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것
은 그분들의 신앙생활, 즉 기도생활이다. 그분들의 하루의 중심은 ‘미사참례’
이다. 특히 성체성사에 대한 신심은 어느 수도자들 못지 않게 깊고 진실하다.
밥 한끼 굶는 것은 별일 아니겠지만 만일 미사가 없으면 “미사가 몇 시에 있
는지”, “왜 미사가 없는지” 등등 수녀들을 얼마나 들볶는지 모른다. 또 노인
들이 많은 시간을 성당 감실 앞에서 살다시피 하는데 한 예를 들어보겠다. 청주
성심양로원에서 오래 사시다가 지금은 천당에 계시는 이 아가다 할머니의 아름
다운 삶을 얘기하고 싶다. 아침에 눈만 뜨면 “하느님, 아버지, 예수님, 성모 어
머니…” 등이 그저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성당에 가서 기도에 집중
하려면, 그 할머니의 기도 소리 때문에 여간 분심이 드는 게 아니다. 때로는 그
할머니께서 나가셨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참으로 단순하고, 순수하고, 자발적이며 사랑이 가득 담
긴 기도를 드렸다. 그 기도 소리를 듣다 보면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면서 할머니
의 기도에 빨려들어 자연히 마음에 평화가 온다. 할머니께서는 교황님, 신부님,
수녀, 은인들 그리고 각방의 순서에 따라 한 분 한 분의 이름과 그들에게 필요
한 모든 것을 감실 안의 예수님께 일러바친다. 때로는 어느 누가 잘못한 일까지
곁들여 설명하면서 그를 변화시키라고 명령하시듯이 하느님께 졸라댄다.
그렇다. 이것은 하나의 예이지만, 노인들이 세상과 교회 안에서 얼마나 중요
한 자리를 차지하고 또 얼마나 큰 몫을 해내는지를 우리는 잊고 있지 않은가?
이 어른들의 고독, 아픔과 기도가 우리 모두를 지탱해주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
야 한다. 또 그분들의 지혜와 참가치를 인정해 주며 존경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현재 경로수녀회가 운영하는 수원 평화의 모후원, 전주 성요셉동산, 서울 쟌
쥬강의 집 어른들의 가장 큰 의무는 모든 은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또
광주 담양에 새로 짓고 있는 무료양로원인 예수 마음의 집을 위해 도움의 손길
을 보내주시도록 감실 안의 예수님께 애원 어린 기도를 바치신다. 이 기회를 통
해 우리 사업에 함께하시는 모든 은인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리고 싶다.
【서순자 수녀】경로수녀회 쟌 주강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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