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942호
미워하는 마음을
이영광
얼음 위에 피운 모닥불처럼
물을 끄며 타는
불처럼
미워하는 마음
둥둥 물 위를 떠가는 얼음장들,
꺼진 불을 만져주는 봄볕처럼
물에 젖는 불처럼
미워하는 마음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
- 『살 것만 같던 마음』(창비, 2024)
***
지난밤, 제법 많은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뜨겁습니다.
우리네 마음이란 것도 그렇지요.
폭풍이 몰아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에 들기도 하는 것이니.
오늘 아침에는 이영광 시인의 신작 시집 『살 것만 같던 마음』에서 한 편 띄웁니다.
- 미워하는 마음을
이 시를 읽으면서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가 있지요.
가수 심수봉이 부른 <백만송이 장미>입니다. 원곡은 1981년 라트비아 가요 콘테스트 우승곡인 <마라가 준 인생>이지요.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진실한 사랑은 뭔가 괴로운 눈물 흘렸네 / 헤어져간 사람 많았던 너무나 슬픈 세상이었기에
수 많은 세월 흐른 뒤 자기의 생명까지 모두 다 준 / 비처럼 홀연히 나타난 그런 사랑 나를 알았네
노래와 함께 다시 읽어보니 어떤가요?
미워하는 마음이 뭘까요?
미워하는 마음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은 또 뭘까요?
시인이 이미 시 속에 답을 풀어놓았지요.
미움 안에 사랑 있고, 사랑 안에 미움 있으니
미워하는 마음을 미워하지 않을 때
마침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지 않을까요?
이 짧은 시가 주저리 주저리 길기만 한 노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해보는 아침입니다.
2024. 6. 24.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첫댓글 '내 별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만 가능하다는데
이번 생도 내 별나라로 가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ㅎ
대신 미워하는 마음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으로는 어찌해볼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미워하는 마음도 애정이 있어 가능할 겁니다.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들이 지천으로 핀다면,
그 미움도 묻히어 지리라 믿습니다.
늘 월요시편지 감사히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