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건초꾼들’, 1785년.
18세기 영국 화가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었지만 동물화가로 큰 명성을 얻었다. 특히 뛰어난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그린 말 그림은 승마를 즐겼던 귀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귀족 취향의 동물화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61세 때 농민의 삶을 포착한 ‘건초꾼들’(1785년·사진)을 그렸다. 왜 갑자기 주제를 바꿨을까?
그림에는 맑은 날 들판에서 농부 가족들이 건초를 실어 나르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왼쪽의 두 여자는 갈퀴로 건초를 쓸어 모으고 있고, 남자들은 수레 위로 건초를 쌓고 있다. 오른쪽에는 수레를 끌 말 두 마리가 대기 중이다. 연푸른 드레스를 입은 가운데 여자는 한 손으로 갈퀴 자루를 잡고 다른 손은 허리춤에 올린 채 똑바로 서서 화면 밖 관객을 응시하고 있다. 할 일을 끝낸 후 잠시 쉬는 중인 듯하다. 이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지역 농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화가는 농부 가족들이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모습을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일반적으로 초상화 속에서 정적인 포즈를 취하던 귀족 가족들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렇다면 스터브스는 일하지 않는 귀족들에 대한 반발심으로 이 그림을 그린 걸까? 노동에 대한 찬미나 가난한 시골 농부들에 대한 동정심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천만에! 당시 귀족사회에서 낭만적인 시골 풍경화가 인기를 끌었기에 이에 부응한 것일 뿐이다.
스터브스는 농민의 삶을 포착했으나 이상화해서 그렸다. 그림 속 농부 가족은 험한 노동 중인데도 다들 옷이 깨끗하고 우아하다. 여성들이 쓴 모자도 작업용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장식적이다. 비참한 노동 현실이 아니라 안전하고 이상화된 노동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이 그림을 구매하거나 감상할 사람은 귀족이나 부르주아이지 결코 그림 속 노동자 계급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초상화.
영국 화가. 스터브스는 역사상 최고의 동물화가 중 한 명으로 말 그림으로 유명하다. 작품은 생전에 인기가 높았으나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사람과 말을 해부한 도로잉과 초상화와 풍속화를 그렸으며 자연주의의 신봉자로 고전적인 균형을 갖춘 작품을 선보였다. 주요 작품은 《휘슬 재킷 Whistlejacket》(c. 1762), 《말을 공격하는 사자 A Lion Attacking a Horse》(c. 1765), 《험블토니언 솔질하기 Hambletonian, Rubbing Down》(1800) 등이다.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휘슬재킷(Whistlejacket)’,
1762년경, 캔버스에 오일, 영국 내셔널갤러리.
그림의 모델이 된 실제 ‘휘슬 재킷(Whistlejacket)’은 뛰어난 종마였다. 휘슬재킷의 소유주였던 한 귀족은 스터브스에게 그림을 의뢰했고, 세로 약 3미터, 가로 약 2.5미터의 대형 작품이 탄생했다. 당시 동물 그림에는 아름다운 자연이나 화려한 배경이 항상 동반되었지만, 스터브스는 이 작품에서 배경을 아예 배제하는 혁신적인 시도를 했다. 여기에 고전적인 포즈를 취한 말을 그려넣음으로 후대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반짝이는 구릿빛 털과 흰색이 섞인 꼬리와 갈기를 휘날리는 휘슬 재킷은 연한 금색 바탕의 캔버스 위를 활보하고 있다. 자연주의적인 섬세한 묘사와 생동감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고전적인 말 조각상의 자세를 그대로 취하고 있다. 그림 속 휘슬 재킷은 기수나 안장 등 사람과의 연관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휘슬 재킷이 취하고 있는 자세는 ‘르바드(levade)’라는 자세로, 주로 승마에서 말에게 기본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 자세는 귀족이나 고위층을 상징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 16세기 예술가 루벤스, 벨라스케스 또한 역사적 영웅의 초상화를 그릴 때 이 자세를 차용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앞다리를 들고 있는 자세를 통해 자연의 힘과 대담함, 자유를 나타낸다.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샤프 포클링턴 대령의 가족초상, 1769년,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사자에 공격 당하는 말(A Lion Attacking)’.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암말과 망아지들이 있는 풍경’.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말을 공격하는 사자(A Lion Attacking a Horse)’, 1765년.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사슴을 물고 있는 사냥개’,
1762년경, 캔버스에 유채, 100.1×125.8cm.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사자에 놀란 말’.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험블토니언 솔질하기(Hambletonian, Rubbing Down)’,
1800년, 캔버스에 유채물감, 209×367.5㎝, 영국 카운티 다운, 마운트 스튜어트 하우스.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농부의 아내와 까마귀’, 1786년), 판자에 유채, 67.3x97.8cm.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두 명의 인디언이 있는 치타와 수사슴’,
1765년경, 캔버스에 유채, 182.7×275.3cm.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밀뱅크(Milbanke)와 멜버른(Melbourne) 가족’.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사자에게 겁먹은 말’,
약 1763~1768년, 캔버스에 유채, 70.5 x 104.1cm, 예일 영국 미술 센터.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사자에게 잡아먹힌 말’, 1763년, 캔버스에 유채, 69.2×103.5cm.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얼룩말’, 1763년, 캔버스에 유채, 102.9 x 127.6 cm.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운동하는 경주마’, 1759~60년, 캔버스에 유채, 127.5 x 204cm.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캥거루 그림‘, 1772년./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펀트 안의 흰 푸들’, 약 1780년, 캔버스에 유채, 127x101.5cm.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코뿔소’, 약 1780-91년, 캔버스에 유채, 69.9 x 92.7cm.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포인터’, 1766년경, 캔버스에 유채, 61x70cm.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폭스하운드 한 쌍’,
1792년, 캔버스에 유채, 127×101.6cm, 테이트 브리튼.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표범 두 마리’, 1776년 경, 패널에 유채, 90.5x137.4cm.
조지 스터브스(George Stubbs, 1724~1806), ‘황소 싸움’, 1786년, 패널에 유채, 61.6x82.6cm.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동아일보 2024년 05월 02일(목) 「이은화의 미술시간(이은화 미술평론가)」/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