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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五章 용유진, 만인평(萬人坪)에 가다(三)
1.
용유진은 눈 한 번 깜짝하지 못하고 임태풍의 걸음걸이를 지켜보았
다. 단 한 순간만 동작을 놓쳐도 임태풍의 발이 철퇴처럼 그를 후려칠
것 같은 위기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이건 사이(四異)보다도 더한 고수 아닌가. 상관대부도 이 정도는 아
니었어.'
임태풍이 다시 한 발을 옮겼다. 이제 두 사람의 간격은 반 장이 약
간 넘을 정도였다. 한 발만 더 다가오면 손을 뻗쳐 닿을 정도의 거리였
다.
용유진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튀어나왔다. 땀이 배어나오고 있음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머리가 뚜거워져서 뇌수가 끓어오를 것 같은
극도의 긴장감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다지 눈동자만 움직여서 임태풍의 발끝 움직임을 한순간
도 빠뜨리지 않고 노려볼 뿐이었다.
다시 발이 움직였다. 용유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발이 천천히 옮겨
졌다. 용유진은 여저히 움직이지 않았다. 임태풍의 발이 디뎌질 장소를
확인하고 땅바닥을 짚으려는 순가, 그 찰나에 용유진은 비로소 움직였
다.
정면으로 대적한 두 사람이 싸우려 할 때, 흔히 쓰는 보법은 삼재보
(三才步)다. 상대의 측방으로 몸을 옮기면서 공격권을 사각(死角)으로
잡는 것이다. 임태풍의 동작도 그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용유진은 직선으로 움직였다. 과거 석소봉에게 보법을 배우
면서 궁극의 보법이라고 들으며 익혔던 일선보(一線步)였다. 적과 자신
의 최단거리를 점하고 들어가라는 교훈 그대로였다. 거기 더해서 주먹
이 있었다.
용유진은 처음부터 고루천강수를 썼다. 삼황포추의 동작에 취타십팔
방의 묘리를 더한 후에 고루천강신공의 기운을 실어서 정면으로 뻗어
보냈다. 그의 손이 강철처럼 검게 빛나고, 주먹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
무형이 기운이 뻗어 나갔다. 권강(拳강)이라 불리는 절정의 무공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초식에 실려 나간 것이다.
임태풍의 발이 땅바닥을 스치는 듯하더니 다시 떠올랐다. 그러면서
옆으로 비스듬히 쳐 올라와서 용유진의 허리를 노렸다. 북경성 밖에서
실감했던바, 극히 단순하고 간단한 동작속에 파천지력(破天之力)을 담
아 내지른 것이다.
용유진이 그대로 주먹을 뻗으면 임태풍에게 일격을 가할 수 있을 것
이다. 대신 임태풍의 발에 그 또한 온전하지는 못할 것이다.
순간적으로 용유진은 그대로 일격을 가하고, 다른 한 손으로 임태풍
의 공격을 흘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통상 초식이라고 하는 것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한 일련의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게 모아진 조합을 초(招)라고 하고, 그 조합을 이
루는 각각의 부분들을 식(式)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것들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이루어져 있다. 가령 독사출동(毒蛇出洞)이라는 초식은 한
손으로 적을 찌르고, 다른 한 손은 적의 반격에 대비하거나 공격의 보
조수단으로 적절한 위치에 두어야 하는 것인데, 이것은 양손이 각각 다
른 동작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은 하나의 목적을 위한,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초식이다. 즉, 오른손으로 독사출동 초식을 펼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번운개산(幡雲開山)의 초식을 펼친다거나 할 수 없다는 것이
다.
그러나 지금은 가능했다. 동시에 두 초식을 펼칠 수는 없지만 동시
에 두 군데를 노리는 초식은 얼마든지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모든 초식이 시작하면 끝까지 정해진 방식대로 펼치도록 정해
진 것만은 아니다. 적은 내가 정해진 방식재로 독사출돌을 끝까지 펼쳐
서 코를 찔러 주기까지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
로 모든 초식은 연무를 할 때는 몰라도 실전에서는 항상 변수를 가능
성으로 남겨 두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용유진의 상황이 그랬다. 삼황포 중 천황투심(天皇透心)의 초식
을 사용해서 임태풍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동작 중이었지만 한 손은
여전히 자유로웠다. 적의 반격을 대비하기 위해 중단에서 수도(手刀)
상태로 대기하고 있는 이 손을 만약 호권(虎券)으로 바꾸어서 임태풍의
발을 걷어낸다면?
