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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이 경남 창원 진해항에 입항해 있는 모습. 뉴시스
군에서 최악의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며 군의 허술한 감염병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바다 위 ‘3밀(밀집·밀접·밀폐)’ 공간으로,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3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취약성을 경험했던 함정 내 확산에 군이 다시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내 백신 수급계획이 수립되기 전인 지난 2월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문무대왕함이 임무 기간 대부분을 바다 위에서 보내는 만큼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것이란 군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함정이 집단 감염에 취약하다는 우려는 국내외 다수 사례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집단 생활을 하는 데다 환기시설이 하나의 통로로 순환되는 구조라 감염병 확산이 빠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4월 고준봉함에서의 코로나19 확산 사태 당시 “해군은 함정·잠수함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다수 인원이 밀집해 일정기간 근무하는 특성이 있다”며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와 취약점 보완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문무대왕함은 방역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고 3개월 뒤 지휘부의 다짐은 무색해졌다.
최초 감기 증상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을 통해 대응했다면 사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무대왕함에서는 지난 2일 처음으로 감기 증상자가 발생하자 감기약만 처방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초 물자 보급을 위해 항구에 기항한 뒤 승조원 의심증상자가 발생하는 등 물자 적재 과정에서 촉발됐을 가능성에 방역당국은 무게를 두고 있다. 방역복을 철저히 갖춘 상태로 하선했다 해도 현지에서 조달한 식자재 등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어 있었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18일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현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식자재와 군수 물자를 받기 위해 현지인과 접촉이 불가피한 부대원만이라도 백신 접종이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군은 함정 내 백신 저온 보관의 어려움과 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시 치료 제한 등을 이유로 문무대왕함 승조원에 대한 접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해상작전 임무가 지속되는 특성상 응급상황에 대처가 어려워 사실상 접종을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군 당국이 변명 찾기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국방부는 지난 17일 언론에 “해외에서 임무수행 중인 부대와 현지의 상황, 우리 군의 방역 노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승조원 300명의 귀국을 위해 18일 오후 부산 김해공항에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장성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군이 장병들을 감염 위험에 방치해놓고 사후약방문으로 이제야 수송기를 보낸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며 “해적은 차치하고 감염병 공포와도 싸워야 하는 장병들과 애태우고 있을 가족에게 군 지휘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은 35진 충무공이순신함과 임무를 교대하고 다음 달 중순 복귀 예정이었지만 초유의 감염 사태로 복귀 계획을 앞당기게 됐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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