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나의 신 [권누리]
나는 최선을 다해 최악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차갑게 튀기는 빛을 헤치며 걷는 숲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 환하고 포근한 풍경에 나는 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 같아 꼭 아름답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 입 다물고 걸으면 금세 최악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는 내가 아는 얼굴이 많았다. 너도? 너도 여기 있었구나. 신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가엾게 봐 주셔서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 준 거야 우리는 몹시도 기쁜 마음으로 둘러앉아 차를 마셨다 뜨거운 물로 잠깐 바짝 우려낸 차 하지만 돌아갈 수 있을까 그래도 최악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구나 그렇게 말했을 때 누군가,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이야기했고, 아니야, 우리는 이미 최악으로 와 있잖아, 그런데 여기보다 더 먼 곳이 있으면 어쩌지 그리고 저 멀리에서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최악으로 걸어오는 아는 얼굴들이 어른어른 보였다.
- 한여름 손잡기, 봄날의책, 2022
첫댓글 선도 악도 최초에는 하나에서 탄생되었겠지요.
단지, 그 길이 마음의 색에 따라 기울어졌을 뿐,
그 최악이라는 곳이 바로 최선의 바닥이 아닐까 합니다.
늘 최선으로 시를 대하는 주페님 ^^
아는 얼굴들과 함께라면 최악이든 최선이든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기뻐할 거예요.
걱정은 걱정인형에게 맡기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