취타십팔방은 상대를 잡고, 던지고, 쓰러뜨리는 열여덟 가지 방법이
다. 그것은 취한 사람이 손짓처럼 어지럽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래서 오
히려 대단히 자유롭다. 정해진 투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힘
의 방향과 인간의 몸, 동작을 파악하고 , 그것을 움직이는 최소한의 방
식만을 지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초식과의 결합력은 훨등히 높았다.
작은 동작 하나, 손의 방향과 모양만 살짝 바꾸면 되는 것이다. 이어
지는 공격에 대한 대비보다 지금 이 순간이 방어에 조금만 더 힘을 실
으면 안 되는 것일까?
용유진은 임태풍의 발이 다가오는 찰나의 순간에 고민을 하고, 결정
을 내렸다. 그는 애초에 뻗어가던 손을 거두고 태청복마곤룡장권(太淸
伏魔困龍掌拳)의 척(擲)자 구결을 사용해 두 손으로 임태풍의 발을 밀었
다. 그리고 그 탄력으로 흐르듯이 임태풍의 오른쪽으로 돌아서 공격을
비껴갔다. 공격도 방어도 푁하고 회피하기로 결정하고, 그대로 한 것
이다.
이것이 잘한 선택이라는 것은 곧 밝혀졌다. 남들이 볼 때는 아슬아
슬해 보였을지 몰라도 완벽하게 회피한 것인데도 옷자락 끝이 자갈밭
에 문대기라도 한 것처럼 너덜너덜해진 것이다.
그것을 곁눈으로 스치듯 보면서 용유진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천마군림보의 파괴력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몇 배나 강력했
던 것이다. 어설프게 한 손으로 공격을 흘리고, 다른 손으로는 공격을
하려 했다가는 허리가 부러져 나뒹굴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격의 축이
되는 허리가 망가졌다면 그의 공격 또한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
을 것이다.
생각은 잠깐, 그는 인황포(人皇포)의 아홉 개 초식들을 사용하여 임
태풍은 측면으로부터 공격해 들어갔다.
삼황포는 각각 천황, 지황, 인황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
각각이 다시 아홉 개의 초식으로 구분된다. 삼황포의 초식들은 애초에
남의 눈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었다. 그
보다 오히려 구결이 중요한데, 아홉 개의 구결을 아홉 개의 초식에 적
용하여 총 여든한 가지의 변화를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인황포는 태청복마곤룡장권을 축으로 만들어진 것
이기 때문에 무당파 내가권(內家拳)의 면면부절(綿綿不絶)이라는 장점을
구현하고 있었다. 쉼 없는 공격을 가하면서도 수비가 동시에 이루어지
고, 그 어느 하나 무리하지 않는 호흡과 동작으로 이루어진 권법이었
다. 천마군립보 같은 강경 일변도의 무공을 상대하는 데 이보다 적합한
무술은 없다고 할 만 했다.
임태풍은 처음의 발길질을 용유진이 피해 나가고, 오히려 반격까지
가했지만 당황하는 빛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피하려고, 방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공격조차 생각하지 않는 듯 들어올렸던 발, 용유진을 걷
어차는 데 실패한 그 발을 땅에 내려 디뎠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위치가 절묘했다. 용유진의 발끝을 밟을 것처럼 바짝 내
디뎠기 때문에 용유진은 급히 한 발을 물러서서야 발을 밟히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바람에 일체의 공격 시도가 모두 무위로 돌
아갔다.
단지 발을 밟히는 것뿐이었지만 용유진에게 그것은 커다란 위협이었
다. 임태풍의 발에 깃들이 파천지력 정도가 되면 단순히 발등이 으스러
진다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느껴졌기 때문이었
다.
임태풍이 바로 따라붙으면서 다시 한 발을 내디뎠다. 이번에도 용유
진은 무력하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용유진은 천마군림
보의 진정한 무서움을 깨달았다. 보통의 무공과 달리 가장 낮은 고세
주로 가해지는 공격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곤란한 것이다. '주먹보다
발을 많이 사용하는' 권법이라는 임태풍의 경고가 새삼스럽게 다가왔
다.
