 다른 격투기 종목들이 다 룰과 규칙을 바꾸면서 재미를 잃어가는거 같네요. 다들 지지않는 방법만 연구하는거 같고요.
이번 태권도는 선수가 아니라 장비와 룰의 문제인거 같아요. 태권도라는 종목으로 무엇을 겨뤄서 이기는 것으로 판단하느냐가 조금 더 애매해졌다는 느낌... 지금 이대로 가면 종목 퇴출도 위험하지 않을까 싶네요...
위험하지 않습니다.
타제굴 경기만 봐도 태권도 재미없다고 말 못할텐데요.
타제굴도 그 화려한 모습은 실력차 날 때 주로 나오는 걸 편집한거고
강자들하고 게임할때는 큰 차이 없던데요
@cu@heaven https://youtu.be/Giz0qRhxsPs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기입니다. 상대방은 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태진이고요.
PLAY
@Fall 네 딱 이정도죠
이정도만 해줘도 긴장감 넘치는데
타제굴 믹스만 본 분들 중에서는
거의 화랑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결승도 결승이지만 8강전에서 계속 지고있다 4초 남기고 발가락으로 상대머리 살짝 터치하고 3점받아 역전승한게 정말 엄청났죠..
터치만 해도 포인트가 올라간다면 차라리 몸통공격과 마찬가지로 1점으로 하는게 나을것 같네요. 펜싱처럼 말이죠.
터치하는거 자체가 쉽지 않은데요.
신체의 가장 낮은 부위에서 가장 높은 부위를 찍는게 쉬워보이진 않아요.
평소에 안보다가 올림픽보고 깐다는 말은 솔직히 야구 제외 모든종목 해당되죠. 그중에 인기있다는 축구도 국대꺼나 보지 k리그 잘들 안보잖아요.
그리고 태권도의 재미 측면은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다 재미없어 하는건 사실입니다. 재미없긴한데..근데 그게 어쩔수 없는것 같아요.. 서서하는 발차기 스포츠이다보니 타 격투기인 레슬링 유도와 비교해서 붙어버리면 급재미 하락해버리니 다른방법이 없을듯하네요.
따지고 보면 올림픽 종목 대다수가 비인기 종목인데 애 유독 태권도에만 재미가 없어서 인기가 없다며 퇴출이라는 말들을 그렇게 쉽게 꺼내느지 모르겠어요,
태권도와 비교해보면 나을지 몰라도 평소에 유도 레슬링 재밌다고 봅니까,올림픽이 아닌 세계권수권이나 각종대회에서 가끔해주고 동영상도 인터넷에서 올라온다해도 누가 관심있어 하나요,
아마복싱만 해도 짤짤이 판정시비 많은 스포츠고 프로복싱만 해도 재미없는 경기로 욕을 엄청 먹는데 도대체 태권도만 재미가 어쩌고 룰이 어쩌고 하면서 퇴출애기를 하는건지 모르겠네요,이것 보면 민족성 참 희한하다고 느껴집니다
유도와 레슬링이 그렇게 재밌었나요?
여기도 사실 재미측면에선 높게 평가되는 종목은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요
@모르텐 페데르센 그게 유도나 레슬링은 대충 넘어가면 점수딴다 알잖아요. 넘어가는 재미도 있구요. 그래서 잘모르는 사람도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것 같은데.. 태권도도 물론 때리면 점수딴다 쉽게알수 있을것 같지만.. 경기중에 왔다갔다 때려대고 서로때리고 서로점수땄다고 환호지르고 누가이기는지 알수가 없더라구요. 제가보기엔 펜싱도 비슷한데요.. 누가누굴 찌르는지 보이지도 않고 그냥 선수들 환호만보고 아 점수땄나? 이러고있고... ㅋㅋㅋㅋ 이런점에서 펜싱이나 태권도나 똑같이 재미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미없다고 퇴출해야된다는건 아니구요. 재미없다고 얘기할 순 있잖아요 ㅎㅎ
자기 가슴만큼도 발차기 못올리는놈들이 경기만 보면 침대태권도니 룰이 어떻다느니 머리만 노린다느니 ㅋㅋ... ㅈ문가가 다되죠
퇴출은 너무 간 얘기죠. 종주국으로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만, 같은 투기종목과 비교했을 때 경기의 재미가 없다는 말이 이토록 자주 나온다는 건 생각해 볼 만한 문제죠. 유도나 레슬링, 태권도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마치 영화를 보는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대부분일텐데, 그 중 많은 사람들이 경기가 재미 없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정말 단순하게 보면 말 그대로 재미가 없어서죠. 재미를 느끼려면 뭔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다른 종목에 비해 패널티를 안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좀 이해가 안되는 말인데요, 한 스포츠를 온전히 재밌게 즐기기 위해선 그 종목에 대한 최소한의 규칙정도는 알아야 하는게 당연한거죠. 유도도 그정도는 알아야하고, 유도에 비해서 점수 나는 방식이 단순해 어려울게 하나도 없는데요.
이 정도 룰에 대한 이해도 필요없이 올림픽때만 단순히 보고 욕하는 사람들의 재미없다는 평 마저도 인정해야될지는 모르겠네요.
@모르텐 페데르센 온전한 재미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있다는 말씀에는 공감해요. 하지만, 겉핥기 식의 즐김도 있고, 그런 측면에서 다른 종목에 비해 재미가 없다는 평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폄하한다거나 욕을 하는 것은 저도 반대하는 편이고요. 말씀하시는 바는 잘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좀 이해가 가네요. 농구로 치면 산왕 경기 재미없다. 모비스 경기 재미없다 하시는 분들도 예전에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스템 농구를 보는 '눈'이 없으면 화려한 탈랜트식 농구인 1 on 1 농구가 훨씬 재미있으니까요.
농구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 학생들을 보면 그래서인지 팀플레이에 대한 이해보다 해당 선수의 하이라이트만 보고 화려한 것만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농구 경기 전체를 보는 '눈'이 없는 건 당연하구요. 농구 경기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도 다를 거구요.
만약 올림픽에서 어떤 팀이 시스템 농구, 수비 농구로 이기는 경기를 하고 핵어샥으로 경기 흐름을 끊고 마지막 10분동안 이기기 위한 전략을 활용했다고 해서
'요즘 농구 ㅋㅋㅋㅋㅋㅋ' 라는 움짤 한 장면만으로 농구 경기 전체를 매도할 수 없듯이
15초의 선수의 행위만으로 해당 스포츠의 존폐 여부를 비아냥거릴 수는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축구에서도 이기고 있을 때, 전략적으로 '수비'만 할 때도 있잖아요? 침대축구를 한 것도 아니고......
주어진 룰 안에서 하나의 전략으로 선수가 할 수 있는 행위를 했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처음 움짤을 봤을 때는 비아냥대긴 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