다른 면으로는 '권법'보다는 '보법'이라는 이름에서도 내포하고 있듯
이 천마군림보는 공방일체(功防一體)라는 무학의 기본원리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었다.
보통의 권법은 독사출동이니 횡소천군(橫掃千軍) 같은 멋부린 이름
의 초식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실 가장 자주 사용되는 초식 이름은
궁보전식(弓步箭式)과 같이 앞 두 글자는 보법의 형태를, 뒤의 두 글자
는 양손의 동작을 가리키는 용어들로 이루어진다. 즉 보법으로 적절한
위치를 잡고, 손으로 공격, 또는 방어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마군림보는 보법 자체만으로 공격과 위치잡기를 동시에 한
다. 여기에 손까지 가세한다면 그야말로 두 사람이 공격하는 것 같은
파괴적인 힘이 발휘할 것이다.
게다가 용유진이 다채롭고 현란한 초식으로(냉정하게 말해서 그 각각
이 하찮은 것도 아니고)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을 임태풍이 단순한 동작
하나만으로도 다 파해하고 있었다.
'무변(無變)으로 다변(多變)을 제압한다는 것인가?'
그렇게 따지면 태청복마곤룡장권이 그 근본이념으로 삼고 있는 부드
러움으로 강함을 이기고, 단순함으로 화려함을 이긴다는 무당파 무공
의 근본원리에 천마군림보가 더 가까운 셈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용유진은 매우 위축되었다. 지금까지 나름대
로 일가견을 이루었다고 생각을 하던 권법 분야에 대해서 사실은 하나
도 제대로 이룬 게 없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삼황포를 만들고서는
새로운 무공을 하나 창출해 내었다고 제법 대종사라도 된 듯한 기분을
즐기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근본을 따지고 들어가면 삼황포란
각각 다른 몇가지 무공을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것에 불과하고, 그나
마 그 각각의 무공이 가지고 있는 깊은 의미에도 전혀 다가가지 못하
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의기소침해 있는 동안에도 임태풍은 몇 걸음을 더 다가왔고,
용유진은 그 숫자만큼 더 물러서고 있었다. 물론 직선으로 물러선 것이
아니라 사선으로 비껴서고 잇는 것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비무장을
반원을 그리며 돈 셈이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그는 싸움이 시작할
때 임태풍이 섰던 위치에 서서 장외에서 관전하고 있는 이장도의 표정
을 보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그 시선이 담고 있는 기묘한 빛을 발견한
것이다. 매우 복잡한 빛이 었지만 그 대부분은 경이감이었다.
용유진은 머리를 굴렸다.
이장도의 시선에 담긴 경이감은 임태풍의 무공에 대한 것일까? 아니
면 용케도 버티는 그에 대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한편 경이감 외의 다른 빛은 뭘까? 그 시선에 담겨 있는 묘하게 신
경쓰이는 감정의 관련은?
문득 용유진은 자신이 생사의 간두에 서서 이런 한가한 생각을 하고
있어도 되는 걸까 반성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정말 용케
도 십여초가 더 진행되도록 임태풍의 압도적인 공격을 잘 피하고 있지
않은가. 특별히 현묘한 보법 같은 것을 쓰지 않고서도 말이다.
또 하나 그가 놀란 것은 어느새 그가 삼황포가 아니라 본격적인, 원
형 그대로의 태청복마곤룡장권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무당파
무공의 원리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태청장
권을 전념해서 쓰게 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지금까지 무사
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태청장권이 비록 그를 유리하게 만들어 주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임태풍의 공격을 근근히 상대할 정도로는 위력을 발
휘했던 것이다.
또 한편 그는 무의식중에 비로서 태청장권의 신묘한 점을 제대로 발
휘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의식적으로 머리를 굴려가
며 이렇게 막고, 이렇게 공격하고 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공격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고, 상대한 것이 오히려 태청장권의 현묘한 점에
더 접근하지 않았던가 하는 것이었다. 자기를 잊고서 비로서 자기를 발
휘하는 것이 태청장권의 묘리가 아니었을까?
용유진은 한순간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서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태청비록의 구결들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몸은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눈을 감자 오히려
눈을 뜨고 있을 때보다 임태풍의 공격이, 그 기세의 흐름이 더욱 잘 보
이는 것을 깨닫고 그는 기뻤다. 여태 모르고 지나쳤던 태청장권의 신
묘한 점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던 것이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아직도 패배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했다. 아
니, 오히려 임태풍의 옷에서도 여기저기 찢어진 자국을 발견하고, 그는
태청장권이 상당한 효과를 봤음을 알아차렸다.
공격은 그쳐 있었다. 임태풍도 그도 그대로 서서 상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느새 하늘은 먹장구름으로 뒤덮히고,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내리
기 시작한 지 한참이 된 듯 만인평이 온통 눈밭이 되어 있는데도 여태
까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용유진은 자신의 몰골을 내려다보고 혀를 찼다. 임태풍의 옷도 조금
찢어졌다고 했지만 그의 옷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지꼴도 이
런 거지꼴이 없는 것이다.
용유진은 임태풍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당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 간신히 살아
난 것 같군요."
진심에서 우러나온 찬사였다. 그러나 임태풍은 그것이 별로 반갑지
않은지 인상을 찌푸리더니 무뚞뚝하게 말했다.
"자넨 지지 않았네. 그러니 나도 이기지 못했지. 내가 천마군림보를
익힌 이후 세 걸음 이상을 걸은 것도 오늘이 처음이고, 그러고도 상대
를 제압하지 못한 것도 처음일세."
그는 말을 고르는 듯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역시 검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겠네. 이렇게 가다간 사흘 밤낮을 싸
워도 결판이 안 나겠어."
"검이라......"
용유진은 임태풍이 검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 잠
시 생각했다. 없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검을 사용하자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그가 상대가 안 된다고 보고 검을 사용하라는 정도의 이야
기일까?
아닐 것이다. 임태풍이 남자답다고는 하나 주요한 결투에서 그 정도
로 상대의 사정을 봐줄 정도로, 결국 상대를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남자답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바보스러운 행위에 불과
할 테니 말이다.
임태풍은 남자다울지는 몰라도 바보는 아니다. 결국 임태풍도 비장
의 무공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도 검을 사용하는.....
"아수라파천무(阿修羅破天舞)?"
용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스스로 놀라 소스라쳤
다. 마교의 전설로 내려오는 삼대비기(三大秘技)중 하나가, 그것도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섭다는 무공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른 것에 스스로 놀
라는 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은 더욱 놀랄 일이었다. 임
태풍이 이채롭다는 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한 것이다.
"그걸 알고 있었나? 놀랍군. 나는 익힌 이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설마 했는데 그게 맞았다. 용유진은 심각하게 생각했다. 상대가 아
수라파천무라는 그 전설의 검법을 사용한다면 그 또한 검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건 대단히 어려운 결투가 될 것이다.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문제를 넘어서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그보다 그
냥 이번 싸움의 승패가 어찌되었건 지는 사람은 반드시 죽게 되는 결
투가 되었다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이라..... 하는 수 없군요. 저 또한 처지가 있으니 물러설 순 없
겠지요."
"검을 빌려줄까?"
"아닙니다. 제게도 있습니다."
용유진은 그것을 얻은 이후 한시도 떼어놓지 않던 양팔의 팔찌, 학
익(鶴翼)과 흑오(黑烏)를 만지며 말했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결
국 이 두 팔찌의 비밀을 밝혀낸 것이다. 애초에 일승 고목대사가 사용
하는 조양(朝陽)과 명봉(鳴鳳)이 두 자루 연검(軟劍)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학익과 흑오 또한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그랬다.
그 외에도 약간은 비밀이 더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팔찌를 검
으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아마도 고목대사는 용유진에게 그것은 불가
능할 거라고 생각해서 족쇄를 채우는 기분으로 넘겨준 것이겠지만 용
유진은 그 비밀도 풀어내었다. 그래서 이젠 원하는 때에 자유자재로 검
으로 변환시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여태까지는 그럴 필요을 느끼지 못
했었다. 오늘이야말로 이 두 개의 검을 사용할 때일지도 모른다.
용유진은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무언가 미진했다. 용유진은 어쩐지 마음 구석에 남아서 맴도
는 불안한 감정을 추스르느라 애썼다.
'뭔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있는데..... , 그게 뭐지?'
첫댓글 잘밨어요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ㅈㄷㄱ~~~~~````````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해요~^^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보고 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